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남상관(기소), 유정현(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 서로 담당변호사 최종원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5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5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의 점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이 사건 교통사고는 피고인이 오토바이 위에 앉아 발을 땅에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방주시의무를 게을리 한 피해자 공소외 1의 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고,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여 피해자의 포터 화물차를 손괴한 사실이 없음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업무상과실재물손괴로 인한 도로교통법위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2. 직권판단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에 앞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부분에 관하여 직권으로 살핀다.
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의 점의 요지
피고인은 2011. 2. 24. 02:30경 남양주시 화도읍 마석우리 번지불상지 앞 노상부터 남양주시 화도읍 창현리 493 ○○○○ 앞 노상까지 약 200미터 구간을 혈중알콜농도 0.191%의 술에 취한 상태로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운전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의 자백 및 혈중알콜농도 감정의뢰 결과 등을 증거로 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우리 헌법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같은 조 제3항 ) 압수수색에 관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근간을 선언하고 있다.
이를 이어받아 형사소송법은 사법경찰관이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고( 제215조 제2항 ),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200조의2 , 제200조의3 , 제201조 또는 제212조 의 규정에 의하여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체포현장에서 영장 없이 압수, 수색, 검증을 할 수 있으나, 압수한 물건을 계속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지체 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여야 하며( 제216조 제1항 제2호 , 제217조 제2항 ), 범행 중 또는 범행 직후의 범죄 장소에서 긴급을 요하여 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영장 없이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는 사후에 지체 없이 영장을 받아야 하고( 제216조 제3항 ),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으로부터 감정을 위촉받은 감정인은 감정에 관하여 필요한 때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해 판사로부터 허가장을 발부받아 감정에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제221조 제2항 , 제221조의4 , 제173조 제1항 ) 실체적 진실 규명과 개인의 권리보호 이념을 조화롭게 실현할 수 있도록 압수·수색·검증과 감정처분절차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나아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함으로써( 제308조의2 ) 위와 같은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의 규범력이 확고히 유지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고, 위와 같은 법리는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수사기관이 법원으로부터 영장 또는 감정처분허가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채 피의자의 동의 없이 피의자의 신체로부터 혈액을 채취하고 사후에도 지체 없이 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채 그 혈액 중 알콜농도에 관한 감정을 의뢰하였다면, 이러한 과정을 거쳐 얻은 감정의뢰회보 등은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하여 수집하거나 그에 기초하여 획득한 증거로서, 원칙적으로 그 절차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여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동의가 있더라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도2109 판결 등 참조).
한편 수사기관이 범죄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피의자의 동의 없이 피의자의 혈액을 취득·보관하는 행위는 법원으로부터 감정처분허가장을 받아 형사소송법 제221조의4 제1항 , 제173조 제1항 에 의한 ‘감정에 필요한 처분’으로도 할 수 있지만, 형사소송법 제219조 , 제106조 제1항 에 정한 압수의 방법으로도 할 수 있고, 압수의 방법에 의하는 경우 혈액의 취득을 위하여 피의자의 신체로부터 혈액을 채취하는 행위는 그 혈액의 압수를 위한 것으로서 형사소송법 제219조 , 제120조 제1항 에 정한 ‘압수영장의 집행에 있어 필요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야기한 후 피의자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있는 등으로 도로교통법이 음주운전의 제1차적 수사방법으로 규정한 호흡조사에 의한 음주측정이 불가능하고 혈액 채취에 대한 동의를 받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법원으로부터 혈액 채취에 대한 감정처분허가장이나 사전 압수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도 없는 긴급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경우 피의자의 신체 내지 의복류에 주취로 인한 냄새가 강하게 나는 등 형사소송법 제211조 제2항 제3호 가 정하는 범죄의 증적이 현저한 준현행범인으로서의 요건이 갖추어져 있고 교통사고 발생 시각으로부터 사회통념상 범행 직후라고 볼 수 있는 시간 내라면, 피의자의 생명·신체를 구조하기 위하여 사고현장으로부터 곧바로 후송된 병원 응급실 등의 장소는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 의 범죄장소에 준한다 할 것이므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의 혈중알콜농도 등 증거의 수집을 위하여 의료법상 의료인의 자격이 있는 자로 하여금 의료용 기구로 의학적인 방법에 따라 필요최소한의 한도 내에서 피의자의 혈액을 채취하게 한 후 그 혈액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 단서, 형사소송규칙 제58조 , 제107조 제1항 제3호 에 따라 사후에 지체 없이 강제채혈에 의한 압수의 사유 등을 기재한 영장청구서에 의하여 법원으로부터 압수영장을 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도15258 판결 등 참조).
2)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피고인의 원심법정 및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피고인으로부터 채취한 혈액을 감정한 감정의뢰회보 및 이에 기초한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 범죄인지보고 등이 있다.
그러나,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하여 □□대학교 △△병원 응급실로 호송된 사실, 위 응급실로 출동한 경찰관은 2011. 2. 24. 03:50경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또는 검증 영장이나 감정처분허가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채 피고인의 부 공소외 2로부터 채혈동의를 받고서 의식을 잃고 응급실에 누워있는 피고인으로부터 채혈한 사실, 사후적으로라도 위 채혈에 관한 검증 영장이나 감정처분허가장 등이 발부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에 의하면 이 사건 채혈은 형사소송법이 정하고 있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것이고, 이러한 강제채혈로 얻은 혈액에 대한 감정의뢰회보 역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로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에 따라 증거로 쓸 수 없으며, 이에 기초한 다른 증거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결국 남는 증거는 피고인의 원심법정 및 수사기관에서의 진술뿐인데 이를 보강할만한 증거가 없어 이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일의 증거에 해당하므로 이 또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임에도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들, 즉 ① ㉮ 최초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피고인의 오토바이가 중앙선을 넘어 미끄러져 마주오던 피해자의 포터 화물차를 충격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위 포터차량을 손괴하였다’는 것이었던 점, ㉯ 피고인은 원심법정에서 위 최초 공소사실을 부인하였고, 원심에서 증인 공소외 3, 4, 5에 대한 증인신문, 피고인이 신청한 □□대 △△병원 각 의사들에 대한 사실조회 등의 증거조사가 이뤄지고 피고인이 공학박사 공소외 6 작성의 ‘교통사고 공학 분석서’를 참고자료로 제출한 후 검사가 제6회 공판기일에 공소사실에서 피고인의 오토바이가 중앙선을 넘어 미끄러져서 포터 화물차를 충격하였다는 부분을 철회하는 내용으로 공소장변경을 한 점(공판기록 167면), ㉰ 피고인은 위 공판기일에서 변경된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진술한 점(공판기록 167면), ㉱ 피고인은 원심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면서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점, ㉲ 피고인이 원심 제6회 공판기일에서의 자백을 번복하는 이유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는 점 등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자백하였다가 다시 부인하는 과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원심법정에서의 자백이 합리성이 있어 보이고 자백을 하게 된 동기나 과정에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할 만한 사정이 없는 점, ② 사고관련사진, 사고관련차량사진의 영상, 견적서, 교통사고종합분석서의 기재, 원심증인 공소외 3의 일부 진술 등이 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여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의 포터 화물차를 손괴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며, 달리 기록을 살펴보아도 원심판결 중 업무상과실재물손괴로 인한 도로교통법위반의 점에 관한 부분에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음을 찾아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업무상과실재물손괴로 인한 도로교통법위반의 점에 관한 부분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나, 원심판결 중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의 점에 관한 부분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고, 원심이 판시 각 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리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한 이상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으므로, 형법 제364조 제2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이 법원이 인정하는 피고인에 대한 범죄사실 및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 범죄사실 중 제2항 및 증거의 요지 중 ‘혈중알콜농도 감정의뢰’를 삭제하고, ‘1. 견적서, 교통사고종합분석서 통보’, ‘1. 사고관련차량사진’을 각 추가하는 외에는 원심판결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도로교통법 제151조 , 벌금형 선택
1. 노역장유치
양형의 이유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점,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은 인정되나, 한편, 피고인은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피해가 그리 크지는 않은 점, 피고인 또한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하여 큰 상해를 입은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요소들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의 점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 바, 위 제2의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