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red_flag_2
서울고등법원 2013. 11. 20. 선고 2011누19132 판결
[예방접종으로인한장애인정거부처분취소][미간행]
원고, 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서로 담당변호사 김계환 외 1인)

피고, 항소인

질병관리본부장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준석)

변론종결

2013. 8. 21.

주문

1. 피고가 한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가 2008. 12. 30. 원고에게 한 예방접종으로 인한 장애인정 거부처분을 취소한다.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가 한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98. 7. 22. 11:00경 파주시 법원리 소재 파주보건소 법원보건지소에서 의사 소외 3으로부터 예방접종으로 주식회사 녹십자(이하 ‘녹십자’라 한다) 제조의 DTaP(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의 혼합백신의 영문약자이다) 백신 0.5㎖를 대퇴부에 근육주사로 맞고, 동신제약 주식회사(이하 ‘동신제약’이라 한다) 제조의 경구용 소아마비(Polio) 백신 0.2㎖를 투여받았다(이하 ‘이 사건 예방접종’이라 한다).

나. 이 사건 예방접종 다음 날 원고는 10~20초씩 의식을 잃고 온몸의 경련, 안구의 편위증상, 왼팔의 강직 등으로 복합부분발작(complex partial seizure) 장애 증세를 보여 그에 따른 치료를 받은 후 원고의 부 소외 1이 원고를 대리하여 1998. 12.경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예방접종 피해보상액으로 구 전염병예방법(2009. 12. 29. 법률 제9847호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54조의2 제1항 제1호 에 따라 진료비와 정액 간병비 보상을 신청하였고, 보건복지부장관의 위임을 받은 피고가 예방접종피해보상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원고의 질병을 이 사건 예방접종으로 인한 피해로 인정함에 따라, 원고는 예방접종 피해보상액으로 진료비 및 정액 간병비 합계 2,422,000원을 지급받았다.

다. 그 후 원고는 다시 발작 증상이 재발되면서 증세가 악화되어 2008. 6. 6.경 종합장애등급 1급(간질장애 2급 및 지적장애 3급, 이하 ‘이 사건 후유장애’라 한다) 판정을 받았고, 이에 소외 1은 원고를 대리하여 다시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예방접종 피해보상액으로 구 전염병예방법 제54조의2 제1항 제2호 에 따른 장애일시보상금을 신청하였으나, 보건복지부장관의 위임을 받은 피고는 2008. 12. 30. “백신 투여 후 급성으로 경련이 발생할 수는 있으나 현시점에서는 난치성 간질과 백신과의 인과관계는 없으며 과거 판례 등을 참고해 보았을 때 백신에 의한 가능성이 불명확한 경우라고 보여진다”는 취지의 예방접종피해보상심의위원회 심의결과에 따라 장애일시보상금 신청을 거부하면서 예방접종으로 인한 장애인정을 거부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처분 당시 피고로부터 ‘이의신청은 1회에 한하여 가능하다’는 취지의 통보를 받음에 따라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이의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장관의 위임을 받은 피고는 2009. 3. 27. 예방접종피해보상심의위원회 심의결과에 따라 이의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

마. 이에 원고는 2009. 4. 2.경 파주시장으로부터 기각결정을 통보받은 후 90일 이내인 2009. 6. 30. 서울행정법원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구 전염병예방법 등 관계 법령에서는 이의신청 절차 등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이와 같이 이의신청 등을 할 수 없는 경우에도 행정청이 이의신청 등을 할 수 있다고 잘못 알려 이의신청 등을 한 이 사건의 경우에는, 원고가 2009. 4. 2.경 파주시장으로부터 이의신청 결과의 통지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그 제소기간을 기산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6. 9. 8. 선고 2004두947 판결 등 참조)].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 25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3,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 주장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실제로 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하였는지 여부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 소는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을 명확하게 적시하지 않아 소송요건 흠결로 각하되어야 한다.

나. 판단

구 전염병예방법 제54조의2 , 제54조의5 , 구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2008. 12. 31. 대통령령 제212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 제9항 제1호 라목 에 따르면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구 전염병예방법 제54조의2 제2항 제3항 의 규정에 따른 예방접종 피해의 인정에 관한 업무는 보건복지부장관이 피고에게 권한을 위임하여 피고가 위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러한 권한위임을 받은 피고는 2008. 12. 30. 예방접종피해보상심의위원회 심의결과에 따라 이 사건 처분을 한 사실, 나아가 피고는 원고의 이의신청을 기각한 후 이를 파주시장을 통하여 원고에게 통보한 사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는 이 사건 처분의 시기나 방법 및 내용 등은 명확하게 적시되었다고 판단된다. 피고가 한 본안전 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

1) 구 행정절차법(2012. 10. 22. 법률 제114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6조 에 따르면 행정청이 처분을 하는 때에는 당사자에게 그 처분에 관하여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 청구절차 및 청구기간 기타 필요한 사항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하면서 원고에게 위와 같은 사항에 관하여 전혀 알리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절차적 위법사유가 존재한다.

2) 이 사건 예방접종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복합부분발작 장애 증세가 나타났음은 피고도 이미 인정한 바 있고, 주치의 소견이나 관련 의학적 견해 등을 종합해 보면 복합부분발작 장애 증세가 지속될 경우 원고와 같은 난치성 간질로 충분히 악화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이 사건 예방접종 당시 투여한 백신이 간질을 유발한다는 근거가 없다는 일부 의학적 견해만을 기초로 이 사건 예방접종과 간질 등 이 사건 후유장애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한 이 사건 처분은 실체적으로도 위법사유가 존재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DTaP 백신과 예방접종정책

가) 예방접종심의위원회의 1998년 표준예방접종지침에 따르면, 태어나는 모든 영유아에 대하여 개량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혼합백신인 DTaP 백신을 생후 2개월째부터 3차에 걸쳐 2개월 간격으로 접종하는데, 백일해 성분에 대한 금기사항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 백일해 전세포 사백신 성분을 제외한 DT가 아닌 DTaP를 접종한다고 되어 있다.

나) DPT 백신은 1940년 중반에 혼합백신으로 개발되어, 1955년 국내에 최초 도입되었고 1980년대 초까지 광범위하게 접종되었다. 그러나 DPT 백신 중 백일해 전세포 사백신 성분에 의해 접종후 발열, 식욕 감퇴, 심한 보챔 및 경련 등과 같은 전신적 부작용과 일부에서 뇌증 등 중추 신경계의 부작용이 점차 문제가 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백일해 전세포 사백신 성분을 제외한 DT를 접종하거나, 접종량을 줄이고, 접종횟수를 늘리는 등의 편법적인 접종을 하였다.

다) 1977년 일본에서 백일해 항원 중 병인에 직접적 연관이 있는 성분의 분리에 성공한 후 이를 이용한 DTaP 백신을 개발하였다. 이와 같이 개량된 DTaP 백신은 1981년경부터 일본에서 사용되기 시작하다가 1982년경부터 국내에 도입되어 사용되고 있다. DTaP에 대한 안전성 및 효능에 대한 국내 연구자료는 그 이전에 50년간 사용된 DPT 백신에 비하여 충분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인데, 일본에서는 DTaP 백신 접종 후에도 여전히 뇌증 등 중추 신경계 부작용이 문제되어 그와 관련된 행정소송 등이 제기된 사례도 있다.

2) 이 사건 예방접종 당시 원고의 상태 및 백신 투여 경위

가) 원고는 1997. 12. 24.생 남자 영아로서 이 사건 예방접종 당시 생후 7개월 정도 되었고 평소 건강하고 정상발달을 하였으며 열성 경련 등의 기왕력 및 간질 등의 가족력은 없었다.

나) 원고는 이 사건 예방접종을 받기 전에도 1998. 3. 11.경 DTaP 및 소아마비 백신을 맞았고, 1998. 5. 20.경에도 2차 소아마비 백신을 맞았으나, 당시에는 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아니하였다.

다) 원고의 모 소외 2는 이 사건 예방접종 당시 ‘원고가 열이 있는지, 심장이나 혈관질환이 있는지, 최근에 감마글로불린 또는 혈청주사를 맞은 사실이 있는지, 과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사실이 있는지’ 등에 대하여 문진표를 작성하였고, 주치의 소외 3은 보호자인 소외 2가 작성한 문진표를 검토하고, 체온을 측정한 다음 청진기에 의해 폐음과 심장음을 듣고 목구멍을 육안으로 확인하여 발진여부를 진단한 후, 종전의 DTaP 및 소아마비 백신 접종 경력 등을 참고하여 DTaP 및 소아마비 백신을 접종하여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1998. 7. 22. 11:00경 DTaP 백신은 허벅지에 근육주사를 하고, 소아마비 백신은 경구투입하였다.

3) 복합부분발작 진단 경위

가) 소외 2는 이 사건 예방접종 다음날인 1998. 7. 23. 07:00경 수유하려다가 원고가 경련 증상을 일으키는 것을 발견하였으나, 원고가 체한 것으로 알고 한의원 등을 찾아가 침을 맞게 하였다.

나) 그러나 원고가 계속 경련 증상을 보이자, 소외 2는 1998. 7. 28.경 원고를 데리고 파주보건소를 찾아와 주치의 소외 3에게 원고가 하루에 5차례 정도 경련을 일으킨다고 하자, 소외 3은 백신의 부작용으로 인한 증상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원고의 체온을 측정하였으나 정상이었고, 원고가 심하게 보채지는 아니하며, 경련 후에 일어나는 의식의 혼탁도 보이지 아니하고, 눈도 잘 맞추며, 무릎이나 팔목근육에 이상이 없었고, 바빈스키 검사(환자의 발바닥을 밑에서 긁어 올리면 중추신경계가 정상적인 경우 발가락을 안으로 구부리는 반응을 보이며, 중추신경계에 장애가 있는 경우 발가락을 뒤로 젖히는 반응을 보인다)에서도 이상한 반응을 발견할 수 없자, 원고에게 백신접종에 의한 부작용을 발견하지 못하고, 상부기관인 파주시보건소에 보고하고 원고를 보건요원과 함께 파주시보건소로 보냈다.

다) 그러나 소외 2가 파주시보건소의 담당 의사로부터도 별다른 이상을 발견할 수 없다는 말을 듣자 1998. 7. 28.경부터 1998. 8. 11.까지 원고를 소화아동병원 소아과에서 입원치료를 받게 하였는데, 소화아동병원에서 시행한 뇌단층촬영 및 뇌파검사는 정상소견이었으나 발작이 조절되지 않아 항경련제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라) 원고는 소화아동병원에서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1998. 8. 31.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소아과에서 진단 및 치료를 받기 시작하였는데, 이곳에서 시행한 수면뇌파 및 뇌자기공명영상검사 소견도 특이 소견은 없었으나 24시간 비디오 뇌파감시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경련발작시 우측 전두엽에서 반복적으로 간질양 뇌파가 나오는 것이 발견되었고, 1998. 9. 12.까지 추적 관찰을 한 결과 원고의 위와 같은 증상이 복합부분발작으로 진단되어 항경련제 투약 용량을 증가시켰다.

4) 복합부분발작 진단 후 치료 경과

가) 복합부분발작 진단을 받은 후 원고는 1999. 6. 17.까지 위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에서 항간질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았으나 매일 3회 이상 간질발작의 난치성 간질소견을 보였고, 위 병원 의료진에 의하면 원고는 3년 정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고 완치가능성은 50%이며, 완치가 안 되거나 발작조절 실패가 있는 경우에는 정신발달지체, 난치성 간질 등의 후유증이 평생 남을 수 있는 것으로 진단되었다.

나) 그 후 원고는 서울대학병원에서도 진료를 받다가 2000. 1. 26. 1일 5-6회 정도 전신강직성 발작이 발생하여 약 15초 정도 지속됨에 따라 2000. 2. 11. 뇌파검사를 실시하였는데 정상 수면 뇌파의 소견을 보였고, 2001. 3. 11. 시행한 장시간 비디오-뇌파 검사에서도 보호자가 발작이라고 표기한 부분에서 임상적 및 뇌파적으로 간질성 발작에 해당되는 소견은 발견되지 아니하여 항경련제 투약 없이 다시 증상을 추적 관찰하기로 하였다.

다) 그러나 위와 같이 항경련제의 투약을 중지한 후 2001. 10. 23.경부터 수면 안구가 위로 편위되고, 양팔의 강직, 의식이 소실되는 강직성 발작증상이 재발하여 다시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서 수면뇌파검사 등을 시행한 결과 간질뇌파 소견으로 진단되었다.

라) 그 후 원고는 위 세브란스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았으나 상태가 점점 악화되어 2003. 3.경 위 세브란스병원 정신과에서 실시한 심리검사상 정신지체 경도의 판정을 받았고, 2004.경 위 세브란스병원에서 실시한 FDG PET 검사에서 양측 전두엽과 우측 측두엽의 이상 소견이 발견되었으며, 이후에도 심각한 학습능력장애, 사회성 감퇴 등의 증상이 지속되다가, 결국 2008. 1.경 간질 등 이 사건 후유장애 판정을 받았다.

5) 관련 민사소송 진행 경과

가) 원고와 원고의 부모인 소외 1, 2(이하 ‘원고 등’이라 한다)는, 이 사건 예방접종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병한 복합부분발작 장애는 주치의인 소외 3의 의료상 과실과 DTaP 백신의 제조자로서 그 제조과정 등에서 안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녹십자의 과실 및 경구용 폴리오백신의 제조자로서 그 제조과정에서 독성검사를 이행하지 않는 등 안전의무를 불이행하여 파주보건소 법원보건지소에 공급한 동신제약의 과실이 경합하여 일어난 것이므로 소외 3과 소외 3의 사용자 파주시 및 녹십자, 동신제약(이하 ‘소외 3 등’이라 한다)이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외 3 등을 상대로 재산상 손해 및 위자료의 지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의정부지방법원 99가단45413호 로 제기하였다.

나) 그런데 위 법원은 2004. 9. 15. “이 사건 예방접종과 복합부분발작 사이에 시간적 관련성이 있고, 의학적으로도 백신 접종 후 원고에게 발생한 것과 같은 발작 증세가 초래될 수 있다고 알려졌으며, 이러한 이상반응에 대하여 이 사건 예방접종 이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되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예방접종과 원고의 복합부분발작 장애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나, 소외 3 등의 의료상 과실이나 제조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 등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2007. 2. 6. 항소가 기각되고 2007. 7. 13. 상고가 기각됨으로써 확정되었다.

6) 의학적 소견 등

가) 예방접종 후 간질발작 case 조사소위원회가 1998. 12. 2. 작성한 백신 부작용 조사보고서

임상경험, 기타 다른 원인 접종자의 감수성, 병력 및 가족력, 증세발현시기, 검사소견, 현재까지의 임상경과 및 문헌자료로 판단할 때 원고에게서 복합부분발작을 초래한 원인이 현재로는 DTaP·소아마비 백신이 아니라는 의학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나) 제1심 법원 및 이 법원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⑴ 원고는 본 병원에서 복합부분발작으로 입원치료를 받았는데, 원고의 경우 당시 정상 발달하고 있었고 B-MRI 검사결과 이상 소견이 보이지 않았으며 이 사건 예방접종 후 1일 이내에 발작하였을 뿐 아니라 기타 복합부분발작 장애가 발병할 만한 다른 요인을 발견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당시 원고에게 발병한 복합부분발작 장애 증세는 이 사건 예방접종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⑵ 이 사건 예방접종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난치성 간질이 발병하였다고 확신할 수는 없으나, 이 사건 예방접종시 원고에게 투여한 DTaP 백신에는 치메로살 같은 독소물질이 함유되어 있고 그와 같은 독소물질이 원고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하여 난치성 간질의 원인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고, 원래 원고가 경련 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 뇌를 가지고 있었는데 위와 같은 독소물질이 이를 더 악화시켰을 가능성도 있다.

⑶ 단순 열성 경련 환자의 3~5% 정도가 추후 간질 환자로 진행되고 복합 열성 경련의 경우 또는 집안에 간질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그 빈도가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고, 내측 측두엽 해마 경화증을 가져 수술받은 환자들 중 약 30% 정도에서 20분 이상 경련을 지속한 병력을 가진 환자들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다만 원고의 경우 경련 당시 열이 없었으면 열성 경련이 아니며 또 당시 나이도 열성 경련이 나타날 나이보다 어리다.

⑷ FDG PET 검사는 MRI와 달리 기능적 영상분석 기법이다. 2004년도 원고에게 시행한 FDG PET 검사 소견상 당대사 감소 부위가 양측 전두엽, 측두엽인 것으로 발견되었는데, 이 부위가 간질 발작의 병소인지는 감소된 부위가 대뇌 피질 뇌파 검사와 일치하고 간질 수술 후 그 부위를 제거해서 기형세포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또 간질 발작이 소실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또 당대사가 감소된 현상은 수많은 발작으로 인한 뇌손상 후 후유증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이와 달리 보아 선천성 기형 같은 것이 숨어 있는 것일 수도 있는데, MRI가 정상인 가운데 수술로 그 부위를 제거해서 병리학적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확신할 수 없다.

다) 이 법원의 대한소아신경학회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⑴ 복합부분발작은 발작 동안 간질파가 퍼지면서 이차적으로 대발작으로 진행할 수 있다. 또한 복합부분발작의 경우 몇 가지 항경련제를 복용함에도 치료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간질)이 될 수 있는데, 복합부분발작은 항경련제 치료에 반응을 잘하는 양성 형태부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난치성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⑵ 뇌전증(간질, 국소, 전신발작 포함)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영아 및 소아에게는 특발성(원인불명), 유전적인 요소, 중추신경계 감염과 관련되거나, 뇌 발달 장애 또는 고열과 관련되기도 하며, 사고 등과 관련한 뇌손상 후에도 발생할 수 있다. 발병 원인은 대략 2/3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이고, 1/3에서 원인을 알 수 있는 증상성이다.

⑶ 열성 경련은 영유아에서 중추신경계의 감염증이나 대사 질환, 톡신이나 접종 등과 관련 없이 열과 동반되어 발생하는 경련으로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다. 반면 비열성 경련은 열이 없이 발생한 경련으로 대개 뇌전증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비열성 경련 중 비유발 발작이 2회 이상 재발하는 것을 뇌전증(간질)이라고 하고, 그 중 일부가 복합부분발작이다.

⑷ DTaP 예방접종과 복합부분발작 발생 사이의 직접적 관련성은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미국 Institute of Medicine에서는 이에 대한 결론을 3회에 걸쳐 확인하였다. 즉 비열성 경련과 간질은 DTaP 예방접종으로 인하여 발생한다고 말할 수 없다. 미국 질병통제국의 예방접종심의위원회 및 한국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심의위원회 모두 DTaP 백신이 영구적인 간질발병과 관련이 있다는 확인을 한 바 없다. 또한, 간질 소인이 있는 환아에서 백신 접종이 간질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나 증거가 없다.

⑸ FDG PET 검사는 간질병변의 위치 파악에 도움을 주는 것인데, 검사결과 양측 전두엽과 우측 측두엽의 이상 소견이 발견되었다면 PET의 당대사가 떨어지는 부위가 임상양상 및 뇌파와 일치하면 간질병소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해부학적) 대뇌겉질 발달 기형과 같이 발생학적으로 이상이 있는 뇌기형세포 존재 또는 (기능학적) 이차적으로 뇌기능 이상 초래 등의 가능성이 높다.

⑹ 치메로살이 축적되면 신경계의 독성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으나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물학적으로 치메로살 함량이 많을 때 신경발달에 장애를 줄 수 있고, 영아의 백신에서 통상적으로 치메로살을 제거하도록 권장하였다. 1990년대 국내에서 사용되던 DTaP 백신에는 치메로살이 함유되어 있어 과민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다.

라) 이 법원의 주식회사 녹십자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1998년 생산한 DTaP 백신에는 보존제인 치메로살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치메로살이 영유아에게 간질 등 신경학적 합병증을 초래한다는 관련 자료는 없는 상태이다.

마) 기타 의학적 자료

⑴ 2009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청 바이오생약국에서 발간한 ‘백신안전사용을 위한 핸드북’에 따르면, DTaP 부작용과 관련하여 때때로 접종 직후부터 수일 중에 과민증상으로 발진, 두드러기, 홍반, 가려움증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한 신경학적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드물게 경련, 근력 및 반응성의 감소, 지속적인 눈물, 신경통 등이 보고된 바 있으며, 또한 이 약은 치메로살을 함유하고 있어 과민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⑵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주관한 2008년도 학술연구용역과제 최종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신고하여야 할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자의 범위에 DTaP의 경우 뇌증, 기타 중추신경계 증상 등이 포함되어 있고, 예방접종이상반응신고 내용에 따르면 이상반응에 ‘뇌증’이 언급되어 있고, 이러한 뇌증에 대하여는 ‘간질발작’으로 기재하고 있다. 또한 미국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도 그 부작용과 관련하여, 중증(매우 드묾)에 장기간의 발작, 영구적인 뇌손상이 포함되어 있으며, DTaP 접종군과 미접종군과 사이의 간질발생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접종군에서 2.4배 많은 간질발생을 보이고 있다.

⑶ 반면 다수의 의학적 논문과 교과서 등에서는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열성 경련이 발생할 수는 있으나, 비열성 경련이나 간질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과학적인 증거는 없다고 기술하고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24, 27, 31 내지 34호증, 을 제1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 제1심 법원 및 이 법원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이 법원의 대한소아신경학회장 및 주식회사 녹십자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이 법원의 전문심리위원 소외 4 및 소외 5 진술 포함)

라. 판단

1) 절차적 위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구 행정절차법 제26조 는 행정처분에 대한 불복절차를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위 고지절차에 관한 규정은 행정처분의 상대방이 그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 등의 불복 절차를 밟는 데 있어 편의를 제공하려는 데 있으므로, 처분청이 위 규정에 따른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행정심판의 제기기간이 연장될 수 있는 것에 그치고 이로 인하여 심판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어떤 하자가 수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 대법원 1987. 11. 24. 선고 87누529 판결 등 참조).

나) 따라서 이 사건 처분 당시 피고가 구 행정절차법 제26조 에 따른 고지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 부분 원고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2) 실체적 위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일반적으로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이나 부작용은 예측할 수 없고 발생해도 예방접종과 사이의 의학적·자연과학적 관련성을 규명하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는데, 그로 말미암아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등이 발생하여도 피해 국민에 대한 권리구제가 불충분하게 될 우려가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함과 아울러 예방접종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기피현상을 해소하기 위하여 국가가 예방접종 피해를 보상하는 내용의 구 전염병예방법이 1995년부터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그 입법취지는 국민이 예방접종을 받는 과정에서 질병에 걸리거나 장애인이 된 때나 사망한 경우에 국가가 예방접종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그로부터 발생하는 피해를 폭넓게 보상하려는 데 있다.

나) 구 전염병예방법 제54조의2 제1항 에서 말하는 '예방접종으로 인한 장애‘라 함은 예방접종약품의 이상이나 예방접종행위자의 과실유무에 관계 없이 당해 예방접종을 받았기 때문에 발생한 피해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경우를 말하고, 위 규정이 정한 예방접종으로 인한 장애가 되기 위하여는 예방접종과 그 장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한편, 민사분쟁에 있어서의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는 행정분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지만 그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측에 있다( 대법원 2000. 3. 28. 선고 99다67147 판결 ,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두14163 판결 등 참조). 다만, 앞서 본 예방접종피해의 특수성과 구 전염병예방법의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그 인과관계를 추단함에 있어 예방접종과 이상반응 사이의 시간적 관련성, 당시까지 정립된 의학적·자연과학적 지식과 그 한계, 이러한 이상반응에 대하여 다른 원인이 개입되었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 앞서 든 사실관계와 증거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예방접종으로 말미암아 원고에게 복합부분발작 장애가 발병하였고 이와 같은 장애가 악화되어 결국 간질 등 이 사건 후유장애가 발병하였다고 추단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예방접종과 원고의 이 사건 후유장애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옳다. 그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⑴ DTaP 및 소아마비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은 24시간 이내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원고는 출생 당시부터 이 사건 예방접종을 받기 전까지 정상적인 발육과 발달 과정을 보인 건강한 아이로서 발작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나 병력은 전혀 없다가 이 사건 예방접종으로 DTaP 및 소아마비 백신을 투여받은 후 바로 하루만에 경련, 강직 등 복합부분발작 장애 증세가 나타났고, 당시 위와 같은 이상 증세에 대하여 이 사건 예방접종 이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되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⑵ 피고 또한 당시 임상경험, 기타 다른 원인 접종자의 감수성, 병력 및 가족력, 증세발현시기, 검사소견, 임상경과 및 관련 문헌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원고에게서 위와 같은 복합부분발작 장애 증세를 초래한 원인이 DTaP·소아마비 백신이 아니라는 의학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보고 이를 기초로 원고에게 발병한 복합부분발작 증세가 이 사건 예방접종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하여 예방접종 피해보상액으로 원고에게 진료비 및 정액간병비를 지급하였다(원고 등이 이 사건 예방접종과 관련하여 제기한 민사소송에서도 이 사건 예방접종과 원고의 복합부분발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자체는 인정되었다).

⑶ 이후에도 원고는 10년 가까이 소화아동병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서울대학교병원 등 여러 의료기관에서 복합부분발작 장애 증세에 대한 진료를 지속적으로 받았으나 2001. 10. 23.경에는 간질뇌파 진단을 받았고, 2003. 3.경에는 정신지체 경도 진단을 받는 등 상태가 점점 악화되다가 2008. 6.경에는 종합장애등급 1급(간질장애 2급 및 지적장애 3급)의 이 사건 후유장애 판정을 받기에 이르렀다.

⑷ 한편 DTaP 백신이 열성 경련 등 일시적 이상 증세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학적 연구결과가 있을 뿐 영구적인 간질 발병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현재 의학적으로 밝혀진 내용은 없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다. 그러나 DTaP 백신 이전의 DPT 백신 접종으로 인한 뇌증, 간질 등 중추신경계 장애 유발이 문제되어 왔는데, 그로부터 개량된 DTaP 백신의 경우에도 아직까지 부작용 등에 관한 자료가 충분히 축적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백신과 간질 발병과의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대한소아신경학회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만으로는 둘 사이의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 과학적·의학적으로 검증되었다고 볼 수는 없고, 그 결과를 보더라도 단지 관련성을 입증하는 데 자료가 불충분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이 법원 전문심리위원 소외 4 진술 참조)].

⑸ 나아가 이 사건 예방접종과 관련하여 문제되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 사정들, 즉 ① 현재까지 비열성 경련 중 비유발 발작이 2회 이상 재발하는 것을 뇌전증(간질)이라고 하는데, 그 일부로 보이는 복합부분발작의 경우 발작 동안 간질파가 퍼지면서 이차적으로 대발작으로 진행할 수 있고, 나아가 항경련제를 복용함에도 치료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간질)이 될 수도 있으며, 또한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인 발작이 있다면 신경네트워크 형성장애나 신경시냅스 재구성 등의 구조적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는 의학적 소견도 제시되고 있는 점(이 법원의 대한소아신경학회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② 특히 평소 건강하면서 간질 등의 가족력도 없던 원고의 경우에는 이 사건 예방접종 후 다음날부터 간질 증세를 동반하는 비열성 경련 등의 증세를 보이다가 그 치료 과정에서 간질양 뇌파가 나오는 것이 발견되기도 하였으며, 그로 말미암아 피고로부터 복합부분발작으로 판정받은 후 계속하여 간질 등으로 치료를 받다가 이 사건 후유장애로 진행되기에 이른 점, ③ 현재까지도 원고에게 간질 등 증세를 일으킬 만한 다른 요인이 발견되지도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이 사건 예방접종 후 후유장애로 진행된 원고의 경우에는 DTaP 백신과 영구적인 간질 발병과의 관련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에 대하여 FDG PET 검사에서 당대사가 떨어지는 부위가 뇌파 등과 일치하면 간질병소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학적 견해(이 법원의 대한소아신경학회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이 법원 전문심리위원 소외 4 진술 참조)가 제시되어 있기는 하다. 그렇더라도 백신의 독성으로 인한 간질 등 후유장애의 발생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함께 제시되고 있는 점(위 소외 4 진술 참조), 또한 원고와 같이 FDG PET 검사에서 당대사가 감소된 현상은 수많은 발작으로 인한 뇌손상 후 후유증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는데 이와 달리 보아 선천성 기형 같은 것이 숨어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는 MRI가 정상인 가운데 수술로 그 부위를 제거해서 병리학적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는 점(이 법원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등에 비추어 보면, FDG PET 검사에 나타난 이상 소견만으로는 이 사건 예방접종 이외에 선천성 기형 같은 다른 원인이 개입되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와 달리 본 피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⑹ 또한 오랜 기간 원고를 치료하여 왔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의 소외 6 교수는 이 사건 예방접종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난치성 간질이 발병하였다고 확신할 수는 없으나, 이 사건 예방접종 당시 원고에게 투여한 DTaP 백신에는 치메로살 같은 독소물질이 함유되어 있고 그와 같은 독소 물질이 원고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하여 난치성 간질의 원인을 제공했을 가능성 혹은 원래 원고가 경련 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 뇌를 가지고 있었는데 위와 같은 독소 물질이 이를 더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한 바도 있다(제1심 법원 및 이 법원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⑺ 그 밖에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주관한 2008년도 학술연구용역과제 최종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신고하여야 할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자의 범위에 DTaP의 경우 뇌증, 기타 중추신경계 증상 등이 포함되어 있고, 미국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도 그 부작용과 관련하여, 중증(매우 드묾)에 장기간의 발작, 영구적인 뇌손상이 기재되어 있다. 그리고 피고가 작성한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관리지침(을 제9호증)에도 DTaP의 백신접종 후 7일 이내에 뇌증 및 기타 중추신경계 증상이 발현되는 경우를 보상신청대상이 되는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에 포함시키고 있다.

라) 한편 피고는, 예방접종으로 인한 장애의 인정 여부는 보건복지부장관의 위임을 받은 피고의 권한에 속하는 것이고 이에 대해 전염병예방법 등 관련 법령에 기속행위로 볼 만한 조항도 전혀 발견할 수 없어 이러한 피고의 권한은 자유재량 영역에 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행정행위가 그 재량성의 유무 및 범위와 관련하여 이른바 기속행위 내지 기속재량행위와 재량행위 내지 자유재량행위로 구분된다고 할 때, 그 구분은 당해 행위의 근거가 된 법규의 체재·형식과 그 문언, 당해 행위가 속하는 행정 분야의 주된 목적과 특성, 당해 행위 자체의 개별적 성질과 유형 등을 모두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대법원 2001. 2. 9. 선고 98두17593 판결 등 참조), 구 전염병예방법 제54조의2 제1항 은 ‘국가는 제10조의2 내지 제12조 의 규정에 의하여 예방접종을 받은 자가 그 예방접종으로 인하여 질병에 걸리거나 장애인이 된 때나 사망한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다음 각호의 보상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조 제2항 은 ‘ 제1항 에서 예방접종으로 인한 질병, 장애 또는 사망이라 함은 예방접종약품의 이상이나 예방접종행위자 등의 과실유무에 관계없이 당해 예방접종을 받았기 때문에 발생한 피해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예방접종으로 인한 질병 등 피해 발생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그 결정 권한을 부여한 것일 뿐, 실제 예방접종으로 인한 질병 등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보건복지부장관이 임의로 예방접종으로 인한 피해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재량을 부여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 대하여 재량행위 내지 자유재량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 이 부분 피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마) 따라서 이 사건 예방접종과 이 사건 후유장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본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4. 결론

제1심 판결은 정당하다. 피고가 한 항소를 기각한다.

[별지 관계 법령 생략]

판사 최규홍(재판장) 김태호 이형근

arrow
본문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