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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7. 7. 25. 선고 94다2480 판결
[손해배상(기)][공1997.9.15.(42),2650]
판시사항

[1]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법령 위반의 의미

[2] 경찰관들의 시위진압에 대항하여 시위자들이 던진 화염병에 의하여 발생한 화재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주민의 국가배상청구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국가배상책임은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법령에 위반한 것임을 요건으로 하는 것으로서,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법령에 적합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는 일이 생긴다고 하여 그 법령 적합성이 곧바로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인바, 불법시위를 진압하는 경찰관들의 직무집행이 법령에 위반한 것이라고 하기 위하여는 그 시위진압이 불필요하거나 또는 불법시위의 태양 및 시위 장소의 상황 등에서 예측되는 피해 발생의 구체적 위험성의 내용에 비추어 시위진압의 계속 수행 내지 그 방법 등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이를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

[2] 경찰관들의 시위진압에 대항하여 시위자들이 던진 화염병에 의하여 발생한 화재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주민의 국가배상청구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법리오해를 이유로 파기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1 외 1인

원고,피상고인겸부대상고인

원고 3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배기원)

피고,상고인겸피부대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3의 부대상고를 기각한다. 부대상고비용은 위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피고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 1, 원고 2는 경북대학교 북문에서 50여 m 떨어진 도로변에 위치한 이 사건 건물을 공유하고 있고 원고 3은 같은 건물 1층에서 동아약국이라는 상호로 의약품의 조제·판매업에 종사하고 있었던 사실, 1992. 7. 16. 15:00경 대구·경북지역의 대학생 300여 명이 위 대학교의 교정에 모여 불법집회를 개최하자 피고 산하의 경찰 당국은 대구지방경찰청 소속의 경찰기동대 2개 중대 및 1개 방범순찰대를 주변에 배치하고 위 북문 근처에도 전투경찰대원 약 30명을 미리 배치하여 두었지만 인근 주민들에게는 그러한 사실을 알려 주지 아니한 사실, 위와 같이 배치된 경찰관들은 위 대학교의 서문에서 화염병을 던지며 가두진출을 시도하는 대학생들을 저지하다가 그 날 18:20경 대학생 약 250여 명이 방향을 바꿔 위 북문으로 나와 위 동아약국 앞을 거쳐 그 곳으로부터 50여 m 떨어진 산격 3동 파출소 부근으로 진출하자 1개 기동중대 및 방범순찰대가 그 곳으로 가서 위 대학생 시위대와 대치하여 접전을 벌인 사실, 그러던 중 18:40경 위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이 길바닥에 떨어지면서 화염병에서 흘러나온 신나에 불이 붙고 이어 위 동아약국의 창문 밖에 나와 있는 분리형 에어컨의 배수용 비닐호스에 인화되어 불이 창문으로 타들어가 유리창이 깨지고 에어컨이 폭발하면서 위 약국 안으로 불길이 번지자, 당시 위 약국 앞에 세워둔 승용차를 치우고 돌아온 원고 3이 이를 보고 불이 났다고 고함을 지르면서 시위를 진압 중이던 경찰관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사실, 그러나 그들이 시위진압에 정신이 없어 즉시 진화를 해주지 못하고 지체하다가 한참 후 전투경찰대원 두 명이 휴대하고 있던 개인소화기를 들고 와 불길을 끄려고 위 약국의 정문 셔터를 열었으나 이미 위 약국 안에는 불길이 크게 번져 있었고 조금 후 위 파출소로부터 연락을 받고 도착한 소방차들이 진화작업을 벌였으나 결국 이 사건 건물과 위 약국의 재고 의약품 등이 모두 타버린 사실, 과거 시위진압 경찰관들은 위 대학교에서 있었던 여러 번의 시위를 진압할 때 시위 장소 앞 도로에 높이 3m, 길이 25m의 철재방호망을 설치하여 화염병 등이 위 방호망에 의하여 차단되게 하기도 하였으나 이 사건 화재 발생시에는 위와 같은 방호망을 설치하지 아니하였음은 물론 시민의 안위와 재산보호를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사실, 위 대학교의 북문에서는 1991년도에 총 71회의 시위가 있었고 시위에 가담한 자의 수는 총 34,830명에 이르며 그 중 약 30회의 경우는 시위대가 돌과 화염병을 던졌으며, 1992년도에는 이 사건 시위까지 합하여 총 5회의 시위가 있었고 시위에 가담한 자의 수는 총 12,040명,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은 총 6,000여 개가 넘었으며, 이 사건 시위 때도 시위대들이 위 북문에서 화염병 800여 개를 던진 사실 등을 각 인정한 다음, 경찰법 제3조 ,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조 , 제2조 의 각 규정에 의하면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의 보호가 공공의 안녕질서유지와 함께 경찰관의 임무 내지 직무로 되어 있는 이상, 경찰은 국민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천재, 사변, 위험물의 폭발을 비롯한 여러 가지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에는 이를 방지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과 같은 시위가 발생하면 경찰로서는 불법시위를 저지함은 물론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으로 말미암아 국민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그 동안 위 대학교 북문 앞에서 벌어졌던 시위의 횟수, 양상 및 이 사건 당일 집회의 불법성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당일에도 시위대가 위 북문 등에서 가두로 진출하여 화염병을 던질 것이고, 이러한 화염병에 의하여 주민의 재산에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므로, 미리 인근 주민들에게 시위 가능성을 알려 그들로 하여금 건물의 창문이나 출입구를 막고 인화물질을 치우도록 하고 소화기도 준비시켜 화염병으로 인하여 일어날 수 있는 화재에 대비하여 적절한 자구 대책을 마련케 해야 하고, 경찰 스스로도 불이 나기 쉬운 곳에 방호망을 설치하거나 출동한 경찰의 일부로 하여금 땅에 떨어진 화염병에서 나온 불길이 주민의 재산으로 번져 나가지 않도록 대비하면서 만약의 화재에 대비하여 소방서와도 긴밀히 협조하여 주변에 대기시킨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화재가 발생하면 즉각 진화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할 것임에 불구하고, 이 사건에서 경찰은 시위진압에만 급급했지 시민의 재산보호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아니하였던 탓으로, 시위 사실을 사전에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주민들에게 그 사실을 미리 알려 주어서 대비하게 하지 아니하였고 스스로도 주민들의 신체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중대한 과실을 저지른 것이라고 판단하여 원고들이 위 화재로 입은 재산상 손해에 대한 피고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경찰관은 공공의 안녕질서유지와 함께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의 보호도 그 임무로 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과 같은 불법시위가 발생하는 경우 공공의 안녕질서유지를 위해 이를 저지하는 한편, 그로 인하여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에 대한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은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으나, 국가배상책임은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법령에 위반한 것임을 요건으로 하는 것으로서,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법령에 적합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는 일이 생긴다고 하여 그 법령적합성이 곧바로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며, 불법시위를 진압하는 경찰관들의 직무집행이 법령에 위반한 것이라고 하기 위하여는 그 시위진압이 불필요하거나 또는 불법시위의 태양 및 시위 장소의 상황 등에서 예측되는 피해 발생의 구체적 위험성의 내용에 비추어 시위진압의 계속 수행 내지 그 방법 등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이를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건물이 위치한 위 대학교 북문 주위에서 이미 화염병이 사용된 수많은 불법시위가 벌어졌고 이 사건 당일에도 위 북문 근처에 전투경찰대원들이 배치되는 등 인근 주민으로서도 쉽게 불법시위를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경찰관들이 원고 등에게 시위 가능성을 알려 대비하게 하지 않았음만을 탓할 수 없다 할 것이고, 위 시위의 진압에 나선 경찰관들이 비록 시위진압에 전력하느라 원고의 구호요청에 바로 응하지 못하고 지체되기는 하였지만 휴대 중이던 개인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하고 소방서에 연락하여 화재를 진화하게 하는 등 그 나름의 조치를 취하였으며, 평소 위 대학교에서의 시위가 대규모였고 그 시위 장소도 광범위하고 산발적인데다가 시위대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수시로 이동을 거듭하여 방호망과 같은 시설의 효용이 그다지 크다고 볼 수 없는 점 및 이 사건 발생 당시까지 위 대학교 부근에서 벌어진 학생시위로 인하여 주민의 재산에 화재가 발생한 적이 없는 점 등 원심의 인정과 기록에 나타난 사실관계 아래에서라면, 경찰 당국이 이 사건 시위의 과정에서 화염병의 사용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원심판시와 같이 시위 장소 부근에 화염병 차단을 위한 방호망을 설치하지 않았다거나, 출동한 경찰관들의 일부로 하여금 화염병이 어느 곳에 떨어지는지에 대하여 주의를 기울이게 하여 그 불길이 주민의 재산으로 번져나가지 않도록 막지 아니하였고, 만약의 화재에 대비하여 소방차를 주변에 대기시키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시위진압을 위한 경찰관들의 직무집행이 그 시위의 태양 및 시위 장소의 상황 등에서 예측되는 피해 발생의 구체적 위험성의 내용에 비추어 시위진압의 방법 등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한 것으로서 위법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시위진압 경찰관들의 직무집행이 법령에 위반함을 전제로 피고에게 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국가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2. 원고 3의 부대상고이유를 본다.

부대상고이유의 요지는, 원심판결이 이 사건에 기여한 원고의 과실정도를 너무 높게 평가하여 위법하다는 취지이나, 이 사건에서 피고의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음은 앞에서 설시한 바와 같고, 따라서 피고에게 배상책임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논지는 이유가 없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원고 3의 부대상고를 기각하며 부대상고비용은 패소자인 위 원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성택(재판장) 천경송 지창권(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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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대구고등법원 1993.11.25.선고 93나30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