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배우자 일방이 불치의 정신병에 이환되어 가정 구성원 전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받는 경우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나. 처가 정신분열증 치료를 위하여 친정으로 가면서 장모가 사위에게 새출발을 하라고 말하여 부가 그 직후부터 다른 여자와 동거하고 있는데 처의 정신분열증은 현재까지도 완치되지 아니하여 정상적인 가정생활이 어렵다면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가. 가정은 단순히 부부만의 공동체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고 그 자녀 등 이에 관계된 모든 구성원의 공동생활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진 것으로서 부부 중 일방이 불치의 정신병에 이환되었고 그 질환이 다른 질환처럼 단순히 애정과 정성으로 간호될 수 있거나 예후가 예측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 가정의 구성원 전체에게 끊임없는 정신적, 육체적 희생을 요구하는 외에도 치료를 위한 많은 재정적 지출을 요하고 그로 인한 다른 가족들의 고통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태에 이르기까지 하였다면, 온 가족이 헤어날 수 없는 고통을 받더라도 상대방 배우자는 배우자 간의 애정에 터잡은 의무에 따라 한정 없이 참고 살아가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이는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한다.
나. 부가 처의 정신분열증의 치료를 위하여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치료되지 아니하여 처가 정신분열증 치료를 위하여 친정으로 가면서 장모가 사위에게 새출발을 하라고 말하여 처와의 혼인관계가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믿은 부가 그 직후부터 다른 여자와 동거하면서 처에게 치료비나 생활비 등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소식마저 끊고 지냈으며 처의 정신분열증은 현재까지도 완치되지 아니한 상태이고 일시 호전된다 하더라도 재발이 예상되어 정상적인 가정생활은 어렵다면, 그 혼인관계는 어느 쪽에도 책임지울 수 없는 처의 정신분열증으로 인하여 처가 친정으로 돌아간 때부터 파탄에 이르러 현재까지 그러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아,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청구인, 피상고인
청구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운태
피청구인, 상고인
피청구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규학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청구인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청구인과 피청구인은 1971. 1.18.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로서 그 사이에 1남 1녀를 두었는데, 피청구인이 1974. 5.경 부터 정신이상증세(망상증)를 보이면서 그 증세가 점점 악화되므로 청구인은 1975.2.1.부터 같은 해 3.16.까지 피청구인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받도록 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으나 피청구인의 증세는 호전되지 아니하고 같은 해 6.17.경에는 정신분열증으로서 향후 기간 미상(최소한 3개월)의 입원치료를 요하고 그 후에도 장기간의 통원치료 및 정신과학적인 보호를 요한다는 진단이 나오자, 부산지방법원 75드518호로 피청구인의 위와 같은 정신병을 이유로 한 이혼심판청구를 제기하였다가 피청구인의 부모측으로부터 협의이혼하였으면 좋겠다는 제의를 받고 위 이혼심판청구를 취하한 다음, 같은해 12.10.경 피청구인과 함께 구청에 가서 협의이혼신고를 하려고 하였으나 피청구인의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수리를 거부당하였고, 피청구인의 어머니는 청구인에게 새출발을 하되 피청구인과의 사이에 태어난 자녀들을 잘 돌보아 주도록 당부한 다음 피청구인을 친정으로 데려가 정신요양원 등의 사회복지시설에 위탁시켰으며, 1986.11.11. 부터는 정신요양원인 신애원에 입원시켜 현재에 이르고 있는 사실, 한편 청구인은 피청구인이 친정으로 가자 그 무렵부터 청구외 인과 동거하여 그 사이에서 1976.9.9.과 1980.10.17. 2명의 아들을 낳아 호적에 등재시키고 현재까지 청구외인과 동거하고 있는 사실, 청구인은 피청구인이 친정으로 간 이후에는 피청구인의 소식을 알려고 하거나 치료비와 생활비 등을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피청구인의 친정부모 역시 청구인에게 피청구인의 소식을 전하거나 치료비와 생활비 등을 요구한 적도 없는 사실을 인정하고, 피청구인의 정신병이 청구인의 부정행위와 학대로 인하여 발병하였고 이어 청구인의 계속된 부정행위와 학대로 인하여 악화된 것이라는 피청구인의 주장을 인정하지 아니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이 채증법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다.
2. 살피건대 부부는 서로 협조하고 애정으로서 상대방을 이해하며 보호하여 혼인생활의 유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혼인생활중 일방이 불치의 질환에 이환되었다 하더라도 상대방은 이를 보호하고 애정과 노력을 다하여 부양할 책임이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이나, 가정은 단순히 부부만 의 공동체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고 그 자녀 등 이에 관계된 모든 구성원의 공동생활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진 것으로서 부부 중 일방이 불치의 정신병에 이환되었고 그 질환이 다른 질환처럼 단순히 애정과 정성으로 간호될 수 있거나 예후가 예측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 가정의 구성원 전체에게 끊임없는 정신적, 육체적 희생을 요구하는 외에도 치료를 위한 많은 재정적 지출을 요하고 그로 인한 다른 가족들의 고통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태에 이르기까지 하였다면, 온 가족이 헤어날 수 없는 고통을 받더라도 상대방 배우자는 배우자간의 애정에 터잡은 의무에 따라 한정 없이 참고 살아가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당원1991.1.15. 선고 90므446 판결 참조), 사실이 위와 같다면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정신분열증의 치료를 위하여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이지 아니하였다고는 할 수 없고, 또 청구인이 피청구인이 정신분열증 치료를 위하여 친정으로 돌아간 직후부터 청구외 인과 동거하면서 피청구인에게 치료비나 생활비 등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소식마저 끊고 지냈다 하더라도 이는 피청구인의 어머니로부터 새출발을 하라는 말을 듣고 피청구인과의 혼인관계가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믿은 때문이라고 보아야 하고, 피청구인의정신분열증은 현재까지도 완치되지 아니한 상태이고 일시 호전된다 하더라도 재발이 예상되어 정상적인 가정생활은 어렵다는 이유로 청구인과 피청구인 사이의 혼인관계는 어느 쪽에도 책임지울 수 없는 피청구인의 정신분열증으로 인하여 피청구인이 친정으로 돌아간 때부터 파탄에 이르러 현재까지 그러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아,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한 원심의 판단도 정당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따라서 원심의 사실인정을 탓하고, 원심이 인정하지 아니한 사실을 전제로 하여 원심판결을 비난하는 논지는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