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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1다271732 판결
[물품대금][미간행]
판시사항

[1]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 ‘승인’의 방법 및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가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2] 시효완성 전에 채무 일부를 변제한 경우, 채무 전부에 관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는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무 일부를 상계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3] 갑 주식회사가 을에게 물품을 공급하고 을은 이를 가공하여 갑 회사에 납품하면서 가공비를 물품대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계속적 거래를 하여 왔는데, 갑 회사가 최종적으로 물품을 공급한 날부터 3년이 경과한 후 을을 상대로 물품대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물품공급일 이후 을이 부품가공 용역을 제공하면서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은 묵시적으로나마 가공비 채권을 물품대금 채권과 상계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이는 채무 승인에 해당하여 물품대금 채무 전부에 대하여 소멸시효 중단의 효과가 발생하는데도, 을의 공제를 상계예약에 의한 예약완결권의 행사로 보면서도 채무 승인으로 보기는 부족하다고 한 원심판결에 이유모순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상고인

오토코리아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하광룡 외 2인)

피고,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제일종합법무법인 담당변호사 김영호)

원심판결

수원지법 2021. 8. 10. 선고 2019나91817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와 원심의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주문형 제품생산업체로서, 피고에게 알루미늄 가공 제품 등을 공급하고, 피고는 원고로부터 공급받은 물품을 가공하여 원고에게 납품하면서 그 가공비를 원고 물품대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계속적 거래를 하여 왔다.

2) 원고는 2015. 4. 30.까지 피고에게 물품을 공급하였고 당시 원고의 물품대금 채권 잔액은 76,194,036원이었는데, 피고는 원고에게 2015. 7. 15. 660,000원(부가가치세 포함, 이하 같음), 같은 해 8. 31. 1,856,800원 상당의 부품가공 용역을 제공하면서 그에 대한 각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고, 같은 해 11. 30. 4,505,600원 상당의 부품가공 용역을 제공함으로써 원고의 물품대금 채권에서 피고의 가공비 채권을 공제한 물품대금 채권 잔액은 69,171,636원이 되었다.

3) 원고가 피고와의 거래내역을 정리한 ‘업체별 원장’(갑 제1호증의 2, 3)에는 위와 같은 거래내역이 기재된 외에도, 2015. 12. 30. 피고로부터 “- 620,400원” 상당의 부품가공 용역을 제공받음으로써 원고의 물품대금 채권 잔액이 위 금액만큼 증액된 69,792,036원이 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4) 원고가 위 ‘업체별 원장’의 기재에 따라 최종적인 원고 물품대금에서 피고 가공비를 정산한 금액인 위 69,792,036원의 지급을 구하고, 피고 역시 2021. 1. 13. 자 준비서면에서 위 업체별 원장의 기재 내역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게 2015. 7. 15.부터 같은 해 12. 30.까지 4회에 걸쳐 위와 같이 부품가공 용역을 제공하여 원고의 물품대금 채권이 피고의 가공비 채권과 상계됨으로써 물품대금 채권 잔액이 69,792,036원이 된 사실을 인정하였다.

5) 피고는 원심에서 ‘원고가 구하는 물품대금 채권은 민법 제163조 제6호 에 따라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는데, 원고가 최종적으로 물품을 공급한 2015. 4. 30.부터 3년이 경과한 후에야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다.’는 취지의 소멸시효 항변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가 그 이후인 2015. 11. 30.까지 부품가공 용역을 제공하여 그 가공비가 동액 상당의 원고에 대한 물품대금 채무에서 상계되어 일부 변제의 효과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해 나머지 채무 승인을 한 것이다.’는 취지의 소멸시효 중단 재항변을 하였다.

나. 원심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인 다음, 피고가 계속적 거래관계에 있던 원고로부터 납품받은 자재를 가공한 후 다시 원고에게 제공하면서 그 가공비를 원고에게 지급할 물품대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거래하여 온 사정을 인정하고, 이러한 공제를 ‘상계예약에 의한 예약완결권의 행사’로 판단하면서도 위와 같은 공제를 ‘당사자 사이의 사전 합의에 따라 기계적으로 처리된 것’이라는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가 물품대금 채무를 승인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소멸시효 중단 재항변을 배척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고,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며, 또 그 표시가 반드시 명시적일 것을 요하지 않고 묵시적인 방법으로도 가능하지만, 그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는 적어도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표시를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그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져야 한다 (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4다59959 판결 ,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다64552 판결 등 참조). 한편 시효완성 전에 채무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는 그 수액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채무 승인으로서의 효력이 있어 채무 전부에 관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하고 ( 대법원 1980. 5. 13. 선고 78다1790 판결 , 대법원 1996. 1. 23. 선고 95다39854 판결 등 참조), 이는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무의 일부를 상계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

나. 앞서 본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구하는 물품대금 채권에 대하여 피고가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채무 승인을 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1)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와 피고는 원고의 물품대금 채권에서 피고의 가공비 채권을 공제하여 정산하는 방식으로 계속적 거래를 하여 왔는데, 원고와 피고 모두 서로 간의 거래대금을 상계하는 방법으로 정산을 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2) 피고가 원고에게 2015. 8. 31. 1,856,800원 상당의 부품가공 용역을 제공하면서 이에 대한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은 묵시적으로나마 위 가공비 채권을 원고의 물품대금 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이는 물품대금 채무의 승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그로 인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과는 물품대금 채무 전부에 대하여 발생한다. 그런데 원심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원고가 구하는 물품대금 채권은 상인이 판매한 상품의 대가로서 그 소멸시효 기간이 3년인바( 민법 제163조 제6호 ), 위 전자세금계산서가 발행된 후 3년 이내인 2018. 8. 30.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다.

3) 또한 원고의 업체별 원장에 피고가 2015. 12. 30. “- 620,400원” 상당의 부품가공 용역을 제공함으로써 원고의 물품대금 채권액이 위 금액만큼 증액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피고도 이를 인정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당시 원고는 피고에게 물품을 공급하지 않고 있었던 점, 피고의 가공비 매출액(원고의 매입액)이 음수임에 비추어 피고가 2015. 12. 30. 실제로 용역을 제공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2015. 12. 30. 이후에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거래내역을 발견할 수 없는 점, 피고가 원심에 이르기까지 원고의 물품대금 채권액 자체는 다투지 않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2015. 12. 30. 자 업체별 원장 기재는 원고와 피고가 2015. 12. 30.경 계속적 거래관계를 종료하면서 상호 간 채권, 채무액을 정산한 후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고, 그로부터 3년 이내에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다.

다. 한편 원심은 피고가 원고로부터 자재를 납품받아 가공한 후 다시 원고에게 제공하면서 그 가공비를 물품대금에서 공제한 것을 ‘상계예약에 의한 예약완결권의 행사’로 인정하였다. 그런데 상계예약에 의한 예약완결권이란 예약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상계예약 완결의 의사표시를 하여 상계의 효력이 생기게 하는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고, 위와 같은 예약완결권은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를 통해 행사하는 것이므로(대물변제예약 완결권에 관한 대법원 1997. 6. 27. 선고 97다12488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위 공제를 상계예약에 의한 예약완결권의 행사라고 본 것은 피고가 원고에게 상계예약 완결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피고의 가공비 채권과 원고의 물품대금 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되도록 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따라서 이는 채무 승인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원심은 위와 같은 공제가 피고의 별도의 의사표시를 요하지 않음을 전제로 ‘당사자 사이의 사전 합의에 따라 기계적으로 처리된 것’으로 인정하였는바, 이는 원심의 위 판단과는 서로 모순된다.

라. 결국 위와 같은 원심판결에는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인 승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이유모순의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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