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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남부지방법원 2012.2.2.선고 2011고정1311 판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사건

2011고정1311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피고인

안○○ ( 000000 - 0000000 ), 교수

주거 서울 구로구 ○○이

등록기준지 전남 영광군 ○○

검사

강세현 ( 기소 ), 박정난 ( 공판 )

변호인

변호사 조대행 ( 국선 )

판결선고

2012. 2. 2 .

주문

피고인은 무죄 .

이 사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1. 02. 28. 18 : 43경 ○○가○○ 마티즈 자동차를 운전하여 서울 구로구 ○○ 개봉1동사거리를 서부터미널 쪽에서 오류IC 쪽을 향하여 1차로를 따라 시속 약 60km의 속도로 진행하고 있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도로의 교통상황과 그 차의 구조 및 성능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위험과 장해를 주는 속도나 방법으로 운전하여서는 안 되며 전방 교통상황을 잘 살피고 제동 및 조향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여 사고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전방에서 횡단하는 피해자 김○○ ( ○, ○○세 ) 을 뒤늦게 발견하고 급제동하였으나 미치지 못하고, 피고인 차량 오른쪽 앞 범퍼로 피해자의 몸통부위를 들이받아 도로에 넘어뜨려, 피해자로 하여금 2011. 02. 28. 19 : 30경 과다출혈로 인한 심폐정지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

2. 판 단

가. 사건의 특징

증거에 의하면,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이 자동차를 운전하여 서울 구로구 ○○개봉1동사거리를 서부터미널 쪽에서 오류IC 쪽으로 1차로를 따라 진행하다가 피고인의 자동차가 피해자를 충격하는 교통사고가 발생하였고,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까지는 인정된다. 그런데, 피해자가 사망한데다가 사고가 순간적으로 발생한 반면 사고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이나 사고 순간을 의도적으로 목격한 목격자가 확보되지 않은 관계로 교통사고가 어떤 경위로 발생하였는지, 사고지점이 어디인지 명확하지 않으며, 피고인은 사고 경위나 원인에 대해 다각도의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공소사실을 다투고 있다 .

나. 검 토

① 사고현장의 구조사고현장은 통상적인 도로나 교차로와는 달리 독특한 구조이다. 피고인이 진행하던 도로는 왕복 6차선의 남부순환도로인데 그 양쪽으로 피고인 진행방향 오른쪽에는 왕복 2차선, 왼쪽에는 왕복 1차선의 하부도로가 있다. 남부순환도로는 하부도로보다 1 , 2m 가량 높을 뿐만 아니라 구조적으로도 분리된다. 피고인 진행방향 오른쪽은 철제 가드레일에 의해, 피고인 진행방향 왼쪽은 축대와 철제 가드레일, 차단막에 의해 분리되다가 왕복 4차선의 도로와 만나는 교차로에서 구조물이 없어진다. 때문에 교차로의 명칭은 ' 사거리 ' 이지만 정확하게 도식화하면 ' + ' 의 형태가 아니라 ' 冊 ' 의 형태이다. 이례적인 구조 탓인지 교차로에는 우회전과 좌회전을 금지하는 표시판이 많다. 가령 피고인진행방향에서는 우회전과 좌회전이 모두 금지되어 오로지 직진만이 가능하다. 교차로 주변에는 2곳에 횡단보도가 있는데, 피고인이 진입하던 곳과 피고인의 오른쪽에는 횡단보도가 없고 피고인의 맞은편과 왼쪽에 횡단보도가 있다. 남부순환도로는 양편에 곧바로 하부도로가 있는 관계로 인도가 없고 하부도로조차 별도의 인도는 설치되어 있지 않다. 결국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남부순환도로를 횡단하기 위해서는 하부도로를 건너고 왕복 6차선을 건너야 한다는 것인데, 인도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고 가드레일로 하부도로와 분리된 남부순환도로를 진행하는 자동차 운전자로서는 교차로의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보행자가 나타날 것으로 예견하긴 어렵다. 특히 건너편에만 횡단보도가 있는 교차로에 진입하는 피고인으로서는 교차로에 진입하면서 갑자기 보행자가 나타나리라 예상하기 곤란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

② 운전 환경112 신고사건 처리 내역을 보면, 이 사건 교통사고는 2011. 2. 28. 18 : 41경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그 날의 일몰시간은 오후 6시 24분이므로 현장의 가로등이 모두 등화 되어 있더라도 사고는 조금 어두운 상황에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에 따라 피고인은 물론 당시 현장에 있던 차량들 대부분은 전조등을 켰을 것이다. 그런데 사고 현장의 남부순환도로에는 현광방지 역할을 하는 높이 92㎝의 철제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었다가 교차로 내부와 피고인 진입 방향 맞은편의 횡단보도에만 중앙분리대가 없는 관계로, 피고인이 교차로에 진입하면서 대항차로 차량들의 전조등으로 인한 눈부심이나 빛의 회절 등으로 시야 장애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당시는 비가 오던 상황이었으므로, 시야 장애는 악화되었을 것이다. 또한 교차로에 진입하면서는 전방과 함께 신호등도 보아야 하기 때문에 시선은 전방에만 집중하지 못하고 신호등 쪽으로 분산될 수밖에 없다 .

③ 피고인의 운전경력 및 운전상황 피고인의 자동차운전면허 대장에 의하면, 피고인은 1992. 9. 18. 자동차운전면허를 취득한 이래 20여 년 간 자동차를 운전해 오면서 운전면허 정기적성검사를 받지 않은 일, 좌석안전띠를 매지 않은 일로 한차례씩 교통법규를 위반하고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운전한 일로 두 차례 교통법규를 위반하였을 뿐 작은 교통사고라도 낸 일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교통사고 당시 교차로 안에는 피고인 진행방향 쪽으로 제한속도 시속 60km의 단속기가 설치된 상태였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과속을 할 이유가 없으며 실제로 피고인이 급하게 교차로를 통과하기 위해 과속을 하였다고 볼 근거도 없다. 특히 피고인은 직진신호에 따라 교차로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는데, 공소사실과는 달리 피고인이 교차로를 통과하면서 급정거를 하였다는 어떠한 흔적도 확인되지 않는다. 피고인이 교차로에 진입하면서 진행방향 앞으로 무언가를 인식했다면 반사적으로라도 급정거를 하거나 조향장치를 과도하게 돌렸을 텐데, 이러한 조치가 있었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이는 피고인의 진술대로 피고인은 교통사고가 나기 전은 물론 그 후로도 피해자를 전혀 보지 못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 .

④ 피해자의 상태

피해자는 사고 당시 만 ○○세의 여성으로 신장 151㎝ 정도의 왜소한 체격이다 .

피해자는 사고현장 주변에 거주하면서 평소에도 도로를 무단 횡단하는 일이 많아 가족들이 걱정을 했다고 한다. 교통사고로 인해 피해자는 머리부분에 심한 충격을 받고 과다출혈 및 다발성 골절로 인한 심폐정지로 사망하였다. 교통사고 뒤 피해자는 피고인이 진입한 건너편 횡단보도 중 3차로와 하부도로의 경계지점 정도에 있었는데, 피고인자동차의 진행방향, 교차로 안쪽에 피해자의 모자가 떨어져 있던 사정을 고려하면 최소한 피해자는 횡단보도가 아닌 다른 곳에서 도로를 무단 횡단하다가 충격당한 것임이 명백하다. 피해자의 왜소한 체격을 고려하면 피고인으로서는 통상적인 사람에 비해 피해자를 더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

⑤ 피고인 자동차의 상태

피고인의 자동차는 소형 자동차로, 교통사고로 인해 오른쪽 전조등 주변과 오른쪽 휀더 및 보닛이 움푹 들어가고 전면유리의 오른쪽 부분이 파손되었다. 전면유리는 피해자의 머리와 충격되면서 파손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자동차의 파손부위와 파손방향 및 힘의 역학관계를 전체적으로 보면, 피고인의 자동차는 정면에서 물체를 충격하여 앞쪽에서 뒤쪽으로 힘이 전달된 것이 아니라 오른쪽에서 충격하여 왼쪽으로 힘이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범퍼에는 아무런 손상이 없는 점에 주목하면 옆쪽 이 아니라 위쪽에서, 최소한 사선 ( 斜線 ) 으로 힘이 전달되었을 가능성마저 있다 ( 오른쪽 전조등이 밀려들어간 것을 보면 정면에서 힘을 받은 것으로 볼 여지도 있으나 위나 오른쪽에서 힘을 받아 휀더와 보닛이 찌르러지면서 전조등이 같이 밀려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 ).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해자가 이미 다른 차량에 의해 충격을 당하고 난 뒤 피고인 자동차에 부딪히게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

⑥ 피해자의 진행경로 사고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 진행방향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간 것인지, 아니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간 것인지 명확하지는 않다. 다만, 피해자가 피고인 진행방향 오른 쪽에서 왼쪽으로 대각선으로 이동하였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난다는 증인 류○○의 증언과 피고인의 자동차가 전적으로 오른쪽이 파손된 사정을 감안하면, 피해자가 피고인 진행방향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피해자는 왕복 2차로의 하부도로를 건너 편도 3차로의 남부순환도로를 건너다가 1차로에서 주행 중인 피고인 자동차에 의해 충격당했다는 것인데, 당시는 차량 통행량이 적지 않은 퇴근 무렵이었고 피고인 주장대로 피해자가 어두운 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면 피고인으로서는 2차로, 3차로를 주행 중인 선행 차량에 의한 시야 장애로 피해자를 볼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되었을 수 있다. 피해자가 다른 차량에 의해 1차 충격을 당한 뒤 피고인 자동차로 온 것이라면 피고인으로서는 도저히 피해자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능성은 희박 하지만 피해자가 피고인 진행방향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 것이라면 더욱 피고인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 도로교통공단의 감정서에 의하면, 사고현장에서 피고인과 같이 60km / h의 속도로 주행하는 차량의 경우 교차로 정지선으로부터 약 40m 내외의 지점부터 가드레일 끝 부분을 의도적으로 주시할 경우 보행자를 인지할 수 있으나, 그곳은 교차로의 신호등을 주시하여 통과해야 하는 지점으로 피해자는 쉽게 인지할 수 없는 시야 각도에 위치하게 될 수 있는 점, 대향차로 차량의 전조등에 의한 눈부심, 빛의 회절에 의한 시야장애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충격을 회피하기 위한 충분한 거리에서 피해자를 인지하였을 개연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

다. 소 결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교통사고를 예견하거나 회피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 .

3. 결 론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

판사

판사 황승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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