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7가합49030 손해배상(기)
원고
A
특별대리인 B
소송대리인 변호사 구본권
피고
사회복지법인 C
소송대리인 변호사 명호인
변론종결
2018. 3. 14.
판결선고
2018. 5. 2.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634,563,642원 및 이에 대한 2007. 1. 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인정사실
가. 피고는 장애인 재활시설 설치, 운영 등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복지법인으로서 장애인 거주시설인 D(이하 '피고 시설'이라 한다)을 운영하고 있다.
나. 원고는 2003. 4. 16.경부터 피고 시설에서 거주하며 요양하였는데, 피고 시설에 입소할 당시 원고의 장애정도는 지적장애 3급이었다.
다. 원고는 2006. 10. 17.경 부산대학교병원에서 뇌수두증 치료를 위한 뇌실-복강내 단락술을 받았고, 2008. 6. 13.경 같은 병원에서 지적장애 1급에 해당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8, 9, 1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피고 시설에 입소할 당시 지적장애 3급으로 일상생활을 스스로 영위하여 왔다.
그런데 피고 시설 입소기간 중에 피고의 관리 소홀로 인해 원고는 위생상태가 불량하였고, 넘어지거나 피고 시설의 지도교사나 다른 입소자들로부터 구타를 당하거나 타인과 싸우는 등으로 외상을 입게 되어, 이를 원인으로 원고에게 뇌수두증이 발병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더욱이 원고를 치료하던 병원들에서 뇌수두증 치료를 위해 뇌 CT 검사 및 수술을 권유하였으나 피고가 이를 거부하고 1년 6개월 이상 원고를 방치함으로써, 원고는 뇌수두증 치료를 위한 적절한 수술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지적장애 1급으로 장애 정도가 악화되었다.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지적장애 악화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판단
가. 피고 시설에서의 외상 등으로 인해 원고에게 뇌수두증이 발생하였는지 여부
1) 살피건대, 이 법원의 E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신경외과 부분, 이하 같다), F협회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에 비추어 보면, 갑 제5, 6, 7, 11, 12, 13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만으로는 피고 시설에서의 비위생적인 환경 및 구타 등에 따른 외상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뇌수두증이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뇌수두증은 두개강 내에서 뇌척수액의 흐름에 장해가 있는 모든 경우에서 발생할 수 있는데, 선천성, 두부외상(출혈로 인하여 뇌척수액의 흐름장해), 뇌종양, 뇌수막염 등에서 발생하지만 원인미상인 경우도 있다.
② 두부외상 중에서도 뇌출혈이 발병된 두부외상의 경우에는 뇌수두증의 발생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비위생적인 환경이나 구타와 폭행 등 외부적인 물리력에 의해 머리를 다친 것만으로는 뇌수두증의 발생 원인이 될 수 없다.
③ 피고 시설 입소기간 동안 원고가 뇌출혈이 있는 두부외상을 입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나. 피고의 뇌수두증 검사 및 수술 거부 여부
1) 살피건대, 갑 제1, 2, 8, 9, 11, 12, 13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E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F협회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원고는 2003. 4. 16.경부터 피고 시설에 입소하여 2006. 1.경까지 피고 시설에서 생활하면서 요양하였고, 위 입소기간 중에 병원 진료를 받을 때에는 피고 시설 직원이 보호자로서 동반하였다(원고의 피고 시설 퇴소시기가 불분명하나, 피고 시설과 진료 병원의 위치, 병원 방문 경위 등을 고려할 때 원고가 G병원 신경외과에 내원한 최종 시기인 2006. 1. 18.경까지는 피고 시설에 계속 거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② 원고는 2005. 3. 17.부터 2005. 5. 10.까지 H병원에 입원하여 피부 발진 등에 관한 치료를 받던 중 2005. 4. 21.경부터 반응이 느리고 멍해지면서 앉히면 뒤로 넘어 가는 등 신경학적 상태 변화가 나타났다. 이에 H병원 의료진은 2005. 5. 9.경 뇌 CT 검사를 통해 뇌수두증이 의심스럽다는 진단(이하 '이 사건 진단'이라 한다)을 하였고, 당일 H병원 간호기록지에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할 예정이라는 취지의 기록이 남아 있다.
③ 이 사건 진단 이후 원고는 2005. 5. 11.경 G병원으로 전원하였고, G병원 의료진은 원고의 뇌수두증을 확인한 다음 면담을 실시하였다.
④ 원고는 2005. 12. 20.경 G병원에 다시 내원하였을 때 보행장애, 양하지 위약감을 호소하였고, 의료진으로부터 뇌 CT 검사를 권유받았으나, 보호자였던 피고 시설 직원은 이를 거부하였다.
⑤ 그 후 원고는 피고 시설에서 퇴소하여 가족과 함께 생활하던 중 2006. 10. 2.경 보행장애, 대소변장애 증상 등을 이유로 I병원에 내원하여 뇌 CT 검사를 받았고, 뇌수두증에 대한 신경외과적 치료를 위해 부산대학교병원으로 전원한 다음, 2006. 10. 17. 부산대학교병원에서 뇌실 - 복강내 단락술(이하 '이 사건 수술'이라 한다)을 받았다.
⑥ 뇌수두증의 경우 그 진단을 위해서는 뇌 CT 검사나 뇌 MRI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고, 약물치료 등 다른 치료 방법으로 치료할 수 없으며, 뇌수두증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는 뇌실-복강내 단락술 등 수술이다.
⑦ E병원의 진료기록 감정의는 이 사건 진단 시기(2005. 5. 9.경)부터 이 사건 수술 시기(2006. 10. 17.)까지 약 1년 6개월가량 뇌수두증 수술이 늦어져 원고의 지적장애 정도가 3급에서 1급으로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밝혔다.
⑧ F협회의 진료기록 감정의는 원고에 대한 뇌수두증이 이 사건 진단 당시 무렵인 2005. 4.경 발병 또는 악화되었을 것을 전제로 이 사건 수술 지연이 지적장애 악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
2) 그러나 한편 갑 제11, 12, 13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E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F협회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인정할 수 있다.
① 원고에 대하여 뇌수두증이 의심스럽다는 이 사건 진단이 이루어진 계기는 당시 원고의 보호자였던 피고 시설 직원이 2005. 5. 9.경 H병원 의료진의 권유에 따라 원고에 대한 뇌 CT 검사를 받아들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② 이 사건 진단 당시 H병원 의료진이 원고 및 원고의 보호자인 피고 시설 직원에게 뇌수두증 수술을 권유한 적은 없고, G병원으로의 전원 이유가 뇌수두증 치료를 위한 목적이었는지는 불분명하며, 피고 시설 직원은 H병원 의료진 권유에 따라 G병원으로 원고를 전원시켰다.
③ 원고가 G병원에 전원한 2005. 5. 11.경 원고 및 보호자로 동반한 피고 시설 직원은 위 병원 의료진과 뇌수두증과 관련한 면담을 진행하였으나, 면담 당시 의료진이 뇌수두증 진단 및 치료를 위한 뇌 CT 검사나 수술을 권유하였다는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
④ 이후에도 원고는 2005. 5. 20., 2005. 6. 13., 2005. 7. 7., 2005. 7. 26., 2005. 8. 23., 2005. 10. 5., 2005. 11. 2., 2005. 11. 30.. 2006. 1. 18. 거의 매달 G병원에서 진료받았으나, 뇌수두증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약물 처방만을 받았을 뿐이다.
⑤ 한편 원고가 2005. 12. 20. G병원에서 진료받을 당시 의료진으로부터 뇌 CT 검사를 권유받았으나 피고 시설 직원이 이를 거부하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며칠 뒤인 2006. 1. 2.경 원고가 G병원에 다시 내원하였을 때 의료진으로부터 뇌 CT 검사를 권유받자 피고 시설 직원은 원고에 대한 뇌 CT 검사를 거부하지 않았다.
⑥ 기록상 위 뇌 CT 검사 결과를 알 수 있는 자료는 드러나지 아니하고, 이후 원고가 2006. 1.경부터 I병원에 내원한 2006. 10. 2.까지 피고 시설에 계속 있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⑦ F협회의 진료기록 감정의는 원고의 뇌수두증이 이 사건 진단 이전에 실비우스관 폐쇄로 인하여 이미 발병하였을 가능성도 있고, 이 사건 진단 당시인 2005. 4.경 발병 또는 악화하였을 가능성도 있는데 원고에 대한 수술 지연이 지적장애 악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는 이 사건 진단 당시인 2005. 4.경 뇌수두증이 발병 또는 악화되었을 경우라는 소견을 밝혔으나, H병원 입원 중 관찰된 신경학적 변화만으로는 원고의 뇌수두증이 반드시 2005. 4.경 발병 또는 악화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3) 위에서 본 사실 또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 시설 직원은 H병원에서의 뇌CT 검사 권유를 받아들였고, 2005. 12. 20.경 G병원의 뇌 CT 검사는 거부하였으나 며칠 뒤인 2006. 1. 2.경 다시 검사 권유를 받아들였으므로, 원고에 대한 뇌 CT 검사를 거부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피고 시설 직원이 이 사건 진단 이후 H병원, G병원의 의료진으로부터 원고의 뇌수두증 치료를 위한 수술을 권유받은 사정을 찾아볼 수 없으므로, 뇌수두증 치료를 위한 수술을 거부하였다고도 볼 수 없다.
나아가 의학적 전문 지식이 없는 피고 시설 직원이 의료진의 뇌수두증 수술 권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원고에 대한 수술 치료를 요구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앞서 1)항에서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 대한 뇌수두증 검사 및 수술을 거부하는 등 원고를 1년 6개월가량 방치함으로써 적절한 수술 시기를 놓쳐 원고의 지적장애가 악화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오영두
판사 최영
판사 이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