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부동산등기명의인으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여 점유한 자에게 과실이 있는지여부
판결요지
부동산을 매수하는 사람은 매도인에게 부동산을 처분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를 알아 보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를 알아보았더라면 무권리자임을 알 수 있었을 때에는 과실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매도인이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와 동일인인 경우에는 등기부나 다른 사정에 의하여 매도인의 소유권을 의심할 수 있는 여지가 엿보인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등기부의 기재가 유효한 것으로 믿고 매수한 사람에게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참조조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4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형일
피고, 상고인
피고 1 외 1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영준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피고들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 제2점을 본다.
기록에 의하여 원심이 취사한 관계증거를 살펴보면, 소론이 지적하는 점(이 사건 임야는 망 소외 1, 소외 2의 소유로 남아있었다는 점)에 관한 원심의 인정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채증법칙에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같은 상고이유 제1점을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 2가 이 사건 임야를 매수하여 1979.7.16.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점유를 개시하였다가 피고 1이 이를 증여받아 1989.2.9.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점유를 승계한 이래 현재까지 점유를 계속하여 옴으로써 점유개시 및 등기일로부터 10년이 되는 1989.7.16. 시효취득하였으니 이 사건 임야에 관한 피고 1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는 유효한 것이라는 피고들의 항변(원심은 피고 1만이 이와 같은 항변을 한 것으로 보았으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들이 모두 이와 같은 항변을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에 대하여, 위 주장과 같이 1979.7.16.이래 현재까지 등기명의가 이어져 오고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 가사 같은 기간 피고 2와 피고 1이 이 사건 임야를 점유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임야가 원래 원고들의 선조인 망 소외 1과 소외 2의 소유이었는데 소외 3이 권원없이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이상 그에 터잡아 마쳐진 등기명의자인 소외 4로부터 이 사건 임야를 매수함에 있어서는 과연 위 소외 3이나 소외 4가 적법한 소유자인가를 조사확인하였어야 할 것인데 피고 2가 이 사건 임야를 매수할 때 그와 같은 조사확인을 하였다거나 달리 위 피고가 점유를 개시함에 있어 과실이 없었다는 점에 관한 아무런 주장입증이 없으므로 위 항변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부동산을 매수하는 사람은 매도인에게 그 부동산을 처분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를 알아 보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를 알아보았더라면 무권리자임을 알 수 있었을 때에는 과실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매도인이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와 동일인인 경우에는 그 등기부나 다른 사정에 의하여 매도인의 소유권을 의심할 수 있는 여지가 엿보인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등기부의 기재가 유효한 것으로 믿고 매수한 사람에게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당원 1992.6.23. 선고 91다38266 판결; 1992.2.14. 선고 91다1172 판결 각 참조).
이 사건에 있어서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 2가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인 소외 4로부터 이 사건 임야를 매수하였다면, 등기부나 다른 사정에 의하여 위 소외 4의 소유권을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2에게 과실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기록을 살펴보아도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만한 자료를 찾아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 2가 과실 없이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점유를 개시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등기부시효취득에 있어서의 무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