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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0도8421 판결
[명예훼손][미간행]
판시사항

형법 제310조 에서 정한 위법성 조각사유의 요건 중 ‘진실한 사실’ 및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의 의미 /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 / 사실적시의 내용이 사회 일반의 일부 이익에만 관련된 사항이거나 개인에 관한 사항이라도 공익성이 인정되는 경우 및 사인(사인)의 경우 공공의 이익에 관련되는지 판단하는 기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20. 6. 11. 선고 2018노321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 요지와 원심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실적시 명예훼손 부분(이하 ‘쟁점 공소사실’이라 한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2017. 11. 14. 일산 ○○대학교 병원 정문 앞길에서 “잘못된 만행을 알리고자 합니다!! ○○대 병원에서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하다 돌아가신 공소외 1 아들 공소외 2입니다. 수술을 한 국제 인공관절 포럼 초청 강연 및 수술 시연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는 정형외과 공소외 3 의사가 하는 말 - 최초 수술한 △△병원은 돌팔이 의사가 수술한 것이 ‘운이 좋아 살았다.’라고 하고 ○○대 병원 공소외 3 의사 자기가 수술하다 죽은게 ‘재수가 없어 죽었다.’ 이런 막말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의사란 사람이 상식 밖의 말을 하는지 ○○대학병원 관계자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대학병원을 찾고 있는 모든 환자와 가족분들께 알리고자 합니다. 이런 형태로 의료행위를 한다는 것을 반드시 만천하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문구와 수술경과 모습이 촬영된 사진을 첨부한 전단지(이하 ‘이 사건 전단지’라 한다)를 병원을 출입하는 불특정 다수인들에게 배포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 공소외 3(이하 ‘피해자’라 한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전단지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또는 평가를 침해할 만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그 내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를 배포한 피고인의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대법원 판단

가. 형법 제310조 는 “ 제307조 제1항 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정한다. ‘진실한 사실’이란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 세부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하는 것인데,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한다.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는 사실의 내용과 성질,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표현의 방법 등 표현 자체에 관한 여러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 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 (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3048 판결 , 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도3570 판결 등 참조).

사실적시의 내용이 사회 일반의 일부 이익에만 관련된 사항이라도 다른 일반인과 공동생활에 관계된 사항이라면 공익성을 지니고, 여기에서 나아가 개인에 관한 사항이더라도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고 사회적인 관심을 획득한 경우라면 직접적으로 국가·사회 일반의 이익이나 특정한 사회집단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형법 제310조 의 적용을 배제할 것은 아니다. 사인이라도 그가 관계하는 사회적 활동의 성질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헤아려 공공의 이익에 관련되는지 판단해야 한다 (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전단지의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라고 한다면 피고인이 이 사건 전단지를 배포한 행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단정하여 형법 제310조 의 적용을 배제한 원심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1) 피고인은 ○○대학교 병원에서 수술 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환자의 아들이고, 피해자는 위 망인의 수술을 집도한 의사이다. 이 사건 전단지는 피고인이 의료사고로 사망한 환자의 유족으로서 담당 의료인인 피해자와 면담 과정에서 실제 경험한 일과 이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 평가를 담고 있다.

(2) 이 사건 전단지의 주된 취지는 피해자가 의료사고에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유족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부적절한 언행을 하였다는 것으로서, 그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는 부족하고, 오히려 주요부분에서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피고인이 이 사건 전단지에 ‘잘못된 만행’, ‘막말’, ‘상식 밖의 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의료사고에 대응하는 피해자의 태도를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약간 과장된 감정적 표현이나 의견 표명으로 이해할 수 있다.

(3) 이 사건 전단지 내용은 환자가 사망한 의료사고의 발생과 이에 대한 담당 의료인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인한 의료소비자의 피해사례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의료사고 발생 후 담당 의료인이 사망한 환자의 유족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생명을 경시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는 감정적이고 모욕적인 언행을 하였다. 이는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서 일탈행위를 한 것이라기보다는 환자에 대한 의료행위와 밀접하게 관련된 영역에서 의료인의 자질과 태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은 피해자에게 의료행위를 받고자 하는 환자 등 의료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권 행사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정보로서 공적인 관심과 이익에 관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4) 피고인 스스로도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전단지를 배포한 목적에 관하여 ‘피해자가 의사로서의 태도에 문제가 있어 책임을 묻고 다른 환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알리고 싶었다.’고 진술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은 다른 의료소비자에게 의료인인 피해자의 자질과 태도에 관한 정보나 의견을 제공하는 취지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 설령 피고인에게 부수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원망이나 억울함 등 다른 개인적인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310조 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전단지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는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단정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형법 제310조 의 적용을 부정하여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판결에는 형법 제310조 의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파기 범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위 파기 부분과 일죄의 관계에 있는 이유무죄 부분도 파기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원심판결(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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