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8다243898 부당이득금
원고피상고인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현
담당변호사 고은희
피고
한국수자원공사
피고보조참가인상고인
인
B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새날로
담당변호사 조용무, 윤병구, 이강훈, 이현주
원심판결
대전지방법원 2018. 5. 30. 선고 2017나102974 판결
판결선고
2018. 12. 27.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권리의 행사가 주관적으로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이를 행사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고, 객관적으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으면, 그 권리의 행사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하고, 그 권리의 행사가 상대방에게 고통이나 손해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주관적 요건은 권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결여한 권리행사로 보여지는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추인할 수 있으며, 어느 권리행사가 권리남용이 되는가의 여부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0422 판결,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다59783 판결, 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4다42967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세종시 C 창고용지 132㎡(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의 소유자이다.나, 피고는 2004. 4. 19. 피고보조참가인과 D 도수시설 공사에 관하여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총 공사금액을 22,460,070,000원으로 약정하였다.다. 피고보조참가인은 위 계약에 따라 공사를 시행하면서 이 사건 토지 중 도로에 인접한 6.45㎡[이하 '이 사건 (가) 부분 토지'라 한다]에 도수관로를 매설하고, 공기밸브실 등(이하 도수관로와 공기 밸브실 등을 합쳐서 '이 사건 시설물'이라 한다)을 설치하여 2009. 6. 19.경 공사를 완료하였다.
라. 이 사건 시설물은 F으로부터 충남 공주시, 논산시, 부여군 일대에 1일당 163,000㎡의 물을 공급하는 지름 1.2m의 수도관과 그 부속시설로서, 이를 철거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270,000,000원이다.
3. 원심은 아래와 같은 사정을 들어 원고의 이 사건 시설물 철거 청구 및 이 사건 (가) 부분 토지 인도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피고보조참가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가. 이 사건 시설물이 상수도관과 그 부속시설이어서 이를 철거하지 않을 경우 장기간 원고의 이 사건 (가) 부분 토지를 점유하게 되므로, 원고는 향후 위 토지를 사용함에 있어 잠재적인 방해를 제거할 목적으로 피고에게 이 사건 시설물의 철거와 토지의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비록 원고가 현재 토지 지상에 창고를 지어 이용하고 있고, 가까운 장래에 토지와 관련된 새로운 이용계획이 있음을 밝히고 있지 않으나, 그러한 점만으로 원고의 청구가 원고에게 별다른 이익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 이 사건 시설물을 이전하는 경우 부단수 차단 공법을 이용함으로써 단수가 발생하지 않게 되어, 충남 공주시, 논산시, 부여군 일대에 물 공급이 중단되는 일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시설물의 철거 및 이전이 사회 일반의 공공적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다. 이 사건 시설물이 이 사건 토지를 침범하여 설치된 경위에 관하여 피고보조참가인은 수도관이 위 토지에 인접한 도로 구간을 통과하게 되었는데 지표면에 돌출되는 환기구를 차도에 설치할 수는 없어 부득이하게 수도관을 길가 쪽으로 굴곡하여 시공하고 도로 옆에 맨홀과 환기구를 설치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그 과정에서 측량을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원고 소유 토지를 침범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점에 관한 구체적인 주장과 증명 없이 막연히 도로부지의 일부로 알고 시공하였다는 주장만 하고 있다. 위와 같은 경위를 감안하면, 피고보조참가인이 맨홀과 환기구를 설치하기 위하여 수도관까지 굴곡함으로써 원고의 토지를 의도적으로 침범하였거나,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적어도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침범하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라. 피고는 위 도급계약에 의하여 피고보조참가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 시설물을 이전하게 하거나, 피고보조참가인에게 그 이전비용을 구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와 피고보조참가인이 체결한 D 도수시설공사의 총 공사금액이 22,460,070,000원에 이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시설물을 이전하는 데 약 270,000,000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견적되었다는 사정이 원고의 청구를 권리남용이라고 판단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보기는 부족하다.
마. 원고는 이 사건 시설물이 위 토지를 침범한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적어도 2014년경부터 피고에게 이 사건 시설물의 이전을 요청하여 온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는 이에 대하여 공문으로 피고보조참가인에게 이 사건 시설물을 이전할 것을 요구한 사실이 있을 뿐이고, 그 밖에 피고가 원고의 피해회복을 위하여 성의 있는 노력을 하였다고 만한 자료가 없다.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2015. 2. 12.경 피고와 피고보조참가인에게 위 토지의 매매대금으로, 90,000,000원을 요구한 사실만으로 원고가 피고 또는 피고보조참가인으로부터 부당하게 과다한 금전적 보상을 받을 것을 목적으로 이 사건 철거 및 인도 청구를 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4.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이 사건 시설물이 이 사건 토지를 침범한 면적은 이 사건 (가) 부분 6.45㎡이다. 이 사건 토지는 2014. 6. 19. 세종시 C 전 4,796m(이하 '분할 전 토지'라고 한다)에서 분할되었는데, 이 사건 시설물이 준공된 2009. 6. 19.을 기준으로 한 분할 전 토지 중이 사건 시설물이 차지하는 면적 비율은 약 0.134%에 불과하다.
나. 이 사건 시설물이 준공된 2009. 6. 19.경에는 분할 전 토지는 지목이 '전'이었고, 왕복 2차로 도로 바로 옆에 있었으며, 도로에 인접한 부분의 지상에는 건물 등의 시설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보조참가인은 지표면 위로 돌출되는 맨홀과 환기구를 도로 위에 설치할 수 없어 상수도관을 다소 굴곡지게 설치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이 사건 시설물이 분할 전 토지의 가장자리를 일부 침범하게 된 것으로 볼 여지도 충분한바, 피고가 고의로 분할 전 토지를 침범하였다고 볼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다. 원고는 이 사건 토지 지상에 창고건물을 신축하여 현재 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사건 시설물로 인하여 창고건물을 사용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라. 통상적으로 도로에 인접한 토지 지상에 건물을 신축하는 경우 건축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도로 또는 토지 경계선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할 제한을 받는다.이 사건 시설물의 경우 이 사건 토지의 경계선으로부터 1.5m 내지 2m 가량 원고의 토지를 침범한 것으로 보이는데,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창고건물을 신축할 때 이 사건 토지의 경계선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어야 했는지에 관하여 심리함으로써 이 사건 시설물로 인하여 원고의 창고건물 신축이 실제로 방해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해 볼 필요성도 있었다고 할 것이다.
마. 이 사건 시설물은 광역상수도시설 중 일부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설치되었다. 그리고 이 사건 시설물 중 대부분은 지하에 매설되어 있고, 지표면에 드러난 부분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바. 이 사건 (가) 부분 토지에 관한 2012. 7. 10.부터 2016. 7. 9.까지 4년간 임료는 212,660원이다. 피고는 원고에게 보상금으로 5,000,000원을 제시하였는데, 원고는 이를 거절하고 오히려 보상금으로 90,000,000원을 요구하였고, 피고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원고는 결국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침해당한 이익에 비해 과도한 보상 요구를 하다가 이를 거부당하자 비로소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음을 알 수 있다.
사.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고는 이 사건 시설물로 인하여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별다른 권리행사의 제한을 받고 있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보상금을 요구하다가 그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설치된 이 사건 시설물의 철거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이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5.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원고의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
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6.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노정희
대법관박상옥
주심대법관조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