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건물 소유자가 건물 소유권에 기한 방해제거청구권을 행사하여 인근 토지 소유자가 그 토지 위에 설치한 공작물의 철거를 구할 수 있는 경우
[2] 권리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및 그 판단 방법
[3] 공로에 이르는 통로로 사용되는 자기 소유의 토지 위에 인근 상가의 출입구를 봉쇄하는 형태로 블록담장을 설치한 행위가 위 상가의 사용·수익을 방해하고 상가 소유자에게 고통이나 손해를 줄 목적으로 행한 것이어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토지 소유자가 자신 소유의 토지 위에 공작물을 설치한 행위가 인근 건물의 소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권리남용에 해당하고, 그로 인하여 인근 건물 소유자의 건물 사용·수익이 실질적으로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면, 인근 건물 소유자는 건물 소유권에 기한 방해제거청구권을 행사하여 토지 소유자를 상대로 그 공작물의 철거를 구할 수 있다.
[2] 권리의 행사가 주관적으로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이를 행사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고, 객관적으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으면, 그 권리의 행사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하고, 그 권리의 행사가 상대방에게 고통이나 손해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주관적 요건은 권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결여한 권리행사로 보여지는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추인할 수 있으며, 어느 권리행사가 권리남용이 되는가의 여부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3] 갑 소유의 대지 지상에 다가구주택이 건축되어 있고 그 잔여 토지가 공로에 이르는 통로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을이 그 인근 대지에 구 건물을 철거하고 상가를 신축하면서 위 통로 쪽으로 출입구를 설치하였으나, 위 상가 신축 과정에서 을과 갈등을 빚게 된 갑이 위 상가의 출입구 현관문 앞에 블록담장을 설치한 사안에서, 상가 출입구를 봉쇄하는 형태로 축조되어 있는 위 블록담장에 그 외의 다른 용도가 없는 점, 위 상가와 블록담장 사이의 간격은 50㎝ 정도에 불과하여 통행에 매우 불편한 상태인 점, 인근 주민들은 모두 위 통로를 이용하고 있는 점, 블록담장 설치로 인하여 갑이 얻는 이익이 거의 없고 위 잔여 토지 부분이 통로 이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갑이 위 블록담장을 설치한 행위는 외형상은 권리의 행사로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그 부지가 자신의 소유임을 기화로 을 소유의 위 상가의 사용·수익을 방해하고 나아가 을에게 고통이나 손해를 줄 목적으로 행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갑의 위 블록담장 설치행위는 권리행사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2조 제2항 , 제214조 [2] 민법 제2조 제2항 [3] 민법 제2조 제2항 , 제21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73. 8. 31. 선고 73다91 판결 (공1973, 7423) [2] 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0422 판결 (공2004상, 17)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다79378 판결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경훈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신아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오동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토지 소유자가 자신 소유의 토지 위에 공작물을 설치한 행위가 인근 건물의 소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권리남용에 해당하고, 그로 인하여 인근 건물 소유자의 건물 사용수익이 실질적으로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면, 인근 건물 소유자는 건물 소유권에 기한 방해제거청구권을 행사하여 토지 소유자를 상대로 그 공작물의 철거를 구할 수 있다 ( 대법원 1973. 8. 31. 선고 73다91 판결 참조). 한편, 권리의 행사가 주관적으로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이를 행사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고, 객관적으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으면, 그 권리의 행사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하고, 그 권리의 행사가 상대방에게 고통이나 손해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주관적 요건은 권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결여한 권리행사로 보여지는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추인할 수 있으며, 어느 권리행사가 권리남용이 되는가의 여부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0422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 즉 원고는 2004. 9.경 서울 양천구 신월동 (지번 1 생략) 대 151.3㎡(이하 ‘이 사건 제1대지’라 한다)와 그 지상건물을 매수하여 2004. 12.경 위 대지에 3층 규모의 이 사건 상가를 신축한 다음 이 사건 상가 3층에 거주하고 있는 사실, 피고는 1978. 8.경 같은 동 (지번 2 생략) 대 219.2㎡(이하 ‘이 사건 제2대지’라 한다)와 그 지상건물을 매수하여 1993. 12.경 위 대지 중 원심 판시 별지 도면 표시 H, I, J, K, H의 각 점을 차례로 연결한 선내 부분에 다가구주택을 신축하고, 같은 도면 표시 B, C, D, E, F, G, H, B의 각 점을 차례로 연결한 선내 약 71㎡(이하 ‘이 사건 통로’라 한다)를 공로에 이르는 통로로 사용하고 있는 사실, 같은 동 (지번 3 생략) 구거 4395.5㎡는 구거였으나 복개되어 도로로 사용되고 있고, 현재 신영시장이 형성되어 있으며, 신영시장 방향으로 이 사건 상가 중 1층 전면 부분이 위치해 있는 사실, 이 사건 제2대지 중 이 사건 통로 부분은 신영시장과 연결되어 있고, 이 사건 제2대지 옆에 위치한 같은 동 (지번 4 생략) 대 224.9㎡와 같은 동 (지번 5 생략) 대 218.7㎡는 같은 동 798 도로 3413.9㎡(이하 ‘798 도로’라 한다)와 맞닿아 있는 사실, 이 사건 상가신축 전 구건물의 계단 출입구는 이 사건 통로의 반대편에 위치해 있었으나 원고가 이 사건 상가를 신축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계단 출입구 쪽에 주차장을 조성하면서 반대편인 이 사건 통로 쪽으로 이 사건 상가 2, 3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의 출입구를 설치한 사실, 인근 주민들은 피고가 이 사건 제2대지의 소유권을 취득한 이래 약 30년간 이 사건 통로를 신영시장과 798 도로의 연결통로로 사용하였고, 특히 같은 동 (지번 6 생략) 지상 다가구주택의 출입문도 이 사건 통로 쪽에 위치해 있는 사실, 피고는 이 사건 상가 신축 과정에서 원고와 갈등을 빚게 되자 2005년경 이 사건 상가의 출입구 현관문 앞인 원심 판시 별지 도면 표시 a지점에 높이 약 182㎝, 길이 약 895㎝, 폭 15㎝의 블록담장을, 2008. 9.경 같은 도면 표시 b지점에 높이 129㎝, 길이 174㎝, 폭 15㎝의 블록담장을 각 설치하였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상가와 이 사건 블록담장의 간격은 약 50㎝에 불과하게 된 사실 등을 인정하면서도, 그 판시와 같은 사정, 즉 ① 원고가 이 사건 상가 신축 당시 이 사건 상가의 계단 출입구를 주차장이 조성되어 있는 신영시장 쪽으로 설치할 수 있었음에도 이 사건 제1대지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이 사건 통로 쪽으로 계단의 출입구를 설치한 점, ② 기존 구건물의 계단 출입구 역시 이 사건 통로 반대편인 신영시장 쪽으로 설치되어 있었던 점, ③ 이 사건 상가와 이 사건 블록담장 사이의 간격이 50㎝에 불과하여 통행하는 데 다소 불편한 사정이 있기는 하나 통행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아니한 점, ④ 서울 양천구 신월동 (지번 6 생략) 대지 지상 다가구주택 건축주 소외인은 위 다가구주택을 건축하기에 앞서 피고로부터 피고 소유의 이 사건 통로에 대한 사용승인을 얻은 다음 이 사건 통로 쪽으로 출입문을 설치하였음에도 원고는 피고로부터 어떠한 승인이나 동의도 얻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통로 쪽으로 계단 출입구를 설치하여 원고 스스로 위와 같은 불편을 야기한 측면이 있는 점 등을 들어 피고의 이 사건 블록담장 설치행위가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와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를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원심 및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상가가 신축되기 이전의 구건물의 계단 출입구는 이 사건 통로의 반대편에 위치해 있었으나 그와는 별도로 구건물과 피고 소유의 건물 사이에도 출입문이 있었던 사실, 원고 소유 건물과 이 사건 블록담장 사이의 간격은 50㎝ 정도에 불과하여 출입문을 여는 것조차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담장 끝부분(신영시장 쪽)에는 전봇대까지 설치되어 있어 몸을 비틀어야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상태인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원심이 피고의 이 사건 블록담장 설치행위가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함에 있어 그 근거로 들고 있는 사정들 중 위 ②, ③의 사정은 그 고려요소로 삼을 만한 사정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원심은 그 판단의 근거로, 서울 양천구 신월동 (지번 6 생략) 대지 지상 다가구주택 건축주 소외인이 위 다가구주택을 건축하기에 앞서 피고로부터 피고 소유의 이 사건 통로에 대한 사용승인을 얻은 다음 이 사건 통로 쪽으로 출입문을 설치하였다는 점도 들고 있으나, 기록상 이러한 사정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사 그와 같은 사정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아래와 같은 다른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그 판단의 근거로 삼은 나머지 사정들인 위 ①, ④의 사정 역시 피고의 이 사건 블록담장 설치행위를 정당화하는 사유로 삼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원심이 고려요소로 삼지 아니한 다른 사정들에 대하여 보건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① 이 사건 상가의 2, 3층 출입구는 이 사건 통로 쪽으로 개설되어 있는데, 이 사건 블록담장은 위 출입구를 봉쇄하는 형태로 축조되어 있는 점, ② 이 사건 블록담장은 원고가 구건물을 철거하고 이 사건 상가를 신축하는 과정에서 피고와 갈등을 빚게 되자, 피고가 원고 소유 건물의 2, 3층 출입구를 봉쇄하기 위한 의도로 설치한 것으로서 그러한 용도 이외에는 다른 기능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원고 소유 건물과 이 사건 블록담장 사이의 간격은 50㎝ 정도에 불과하여 사람들이 통행하기에 매우 불편한 상태인데다가 담장 끝부분(신영시장 쪽)에는 전봇대까지 설치되어 있어 몸을 비틀어야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상태인 점, ④ 신월동 (지번 6 생략) 지상 다가구주택의 거주자들을 포함한 인근 주민들은 모두 이 사건 통로를 이용하고 있고, 특히 이 사건 통로에 접한 다가구주택들의 출입문도 모두 이 사건 통로 쪽으로 설치되어 있는 점, ⑤ 이 사건 블록담장 설치로 인하여 피고가 얻는 이익이 거의 없고 이를 철거하더라도 피고가 그 소유의 이 사건 제2대지를 이용함에 있어 어떠한 지장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점, ⑥ 피고 소유의 이 사건 제2대지 지상에는 이미 다가구주택이 건축되어 있고, 그 잔여 토지가 이 사건 통로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 사건 통로의 형상이나 인근 건물들의 배치현황에 비추어 보면 위 잔여 토지 부분이 통로 이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가 이 사건 블록담장을 설치한 행위는 외형상은 권리의 행사로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그 부지가 피고의 소유임을 기화로 원고 소유의 이 사건 상가의 사용수익을 방해하고 나아가 원고에게 고통이나 손해를 줄 목적으로 행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블록담장 설치행위는 권리행사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피고의 이 사건 블록담장 설치행위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