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요건
[2] 수사기관에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5억여 원에 경락받은 토지지분 편취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지분반환 외에 2억 4천만 원을 추가지급키로 한 합의를 불공정한 법률행위라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민법 제104조 에 규정된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약자적 지위에 있는 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한 폭리행위를 규제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고,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궁박, 경솔, 무경험은 모두 구비되어야 하는 요건이 아니고 그 중 일부만 갖추어져도 충분한데, 여기에서 '궁박'이라 함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경제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고, 정신적 또는 심리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으며, 당사자가 궁박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그의 신분과 재산상태 및 그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등 제반 상황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일반인이 수사기관에서 법관의 영장에 의하지 않고 30시간 이상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구속을 면하고자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신적 또는 심리적 원인에 기인한 급박한 곤궁의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금 514,010,000원에 경락받은 토지지분을 편취한 데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그 지분을 반환하는 외에 금 240,000,000원이라는 거액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한 것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상대방이 입게 된 정신적 고통 등의 손해를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과도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박장수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병수)
피고,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배만운)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 134의 5 대 985㎡(이 중 340㎡는 도로로 편입되었다) 및 같은 동 135의 7 전(현황은 대지) 2,746㎡의 1784/2746 지분 중 각 1/3지분은 원고의, 그 나머지는 소외 김평순의 소유인데, 원고와 김평순은 위 공유토지 및 그 지상의 블록조 슬레이트지붕 단층 사무실 1동 및 철골파이프조 함석지붕 가건물 작업장 2동에 관하여 1990. 8. 14. 보증금 100,000,000원, 월차임 4,000,000원, 기간 24개월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피고와 체결하고 피고로부터 그 보증금을 지급받았다. 원고와 김평순은 각자의 지분을 4:6으로 정하여 보증금 및 월차임을 그 비율에 따라 분배하기로 하였으며 피고는 1990. 10. 26.경 위 보증금 중 원고의 몫인 금 40,000,000원에 대한 반환청구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위 각 공유토지 중 원고 지분(이하 이 사건 지분이라 한다)에 관하여 수원지방법원 등기과 접수 제97853호로 채권최고액 40,000,000원, 근저당권자 피고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였다.
그런데 원고의 채권자인 소외 남상수가 1991. 4. 17. 이 사건 지분에 대한 근저당권에 기하여 수원지방법원 91타경7773호 로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1992. 9. 4. 14:00 피고에게 대금 514,010,000원에 경락허가결정이 선고되었다. 원고는 그 직후인 15:00경 남상수에 대한 채무원리금을 변제하고 변제증서를 첨부하여 경매개시결정에 대한 이의를 신청하였으나, 경매법원은 원고가 경매수수료 금 7,866,500원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경매개시결정을 취소하지 않고 대금지급기일을 1992. 9. 22. 10:00로 정하였다. 그러자 피고는 원고의 변제증서 제출로 자신의 경락이 무효로 될 것을 우려하여 자신의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대여금채권인 것처럼 가장하고 그 정을 모르는 법무사로 하여금 1992. 9. 17. 수원지방법원 92타경28876호 로 이 사건 지분에 관하여 이중경매를 신청케 하여 같은 달 18. 경매개시결정이 되고 그 기입등기가 경료되었다. 그 후 경매법원은 원고의 위 경매개시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같은 해 9. 21. 남상수의 신청에 의한 경매개시결정을 취소하고, 후행사건에 기하여 경매절차를 속행하였고, 피고는 이미 대금지급기일로 지정된 1992. 9. 22. 경락대금을 지급하고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었다.
피고의 위와 같은 경락대금 납부에 따라 1992. 10. 26. 실시된 배당기일에서 경락대금 중 집행비용을 공제한 금 502,715,620원에 대하여 개포세무서가 1순위로 금 11,142,870원을, 피고가 2순위로서 금 40,000,000원을, 후순위근저당권자인 소외 김건일이 3순위로서 금 138,000,000원을, 수원시 권선구청이 4순위로서 지방세 금 1,373,780원을 각 배당받고, 그 나머지 금 312,198,970원은 원고에게 배당하기로 하는 내용의 배당표가 작성되었으나, 원고는 각 배당액 전부에 대하여 이의가 있음을 진술하여 배당이 중지되었으며, 그 후 원고는 1992. 11. 2. 피고만을 상대로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한편 원고는 피고의 근저당권은 임차목적물을 반환하여야만 경매를 신청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그 피담보채권이 대여금채권인 것처럼 허위로 주장하여 이중으로 경매개시결정을 받고 이 사건 지분을 경락받았다 하여 1992. 11.경 수원지방검찰청에 피고를 고소제기하였다. 피고는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20여 년간 자동차정비소에서 일하다가 1986년부터 자동차정비업소를 경영하여 월 약 5,000,000원 정도의 수입을 얻고 있으며 1991년경 지방간으로 2주간 입원한 적이 있는데, 위 고소로 인한 수사과정에서 1992. 12. 21. 10:00경 수원지방검찰청 수사과 직원에게 연행되어 30여 시간 동안 구금상태에 있으면서 고소내용이 사실로 밝혀져 구속될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피고는 이로 인한 구속을 모면하고자 같은 달 22. 원고와 '피고가 원고에게, 위자료 및 손해금 등 합의금 명목으로 240,000,000원을 지급하고, 임차건물을 1993. 3. 30.까지 명도하며, 피고가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이 사건 지분은 원고에게 반환하고, 1992. 12. 30.까지의 월차임 중 원고 귀속분은 원고가 부담한다.'는 내용으로 합의하였으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 피고는 당일 구속되었고, 1993. 1. 8.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되었다.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이 사건 합의 당시 원고로서는 피고로부터 이 사건 지분을 반환받고 위 합의금 중 피고에게 반환할 임차보증금을 공제한 금 140,000,000원을 지급받는 것으로 분쟁을 종결하고 피고가 납부한 경락대금의 배당절차에서 받는 이익은 피고에게 반환하기로 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러한 사정에다 이 사건 합의서의 작성 경위 및 그 내용, 원·피고의 지출금액, 이 사건 지분의 가액 및 그 회복 경위, 피고의 수입 및 재산 정도, 임대차관계 기타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합의가 피고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히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라거나 강박 또는 착오에 기한 법률행위라고 할 수 없고, 정의관념이나 신의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합의가 무효라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있다.
2. 민법 제104조 에 규정된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위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약자적 지위에 있는 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한 폭리행위를 규제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할 것이고 ( 대법원 1993. 10. 12. 선고 93다19924 판결 , 1994. 11. 8. 선고 94다31969 판결 등 참조),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궁박, 경솔, 무경험은 모두 구비되어야 하는 요건이 아니고 그 중 일부만 갖추어져도 충분하다고 할 것인데 ( 대법원 1993. 10. 12. 선고 93다19924 판결 참조), 여기에서 '궁박'이라 함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경제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고, 정신적 또는 심리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으며, 당사자가 궁박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그의 신분과 재산상태 및 그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등 제반 상황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2. 4. 14. 선고 91다23660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피고는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20년간 자동차정비소에서 일하다가 1986년경부터 자동차정비업소를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지방간으로 2주일간 입원한 적이 있는데, 이 사건 합의에 이르기 직전에 원고의 고소에 의하여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며 30시간 가량 구금된 상태에 있었고, 고소내용이 사실로 밝혀져서 당일 구속될 지경에 있던 중 경락받은 이 사건 지분을 원고에게 반환하는 외에도, 자신이 이미 납부한 경락대금 514,010,000원의 처리에 관하여는 별다른 약정도 하지 않은 채 위자료 및 손해금 등 합의금 명목으로 금 240,000,000원을 지급하는 등의 내용으로 합의하였다는 것이고, 한편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일반인이 수사기관에서 법관의 영장에 의하지 않고(기록 565면 참조) 30시간 이상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구속을 면하고자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신적 또는 심리적 원인에 기인한 급박한 곤궁의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그러한 상태에서 이 사건 합의를 함에 있어서 금 514,010,000원에 이르는 거액의 처리에 관하여 별다른 약정도 하지 않은 것은 구속될 상황에 처하여 당황한 나머지 경솔하게 합의에 응하였다고 보기에 충분한 사정이라고 할 것이며, 원고도 이와 같은 피고의 궁박 또는 경솔을 이용하여 이 사건 합의를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뿐만 아니라, 원고의 고소내용은 피고가 경매의 방법에 의하여 원고의 이 사건 지분을 편취하였다는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합의는 피고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 주기로 하는 내용의 것이라 할 것인데, 금 514,010,000원에 경락받은 이 사건 지분을 편취한 데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이 사건 지분을 반환하는 외에 금 240,000,000원이라는 거액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한 것은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된 정신적 고통 등의 손해를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과도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도 위와 같은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고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특별한 사정에 관하여 별다른 심리나 이유설시도 없이 피고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주장을 배척하고 말았으니, 여기에는 이유불비의 위법이 있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가 있다.
3. 따라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