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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9다9577 판결
[약정금][미간행]
판시사항

사용자책임의 면책사유인 ‘피해자의 중대한 과실’의 의미

참조조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하창우)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하나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촌 담당변호사 윤용섭외 3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사용자책임이 면책되는 피해자의 중과실이라 함은 거래의 상대방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피용자의 행위가 그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직무권한 내의 행위라고 믿음으로써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의 주의를 결여하고, 공평의 관점에서 상대방을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다62029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지급보증 행위가 소외 1의 정당한 사무집행 범위 내에 속하지 아니한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이를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으므로 피고은행에 대하여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피고은행의 주장에 대하여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원고가 위와 같은 사실을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고, 인정되는 제반 사정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위와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이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위 법리에 비추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수긍할 수 없다.

즉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지급보증서가 은행창구를 통하여 기본거래약정서를 작성하고 담보를 제공하는 등의 통상의 절차를 거쳐 금융기관에서 사용하는 정형적인 양식으로 작성되지 아니하고 소외 1이 단독으로 작성한 것인 점, 월 15%의 고율의 이자로 10억 원이라는 거액을 차용하는 개인 간의 거래에 은행이 지급보증을 한다는 것이 이례적이고 이로 인하여 은행이 합법적인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를 상정하기 어려운 점, 원고가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사업을 운영한 경험에 비추어 은행의 거래 관행을 알 수 있었던 점, 이 사건 지급보증서에 첨부된 지배인의 사용인감 확인원이 지급보증용이 아닌 토지보상금 수령용으로 되어 있는 점, 이 사건 차용금의 궁극적인 사용자가 소외 2, 소외 3이라는 것을 원고가 알고 있었던 점 등의 사정이 인정된다. 뿐만 아니라, 제1심판결 및 원심이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쳐 채택한 증거 등에 의하면, 이 사건 지급보증서에 첨부된 지배인의 사용인감 확인원과 인감증명서는 원고의 요구에 의하여 첨부된 것임에도 위와 같이 사용인감 확인원의 용도가 달리 기재되어 있는 외에 이 사건 지급보증서 작성일로부터 각 6개월 이전에 발급된 것이었고 그나마 인감증명서는 사본이었던 사실, 원고는 이 사건 지급보증서에서 약정된 변제기인 2007. 6. 22.까지 대여금을 변제받지 못하자 피고은행에게 그 지급을 청구하지 않은 채 소외 1 개인으로부터 이자 명목으로 150,000,000원을 지급받으면서 변제기를 연장해주고 그 후 다시 소외 1로부터 수기로 된 지급보증서(을 제4호증)를 작성받거나, 소외 3, 소외 2, 소외 1 개인들 명의의 확인서(을 제5호증)를 작성받은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여기에 피고은행이 제1금융권의 시중 대형은행으로서 위와 같은 방식으로 지급보증서를 작성하는 것이 허용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지급보증서 작성이 소외 1의 정당한 사무집행 범위 내에 속하지 않음을 알고도 단기간에 거액의 이자수익을 얻으려는 의도에서 일부 위험을 감수하여 이 사건 지급보증서를 작성받고 금원을 대여하였거나, 위와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소외 1이 소외 3, 소외 2의 쇼핑센터에 관하여 어느 정도의 대출을 예상하고 있었는지, 원고가 대여한 10억 원을 구체적으로 어떤 용도에 사용하여 피고은행의 대출을 일으킬 계획이었는지, 또 원고는 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어떤 경위로 10억 원을 빌려주게 되었는지, 이 사건 지급보증서가 누구의 주도로 작성되었고 어떻게 하여 위와 같이 적정하지 않은 인감증명서 등이 첨부되었는지 등의 사정(기록에 의하면 소외 1이 소외 2와 소외 3을 고소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그 수사결과 밝혀진 사실들을 알아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및 소외 1의 이 사건 지급보증서 작성 경위에 피고은행의 관리소홀이나 그러한 무리한 영업행태에 대한 묵인 등이 있어 원고에게 오해의 소지를 준 것은 아닌지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이를 바탕으로 원고의 악의, 중과실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그러한 심리를 하지 않고 위와 같이 피고은행의 주장을 배척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사용자책임이 면책되는 피해자의 악의, 중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시환(재판장) 박일환 안대희(주심)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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