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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21. 7. 9. 선고 2020노357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택일적죄명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예비적죄명: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공갈)][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항소인

피고인 1 및 검사

검사

오대건(기소), 정연헌(공판)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강남 담당변호사 여영학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1. 31. 선고 2019고합420 판결

주문

피고인 1의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사기의 점에 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

피고인 1은 ‘○○○○ 이벤트는 단독명의계좌로만 참가할 수 있고 다중서명계좌로는 불가능하다’고 거짓말한 사실이 없고, 이 사건 6,000BTC을 이 사건 3인 계좌로부터 피고인 1의 단독명의계좌로 이체받아 실제로 ○○○○ 이벤트에 참가하였으므로, 피고인 1이 공소외 1, 공소외 2를 기망하였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6,000BTC의 소유권은 □□□재단에게 있는바, 이 사건 3인 계좌를 사용한 것은 그 보존·관리방법의 일환일 뿐이고, 이 사건 3인 계좌에서 피고인 1의 단독명의계좌로 위 6,000BTC을 전송한 것 역시 일시적으로 보존·관리방법을 변경한 것일 뿐이며, 비트코인의 전송은 ‘정보의 기록이나 변경’에 불과하여 이를 그 자체로 재산상 이익의 이전이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의 경우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 1이 ○○○○ 이벤트 참가 이후 이 사건 6,000BTC을 이 사건 3인 계좌로 즉시 반환하지 않은 것은 비트코인의 소유자인 □□□재단의 관리와 통제가 가능한 방안을 찾기 위한 취지였을 뿐 개인적 이익을 취하려고 의도한 것이 아닌바, 피고인 1에게는 편취의 범위 내지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

나. 검사

1) 피고인들에 대하여(공갈의 점에 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

피고인들은 피고인 1이 편취한 6,000BTC 중 1,500BTC의 이전을 요구하였고, 피해회사로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6,000BTC 전부를 사용할 수 없으므로 나머지 4,500BTC만이라도 사용하기 위하여 부득이 피고인들의 요구에 응하였는바, 위와 같은 피고인들의 요구는 충분히 공갈죄의 협박으로 볼 수 있다.

2) 피고인 1에 대하여(사기의 점에 관한 양형부당)

피고인 1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점, 피해회사의 피해 정도와 규모가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3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 1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이 부분 사기 범행의 공소사실 요지는 ‘피고인 1이 공소외 1, 공소외 2를 기망하여 피해회사로부터 6,000BTC을 이체받아 약 197억 7,383만 원 상당을 편취하였다’는 것이다(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 1에 대한 것일 뿐 피고인 2는 기소되지 않았으므로, 이하 사기 범행 관련하여 피고인 2는 ‘피고인 2’로만 표시한다).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이 ○○○○ 이벤트에 참가한 직후 즉시 6,000BTC을 피고인 1, 공소외 1, 공소외 2 명의의 이 사건 3인 계좌로 돌려줄 것처럼 공소외 1, 공소외 2를 기망하였고, 그로 인하여 공소외 1, 공소외 2가 피고인 1을 믿고 6,000BTC을 피고인 1의 단독명의계좌에 이체하였으며, 피고인 1의 편취 범의와 불법영득의 의사도 인정된다고 보아 피고인 1에게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1) 피해회사 및 □□□재단의 설립과 경영상 갈등의 발생

가) 피고인 2는 2015. 11. 19.경 후배 공소외 3, 공소외 2와 함께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인 (플랫폼명 생략)과 위 (플랫폼명 생략)에 기반한 암호화폐 △△코인의 기술개발 및 배포를 목적으로 피해회사를 설립하고, 스스로 대표이사에 취임하였다.

나) 이후 피고인 2는 과거 다른 회사를 운영할 때 부하직원이었던 공소외 1을 피해회사에 영입하였고, 피고인 1은 피고인 2의 아들로서 영어에 능통하고 컨설팅 업무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피해회사에 영입되어 2017. 3.경부터 2017. 6.경까지 피해회사에서 ICO에 필요한 백서 작성 업무, □□□재단의 설립 업무 등을 담당하였다.

다) □□□재단은 위와 같은 피해회사의 △△코인 프로젝트를 위하여 2017. 4. 11.경 설립되었는데, 당시 재단이사로 피해회사의 최고운영책임자인 피고인 1, 피해회사의 부사장인 공소외 1, 피고인 2의 지인으로서 (국가명 생략) 국적인 (외국인 성명 생략)(이하 ‘공소외 4’라 한다) 3인이 등록되었다.

라) □□□재단은 2017. 5.경 ICO(Initial Coin Offering, 이하 ‘ICO’라 한다)를 실시하여 6,902BTC을 모집하였는데, 위 모집은 피고인 1 명의의 계좌로 이루어졌고, 모집된 비트코인은 그 무렵 이 사건 3인 계좌로 이체되었다.

마) 피해회사는 창립멤버 5인(피고인 2, 공소외 2, 공소외 1, 공소외 5, 공소외 3)으로 구성된 이른바 5인위원회를 통하여 중요한 경영상 의사결정을 하였는데, 위와 같은 □□□재단의 설립과 그 재단이사의 선임 및 ICO를 통하여 모집한 비트코인의 이 사건 3인 계좌로의 이체 등 역시 모두 위 5인위원회에서 합의하여 결정한 것이다.

바) 피고인 2는 피해회사의 대표이사로 근무하면서 인사권을 임의적으로 행사하는 등으로 인하여 피해회사 직원들로부터 불만을 사게 되었고, 2016. 12.경에는 개발자들이 피해회사에서 이탈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는바, 이에 5인위원회는 피고인 2의 대표이사 사임을 결정하였으며, 2017. 4. 10.자로 피고인 2의 뒤를 이어 공소외 1이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

사) 그러나 위와 같은 피고인 2의 대표이사 사임 이후에도 피해회사의 개발이사인 공소외 2 등과 피고인 2의 갈등은 계속되었고, 결국 5인위원회는 2017. 6.경 피고인 2가 피해회사의 이사에서도 사임하고 피해회사의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였으며, 피고인 2 역시 이를 수용하였다. 이에 피고인 2의 사촌이자 피해회사의 집행이사인 공소외 6은 2017. 6. 8. 피고인 2의 이사 사임서를 작성하였고, 피고인 2는 그 다음날인 2017. 6. 9. 피해회사에 사임서를 제출하기로 하였다.

2) 기망 및 처분행위와의 인과관계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은 자신의 아버지 피고인 2의 피해회사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피고인 2와 공소외 1, 공소외 2 측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유리한 지위를 점할 목적으로 ○○○○ 이벤트 참가를 구실로 하여 피해회사로부터 6,000BTC을 이체받았고, ○○○○ 이벤트 참가 이후에도 기존의 이 사건 3인 계좌에 6,000BTC을 반환할 의사가 없었으며, 공소외 2, 공소외 1은 위와 같은 피고인 1의 기망에 속아 6,000BTC을 이체하여 주었다고 인정된다.

가) 피고인 1은 이 사건 범행 이전부터 위와 같은 피고인 2와 공소외 1, 공소외 2 등 사이의 갈등 상황을 모두 인지하고 있었는바, 피고인 2의 피해회사에서의 지위를 강화할 목적으로 2017. 5. 24.경 공소외 1, 공소외 2에게 ICO를 통하여 모집된 비트코인을 이 사건 3인 계좌에서 피고인 2를 명의자로 추가한 4인(피고인 1, 피고인 2, 공소외 1, 공소외 2) 명의의 다중서명계좌로 이체할 것을 요구하였다가 거절당하였다.

나) 그 후 피고인 1은 공소외 1, 공소외 2 등에게 ○○○○ 이벤트에 참가하겠다는 이유로 이 사건 3인 계좌에서 자신의 단독명의계좌로 6,000BTC을 이체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 이벤트는 단독명의계좌 뿐만 아니라 다중서명계좌로도 참가가 가능하였는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1은 다중서명계좌로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전혀 확인·검토하지 않은 채 피해회사 측에게 자신의 단독명의계좌로 이벤트에 참가하겠다는 내용만을 알렸다.

다) 당시 피고인 1은 2017. 6. 8. 공소외 1에게 ○○○○ 이벤트 참가를 위한 6,000BTC의 이체를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하였고, 2019. 6. 9. 오전 피해회사의 5인위원회에서도 모두 거절당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1은 재차 공소외 1, 공소외 2를 상대로 ○○○○ 이벤트 참가를 설득하였고, 이에 공소외 1은 또다시 피고인 1의 제안을 거절하였으나, 피고인 1에게 설득 당한 공소외 2가 공소외 1에게 “피고인 1을 한번 믿어주자”고 부탁함에 따라 비로소 ○○○○ 이벤트 참가가 결정되었다.

라) 이에 2017. 6. 9. 12:55경 이 사건 3인 계좌에서 피고인 1의 단독명의계좌로 이 사건 6,000BTC이 이체되었는바, 당시 피고인 1은 공소외 1, 공소외 2에게 ○○○○ 이벤트에 참가한 직후 곧바로 비트코인을 이 사건 3인 계좌로 복귀시키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피고인 1은 위 약속과 달리 ○○○○ 이벤트 참가가 종료되었음에도 이 사건 3인 계좌에 비트코인을 반환하지 않았고, 이에 공소외 1은 피고인 1에게 전화하여 반환을 요청하였는데, 당시 통화에서 피고인 1은 피고인 2와 공소외 1, 공소외 2 등 사이에 발생한 피해회사의 경영상 갈등과 위와 같이 2017. 5. 24.경 비트코인을 이 사건 3인 계좌에서 피고인 2를 명의자로 추가한 4인 명의의 다중서명계좌로 이체하여 달라는 자신의 요구가 거절된 사정을 언급하면서 피해회사 측에서 피고인 1에게 만족할 만한 제안을 하여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6,000BTC을 자신이 가지고 있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하였다.

마) 한편 피고인 2는 피고인 1이 위와 같이 이 사건 3인 계좌로부터 6,000BTC을 피고인 1의 단독명의계좌로 이체 받은 것을 알게 된 후 피해회사와 종전에 합의한 내용과 달리 사임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고인 2는 2017. 6. 11. 07:11경 공소외 1에게 피고인 2 명의의 공소외 7 회사 주식과 공소외 8 명의의 피해회사 주식의 교환을 제안하는 이메일을 보냈는데, 만일 위 제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피고인 2의 피해회사 지분은 34%로 증가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3) 처분권한 있는 자의 처분행위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이 6,000BTC을 이체 받을 당시 ICO를 통하여 모집된 비트코인은 피해회사에 보내져 이 사건 3인 계좌에 보관되어 있었고, 공소외 1, 공소외 2는 피해회사의 위임에 따라 비트코인의 처분권한을 가지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가) 피해회사는 △△코인 프로젝트를 위한 ICO를 진행하기 위하여 □□□재단을 설립하였는바, 이는 당시 우리나라에서 ICO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가 불분명하여 이미 관련 법제가 마련된 (국가명 생략)에서 ICO를 진행하고자 한 것이다.

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당시 피해회사는 □□□재단을 ICO 개최를 위한 수단 정도로만 인식하였을 뿐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독립적인 주체로 여기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① 피고인 1은 2017. 3. 6. □□□재단의 설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5인위원회 구성원 및 공소외 9, 공소외 4에게 □□□재단의 설립과 관련하여 이메일을 발송하면서 ‘ICO를 통하여 모집된 자금은 재단으로 보내지고, 위 자금은 재단으로부터 피해회사에 보내질 수 있다’, ‘설립자 공소외 4는 아무런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지만, 공소외 4가 (국가명 생략) 국적이어서 빠른 재단 설립 및 은행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알렸다. ② 피고인 1은 2017. 4. 10. 피해회사 사내메신저에 □□□재단의 부팅구조에 관하여 ‘공소외 4는 가능할 경우 투표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게시하였다. ③ 위와 같은 이메일과 메신저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은 ICO 진행을 위한 재단을 (국가명 생략)에 설립하는 데 있어 (국가명 생략)법상 (국가명 생략) 국민이 1명 이상 이사에 편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공소외 4의 (국가명 생략) 국적을 이용하려고 하였을 뿐 공소외 4에게 재단 이사로서의 실질적인 역할을 부여할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④ 한편 이 사건 범행 이후 2017. 6. 27. 피해회사 측과 피고인 1, 피고인 2 사이에 작성된 합의서에도 피해회사가 □□□재단의 지배구조를 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다)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해회사와 □□□재단의 의사 합치에 따라 이 사건 3인 계좌에 비트코인이 이체된 시점부터 그 비트코인은 △△코인의 개발 자금으로서 피해회사로 이전된 것이고, 그 처분권한은 위 계좌의 명의자 3인에게 위임되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ICO 개최를 위하여 □□□재단을 설립하고, 그 재단이사를 선임하며, ICO를 통하여 모집된 비트코인을 이 사건 3인 계좌로 이체하기로 한 것은 모두 피해회사의 의사결정이었다. 즉 당시 □□□재단은 사실상 피해회사의 지배 하에 있었고, 피해회사와 그 의사를 같이 하였다. ② 피고인 1은 이 사건 범행 이후에야 비로소 □□□재단의 법률 자문을 맡은 ◇◇◇에 자신의 변소에 부합하는 취지의 자문을 적극적으로 요청하였는바, 그 이전에 피고인 1이 비트코인의 소유권에 관한 자문 요청을 하였다는 자료는 찾을 수 없다. 한편 피고인 1은 이 사건 범행 이후 2017. 6. 13. ◇◇◇의 소속변호사에게 ‘□□□재단의 정관에서 □□□재단의 이사만이 자금집행을 위한 계약체결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을 찾을 수 없으니, 그에 관한 명확한 법률적 근거를 제공해달라’는 취지의 자문을 요청하였으나, ‘□□□재단의 이사가 아닌 자가 계좌관리권한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는 규정은 없다’는 회신을 받았을 뿐이다. ③ □□□재단의 기부금(ICO를 통해 모집된 비트코인) 배분에 관한 약관은 □□□재단이 △△코인 플랫폼 내지 △△프로젝트 개발 및 집행을 위한 기부금 할당에 관하여 재량을 가지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피해회사와 □□□재단은 2018. 1. 23. 피해회사가 (플랫폼명 생략) 및 △△코인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재단은 피해회사에게 △△프로젝트를 위한 모든 일반 경비 및 비용(마케팅비, 사무실, 급여 등)을 지급하는 내용의 서비스 및 개발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그 계약기간을 2017년 1사분기부터 2018년 2사분기로 정하였고, ◇◇◇ 역시 2019. 3. 19. 피해회사에 보낸 계약 해지 통지서에서 위 계약이 2017. 4. 17.자로 체결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4) 불법영득의사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은 공소외 1, 공소외 2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6,000BTC을 자신이 보유하겠다는 의사로 취득한 것이므로, 피고인 1의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된다.

가) 피고인 1은 이 사건 범행 직후 공소외 1과 통화하면서 만족할 만한 제안이 없을 경우 6,000BTC을 자신이 가지고 있겠다고만 하였을 뿐, 6,000BTC이 □□□재단의 소유이므로 이를 바로 잡기 위하여 자신이 보관한다는 취지는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또한 피고인 1은 2017. 6. 11. ◇◇◇ 소속변호사에게 6,000BTC을 자신의 단독명의계좌에 두었다가 자신과 피고인 2(형식상 명의자는 공소외 4)의 다중서명계좌로 옮겨놓은 이유에 관하여 피해회사 측에서 법률적 문제를 제기하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고, 이에 덧붙여 피해회사 측 공소외 1이 자신에 대하여 사기와 횡령 혐의를 제기하였다고 알렸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은 애당초 이 사건 범행 당시에는 피해회사 측에서 자신과 피고인 2에게 만족할 만한 조건을 제시할 때까지 6,000BTC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으려고 계획하였다가, 피해회사 측에서 자신을 사기와 횡령으로 고소하겠다고 주장하자 형사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그 전까지는 전혀 제기되지 않았던 비트코인의 □□□재단 소유권 문제를 주장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나) 피고인 1이 그 주장과 같이 처음부터 이 사건 3인 계좌의 명의자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여 이를 바로잡고자 하였다면, 이 사건 범행 이전에 □□□재단 이사들로 구성된 다중서명계좌로 비트코인을 이체하여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함이 경험칙상 자연스럽고 온당한 일이라 할 것인데, 피고인 1은 이 사건 범행 이전에는 단 한 차례도 이 사건 3인 계좌의 명의자 구성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 바 없다.

다) 또한 피고인 1이 그 주장과 같이 진정으로 6,000BTC을 □□□재단 소유로 정상화시키고자 하였다면, □□□재단 이사회를 통하여 피해회사에게 비트코인의 관리계좌 변경을 요구할 수 있었음에도 피고인 1은 이러한 절차를 취하거나 이러한 절차를 취하기 위한 자문 요청 등 준비에 나아간 사실이 없다. 오히려 피고인 1은 앞서 본 바와 같이 2017. 5. 24. 피해회사에게 이 사건 3인 계좌의 명의자에 형식상 □□□재단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피고인 2를 추가하여 4인 명의의 다중서명계좌를 개설하자는 요구를 하였을 뿐이고, 실제로 이 사건 범행 이후 6,000BTC은 피해회사 및 피고인 1 측의 합의에 따라 2017. 6. 14. 이 사건 3인 계좌의 명의자에 피고인 2가 추가된 4인 다중서명계좌로 이체되었다.

나. 당심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 1에게는 사기죄가 성립하고, 당심 증인 공소외 1의 일부 법정진술은 위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피고인 1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피고인 1의 기망행위

가) 피고인 1 및 변호인은, 피고인 1은 공소외 1, 공소외 2에게 ‘○○○○ 이벤트는 단독명의계좌로만 참가할 수 있고 다중서명계좌로는 불가능하다’고 거짓말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1이 다중서명계좌로 ○○○○ 이벤트에 참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독단적으로 배제한 채 공소외 1, 공소외 2에게 일방적으로 ‘단독명의계좌로 참가하여야 한다’고 말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특히 공소외 2는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 ‘당시 피고인 1이 다중서명계좌로는 이벤트에 참가할 수 없다고 해서 피고인 1 단독명의계좌로 보내주었다. 다중서명계좌에서 진행을 해도 된다고 했으면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핵심은 피고인 1이 다중서명계좌로 참가하는 것은 안 된다고 하면서 단독명의계좌로 이체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고, 저는 그 요청에 응했다는 것이다.’라고 분명하게 진술하였는바, 이러한 진술은 일관되고 합리적이어서 충분히 믿을 수 있고, 이에 관한 당심 증인 공소외 1의 법정진술은 ‘당시 저는 거액의 회사 자금을 이벤트 참가 등에 사용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반대한 것이고, 이벤트 참가를 위해 계좌 이체가 필요한지 여부에 관하여는 피고인 1의 말을 그대로 믿었을 뿐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피고인 1이 계좌 이체의 필요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일 뿐이어서 위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한편 설령 피고인 1이 이 부분에 관하여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 사건 사기죄의 성립을 위한 기망을 인정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이 사건 기망의 핵심은 ‘단독명의계좌로만 이벤트 참가가 가능하다’고 말한 부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벤트 참가 직후 즉시 비트코인을 반환하겠다’고 말한 부분에 있기 때문이다. 즉 피고인 1의 주장 취지와 같이 당시 피고인 1은 다중서명계좌로는 이벤트 참가가 불가능하다고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위와 같이 말한 것이고, 실제로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위와 같은 이벤트에는 단독명의계좌로 참가하는 통상적인 관행이며, 따라서 위 ○○○○ 이벤트의 경우에도 단독명의계좌로 참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1이 실제 반환의사 없이 ‘이벤트 참가 직후 즉시 비트코인을 반환하겠다’고 약속한 이상 피고인 1은 공소외 1, 공소외 2를 기망한 것이다.

나) 피고인 1 및 변호인은, 피고인 1이 이 사건 6,000BTC을 이체받은 이후 실제로 ○○○○ 이벤트에 참가하였음을 들어 피고인 1이 공소외 1, 공소외 2를 기망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 이벤트의 실제 참가 여부는 이 사건 기망의 성립 여부를 좌우할 만한 요소가 아니다. 물론 피고인 1이 ○○○○ 이벤트에 참가조차 하지 않았다면 기망이 더욱 명확하게 인정될 것이나, 참가하였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기망이 부정될 수는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기망의 핵심은 ‘이벤트 참가 후 즉시 비트코인을 반환하겠다’고 말한 부분에 있지 ‘○○○○ 이벤트에 참가하겠다’고 말한 부분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이 사건 편취행위과 ○○○○ 이벤트 참가는 서로 양립 불가능한 관계에 있지 않다. 피고인 1은 ○○○○ 이벤트 참가를 이 사건 편취행위를 위한 좋은 명분으로 활용한 것이고, 또한 이 사건 편취행위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이익이 될 수 있으므로 ○○○○ 이벤트에 참가하였을 뿐이라고 보인다.

다) 피고인 1 및 변호인은, 피고인 1은 처음부터 비트코인의 반환을 거부할 의사가 있었던 것이 아니고, ○○○○ 이벤트에 참가한 이후 비로소 반환을 거부하기로 마음먹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심이 적절하게 판시한 바와 같이 피고인 1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이미 수개월 전부터 피고인 2와 공소외 1, 공소외 2 사이에 상당한 갈등과 반목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고, 피고인 2가 그 자신이 설립한 피해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이에 이미 한 차례 기존의 피고인 1, 공소외 1, 공소외 2 3인에 피고인 2를 포함한 4인의 다중서명계좌로 이 사건 비트코인을 이체하려고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였다가, 급기야 공소외 1, 공소외 2 측에 의하여 피고인 2가 사실상 강제로 사임하게 될 상황에 이르자 이 사건 비트코인을 이전받아 이를 이용하여 공소외 1, 공소외 2 측과 협상을 시도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즉 피고인 1에게는 당시 이 사건 비트코인을 이전받아 이를 협상의 무기로 활용할 만한 충분한 상황과 동기가 있었다.

피고인 1의 주장에 의하면 비트코인을 이체받기 전에는 전혀 없던 생각이 ○○○○ 이벤트 참가 이후 갑자기 생겼다는 것인데, 그 사이에 피고인 1에게 위와 같이 생각이 변할 만한 아무런 계기나 사건이 없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주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관하여 피고인 1은 당심에서 ‘뭔가 갑작스러운 영감이 떠올랐다.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고, 돌려주려고 하는 과정에서 생각해보니까 이것은 그냥 정상화하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해서 단순하게 결정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이는 그 자체로 다소 받아들이기 어렵고, 오히려 △△코인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이 사건 6,000BTC이 가지는 의미와 그 규모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이 아무런 사전 계획이나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마음을 돌려먹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일 뿐이다.

다만 위 당시 피고인 1은 비트코인을 이체받은 직후 2017. 6. 9. 13:50경 공소외 1에게 “금일 저녁 10시 반에 ○○○○을 지급한 후 자금을 복귀시키겠습니다.”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있고, 이를 감안하면 피고인 1의 반환거부 의사는 비트코인을 이전받은 이후에 비로소 형성되었다고 볼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전체적 진행경과와 후속상황에 비추어 보면 위 메시지는 피고인 1이 자신의 진정한 의도를 가장하고 일정한 명분을 얻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만일 피고인 1이 비트코인을 이전받자마자 그 즉시 ‘이제 비트코인은 내 손에 들어왔다. 그러니 협상하자’라는 취지를 밝혔다면 이는 그 자체로 피고인 1이 이 사건 비트코인을 부당한 목적으로 편취하였음을 스스로 자인하는 결과가 되었을 것이다.

2) 피해회사의 처분행위

가) 피고인 1 및 변호인은, 이 사건 6,000BTC의 소유권과 처분권한은 □□□재단에게 있는바, 이 사건 3인 계좌를 사용한 것은 그 보존·관리방법의 일환일 뿐 이로써 이 사건 6,000BTC의 소유권이나 처분권한이 피해회사에게 이전된 것이 아니고, 이 사건 3인 계좌에서 피고인 1의 단독명의계좌로 이 사건 6,000BTC이 이체된 것 역시 일시적으로 보존·관리방법이 변경된 것일 뿐이므로, 이 사건에서 피고인 1에 대한 처분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없고, 피해회사를 사기죄의 피해자로 볼 수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반드시 완전하고 종국적인 처분행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즉 사기죄에 있어서 '재물의 교부'란 범인의 기망에 따라 피해자가 착오로 재물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범인에게 이전하는 것을 의미하는바, 재물이 범인의 사실상의 지배 아래에 들어가 그의 자유로운 처분이 가능한 상태에 놓였다면 재물의 교부가 있었다고 보아야 하고(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1도182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사기죄의 객체가 ‘재물’이 아닌 ‘재산상 이익’인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우선 원심이 적절하게 판시한 바와 같이 이 사건 6,000BTC의 당초 소유권이 □□□재단에게 있었다 하더라도 △△코인 개발사업의 진행을 위한 □□□재단의 의사결정에 따라 그 비트코인이 이 사건 3인 계좌로 이전된 이상 그 이후 비트코인의 처분권한은 피해회사에게 이전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이를 단순히 피해회사가 □□□재단 소유의 비트코인을 보존·관리하고 있을 뿐이라고 볼 것은 아니다. 이는 만일 피해회사가 실제로 위 취지에 따라 이 사건 비트코인을 △△코인 개발사업에 사용한 경우 이를 처분권한 없는 자의 임의적 처분이라고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한편 이러한 사정은 □□□재단이 피해회사와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는 독립적 실체임을 고려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 위와 같이 처분권한이 이전되었다고 보는 것은 □□□재단의 실체가 없었다는 것을 이유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이 □□□재단의 의사였다는 점을 이유로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 본 바와 같이 당시 □□□재단의 의사는 사실상 피해회사에 의하여 결정되었던 측면이 있으나, 이는 당시 □□□재단의 의사가 위와 같은 처분권한의 이전이었음을 더욱 명백히 하는 사정일 뿐 그와 같은 처분권한의 이전이 □□□재단의 의사에 반한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아니다.

나아가 피고인 1은 이 사건 3인 계좌에서 자신의 단독명의계좌로 비트코인을 이체받음으로써 그 처분권한을 취득하였다. 실제로 피고인 1은 이후 이 사건 6,000BTC을 피고인 1과 피고인 2(형식적 명의자는 공소외 4)의 2인 다중서명계좌로 이체하기도 하였는바, 이러한 사정 자체가 피고인 1이 위 6,000BTC의 처분권한을 취득하였음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요컨대, 이 사건 6,000BTC의 소유권이 원래 □□□재단에게 있었다 하더라도, □□□재단의 의사에 따라 그 처분권한이 피해회사에게 이전된 이상 피해회사는 사기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피해회사가 위 6,000BTC을 피고인 1의 단독명의계좌로 이체함으로써 피고인 1이 그 처분권한을 취득한 이상 사기죄의 처분행위도 인정된다. 즉 피해회사는 피고인 1에게 속아 6,000BTC을 처분한 것이다.

나) 피고인 1 및 변호인은, 피해회사의 대표이사였던 공소외 1이 ○○○○ 이벤트 참가를 결정한 것은 공소외 2 등과의 논의 끝에 그것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리라는 판단 때문이었지 피고인 1의 요구 때문이 아니었는바, 피고인 1은 단지 ○○○○ 이벤트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고 참가를 제안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근거로 기망행위와 처분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한다.

그러나 피해자가 기망행위자의 이익이 아닌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행동한 결과 처분행위에 이르게 되었다고 하여 사기죄의 성립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것은 공소외 1, 공소외 2가 피고인 1에서 속아서 ○○○○ 이벤트에 참가하였다는 점이 아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1, 공소외 2가 피고인 1에게 속은 부분은 ○○○○ 이벤트 참가가 끝나면 즉시 비트코인이 반환될 것이라고 믿었다는 점에 있는 것이다.

다) 피고인 1 및 변호인은, 비트코인의 전송은 실물 자산이나 권리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정보의 기록이나 변경’에 불과한바, 비트코인의 전송 그 자체를 재산상 이익의 이전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가상화폐’의 일종으로서, 비트코인 거래에 관한 당사자들이 이를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취급한 이상,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으로 보아야 하고( 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도361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비트코인에 관하여 다른 사람을 기망하여 이를 이전받는 행위는 사기죄에 해당한다( 대법원 2019. 2. 28. 선고 2018도2093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1은 이 사건 6,000BTC을 자신의 단독명의계좌로 이전받음으로써 그 처분권한을 취득하였고, 이후 피고인 2(형식적 명의자는 공소외 4)와의 2인 다중서명계좌에 일시 이체하는 등 그 처분권한을 실제로 행사하였으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처럼 비트코인을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기초하여 공소외 1, 공소외 2 등에게 협상을 제안할 수 있었고, 공소외 1, 공소외 2 등은 피고인 1이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는 사정상 자신들은 이를 사용할 수 없었기에 부득이 협상에 응하게 되었는바, 이 사건 6,000BTC의 이체를 사기죄에서 말하는 재산상 이익의 이전이 아니라고 볼 아무런 이유나 근거가 없다. 이 사건 사기의 객체가 통상의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이 아닌 비트코인이라는 점은 사기죄의 성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3) 피고인 1의 범의와 불법영득의사

가) 피고인 1 및 변호인은, 피고인 1이 ○○○○ 이벤트 참가 직후 이 사건 6,000BTC을 이 사건 3인 계좌로 즉시 반환하지 않은 것은 비트코인의 소유권을 가진 □□□재단의 관리와 통제가 가능한 방안을 찾기 위한 의도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바와 같이 피고인 1이 이 사건 비트코인을 이전받은 주요 목적은 공소외 1, 공소외 2 측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고자 한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 1의 위 주장은 사후적으로 주장하는 명분으로 보일 뿐이다.

설령 위 당시 피고인 1에게 □□□재단의 정상화를 위한 취지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의사가 반드시 이 사건 편취범의와 양립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즉 피고인 1에게는 공소외 1, 공소외 2 측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 목적과 함께 이를 통하여 □□□재단을 정상화하겠다는 의도가 함께 있었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과연 그 중 어느 것이 주요한 목적이었는지 여부이고, 원심이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피고인 1이 이 사건 범행 이전에는 □□□재단의 자금 관리 등에 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한 바 없다가 이 사건 범행 이후 공소외 1, 공소외 2 측에서 형사고소 등을 언급하자 그때서야 비로소 피해회사가 □□□재단의 자금을 관리·처분하는 것이 법적으로 타당한지를 검토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 1의 주요 목적은 공소외 1, 공소외 2 등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 것이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나) 피고인 1 및 변호인은, 적어도 피고인 1은 □□□재단의 소유인 이 사건 6,000BTC을 □□□재단을 위하여 보존·관리하고자 한 것일 뿐 피고인 1의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 1의 주요한 의도가 위 주장과 같이 □□□재단 소유의 비트코인을 보존·관리하고자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움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한편 재산죄에서 불법영득의사란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이용·처분할 의사를 말하는바, 피고인 1이 이 사건 기망을 통하여 이 사건 6,000BTC에 관한 피해회사의 처분권한을 배제하고 자신이 독자적인 처분권한을 행사한 이상, 피고인 1이 이 사건 범행으로 취득한 비트코인을 개인적으로 영구 취득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그 죄책의 경중 내지 양형에 관한 요소일 뿐 사기죄의 성립 자체를 좌우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다.

3. 검사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이 부분 공갈 범행의 공소사실 요지는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공소외 1, 공소외 2 등을 협박하여 이에 겁을 먹은 피해회사로부터 1,500BTC을 이전받아 약 43억 7,532만 원 상당을 갈취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피해회사 측 공소외 1, 공소외 2 등을 협박함으로써 피해회사로부터 1,500BTC 시가 약 43억 원 상당을 이전받았음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2017. 6. 27.자 합의는 피고인들이 스스로 먼저 피해회사에 합의할 것을 요청하거나 요구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 2의 의뢰로 피해회사에 컨설팅을 제공하던 공소외 10의 중재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 사건 합의서가 작성되기 전 피고인들과 피해회사 측 공소외 1이나 공소외 2가 직접 합의 내용에 관하여 논의를 한 적이 없으며, 합의서 원안을 기초로 하여 최종적인 합의안이 도출되기까지 공소외 10이 피고인들과 피해회사 측의 의견을 전달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합의서 원안도 공소외 10과 피고인 2의 2시간여에 걸친 논의 끝에 작성된 것인데, 합의서 원안에 공소외 10이 피해회사를 최대한 설득한다는 내용도 기재되어 있다.

2) 피해회사 측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의 진술 역시 이 사건 합의가 피고인들의 일방적인 협박에 의한 것이 아님을 방증한다. ① 공소외 1은 원심법정에서, 공소외 10으로부터 합의서 원안을 제시받은 다음 피해회사의 당시 6인위원회(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5, 공소외 3, 공소외 11, 공소외 6)에서 협의를 통하여 피해회사의 의견이 반영된 합의안을 마련하였고, 6인위원회의 논의 결과 피고인들과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이 사건 합의가 체결되는 과정에서 피고인들의 협박은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② 공소외 2도 원심법정에서, 공소외 10이 합의서 원안을 제시하여 피해회사 내부적으로 논의가 이루어졌고, 이 사건 합의 정도의 내용이라면 △△코인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피고인들과 합의를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③ 공소외 3 역시 원심법정에서, 공소외 10이 합의서 원안을 피해회사로 가져와 피해회사 내부의 논의가 시작되었고, 6인위원회 협의를 거쳐 이 사건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3) 피고인 1의 이 사건 사기 범행 이전에 이미 공소외 1과 피고인 2 사이에에 피고인 2는 피해회사에서 자진 사임하고, 피해회사는 피고인 2가 운영하는 공소외 12 회사에 10억 원을 지원하는 취지의 협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위와 같은 협의 취지는 이 사건 합의의 주요부분으로 반영되어 있다. 한편, 합의서 원안과 이 사건 합의서를 비교해볼 때, 합의서 원안에서는 피고인 2가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는 피해회사 지분비율에 제한이 없었으나 이 사건 합의서에는 그 비율이 10%로 제한되어 있고, 합의서 원안에는 명시적 기재가 없었던 경업금지의무가 추가되는 등 합의서 원안보다 이 사건 합의서 내용이 피해회사에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4) 피해회사는 2017. 9.경 피고인 2에게 이 사건 합의가 유효함을 전제로 이 사건 합의 내용 중 이미 이행된 부분은 제외하고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제시하는 합의서 수정안을 보냈다. 한편 공소외 1, 공소외 2와 피해회사는 2018. 3.경 피고인들과 피고인 2의 둘째 아들 공소외 13, 피고인 2 운영의 공소외 12 회사를 상대로 이 사건 합의에 따른 경업금지약정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경업금지가처분 신청을 하였는데, 위 사건에서도 이 사건 합의의 체결 경위에 관하여 피고인들과 공소외 13이 잘못을 인정하면서 사임 요구를 받아들여 이 사건 합의서가 작성되었다고 하였을 뿐 이 사건 합의 체결의 부당함에 관하여는 주장한 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나. 당심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에게 공갈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공갈죄는 사람을 공갈하여, 즉 폭행이나 협박으로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로서, 이러한 공갈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피공갈자의 처분행위가 필요하고, 위와 같은 처분행위가 인정되기 위하여는 그 당연한 전제로서 피공갈자에게 그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처분할 수 있는 지위 내지 능력이 필요하므로, 만일 피공갈자가 이미 그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처분할 수 있는 지위와 능력을 상실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갈죄는 성립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부분 공소사실은 공갈죄 성립의 전제로서 ‘이 사건 6,000BTC은 피고인 1, 피고인 2, 공소외 1, 공소외 2 명의의 4인 다중서명계좌로 이체됨으로써 피해회사에게 반환되었다’고 하면서도, 반면 피해회사가 피고인들의 협박에 의하여 부득이 1,500BTC을 피고인들 측에게 이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관하여 ‘피고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미 편취된 6,000BTC 전부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고 하고 있는바, 이는 결국 ‘피해회사는 비트코인을 편취당하여 이를 처분할 수 있는 지위와 능력을 상실하였기에 그 중 일부라도 되찾아 오고자 어쩔 수 없이 피고인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것으로서, 그 자체로 피고인 1에 의하여 편취된 6,000BTC이 아직 피해회사에게 제대로 반환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즉 이 사건 6,000BTC이 피고인 1의 단독명의계좌에 있는 것과 피고인 1, 피고인 2, 공소외 1, 공소외 2의 4인 다중서명계좌에 있는 것은, 피고인 1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단독의 의사결정으로 비트코인을 처분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에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지만, 피해회사 측 공소외 1, 공소외 2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과거 이 사건 3인 계좌에서와 달리 여전히 자신들 2인의 합의만으로는 비트코인을 처분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양자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는 것이다. 결국 위 1,500BTC이 피고인들에게 귀속된 것은 선행 사기 범행의 결과일 뿐 새로운 공갈 범행의 결과라고 볼 수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부분 공갈죄는 성립하기 어렵다.

2) 이와 달리 이 사건 6,000BTC이 일응 피해회사에게 반환되었다고 보더라도, 원심이 적절하게 판시한 이 사건 2017. 6. 27.자 합의의 경위와 내용 및 합의 이후의 정황, 즉 이 사건 합의는 피고인들이 스스로 먼저 제안한 것이 아닌 점, 합의가 성사되기까지 쌍방의 의견 조율 과정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내용이 추가되었던 점, 피해회사는 합의 이후 당초의 합의가 유효함을 전제로 일부 수정안을 제시하거나 피고인들 측에서 합의사항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경업금지가처분 신청을 하기도 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 측의 일방적인 협박에 의하여 이 사건 합의가 체결되었다거나 피해회사가 피고인들의 협박 때문에 무효 내지 취소사유가 인정될 정도의 하자 있는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물론 피해회사로서는 다소 불리한 지위에서 협상에 응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합의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처분행위를 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이미 편취당한 비트코인 중 일부라도 회복하기 위한 협상이었다는 점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4.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 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으로서,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경우 항소심으로서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이 사건 사기 범행은 피고인 1이 아버지 피고인 2가 피해회사에서 사임 당할 위기에 처하게 되자 △△코인 프로젝트를 위하여 모집된 자금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6,000BTC 197억 7,383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편취한 것으로서 그 범행경위와 편취액수 등에 비추어 죄질이 가볍지 않은 점, 피고인 1의 이 사건 사기 범행으로 피해회사 구성원들은 큰 충격에 빠졌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회사의 구성원들과 투자자들 중 상당수가 피고인 1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불리한 정상으로 고려하되, 피고인 1은 피해회사를 설립하였던 아버지 피고인 2가 피해회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여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바 그 경위에 다소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이 사건 범행으로 피고인 1이 개인적 이익을 취득한 바는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여 피고인 1에 대한 형을 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형은 중요한 정상들을 빠짐없이 고려하여 적정하게 결정된 것으로 보이고, 달리 당심에서 원심의 형을 변경할 만한 양형조건의 변화가 없다.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갈죄는 성립할 수 없지만, 그 범죄의 성부와 무관하게 이 사건 2017. 6. 27.자 합의에 따라 결과적으로 피고인 1, 피고인 2 측에 이 사건 사기 범행으로 편취한 6,000BTC 중 1,500BTC이 귀속된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합의는 피고인 1, 피고인 2 측과 공소외 1, 공소외 2 측 사이에 피고인 2의 사임을 놓고 기존에 협의하였던 내용을 구체화한 것으로서, 쌍방이 사실상 사업적으로 결별하되 다만 당초의 공동목표로서 이미 공개적으로 개시된 △△코인 프로젝트의 성사를 위하여 각자 역할을 분담하는 취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피고인 1, 피고인 2 측은 실제로 ☆☆☆☆☆ 앱을 개발하여 □□□재단에 납품하였으며, 나아가 그 개발비용 약 551BTC을 제외한 나머지 약 949BTC은 □□□재단에 반환하였는바,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면 위 합의에 따라 일응 취득한 1,500BTC에 관하여도 피고인 1, 피고인 2가 이를 △△코인 프로젝트와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이득하였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그 밖에 피고인 1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그 수단과 결과, 범죄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보더라도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서 원심에게 주어진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

검사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5. 결론

피고인 1의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배형원(재판장) 강상욱 배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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