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19.1.18. 선고 2018고합992 판결

피고인은 2017. 5. 2. 01:00 경부터 02:45 경까지 사이에 서울 영등포구 E에 있는 F역 13번 출구 앞 도로에서 피해자가 구토를 하고 싶다고 하여 차를 세웠는데, 피해자가 구토를 하고 나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위 승용차 안에서 술에 만취하여 제대로 반항을 하지 못하는 피해자의 바지와 아래 속옷을 벗긴 후 피해자의 음부에 성기를 삽입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B의 법정진술

1.소장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299조, 제297조

1.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1. 이수명령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6조 제2항 본문

1. 취업제한명령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부칙(2018. 1. 16.) 제3조,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18. 3. 13. 법률 제154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6조 제1항

본문

1. 공개명령 및 고지명령의 면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7조 제1항, 제49조 제1항,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단서, 제50조 제1항 단서(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 성폭력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피고인에 대한 징역형의 선고, 신상정보 등록,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및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대한 취업제한만으로도 재범을 방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인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환경, 가족관계, 사회적 유대관계, 범행의 동기, 범행의 방법과 결과, 공개·고지명령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와 예상되는 부작용 및 그로 인하여 달성할 수 있는 등록대상 성폭력범죄의 예방 효과와 피해자 보호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의 신상정보를 공개, 고지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인에게 공개명령 또는 고지명령을 선고하지 아니한다)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와 자연스럽게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였을 뿐, 피고인이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것이 아니고, 당시 피해자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도 않았다.

2.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가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한 진술은 신빙성이 있고, 위 진술과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당시 피해자는 술에 취하여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고, 피해자를 옆에서 계속 지켜본 피고인은 피해자가 위와 같은 상태에 있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이 피해자의 위와 같은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1)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은 2017년 4월경 소모임 애플리케이션을 통하여 가입한 'C'(이하 '이 사건 모임'이라 한다)에서 알게 된 사이로, 2017. 5. 1. 피고인 등 위 모임 멤버들을 만나 술자리를 가졌고, 1, 2차 술자리가 끝난 후 같은 날 밤 11시가 넘어서 피고인, G와 함께 서울 동작구 H에 있는 횟집으로 이동하여 술을 마셨는데, 자정 이후로 술에 취해 기억을 잃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피고인의 승용차 안 조수석이었으며, 간신히 조수석 문을 살짝 열어 계속 구토를 하던 중 잠깐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니, 피고인이 자신의 바지와 속옷을 함께 내리고 상의를 가슴까지 올린 다음 조수석에 누워 있는 자신 위에서 성관계를 하였고, 자신은 술에 너무 취해 몸을 움직일 수 없어 피고인이 입맞춤을 하려고 할 때 그것이 너무 싫어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것 외에는 저항을 하지 못하였으며, 성관계가 끝난 후 피고인은 음주단속이 있어 더 갈 수 없으니 앞에 있는 택시를 타고 가라고 하여 차에,서 내려 택시를 타 집으로 돌아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처럼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의 주요 부분에 관하여 비교적 구체적이고 일관성 있게 진술하였고, 그 진술 내용에 특별히 비합리적인 부분이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

2)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피고인에게 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고, 피고인이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지는 않았으며, 차 안에 구토하지 않기 위해 조수석 문을 열어 차 밖에다 구토를 하였고, 당시 피해자가 입은 바지는 꽉 끼는 것이었으며, 성관계 이후 피해자가 벗겨진 바지를 스스로 끌어 올려서 입었다는 등 피해자에게 불리할 수도 있는 내용까지 가감 없이 진술하였다.

3) 피해자는 피고인을 고소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였으나, 이 사건 범행 당일숙취로 몸이 너무 아팠고,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기 싫고 가족들이 알게 될까 두렵기도 하여, 고소를 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다가, 몇 주 후 이 사건 모임에서 만난 남자친구에게 속상한 마음에 '나는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을 당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너무 더럽다고 느껴지는데, 너도 내가 더럽다고 느껴진다면 사귀는 것을 취소해도 된다'라고 말하였더니, 위 남자친구가 그냥 묻고 가자는 식으로 이 사건 모임에서 탈퇴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여 고소를 하지 못한 채 잊자는 생각으로 지냈고, 위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된 이후 미투 운동(#Me Too Movement)과 관련된 뉴스가 나오면서 피고인을 고소하지 못한 것이 화가 나는 등 마음이 힘들었고, 현재의 남자친구에게 이전 남자친구에게 한 것과 똑같이 말하였는데, 현재의 남자친구가 적극적으로 고소하자는 입장을 보여주어 피고인을 고소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피해자의 신고 경위가 수긍할 만하고, 피해자가 이 사건 범행 이후 약 11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이나 성적 수치심을 무릅쓰면서까지 허위의 피해 사실을 진술하여 피고인을 무고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나 동기를 찾기 어렵다.

4) 피해자는 주량이 소주 2병인데, 이 사건 당일 1, 2차 술자리에서 소주 2병 정도를 마신 후 3차 술자리에 갔고, 그전까지는 기억이 잘 나고 걷는 것도 문제가 없었던 것 같은데, 이후 기억을 잃어 드문드문 기억이 남아 있으며, 피고인의 차 안에서 계속 구토를 하였고, 술에 너무 취하여 몸에 힘이 없어 움직일 수 없고 말도 할 수 없어 피고인이 입맞춤을 하려고 할 때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것 외에는 저항을 하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가 한 장소에서 두세 번 구토하였고, 속이 좋지 않아 30분간 조수석 의자를 뒤로 젖히고 누워 있었으며, 피고인이 피해자의 입과 머리카락에 묻은 토사물을 닦아 주었고,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속이 안 좋은 것에 대하여 "괜찮냐?"는 식의 대화만 하였다(피고인신문 녹취서 제3, 11쪽).

위와 같은 피해자의 상태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3차 술자리에서도 어느 정도술을 더 마시면서1) 자신의 주량을 초과하여 이 사건 당시 술에 만취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5) 피해자는 피고인이 3차 술자리에서 피해자의 신용카드로 결제를 한 상황, 피고인과의 성관계 당시 상황 중 일부 및 이후 귀가 경위, 피고인 차량의 색깔과 종류 등 여러 장면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기억하여 진술하였고, 스스로 피고인 차량의 조수석문을 열어 차 밖으로 구토를 하였다. 또한, 피고인, 피해자와 함께 마지막까지 술자리에 있었던 G는 당시 피해자가 엄청나게 취해 보이지는 않았고, 인사불성 정도는 아니었으며, 제대로 걸을 수 있을 정도였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61쪽).

그러나 술에 만취한 사람이라고 하여 모든 기억을 상실하거나 전혀 움직일 수 없는 것은 아니고, 특징적인 일부 기억들을 드문드문 가지고 있거나 본능적으로 어떠한 행동을 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로 보인다. 또한, 피해자가 3차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는 완전히 만취한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후 시간이 경과하면서 더욱 술에 취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여러 차례 구토까지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비록 피해자가 위와 같이 일부 상황들을 기억하고 있고, 3차 술자리가 끝날 때 제대로 걸을 수 있는 정도로 보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6) 피고인은 피해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였다고 주장하나,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과 피해자는 이 사건 모임에서 알게 된 사이로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없고, 이 사건 당시 취미, 집 위치, 직업 등 일상적인 대화만을 나누었을 뿐이며, 술자리가 끝난 후 피해자가 피고인의 차를 타고 가기까지 서로 이성적인 스킨십을 한 적이 없고,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표시하거나 성관계를 암시하는 어떤 언동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괜찮냐?"는 식의 대화만 하였다), 피해자가 구토를 여러 차례 하여 속이 좋지 않고, 토사물이 입, 머리카락 등에 묻기까지 한 상황에서 피고인과 성관계를 하려는 마음을 먹고, 비좁은 차안에서 무릎까지만 바지를 벗은 불편한 자세로 성관계를 하였다는 것은 쉽사리 수긍하기 어렵다.

나아가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는 피고인과 성관계 후 택시를 타고 집에 가겠다고 하여 혼자 차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피고인이 술을 마신 상태였음에도 특별히 직접 운전을 하여 피해자를 집에 데려다주려고 하였고, 피해자와 합의하에 성관계까지 하게 되었다면, 그러한 상황에서 택시를 타고 가겠다는 피해자를 만류하여 집에 데려다주지 않고, 차에서 내려 피해자를 배웅도 하지 않은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7)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 10:00경 피고인에게 I 메신저로 화를 내면서 자신과 성관계를 했냐는 취지로 물어봤고, 피고인은 화해의 의미로 피해자에게 바나나우유(기프티콘)를 선물로 보냈으며, 그 이후로 피고인과 피해자는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피고인의 진술과 같이 피해자가 피고인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것이라면, 성관계 이후 불과 약 7~8시간이 지나고 나서 위와 같이 물어볼 이유가 없어 보이고2), 피해자는 이 사건 발생 직후 위 3차 술자리까지 함께 자리했던 G에게도 피고인이 자신에게 이상한 짓을 한 것 같다며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어보았는데 (수사기록 제62쪽), 이러한 피해자의 행동은 성범죄를 당한 사람의 행동으로서 자연스럽다.

8) 피고인의 차량이 비교적 비좁고, 피해자가 당시 꽉 끼는 바지를 입었으며, 피해자의 협조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바지를 무릎 정도까지만 벗긴 후 성관계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피해자가 이 사건 이후 피고인이 선물한 기프티콘을 사용하였거나, 피고인의 SNS에 들어가 사진을 보고, 이 사건 모임에서 탈퇴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피해자의 행동이 일반적인 성범죄

피해자의 행동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들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징역 1년 6월~15년

2.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성범죄 > 일반적 기준 > 강간죄(13세 이상 대상) > 제1유형(일반강간)

[특별양형인자] 없음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2년 6월~5년

3. 선고형의 결정

아래와 같은 정상들과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 불리한 정상 :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것으로, 범행 경위와 방법 등에 비추어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

○ 유리한 정상 :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전혀 없다.

신상정보 등록 및 제출의무

판시 범죄사실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피고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에 의하여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므로 같은 법 제43조에 따라 관할기관에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