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자격모용에 의한 사문서작성죄의 성립요건 / 대표자 또는 대리인의 자격으로 임대차 등 계약을 하는 경우, 위 죄의 성립에 필요한 대표 또는 대리관계의 표시 정도 및 판단 방법
[2] 피고인이 갑 주식회사 소유의 오피스텔에 대한 분양대행 권한을 가지게 되었을 뿐 갑 회사의 동의 없이 오피스텔을 임대할 권한이 없는데도 임차인들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갑 회사가 분양사업을 위해 만든 을 회사 명의로 계약서를 작성·교부하였는데, 임대차계약서에는 임대인 성명이 ‘을 회사(피고인)’로 기재되어 대표자 또는 대리인의 자격 표시가 없고 또 피고인의 개인 도장이 찍혀있는 사안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자격모용사문서작성과 자격모용작성사문서행사에 해당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자격모용에 의한 사문서작성죄는 문서위조죄와 마찬가지로 문서의 진정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으로, 행사할 목적으로 타인의 자격을 모용하여 작성된 문서가 일반인으로 하여금 명의인의 권한 내에서 작성된 문서라고 믿게 할 수 있는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고 있으면 성립한다.
대표자 또는 대리인의 자격으로 임대차 등 계약을 하는 경우 그 자격을 표시하는 방법에는 특별한 규정이 없다. 피고인 자신을 위한 행위가 아니고 작성명의인을 위하여 법률행위를 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표시가 있으면 대표 또는 대리관계의 표시로서 충분하다. 일반인이 명의인의 권한 내에서 작성된 문서로 믿게 하기에 충분한 정도인지는 문서의 형식과 외관은 물론 문서의 작성 경위, 종류, 내용과 거래에서 문서가 가지는 기능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2] 피고인이 갑 주식회사 소유의 오피스텔에 대한 분양대행 권한을 가지게 되었을 뿐 갑 회사의 동의 없이 오피스텔을 임대할 권한이 없는데도 임차인들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갑 회사가 분양사업을 위해 만든 을 회사 명의로 계약서를 작성·교부하였는데, 임대차계약서에는 임대인 성명이 ‘을 회사(피고인)’로 기재되어 대표자 또는 대리인의 자격 표시가 없고 또 피고인의 개인 도장이 찍혀있는 사안에서, 임대차계약서의 형식과 외관, 작성 경위, 종류, 내용, 거래에서 위 계약서가 가지는 기능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면, 일반인으로서는 임대차계약서가 을 회사의 대표자 또는 대리인의 자격을 가진 피고인에 의해 을 회사 명의로 작성된 문서라고 믿게 할 수 있는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고 있어 피고인의 행위는 자격모용사문서작성과 자격모용작성사문서행사에 해당됨에도, 이와 달리 보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자격 모용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1]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9606 판결 (공2008상, 415)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에 대한 자격모용사문서작성과 자격모용작성사문서행사 부분에 관한 공소사실은 아래와 같다.
피고인은 2013. 5.경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와 공소외 1 회사 소유의 ○○오피스텔에 관하여 매매대금 67억 5,000만 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피고인이 위 오피스텔의 분양을 대행하기로 약정하였다.
위와 같은 경위로 피고인은 ○○오피스텔에 대한 분양대행 권한을 가지게 된 것일 뿐이어서 공소외 1 회사의 동의 없이는 위 오피스텔을 임대할 권한이 없는데도 공소외 1 회사가 분양사업을 위해 만든 ‘○○’라는 회사 명의로 임대계약서를 작성한 다음 이를 이용해서 임차인들로부터 보증금과 월세 명목으로 돈을 수령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4. 10. 6.경 아산시 (주소 1 생략) ○○오피스텔 2층에 있는 분양사무실에서, 행사할 목적으로 권한 없이 임차인 공소외 2와 위 오피스텔 △△△△호에 대한 전세계약을 하면서 사무실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부동산 임대차(전세)계약서’ 양식의 임대할 부분 란에 ‘△△△△호’, 보증금 란에 ‘전세 5,000만 원 지급’, 임대인 란에 ‘법인등록번호: (법인등록번호 생략), 전화: (전화번호 생략), 성명: ○○(피고인)’, 임차인 란에 공소외 2의 인적사항을 각 입력해 넣고 위 계약서를 출력한 다음 임대인의 이름 옆에 자신의 도장을 날인하는 방법으로 사문서인 ‘○○’ 명의의 ‘부동산 임대차(전세)계약서(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라 한다)’ 1장을 작성하였다. 피고인은 계속해서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를 마치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그 정을 모르는 임차인 공소외 2에게 건네주어 자격을 모용하여 작성한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를 행사하였다.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문서를 작성함에 있어 모용하는 타인의 자격은 적어도 해당 문서 자체의 형식과 외관을 통해 파악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은 공소외 2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위 계약서의 임대인 란에 ‘법인등록번호: (법인등록번호 생략), 전화: (전화번호 생략), 성명: ○○(피고인)’라고 피고인의 이름을 기재하고 성명 란 옆에 피고인의 도장을 날인하였을 뿐 ‘○○’의 대리인 또는 대표자의 자격을 기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인이 ‘○○’의 대리인 또는 대표자 등 자격을 모용하여 위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3.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자격모용에 의한 사문서작성죄는 문서위조죄와 마찬가지로 문서의 진정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으로, 행사할 목적으로 타인의 자격을 모용하여 작성된 문서가 일반인으로 하여금 명의인의 권한 내에서 작성된 문서라고 믿게 할 수 있는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고 있으면 성립한다 (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9606 판결 참조).
대표자 또는 대리인의 자격으로 임대차 등 계약을 하는 경우 그 자격을 표시하는 방법에는 특별한 규정이 없다. 피고인 자신을 위한 행위가 아니고 작성명의인을 위하여 법률행위를 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표시가 있으면 대표 또는 대리관계의 표시로서 충분하다. 일반인이 명의인의 권한 내에서 작성된 문서로 믿게 하기에 충분한 정도인지는 문서의 형식과 외관은 물론 문서의 작성 경위, 종류, 내용과 거래에서 문서가 가지는 기능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는 공소외 1 회사가 ○○오피스텔의 분양사업을 위해 만든 사업자의 이름이다. 피고인은 ○○오피스텔 2층에 있는 분양사무실에서 공소외 2에게 자신을 ○○오피스텔을 분양하는 총책임자라고 소개하면서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다.
(2)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의 임대인 란에는 ‘○○’라는 상호에 이어 괄호 안에 피고인의 이름이 기재되고 피고인의 개인 도장이 날인되어 있으며 ‘○○’의 법인등록번호와 주소, 전화번호가 기재되어 있다. 또한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 특약사항 5항에는 임대인 은행계좌로 ‘(금융기관 명칭 및 계좌번호 생략), ○○’가 기재되어 있다.
(3)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임차인들은 피고인에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믿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임차인 공소외 2도 수사기관과의 통화에서 ‘피고인이 ○○오피스텔의 책임자라고 소개하여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의 형식과 외관, 위 계약서의 작성 경위, 종류, 내용, 거래에서 위 계약서가 가지는 기능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면, 일반인으로서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가 ‘○○’의 대표자 또는 대리인의 자격을 가진 피고인에 의해 ‘○○’ 명의로 작성된 문서라고 믿게 할 수 있는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의 임대인 성명으로 ‘○○(피고인)’로 기재되어 대표자 또는 대리인의 자격 표시가 없고 또 피고인의 개인 도장이 찍혀있다는 점은 위와 같은 결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자격모용사문서작성과 자격모용작성사문서행사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의 대리인 또는 대표자 등 자격을 모용하여 위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자격 모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원심판결 중 자격모용사문서작성과 자격모용작성사문서행사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부분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사기,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이들 모두에 대하여 하나의 형을 정해야 하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