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자격모용에 의한 사문서작성죄의 성립요건
[2] 부동산매매계약서에 작성인으로 기재된 ‘○○부동산’이라는 표시가 자격모용에 의한 사문서작성죄의 명의인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자격모용에 의한 사문서작성죄는 문서위조죄와 마찬가지로 문서의 진정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으로서, 행사할 목적으로 타인의 자격을 모용하여 작성된 문서가 일반인으로 하여금 당해 명의인의 권한 내에서 작성된 문서라고 믿게 할 수 있는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고 있으면 성립하는 것이고, 자격모용에 의한 사문서작성죄에서의 ‘타인’에는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 법인격 없는 단체를 비롯하여 거래관계에서 독립한 사회적 지위를 갖고 활동하고 있는 존재로 취급될 수 있으면 여기에 해당된다.
[2]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대표하거나 대리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부동산매매계약서의 공인중개사란에 ‘○○부동산 대표 △△△(피고인의 이름)’라고 기재한 사안에서, ‘○○부동산’이라는 표기는 단순히 상호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독립한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활동하는 존재로 취급될 수 있으므로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의 ‘명의인’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참조판례
[1]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도5838 판결 (공2007하, 1792)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이원익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이 사건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및 동행사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은, “피고인은, 사실은 대구 북구 매천동 (지번 1 생략) 소재 ○○부동산 사무실의 대표는 자신이 아니라 공소외 1임에도 2003. 12. 5.경 대구 북구 매천동 (지번 1 생략) 소재 ○○부동산 사무실에서, 행사할 목적으로 권한 없이, 그곳에 비치된 부동산매매계약서 용지의 부동산표시란에 ‘대구시 북구 매천동 (지번 2 생략) 대지 364㎡(110평) 및 판넬구조 사무실 53㎡(16평)’, 매매대금란에 ‘사억구천만원’, 매도인란에 ‘대구시 북구 관음동 (지번 생략), 공소외 2’, 공인중개사란에 ‘ ○○부동산 대표 △△△(피고인의 이름임)’ 등으로 기재한 다음 위 ○○부동산 대표 △△△의 이름 옆에 자신의 도장을 날인하는 방법으로, ○○부동산 대표 공소외 1의 자격을 모용하여 위 부동산매매계약서 1통을 작성하고, 그 자리에서 위와 같이 자격을 모용하여 작성한 계약서를 그 정을 모르는 공소외 3에게 마치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교부하여 이를 행사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은, “대표권을 가장하여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피모용자가 대표권을 가지는 법인 혹은 단체를 전제로 하고, 또한 대리권을 가장하여 위 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모용자인 자연인과의 대리관계를 현명하여야 한다고 봄이 상당한바, 이 사건의 경우 피모용자인 ‘ ○○부동산’은 민법상의 법인, 권리능력 없는 사단 혹은 재단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기보다는 단순히 부동산중개사무소의 상호일 뿐이고, 피고인이 ‘ ○○부동산 대표 △△△’이라고 표시한 것은 피고인이 위 부동산 사무실을 직접 운영한다는 것을 나타낼 뿐 피고인이 위 부동산 사무실에 관하여 어떠한 대표권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어서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및 동행사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그러나 자격모용에 의한 사문서작성죄는 문서위조죄와 마찬가지로 문서의 진정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으로서 행사할 목적으로 타인의 자격을 모용하여 작성된 문서가 일반인으로 하여금 당해 명의인의 권한 내에서 작성된 문서라고 믿게 할 수 있는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고 있으면 본죄는 성립하는 것이고, 위와 같은 요건이 구비되었다면 본죄에서의 ‘타인’에는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 법인격 없는 단체를 비롯하여 거래관계에서 독립한 사회적 지위를 갖고 활동하고 있는 존재로 취급될 수 있으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 ○○부동산’은 공소외 1이 부동산중개업을 영위하기 위하여 2003. 4. 17. 구 ‘부동산중개업법’에 따라 개설등록한 부동산중개사무소로서, 그 무렵부터 대구 북구 매천동 (지번 1 생략)에 사무소를 두고 사무소 운영에 필요한 물적 설비가 갖춰진 상태에서 피고인이 공소외 1이 등록한 ‘ ○○부동산’의 등록명의를 빌려 부동산중개행위를 하기로 하였는데, 이 사건 매매계약의 중개과정에서는 피고인이 위 사무소에서 자신을 ‘ ○○부동산’의 대표자라고 자칭하면서 위 부동산매매계약서의 공인중개사란에 ‘ ○○부동산’의 상호와 등록번호 및 전화번호, 그리고 그 자신을 대표자로 기재하였으며, 이에 따라 공소외 3은 피고인이 ‘ ○○부동산’의 대표자 자격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중개하는 것으로 알고서 피고인에게 이 사건 부동산중개 및 부동산매매계약서 작성을 의뢰하였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일반인으로서는 이 사건 부동산매매계약서에서 작성명의인으로 된 ‘ ○○부동산’이라는 표시가 법인이나 단체, 그 밖에 다른 개인사업체 등의 어느 명칭에 해당하는지 알 수 없는 이상, ‘ ○○부동산’을 작성명의인으로 하여 그의 권한 내에서 작성된 문서라고 믿게 할 수 있는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할 것인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 ○○부동산’은 공소외 1이 부동산중개업을 영위하기 위하여 등록한 부동산중개사무소로서, 부동산중개행위 등 부동산중개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 ○○부동산’의 명의로 이루어진 모든 행위는 그 법률효과가 그 명칭의 부동산중개사무소 등록자에게 귀속될 수 있는 관계에 있다 할 것이므로, 위 부동산매매계약서의 공인중개사란에 작성명의인으로 기재된 ‘ ○○부동산’은 단순히 상호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독립한 사회적 지위를 갖고 활동하고 있는 존재로 취급될 수 있다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인의 위 각 행위는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및 동행사죄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 ○○부동산’이 단순히 부동산중개사무소의 상호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여 자격모용에 의한 사문서작성죄의 명의인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에 있어서의 명의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