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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1도17712 판결
[사기·자격모용사문서작성·자격모용작성사문서행사][미간행]
판시사항

[1]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의 보호법익과 성립요건 / 주식회사의 대표 자격으로 계약을 하는 경우, 위 죄의 성립에 필요한 대표관계의 표시 정도

[2]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에서 ‘행사할 목적’의 의미 / 사문서를 작성하는 자가 주식회사의 대표로서의 자격을 모용하여 문서를 작성한다는 것을 인식·용인하면서 그 문서를 진정한 문서로서 어떤 효용에 쓸 목적으로 사문서를 작성한 경우,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의 행사의 목적과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문서행사의 상대방이 자격모용 사실을 알았거나, 작성자가 그 문서에 모용한 자격과 무관한 직인을 날인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더라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및 검사

원심판결

서울북부지법 2021. 12. 6. 선고 2021노591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유죄 부분 및 무죄 부분 중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 상고 부분

가.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부분

1) 이 부분 공소사실은 아래와 같다.

피고인은 ○○○○ 주식회사(이하 ‘○○○○’이라고 한다)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사실이 없음에도, 공소외 1과 공소외 2에게 “○○○○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데 피고인이 곧 회장으로 취임할 것이다. 계약금을 주면 철거공사를 공소외 1에게 주겠다.”라고 거짓말을 한 후 공소외 1, 공소외 2로부터 6,500만 원을 송금받으면서, 제목 ‘민간건설공사표준 도급계약서’, 도급인 ‘○○○○(주)’, 총괄대표이사 ‘피고인’, 수급인 ‘△△△△△△ 주식회사’, ‘□□□□(주)’라고 기재된 도급계약서에, 위 총괄대표이사 ‘피고인’의 이름 옆에 미리 준비한 도장을 날인하는 방법으로 행사할 목적으로 ○○○○의 대표이사 자격을 모용하여 권리의무에 관한 사문서인 도급계약서(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서’라고 한다) 1장을 작성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이를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 사건 도급계약서 하단 ‘피고인’의 이름 옆에 날인된 도장은 ○○○○의 도장이 아니라 그 당시 실제 피고인이 대표자로 있던 주식회사 ◇◇◇◇◇◇◇◇(이하 ‘◇◇◇◇◇◇◇◇’이라고 한다)의 인감인 사실과 이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공소외 1, 공소외 2의 각 법정진술 내용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도급계약서에 도장을 날인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도급계약서가 일반인으로 하여금 피고인이 ○○○○ 대표이사의 정당한 권한 내에서 작성한 문서라고 믿게 할 수 있을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행사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는 문서위조죄와 마찬가지로 문서의 진정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으로, 행사할 목적으로 타인의 자격을 모용하여 작성된 문서가 일반인으로 하여금 명의인의 권한 내에서 작성된 문서라고 믿게 할 수 있는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고 있으면 성립하므로 (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9606 판결 등 참조), 주식회사의 대표 자격으로 계약을 하는 경우 피고인 자신을 위한 행위가 아니고 작성명의인인 회사를 위하여 법률행위를 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표시가 있으면 대표관계의 표시라고 할 수 있다 .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에서의 ‘행사할 목적’이라 함은 그 문서가 정당한 권한에 기하여 작성된 것처럼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오신하도록 하게 할 목적을 말한다고 할 것이므로, 사문서를 작성하는 자가 주식회사의 대표로서의 자격을 모용하여 문서를 작성한다는 것을 인식, 용인하면서 그 문서를 진정한 문서로서 어떤 효용에 쓸 목적으로 사문서를 작성하였다면, 자격모용에 의한 사문서작성죄의 행사의 목적과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작성자가 ‘행사할 목적’으로 자격을 모용하여 문서를 작성한 이상 문서행사의 상대방이 자격모용 사실을 알았다거나, 작성자가 그 문서에 모용한 자격과 무관한 직인을 날인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07. 7. 27. 선고 2006도2330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도급계약서는 피고인이 ‘○○○○’의 전문경영인으로 내정되었으므로 철거공사의 도급을 줄 수 있는 것처럼 거짓말하여 공소외 1, 공소외 2로부터 계약금 명목으로 금전을 지급받으면서 그 대가로 작성된 것이다.

(2) 이 사건 도급계약서의 도급인란에는 법인명 ‘○○○○’과 ‘◇◇◇◇◇◇◇◇’이 병렬적으로 기재되어 있고, 그 아래 ‘총괄대표이사’라는 직함과 피고인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다. 위 도급인란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이 위 각 법인 중 어느 특정 법인의 대표이사라는 점이 분명하지 않고, 오히려 법인명과 직함 기재의 형상, 직함이 ‘대표이사’가 아닌 ‘총괄대표이사’라고 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이 사건 도급계약서를 접하는 일반인으로서는 위 ‘총괄대표이사’라는 직함이 위 두 법인 모두와 관계된 것으로 이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3) 피고인의 이름 옆에는 ‘◇◇◇◇◇◇◇◇’ 대표이사의 직인이 날인되어 있는데, 인영이 선명하지는 않아 그 직인이 ‘○○○○’ 대표이사의 직인인 것인지 ‘◇◇◇◇◇◇◇◇’ 대표이사의 직인인 것인지 아니면 두 법인을 총괄하는 또 다른 직위(‘총괄대표이사’ 등)의 직인인 것인지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4) 이 사건 도급계약서를 교부받은 공소외 2는 제1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자기의 도장이라고 하면서 날인을 하여 ○○○○의 도장이라고 알았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다) 이 사건 도급계약서의 형식과 외관, 위 계약서의 작성 경위, 종류, 내용, 거래에서 위 계약서가 가지는 기능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면, 도급계약서를 수령한 공소외 2 등으로서는 이 사건 도급계약서가 ‘○○○○’의 대표이사 또는 ‘○○○○’과 ‘◇◇◇◇◇◇◇◇’의 총괄대표이사의 자격을 가진 피고인에 의해 ○○○○ 및 ◇◇◇◇◇◇◇◇ 명의로 작성된 문서라고 믿게 할 수 있는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도급계약서에 ○○○○ 대표이사의 직인이 아닌 ◇◇◇◇◇◇◇◇ 대표이사의 직인이 날인되었다거나 공소외 2가 피고인이 ○○○○의 대표이사가 아니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정은 위와 같은 결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도급계약서를 작성한 행위는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 대표이사의 자격을 모용하여 이 사건 도급계약서를 작성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자격 모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나. 자격모용작성사문서행사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자격모용작성사문서행사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다. 나머지 상고 부분

검사는 피고인에 대한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는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불복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

2. 피고인 상고 부분(양형부당 제외)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각 사기 부분에 대하여 이를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라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에서 편취의 범의, 기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의 피고인에 대한 무죄 부분 중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부분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피고인에 대한 사기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이들 모두에 대하여 하나의 형을 정해야 하므로, 원심판결의 피고인에 대한 유죄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관련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유죄 부분 및 무죄 부분 중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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