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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법원 2020.12.24. 선고 2019노1927 판결
절도
사건

2019노1927 절도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이세진(기소), 안지영(공판)

변호인

변호사 박홍기

원심판결

광주지방법원 2019. 7. 25. 선고 2019고정68 판결

판결선고

2020. 12. 24.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E∙F으로부터 자의로 어싱매트 등을 건네받았고, 위 어싱매트 등은 피해자 H의 소유라고 볼 수 없거나 피고인에게 그에 대한 고의가 없었으므로, 피고인에게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B 주식회사라는 상호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5. 12. 30.경 광주 동구 C오피스텔 D호 사무실에서, 위 사무실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하면서 보증금 500만 원은 피고인이 부담하되, 위 사무실의 월 임대료 등 제반 공과금 등은 E, F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E 등과 함께 주식회사 G 광주지점이라는 상호로 기능성 침구류를 판매하는 다단계사업을 하기로 하였다.

한편, E, F은 전남 곡성에서 사과 농사를 하는 지인인 피해자 H에게 자신들이 운영하는 기능성 침구류 다단계 사업의 수익성에 대하여 설명해 주고 사업을 함께 하자고 권유하고 이에 동의한 피해자는 2015. 12. 31.경 E, F을 통하여 주식회사 G 본사로부터 2인용 어싱매트 13세트 등 시가 합계 42,900,000원 상당의 기능성 침구류들을 구입하였고, E, F은 2016. 1. 14.경부터 피해자가 구입한 위 물건들을 위 C오피스텔 D호 사무실 물품창고에 보관하면서 피해자를 위하여 판매하여 왔다.

피고인은 2016. 10. 초순 11:00경 위 C오피스텔 D호 사무실에 이르러, 그곳 신발장 위에 보관하고 있던 물품창고 열쇠를 가지고 가 시정된 물품창고 자물쇠를 열고 안으로 들어간 다음, 그곳 물품창고 안에 보관 중에 있던 시가 33,000,000원 상당의 2인용 어싱매트 세트 10개, 시가 6,000,000원 상당의 어싱쇼파방석 10개, 시가 3,000,000원 상당의 어싱의자방석 10개 등 시가 합계 42,000,000원 상당의 피해자 소유 기능성 침구류를 그대로 가지고 갔다.

3.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E∙F 점유의 위 어싱매트 등(이하 '이 사건 물건'이라 한다)을 그 점유자의 허락 없이 가져갔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 사건 물건이 H의 소유라고 하더라도 이를 처분권한 없는 자로부터 넘겨받았다거나 그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우므로, 피고인에게 절도죄가 성립함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① 피고인이 당심에서 제출한 F 작성의 메모지(증 제5호증)에는 "이불 5, 매트리스 5, 프로모션 10개 (1인용) F(서명) 2016. 11/11"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F은 당심 법정에서 위 메모지의 필체가 자신의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어떤 경위로 작성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물건을 가져가면서 F으로부터 위 메모지에 적혀 있는 항목을 가져가는 것에 대한 확인 및 동의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는바, 위 메모지의 기재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당시 F의 허락을 받아 이 사건 물건을 가져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한편, 위 메모지의 작성 일자는 2016. 11. 11.로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일자인 2016. 10. 초순경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으나, 이 사건 고소가 이 사건 당시로부터 상당한 시일이 지난 후 이루어져 당사자의 진술로 대략적인 시기만을 추정하여 위 공소사실 기재일자가 특정된 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이 실제로 위 메모지 기재 일자인 2016. 11. 11. 일어났을 가능성도 충분히 높아 보인다).

② F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및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은 이 사건 당시 현장인 C오피스텔 D호에 있지 않았고, 당시 현장에 있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물건을 가져가라고 허락하였을 리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 위 메모지(증 제5호증)가 이 사건 현장에서 작성되어 피고인에게 교부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언제, 어디에서, 어떠한 이유로 위 메모지를 작성하였고 그것을 왜 피고인이 가지고 있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제시되어야 할 것인데, F은 이에 관하여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만 진술하고 있는 점, ㉯ F은 위 메모지뿐만 아니라 피고인에 대한 채무를 확인하거나 채무를 정산하기로 약정하는 내용의 K(증거기록 제2권 69쪽, 증 제2호증), 책임각서(증거기록 제2권 74쪽, 증 제4호증)를 작성하였으면서도,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 위 각 서류를 읽어보지도 않고 서명하였다거나 그 서류의 내용 자체를 모르겠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공판기록 85, 86쪽 등), 본인이 함께 진행 중인 사업과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증거문서 내지 처분문서에 관하여 위와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고, 오히려 위 각 문서에 기재된 채무가 원인이 되어 F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물건을 가져가도록 허락한 것은 아니었는지 의심이 생기는 점, ㉰ 반면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계속하여 당시 이 사건 현장에서 F으로부터 이 사건 물건을 가져가는 것에 대하여 허락을 받으면서 그에 관한 메모지를 받았는데 그 메모지를 찾지 못하여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술하여 오다가(증거기록 제2권 155쪽 등), 당심에서 위 메모지를 찾아 제출한 것으로 보이는바, 그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진술 내용이 메모지의 내용과도 부합하는 점, ㉱ 피고인과 함께 이 사건 물건을 옮긴 N는 원심과 당심 법정에서, 당시 현장에 F이 함께 있었다고 진술한 점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F이 현장에 있지 않았다거나 피고인에게 이 사건 물건을 가져가도록 허락한 바 없다는 F의 위 진술은 그대로 신빙하기 어려워 보인다.

③ E는 스스로 이 사건 현장에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에게 이 사건 물건을 가져가도록 허락한 바는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F이 작성한 메모지의 기재에 비추어 F이 현장에 있었고 현장에서 피고인에게 이 사건 물건을 가져가도록 허락하면서 메모지를 써 주었을 상당한 가능성이 인정된다면, 위 메모지의 기재 내용에도 불구하고 E 홀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물건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막았던 것으로 보는 것도 부자연스러운 것이 된다. 따라서 E도 당시 현장에 있었던 F과 함께 피고인에게 이 사건 물건을 가져가도록 허락하였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고, 그 가능성을 쉽게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④ 피고인이 E∙F으로부터 허락을 얻었더라도 이 사건 물건은 H의 소유이므로 처분권한 없는 자로부터 이를 넘겨받은 것인지, 나아가 피고인에게 그에 관한 고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도 본다.

이 사건에서 H이 E∙F을 통하여 이 사건 물건을 구입하기는 하였으나 E∙F이 이 사건 물건을 보관하다가 곧바로 처분하여 그 처분대금을 H에게 주기로 한 것으로 보이는바, E∙F은 적어도 이 사건 물건의 처분권한은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E∙F이 이 사건 물건을 보관하다가 그것을 팔아 그 대금만을 H에게 보내는 구조에 있어서는 H은 단지 채권적 투자자로 보일 만한 외관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E, F이 작성한 K, 책임각서의 각 기재에 의하면 E, F은 피고인에 대하여 일정 규모의 채무를 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F이 작성한 메모지 또한 F이 피고인에 대한 채무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이 사건 물건을 넘겨주면서 작성한 것일 가능성이 상당하다.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피고인으로서는 E∙F이 이 사건 물건을 자신들의 소유권에 기하여 넘겨주는 것으로 인식하였거나, 적어도 이 사건 물건을 자신들의 처분권한에 기하여 적법하게 넘겨주고 이를 자신들의 채무에 충당하는 방식으로 처분하는 것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후자의 경우 E·F이 사건 물건을 제3자에게 처분하여 처분대금을 얻는 것이나 이 사건 물건을 피고인에게 처분하여 채무 상당액을 면하는 것이나 본질적인 차이는 없고, 이후 H에게 처분대금 상당액을 지급하는 문제가 남을 뿐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H 소유의 물건을 그 처분권한 없는 자로부터 넘겨받아 절취하였다거나 그에 관한 인식이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⑤ 이 사건 물건의 수량에 관하여도, E와 F은 피고인이 2인용 어싱매트 세트 10개, 어싱쇼파방석 10개, 어싱의자방석 10개를 가져갔다고 진술하고, 이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그러나 2인용 어싱매트 세트의 크기, 이를 운반한 인력의 규모, 운반 횟수, 운반한 차량의 크기 등을 고려할 때 어싱매트 세트만 보더라도 10개를 운반하기는 사실상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어싱매트 5개 정도를 운반하였다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황에 부합한다. E와 F의 진술은 이러한 점에서도 그대로 신빙하기 어렵고, 이 사건 공소사실은 이러한 점에서도 그대로 인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⑥ 한편 H은 수사기관에서, E로부터 피고인이 이 사건 물건을 가져갔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E에게 여러 번 연락을 시도하였으나 상당 기간 E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가 나중에야 연락이 되었다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제2권 21쪽, 147쪽), H과 피고인의 첫 대질조사 시에는 조사 5일 전 F이 H, 피고인, E, F의 4자 대면을 주선하여 만남을 가진 적이 있다고도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2권 150쪽). E∙F의 이 사건에서의 지위에 비추어 볼 때 E와 F의 위 행동 또한 쉽게 이해하기 어려워 보인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항 기재와 같은데, 이는 제3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박현

판사 김준영

판사 원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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