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09가합1660 부당이득금
원고
별지 '원고들 목록' 기재와 같다.
피고
1. 주식회사 포스코(변경전 상호 포항종합제철 주식회사)
2. 대한민국
변론종결
2013. 10. 17.
판결선고
2013. 11. 28.
주문
1.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별지 '원고들 청구금액' 기재와 같은 각 돈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부터 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분쟁의 전제사실
가. 일본의 한반도 침탈과 태평양전쟁 등의 발발
1) 일본은 1910. 8. 22. 대한제국과 한일합병조약을 체결한 후 조선총독부를 통하여 한반도를 지배하였다.
2) 일본은 1931년 만주사변을,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킴으로써 점차 전시체제에 들어가게 되었고, 1941. 12. 8.에는 태평양전쟁까지 일으켰다.
3) 일본은 2)항 기재와 같은 잇따른 전쟁으로 인력과 물자가 부족해지자 1939. 7. 8. 국가총동원법(1938. 4. 1. 법률 제55호)에 따른 국민징용령(칙령 제451호)을 제정한 후(다만, 한반도 등 식민지에는 1943년의 칙령 제600호에 의해 1943. 10. 1.부터 실제로 적용되었다.) 비행기 부품 및 제철 용광로 제조자, 선박 수리공 등 특수기능을 가진 한반도에 거주하는 한국인을 일본으로 이주시키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다가 (초기에는 한국인들의 반발을 우려하여 강제적으로 시행하지는 않고, 노무동원계획에 따른 모집형식으로 실시되었다), 계속적으로 인력과 물자가 부족하자 태평양전쟁이 최고조에 달할 즈음인 1944. 8. 8. 내각 회의에서 '반도인 노무자의 이입에 관한 건'을 결의함으로써 특수기능의 보유 여부에 관계없이 일반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징용령이 한 반도에도 적용되었다. 위 국민징용령(제18조)에는 피징용자들이 이들을 사용한 사업주 등으로부터 급여를 지급받도록 규정되어 있다.
4) 태평양전쟁은 1945. 8. 6.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후 일본 국왕이 1945. 8. 15.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을 선언함으로써 끝났다.
나.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대일강화조약의 체결 태평양전쟁이 종전된 후 1951. 9. 8. 미국 샌프란시스코시에서 미국, 영국 등을 포함한 연합국 48개국과 일본국은 전후 배상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일강화조약(이하 '샌프란시스코조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위 조약 제4조 (a)에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위 조약 제2조에 규정된 지역에 존재하는 일본국 및 그 국민의 재산, 그리고 위 지역의 통치 당국 및 그 국민을 상대로 한 청구권과 일본국에 존재하는 위 지역의 통치 당국 및 그 국민 소유의 재산, 그리고 위 지역의 통치 당국 및 그 국민의 일본국 및 일본국 국민들에 대한 청구권의 처리는 일본국과 위 지역의 통치 당국간의 특별 협정이 규정하는 바에 따른다."라고 규정되었다.
다. 피고 대한민국과 일본의 국교정상화 과정 및 조약의 체결
1) 대일강화조약 제4조 (a) 규정의 취지에 따라 1951. 10. 21. 예비회담을 거쳐 1952. 2. 15. 제1차 한일회담 본회의 개최로 우리나라와 일본의 국교정상화를 위한 회담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7차례의 본회의와 이에 따른 수십 차례의 예비회담, 정치회담 및 각 분과위원회별 회의 등을 거쳐 1965. 6. 22. 「대한민국과 일본국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과 「대한민국과 일본국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이하 '청구권협정'이라 한다), 어업에 관한 협정, 재일교포의 법적 지위 및 대우에 관한 협정, 문화재 및 문화협력에 관한 협정 등 4개의 부속협정이 체결되었다.
2) 청구권협정은 제1조에서 일본이 우리나라에 10년간에 걸쳐 미합중국 통화(이하 생략한다.) 3억 달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2억 달러의 차관을 행하기로 한다는 내용과 아울러 제2조에서 아래 표 기재와 같이 정하고 있다(이하 피고 대한민국이 일본으로부터 받은 위 돈을 '경제협력자금'이라고 한다). 아래 합의의사록에 적시된 「한국의 대일 청구 요강, 8개 항목에는 일본으로 반출된 지금(地金), 지은(地銀) 및 조선총독부 체신국에 대한 각종 저금, 채권 등, 1945. 8. 9. 이후 일본인이 한국의 은행으로부터 인출해 간 예금액, 대체 또는 송금된 금품, 한국 법인의 재일 재산, 한국인이나 법인이 소유하고 있던 일본의 유가증권, 은행권 등과 함께 '피징용 한국인의 미수금, 전쟁에 의한 피징용자의 피해에 대한 보상, 한국인의 대(對) 일본국 정부 청구 은급(恩給) 관계, 한국인의 대(對) 일본인 또는 법인 청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라. 경제협력자금의 사용 및 피고 주식회사 포스코의 설립
1) 피고 대한민국은 1966. 2. 19. 「청구권자금의 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제4조에서 "무상자금은 농업·임업 및 수산업의 진흥·원자재 및 용역의 도입 기타 이에 준하는 것으로서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는 사업을 위하여 사용한다(제1항). 차관자금은 중소기업 · 광업과 기간산업 및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 사업을 위하여 사용한다(제2항)."고 규정하고, 제5조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가지고 있는 1945년 8월 15일 이전까지의 일본국에 대한 민간청구권은 이 법에서 정하는 청구권자금 중에서 보상하여야 한다(제1항)."라고 규정한 다음, 1971. 1. 19. 「대일 민간청구권 신고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보상대상이 되는 청구권의 범위와 신고기간, 증거조사방법 등을 규정하였으며, 1974. 12. 21. 「대일 민간청구권 보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보상 금액 및 방법 등을 규정하였는데, 위 각 법률의 규정상 피징용 사망자와 재산권을 보상대상으로 할 뿐 피징용 부상자, 종군위안부, 원자폭탄 피해자 등은 그 보상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신고기간도 「대일 민간청구권 신고에 관한 법률」시행 60일 경과 후부터 10월 이내로 한정되었으며, 보상금은 피징용 사망자에 대하여 1인당 30만 원, 예금·채권 등 재산에 대하여는 당시 일본국 통화 1엔당 30원으로 하여 보상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 대한민국은 피징용 사망자 8,552명에 대하여 약 25억 7천만 원, 예금·채권 등 재산 74,967건에 대하여 약 66억 2천만 원, 합계 약 91억 9천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였고, 위 각 법률은 1982. 12. 31. 모두 폐지되었다.
2) 피고 주식회사 포스코(설립 당시의 상호는 '포항종합제철 주식회사' 이었고, 2002. 3. 15. 현재의 상호로 변경되었다. 이하 '피고 포스코'라고 한다.)는 1968. 4. 1. 설립되었는데, 피고 대한민국은 「청구권자금의 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조 등의 규정 및 같은 법 시행령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피고 포스코의 설립에 경제협력자금 중 1억 1,950만 달러를 사용하였다. 피고의 설립에 사용된 무상 경제협력 자금 중 3,080만 달러는 피고 대한민국 정부의 출자금으로 대체되었고, 유상 경제협력자금 중 8,870만 달러는 차관으로 도입된 것으로서 피고가 이를 직접 상환하였다.
마. 그 이후 강제동원 피해자 등 지원에 관한 피고 대한민국의 행정적, 입법적 조치
피고 대한민국은 1990년 원폭피해자복지기금을 조성하여 원자폭탄 피해자들에 대한 진료비, 장제비 등을 지원하고 있고, 1993. 6. 11.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생활안정지원법」을 제정하여 생존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하여 생활안정지원금 등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2004. 3. 5.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 등에 관한특별법」을 제정하여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의 진상을 규명하는 노력을 하였고, 2007. 12, 10.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청구권협정과 관련하여 강제동원희생자와 그 유족 등에게 위로금 등을 지원하였다.
그 후 2010. 3. 22. 위 두 법률을 폐지하고, 두 법률의 내용을 통합·보완하여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였다. 위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및 「대일항 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서는 미수금 피해자들이 당시 일본 기업으로부터 받지 못한 미수금을 현재의 통화로 환산하기 위한 환율에 대하여 당시 일본국 통화 1엔당 현재 대한민국 통화 2천 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바. 원고들의 지위
1) 아래 표 '강제동원 피해자'란에 기재된 고인(故人)들은 같은 표 '강제동원 및 사망의 경위(일시 · 신분, 장소)'란 기재와 같이 일본 강점 기간 중 군인, 군무원, 노무자의 신분으로 일본, 뉴기니, 남양군도, 오키나와 등의 국외로 강제로 동원되어 군복무, 노역 등에 종사하다가 그곳에서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되었다. 원고들은 이들과 배우자, 자녀, 손자, 조카 등의 친족관계에 있는 자들로서 앞서 본 구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 제3조에 따라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된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에 피해신고를 한 사람들이다. 위 신고에 따라 아래 표 '강제동원 피해자'란에 기재된 고인들 전원은 위 위원회에서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자'(이하 '강제동원 피해자'라고 한다)로, 원고 A, B, C, D, E, F, G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은 강제동원 피해자의 유족으로 각 결정되었다(원고 C, D, E, F, G은 이 사건 소송계속 중인 2010. 9. 21, 사망한 망 H의 공동상속인들로서 위 H가 피해자인 I의 유족으로 결정되었다.)
* 망 H가 이를 수령하였다.
2) 구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라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된 '태평양전쟁전후국외강제동원희생자지원위원회'에서는 위 표 '결정일'란 기재 각 일자에 위 강제동원 피해자들 중 고 BN, AE을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들을 위 법률에 따른 강제동원희생자 및 미수금피해자로, 위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우자, 자녀, 손자녀들을 위 법률에 따라 위로금1) 및 미수금 지원금)을 지급받을 자격이 있는 위 피해자들의 유족3)으로 각 결정하고, 동시에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유족들에게 위 표 '보상금액'란 기재의 각 위로금 및 미수금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였다. 유족으로 결정되지 아니한 원고 A, B, BO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다만, 원고 C, D, E, F, G은 그들의 피상속인인 고 H가 이에 해당함)은 단독으로 또는 다른 유족들과 공동으로 위 위로금 또는 위로금 및 미수금 지원금을 지급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호증의 1~3, 2호증의 1~3, 3호증의 1~3, 4호증의 1.2, 5호증의 1~3, 8호증의 1.2, 9호증의 1~3, 10호증의 1~3, 12호증의 1, 13호증의 1~3, 14호증의 1~3, 15호증의 1~3, 16호증의 1, 17호증의 1~3, 18호증의 1.2, 19호증의 1~3, 20호증의 1~3, 22호증의 1~3, 23호증의 1.2, 24호증의 1~3, 25호증의 1, 27호증의 1~3, 28호증의 1~3, 29호증의 1~3, 30호증의 1~3, 32호증의 1.2, 33호증의 1~3, 35호증의 1.2, 37호증의 1~3, 38호증의 1~3, 39호증의 1~3, 41호증의 1~3, 42호증의 1~3, 43호증의 1~3, 46호증의 1~3, 을가 1~4호증, 을나 1호증의 1.2, 2호증, 3호증의 1.2, 4호증의 1·2, 5호증, 8호증의 1·2, 9호증의 1.2, 10, 12호증, 13호증의 1.2, 14, 15호증, 16호증의 1.2, 17호증의 1·2, 18호증의 1.2, 19호증의 1·2, 21호증의 1.2, 22호증의 1.2, 23호증, 24호증의 1·2, 26호증의 1·2, 27호증, 28호증의 1, 29호증의 1.2, 31호증의 1.2, 32호증의 1.2, 34호증의 1.2, 36호증의 1.2, 37호증, 39호증의 1.2, 40호증의 1.2, 41호증의 1, 44호증의 1.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4)
1)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원고들은 국외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유족으로서 일본국 및 일본 기업들에 대한 손해배상채권 및 임금 등 미수금 채권이 있었는데 피고 대한민국이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조약을 체결하면서 함께 체결한 청구권 협정에서 일본으로부터 유·무상의 경제 협력자금을 받는 대신 원고들과 같은 국민들의 일본국 및 일본 기업들에 대한 개인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원고들이 일본국 및 일본 기업들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위 각 채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다. 이는 국가배상법 제2조에서 정한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2) 부당이득반환의무
피고 대한민국이 청구권 협정의 체결 결과 일본국으로부터 받은 경제협력 자금에는 원고들에게 귀속되어야 할 손해배상채권 및 임금 등 미수금 채권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피고 대한민국이 이를 원고들의 동의를 얻지 아니 하고 경제개발 등에 사용함으로써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고, 그 권리자인 원고들에게 손해를 가하였다.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원고들의 채권 상당액에 해당하는 돈을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할 의무가 있다.
3)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피고 대한민국이 청구권협정을 통하여 원고들의 개인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한 것은 실질적으로 원고들의 재산을 '한일국교 정상화' 내지 '경제개발을 위한 자금 확보'라는 공공필요에 의하여 수용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으므로 헌법 제23조 제3항에 의하여 원고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할 의무가 있다. 피고 대한민국이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위로금 및 미수금 등 지원을 위한 각 법률에서 정한 지원 금액은 정당한 보상에 한참 미치지 못하므로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위와 같은 정당한 보상을 할 채무를 불이행한 데 따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4) 채무인수자로서의 이행책임
피고 대한민국이 청구권협정에서 일본국으로부터 국외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채권 등이 포함된 경제협력자금을 받는 대신 국민들의 개인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한 것은, 일본국 및 일본 기업들의 대한민국 국민들에 대한 채무를 인수하기로 한 것이므로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일본국 및 일본 기업이 부담하는 손해배상채권 등의 채무인수자로서 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포스코에 대한 청구
1) 부당이득반환의무 청구권협정의 체결 결과 일본국으로부터 받은 경제협력 자금에는 원고들에게 귀속되어야 할 손해배상채권 및 임금 등 미수금 채권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피고 포스코가 원고들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제철소 건설자금으로 사용함으로써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고, 그 권리자인 원고들에게 손해를 가하였다. 따라서 피고 포스코는 원고들에게 원고들의 채권 상당액에 해당하는 돈을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할 의무가 있다.
2) 피고 대한민국의 채무에 대한 병존적 인수자로서의 책임
피고 포스코는 설립자금 전액을 피고 대한민국으로부터 교부받은 국영기업이었으므로 피고 대한민국의 법률상 지위를 그대로 승계하였고, 피고 대한민국의 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하였으므로 피고 대한민국과 같은 내용의 책임이 있다.
3. 판단
가. 피고들에 대한 국가배상청구, 정당한 보상을 할 채무의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채무인수자로서의 책임 주장에 관한 판단
이 부분 청구원인은 모두 피고 대한민국이 청구권협정을 통하여 원고들과 같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일본국 및 일본 기업에 대한 개인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하였음을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청구권 협정으로 피고 대한민국이 원고들의 일본국 및 일본 기업에 대한 개인청구권을 포기함으로써 원고들의 개인청구권이 소멸된 것인지에 대하여 본다.
청구권 협정은 일본의 식민지배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조약 제4조에 근거하여 한일 양국 간의 재정적 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하여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서 청구권협정 제1조에 의해 일본 정부가 피고 대한민국에 지급한 경제협력자금은 제2조에 의한 권리문제의 해결과 법적 대가관계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 점, 청구권 협정의 협상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하였고, 이에 따라 한일 양국의 정부는 일제의 한반도 지배의 성격에 관하여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는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아니하였음은 물론이고, 피고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도 포기되지 아니하였다.
고 봄이 상당하다.
나아가 국가가 조약을 체결하여 외교적 보호권을 포기함에 그치지 않고 국가와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국민 개인의 동의 없이 국민의 개인청구권을 직접적으로 소멸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근대법의 원리와 상충되는 점, 국가가 조약을 통하여 국민의 개인청구권을 소멸시키는 것이 국제법상 허용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와 국민 개인이 별개의 법적 주체임을 고려하면 조약에 명확한 근거가 없는 한 조약 체결로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 이외에 국민의 개인청구권까지 소멸하였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인데, 청구권협정에는 개인청구권의 소멸에 관하여 한일 양국 정부의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만큼 충분한 근거가 없다(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다68620 판결 참조).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이 청구권협정으로 국민들이 개인적으로 일본국 및 일본 기업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채권 등을 포기하였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원인 중 이 점을 전제로 하는 위 각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피고들에 대한 각 부당이득반환청구에 관한 판단
피고들의 경제협력자금 사용행위가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인지에 대하여 본다.
위 1항에서 인정한 사실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청구권협정 체결 이후 피고 대한민국이 일본국으로부터 받은 경제협력자금 중 무상 부분에는 국민들의 개인청구권에 상응한 부분뿐만 아니라 일본 강점기 당시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반출된 지금(地金), 지은(地銀) 및 조선총독부 체신국에 대한 각종 저금, 채권 등 『한국의 대일청구 요강」(소위 8개 항목) 상의 다른 여러 항목들도 함께 포함되어 있는 점, 위 경제협력 자금의 총액은 이를 구성하는 각 세부항목별 금액을 먼저 확정한 다음 이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어서 각 항목별 금액을 분리하여 특정할 수도 없는 점,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지는 개인청구권의 확정을 위해서는 사실 관계의 확정, 보상기준 절차의 마련 등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장기간의 시일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여 국가 간의 협정에서 이러한 것까지 정하는 것은 사실상 곤란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청구권협정은 전쟁이나 식민 지배와 같은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의 인적·물적 피해의 사후 구제를 위한 해결 방식으로서 국가와 국가 사이에 일정액의 배상금 지불에 관한 합의를 하고, 그 분배는 각 국가의 내부적 절차로 유보하는 이른바 총액지불협정(Lump Sum Agreement)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청구권협정의 체결로 일본국 정부가 피고 대한민국에 지급한 경제협력자금 중 무상 부분은, 일단 피고 대한민국에 확정적으로 귀속되는 것이고, 국민들이 피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위 경제협력자금 중 특정 부분이 당연히 자신에게 귀속됨을 전제로 별다른 법적 근거 없이 바로 그 지급을 구할 수는 없고, 피고 대한민국에 의한 위 자금의 사용행위가 법률상 원인을 결여하였다고 할 수도 없으며, 피고 포스코의 자금사용 행위 역시 구 「청구권자금의 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및 같은 법 시행령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특히 피고 포스코의 설립 목적과 운영 내용에 비추어 보면, 경제협력자금으로 피고를 설립하여 운영한 것은 위 법률 제4조 제1항, 제2항이 정하는 '자금사용기준'에 부합하였다고 판단된다.) 피고 대한민국으로부터 경제협력자금 중 일부를 회사의 설립 및 제철소 건립 자금으로 사용하였고, 그 이후 피고 포스코에 출연된 자금이 피고 대한민국의 정부출자금으로 대체되거나, 피고가 직접 차관을 상환하였으므로 마찬가지로 법률상 원인이 없는 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 국민과 일본국을 당사자로 하는 분쟁에 대하여, 배상의무자인 일본국이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배상금 변제 목적임을 분명히 하고, 그 지급의 방편으로서 피고 대한민국에 경제협력 자금 중 무상부분의 보관 및 지급 사무를 위탁하였다거나, 단순히 배상금 지급 절차의 편의상 피고 대한민국을 경유하게 한 것에 불과한 것이었다면, 피고 대한민국의 자금사용 행위가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을 것이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청구권협정이나 경제협력자금의 성격을 이와 같이 볼 수 없는 이상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이근수
판사채성호
판사태지영
주석
1) 제4조 (위로금) 국가는 강제동원희생자 또는 그 유족에게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위로금을 지급한다.
1. 국외로 강제동원되어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경우에는 강제동원희생자 1인당 2천만원( 「대일민간청구권 보상에 관한 법률」(법률 제2685호로 제정되어 제3615호로 폐지된 법률을 말한다) 제4조제2항에 따라 금전을 지급받은 경우에는 강제동원희생자 1인당 234만원을 뺀 금액으로 한다)
2. 국외로 강제동원되어 부상으로 장해를 입은 경우에는 강제동원희생자 1인당 2천만원 이하의 범위 안에서 장해 정도를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2) 제5조 (미수금 지원금) ① 국가는 미수금피해자 또는 그 유족에게 미수금피해자가 일본국 또는 일본 기업 등으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었던 미수금을 당시의 일본국 통화 1엔에 대하여 피고 대한민국 통화 2천원으로 환산하여 지급한다.
② 제1항의 경우에 미수금의 액수가 일본국 통화 100엔 이하인 경우에는 미수금 액수를 일본국 통화 100엔으로 본다.
3) 제3조 (유족의 범위 등) ① 이 법에서 "유족"이란 강제동원희생자 또는 미수금피해자와 친족인 사람 중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 제8조제1호에 따라 유족으로 결정을 받은 사람을 말한다.
1. 배우자 및 자녀 2. 부모..
3. 손자녀
4. 형제자매
② 제4조에 따른 위로금 및 제5조에 따른 미수금 지원금을 지급받을 유족의 순위는 제1항 각 호의 순위로 한다.
③ 제1항 각 호의 순위에 따른 유족은 제4조에 따른 위로금 및 제5조에 따른 미수금 지원금을 지급받을 권리를 갖는다. 다만, 같은 순위자가 2인 이상인 경우에는 같은 지분으로 위로금 및 미수금 지원금을 지급받을 권리를 공유한다.
4) 원고들이 주장하는 아래 각 청구원인은 모두 동일한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어느 하나의 청구원인이 인정되면 나머지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이 불필요한 이른바 '선택적 병합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