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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1. 11. 10. 선고 2011가단14222 판결
[청구이의][미간행]
원고

악사손해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재유 담당변호사 권인칠)

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송대리인 윤종문)

변론종결

2011. 10. 11.

주문

1. 피고의 원고에 대한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1가소23824 이행권고결정에 기한 강제집행을 불허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사실

1) 원고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하 ‘자배법’이라 한다) 제45조 제1항 에 의하여 국토해양부장관으로부터 자배법 제30조 제1항 이 정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의 업무를 위탁받은 자이고, 피고는 국민건강보험법(이하 ‘건보법’이라 한다)에 의하여 설립되어 국민의 질병, 부상에 대한 예방, 진단, 치료 등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하는 법인이며, 소외 2는 피고의 보험가입자이다.

2) 소외 1은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가 없는 자로서 2009. 12. 14. 23:25분경 오토바이(124cc)를 운전하여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에 있는 송정삼거리에서 광어골 삼거리 방면에서 기장 방면으로 가는 도로의 1차로를 진행하다가 차선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위 도로의 3차로를 진행하던 (차량번호 생략) 옵티마 승용차를 충격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교통사고’라고 한다)를 일으켰고, 이로 인하여 위 승용차에 타고 있던 소외 2는 “기타 및 상세불명의 허리뼈 및 골반 부분의 염봐 및 긴장”의 상해를 입고 기장병원에서 33일간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다.

3) 피고는 소외 2의 총치료비 1,648,270원 중 본인부담금 442,570원을 제외한 공단부담금 1,205,700원을 위 병원에 지급하였다.

4) 한편 원고는 책임보험금 한도액 2,400,000원 내에서 소외 2에게 기왕치료비 주1) , 일실소득, 위자료 등의 명목으로 1,300,600원을 지급하였다.

5)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 ‘원고는 피고에게 피고가 지출한 1,205,700원을 구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구상금 청구의 소( 2011가소23824 )를 제기하였고, 이에 위 법원은 2011. 4. 7. 이행권고결정을 하였는데, 위 이행권고결정이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호증의 기재, 변론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주장 및 쟁점

피고는, 피고가 소외 2를 위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치료비로 1,205,700원을 지출함으로써 건보법 제53조 제1항 에 따라 위 돈을 구상할 권리를 가지게 되었는데, 원고는 자배법 제45조 제1항 , 제30조 제1항 에 따라 책임보험금의 한도 내에서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하여 소외 2가 입은 손해를 보상할 책임을 지는 자로서 건보법 제53조 제1항 에서 정하는 구상권의 의무자에 해당하므로, 피고에게 피고가 지출한 보험급여 1,205,700원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정부로부터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에 따른 보상업무를 위탁받아 대행하고 있을 뿐이므로, 건보법 제53조 제1항 에서 정하는 구상권의 의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가 건보법 제53조 제1항 에서 정하는 구상권의 의무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나. 판단

1) 보유자를 알 수 없는 뺑소니 사고나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사고의 주2) 피해자 는 가 건강보험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인 경우, 피해자는 치료비와 관련하여 자배법 제45조 제1항 에 의하여 국토해양부장관으로부터 자배법 제30조 제1항 이 정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의 업무를 위탁받은 자(이하 ‘보장사업 수탁자’라고만 한다)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짐과 동시에 피고에 대해서도 요양급여청구권을 가지는데, 위 각 청구권에는 우선순위가 없으므로 피해자로서는 어떤 청구권이든 행사할 수 있다 주3) . 이에 따라 피해자의 선택에 따라서 보장사업 수탁자나 피고 중 어느 한 쪽이 일정한 주4) 치료비 를 지출하게 되고, 그 결과 다른 한 쪽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그 치료비 상당액의 채무를 면하게 된다 주5) . 이와 같이 피해자의 선택에 따라서 보장사업 수탁자와 피고가 부담하는 채무의 정도가 달라지는 것은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자배법이나 건보법 등에서는 이와 같은 경우에 보장사업 수탁자와 피고의 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사항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는데, 다만 건보법 제53조 제1항 에서는 피고의 구상권에 관하여 일반적인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피고가 먼저 치료비를 지출한 경우에 위 규정에 근거하여 보장사업 수탁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주6) .

2) 살피건대, 건보법 제53조 제1항 에서는 구상권의 의무자를 “제3자”로 표현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할 때, 보장사업 수탁자는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 (문언) 건보법 제53조 제1항 에 규정된 “제3자”의 범위에 대하여, 대법원은 “ 건보법 제53조 제1항 의 제3자는 당해 사고로 인하여 보험급여를 한 피고와 현실로 보험급여를 받는 피해자인 가입자 및 그 피해자와 건강보험관계가 있는 자 이외의 자로서 피해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 등을 지는 모든 사람을 말하고, 그 제3자에는 피해자에 대한 직접의 가해자뿐만 아니라 법률의 규정 또는 계약에 의해 당해 가해자의 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 등을 지는 자도 포함된다”(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3다1878 판결 )고 판시하고 있다. 이 대법원 판결은 피고가 가해자와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안에 대한 것으로서, 이 사안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주7) . 다만 이 대법원의 판시 중 특히 “법률의 규정……에 의해 당해 가해자의 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 등을 지는 자”가 보장사업 수탁자를 의미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는데,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이 사회보장적 성격을 띠고 있는 점 및 자배법 제3조 제30조 의 문언을 비교해 볼 때, 보장사업 수탁자가 피해자에게 부담하는 책임은 가해자의 행위가 아니라 그 행위로 초래된 결과에 중점을 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보장사업 수탁자는 “법률의 규정……에 의해 당해 가해자의 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 등을 지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 ( 건보법 제53조 제1항 의 입법취지) 건보법 제53조 제1항 의 입법취지는 일반적으로 “① 피해자의 이중이득 방지, ② 가해자의 면책 저지, ③ 보험재정의 확보”로 알려져 있는데, 이중 피고의 원고에 대한 구상권 행사와 관련이 있는 것은 ③뿐이다. 그런데 보장사업 수탁자가 지출하는 보험금(치료비)을 궁극적으로 부담하는 자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의 주체인 정부인데, 피고가 정기적으로 정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는 이상( 건보법 제92조 등), 피고가 보장사업 수탁자 또는 정부로부터 치료비 상당액을 구상금으로 지급받더라도 궁극적으로 보험재정을 확충하는 데 큰 효과는 없다.

○ (최종적인 책임 부담자)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이나 국민건강보험 제도는 모두 사회보장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교통사고의 피해자는 그 자격에 따라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이나 국민건강보험 이외에도 의료보호나 산업재해배상보험 등의 다른 사회보장제도에 의해서도 동시에 보호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이 한 사건에 관하여 여러 사회보장제도가 적용될 수 있는 경우에 대부분의 관련 법령에서는 서로 연관된 사회보장제도 상호간의 관계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주8) , 단지 건보법 제53조 제1항 과 유사한 내용의 구상권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자배법에서는 보장사업 수탁자의 구상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보장사업 수탁자가 가해자에 대하여 구상할 수 있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구상권 규정을 피고의 주장과 같이 파악한다면 구상권이 서로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관련 법률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아무런 기준도 정해져 있지 않은 점을 고려한다면, 구상권 규정은 주로 가해자를 상대방으로 상정하여 만들어진 것이고 다른 사회보장제도를 담당하는 자를 상대방으로 상정하여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 즉 구상권 규정은 사회보장제도 상호간의 관계를 정하기 위한 규정은 아니다. 이렇게 볼 때, 관련 법률에서 사회보장제도 상호간의 관계가 명시적으로 정해져 있지도 않고 그를 정할 기준도 제시되어 있는 않은 상황에서, 특정 사안에서 관련된 여러 사회보장제도 중 어느 쪽이 최종적인 책임(주로 금전부담책임)을 부담한 것인지는 재원조성이나 수급권자의 편의 등을 고려하여 정해져야 할 입법정책 사항이 되므로, 법원이 구상권 규정의 해석을 통하여 구상의무자를 확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최종 책임부담자를 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주9) .

○ (부당이득) 가해자와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의 경우에는 피해자가 건강보험 가입자라는 우연한 사정으로 인하여 피고가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보험자가 피해자에 대하여 보험급여 상당액의 손해배상책임을 면하게 되어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고, 이는 피고가 보험자에게 구상하는 방식으로 이해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자배법은 피해자가 건강보험 가입자인 경우를 상정하여 피고가 치료비를 먼저 지출한 경우에 보장사업 수탁자가 피해자에 대하여 치료비 상당액의 책임을 면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므로( 자배법 제36조 제1항 , 동법 시행령 제29조 제7호 ), 이로써 보장사업 수탁자가 책임을 면하는 이익을 얻었다고 하여 이를 법률상 원인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정부나 보장사업 수탁자가 피고의 보험급여로 인하여 책임을 면하는 것은 부당이득이 아니고, 이를 불합리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 (업무의 간이성) 피해자에 대한 보상책임의 최종적인 귀속자는 가해자이므로, 피고로서는 건보법 제53조 제1항 에 따라 가해자에게 직접 구상을 하면 됨에도 굳이 보장사업 수탁자에게 구상을 할 경우, 구상에 응한 보장사업 수탁자는 다시 가해자에게 구상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3)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1가소23824 이행권고결정에 기하여서는 피고가 원고에게 강제집행을 할 수 없도록 함이 마땅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황재호

주1) 이 때 원고는 기왕치료비 명목으로 지출할 금액을 소외 2가 지출한 본인부담금 442,570원을 기준으로 산정하였다.

주2) 이하 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피해자”는 보유자를 알 수 없는 뺑소니 사고나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사고의 피해자를 의미한다.

주3) 이 때 보장사업 수탁자나 피고는 다른 의무이행자가 존재한다는 이유로는 지급을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주4) 보장사업 수탁자는 책임보험금의 한도 내에서 총진료비 중 피해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제한 금액을 지급해야 하고, 피고는 소정의 공단부담금을 지급해야 한다.

주6) 만일 피고의 구상권 행사가 허용될 경우, 결과적으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의 대상이 되는 피해자의 치료비 전액에 대해서 보장사업 수탁자가 최종적인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주7) 한편 자배법 제37조에 의하면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의 재원이 책임보험에 가입하여야 하는 자 등이 납부하는 분담금으로 구성되고 있지만, 이는 재원조달에 관한 규정이므로 이로써 보장사업 수탁자를 자동차보험계약의 보험자와 같은 지위에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주8) 참고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2조에서는 미흡하지만 명시적으로 건강보험과 산업재해보상보험의 관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나아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는 업무상 재해 여부가 결정되기 전에 피고가 보험급여를 실시할 수 있되 이후 업무상 재해로 결정되면 근로복지공단에 구상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내용이 검토된 적이 있다(정부가 2007. 6. 1. 제안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국회의 검토보고서 제37, 38쪽 참조).

주9) 한편 피고가 보장사업 수탁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서 피해자가 보상받는 금액에 차이가 생기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건강보험급여를 받은 뒤 자동차보험자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는 것이 피해자에게 더 유리하다고 한다(“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선택적 우선적용에 관한 고찰, 의료법학 10권 2호, 송기민 외 2인, 296쪽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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