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기판력의 시적 범위 및 전소에서 정지조건 미성취를 이유로 청구가 기각된 경우 그 사실심 변론종결 후에 조건이 성취되었다면 동일한 청구에 대하여 다시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일반적으로 판결이 확정되면 법원이나 당사자는 확정판결에 반하는 판단이나 주장을 할 수 없는 것이나, 이러한 확정판결의 효력은 그 표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하여 발생하는 것이므로, 그 이후에 새로운 사유가 발생한 경우까지 전소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미치는 것은 아니므로, 전소에서 정지조건 미성취를 이유로 청구가 기각되었다 하더라도 변론종결 후에 그 조건이 성취되었다면, 이는 변론종결 후의 취소권이나 해제권과 같은 형성권 행사의 경우와는 달리 동일한 청구에 대하여 다시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참조조문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대복 외 1인)
피고,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원모)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제1, 2점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판결이 확정되면 법원이나 당사자는 확정판결에 반하는 판단이나 주장을 할 수 없는 것이나, 이러한 확정판결의 효력은 그 표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하여 발생하는 것이므로, 그 이후에 새로운 사유가 발생한 경우까지 전소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미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7001 판결 참조). 따라서 전소에서 정지조건 미성취를 이유로 청구가 기각되었다 하더라도 변론종결 후에 그 조건이 성취되었다면, 이는 변론종결 후의 취소권이나 해제권과 같은 형성권 행사의 경우와는 달리 동일한 청구에 대하여 다시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
원심의 인정 사실 및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서울지방법원 97가단39702호로 1996. 2. 4.자 피고 작성 명의로 된 각서상의 보증채무금 2,000만 원의 이행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이하 '전소'라고 한다), 이 법원은 1999. 2. 2. 각서상 피고의 보증인으로서의 서명과 관련하여 그 진정성립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청구기각의 판결을 선고하자, 원고가 서울지방법원 99나18571호로 항소를 제기하면서 1998. 3.경 피고와 사이에 새로이 그 각서금 2,000만 원을 매월 50만 원씩 40개월 동안 분할하여 지급하기로 약정하고(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 한다.), 이에 따라 피고가 1998. 3. 19. 원고에게 1회분으로 50만 원을 지급하기까지 하였다고 주장하였는바, 이에 대하여 항소심 법원은 1999. 11. 3.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사건 약정은 원고의 소 취하를 조건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그 때까지 원고가 소를 취하하지 아니하여 그 조건이 성취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그러자 원고는 같은 달 18. 이 소를 취하하였으나, 피고가 같은 달 24. 원고의 소 취하에 부동의한다는 취지의 서면을 법원에 제출하였고, 그 후 상고기간 내에 상고가 제기된 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전소에서 원고의 소 취하는 피고의 부동의로 효력이 없고, 그 후 상고기간 내에 그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상고가 제기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것은 사실이나, 원고가 전소의 사실심 변론종결 후에 전소를 취하하여 이 사건 약정의 정지조건이 성취되는 사정변경이 발생한 이상, 이 사건 소의 소송물이 전소와 동일하다 하더라도, 권리보호의 이익이 달라 전소의 기판력이 미칠 수는 없다.
원심이 원고의 전소 취하로 전소의 제1, 2심 판결이 모두 소급적으로 실효되었다고 판단한 것은 원고의 소 취하에 대한 피고의 부동의사실을 간과한 나머지 민사소송법 제239조 제2항의 규정을 오해한 것으로서, 이를 가지고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제2호에서 말하는 대법원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라고 볼 수도 없으려니와, 이 사건 소가 전소의 확정판결과는 관계없이 적법하다고 보아 피고의 본안전항변을 배척한 점에서 원심의 결론도 정당하므로, 이 부분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2. 제3점에 대하여
이 부분 상고이유의 요지는, 이 사건 소가 민사소송법 제240조 제2항에 정한 재소금지의 원칙에 반하므로, 이 점에서 대법원판례에 반한다는 취지이나, 이 또한 단순한 법리오해의 주장일 뿐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소는 전소와 권리보호의 이익이 달라 민사소송법 제240조 제2항의 재소금지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이 점을 다투는 상고이유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