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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3도11735 판결
[배임수재·배임증재][공2014상,537]
판시사항

학교법인의 운영권을 양도하고 양수인으로부터 양수인 측을 학교법인의 임원으로 선임해 주는 대가로 양도대금을 받기로 하는 내용의 ‘청탁’이 배임수재죄 구성요건인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판결요지

사립학교법 제20조 제1항 , 제2항 , 제20조의2 , 제20조의3 , 제28조 제1항 , 제47조 , 제73조 제2호 의 내용과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학교법인 운영권의 유상 양도를 금지·처벌하는 입법자의 명시적 결단이 없는 이상 학교법인 운영권의 양도 및 그 양도대금의 수수 등으로 인하여 향후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거나 학교법인의 건전한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추상적 위험성만으로 운영권 양도계약에 따른 양도대금 수수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나 형벌법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학교법인의 이사장 또는 사립학교경영자가 학교법인 운영권을 양도하고 양수인으로부터 양수인 측을 학교법인의 임원으로 선임해 주는 대가로 양도대금을 받기로 하는 내용의 ‘청탁’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 청탁의 내용이 당해 학교법인의 설립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기본재산을 매수하여 사용하려는 것으로서 학교법인의 존립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할 것임이 명백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청탁이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를 배임수재죄의 구성요건인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학교법인의 이사장 또는 사립학교경영자가 자신들이 출연한 재산을 회수하기 위하여 양도대금을 받았다거나 당해 학교법인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일정한 보조금을 지원받아 왔다는 등의 사정은 위와 같은 결론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로고스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들의 학교법인 운영권 양도양수 관련 배임수증재의 점에 관하여

가. 형법 제357조 에 규정된 배임수재죄 또는 배임증재죄에 있어서의 “부정한 청탁”은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청탁을 말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탁의 내용, 이와 관련하여 취득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종류·액수 및 형식, 재산상 이익 제공의 방법과 태양, 보호법익인 거래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등 참조).

나. 사립학교법에 의하여 규율되는 학교법인이 기본재산을 매도하고자 할 때에는 관할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제28조 제1항 ),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제73조 제2호 ). 이는 사립학교의 특성과 공적 기능 등에 비추어 사립학교에서 교육사업 수행을 위한 기본재산의 확보가 필수적이고 그 물적 기반이 부실하여 학교의 존립이 위태롭게 되는 경우 수많은 학생, 학부모들이 입게 될 직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국가·사회적 부작용을 감안할 때 일정한 범위 내에서 사립학교의 재산관리에 국가가 관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헌법재판소 2012. 2. 23. 선고 2011헌바14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반면에 학교법인의 이사장 또는 사립학교경영자가 학교법인의 임원을 변경하는 방식을 통하여 학교법인의 운영권을 양수인에게 이전하고 그 대가로 양수인으로부터 운영권 양도에 상응하는 금전을 지급받기로 약정하는 내용의 계약(이하 ‘운영권 양도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립학교법은 이러한 운영권 양도계약에 관하여는 이를 제한·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할 뿐 아니라 그 운영권의 양도에 교육부장관 등 관할청의 허가를 받을 것을 요구하거나 운영권 양도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나아가 운영권 양도계약의 경우 학교법인 소유인 기본재산의 소유권에는 아무런 변동을 가져오지 아니하고, 단지 학교법인 이사회의 의결을 통하여 운영권을 이전받는 양수인 내지 그가 지정하는 사람이 학교법인의 임원 등으로 선임되는 형태의 변동이 있게 되는데, 이에 관하여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 이사회가 선임한 임원은 관할청의 승인을 얻어 취임하고( 제20조 제1항 , 제2항 ), 새로 선임된 임원이 일정한 행위를 하였을 경우 관할청은 그 임원의 취임승인을 취소하거나 직무집행을 정지할 수 있고( 제20조의2 , 제20조의3 ), 임원이 변경된 후 학교법인이 설립허가조건을 위반하거나 정관에 정한 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할 때에는 교육부장관이 학교법인에 해산을 명할 수 있도록( 제47조 ) 규정하여 관할청에 사후적·행정적인 감독 및 규제 권한을 부여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관련 규정의 내용과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학교법인 운영권의 유상 양도를 금지·처벌하는 입법자의 명시적 결단이 없는 이상 학교법인 운영권의 양도 및 그 양도대금의 수수 등으로 인하여 향후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거나 학교법인의 건전한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추상적 위험성만으로 운영권 양도계약에 따른 양도대금 수수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나 형벌법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

따라서 학교법인의 이사장 또는 사립학교경영자가 학교법인 운영권을 양도하고 양수인으로부터 양수인 측을 학교법인의 임원으로 선임해 주는 대가로 양도대금을 받기로 하는 내용의 ‘청탁’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 청탁의 내용이 당해 학교법인의 설립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기본재산을 매수하여 사용하려는 것으로서 학교법인의 존립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할 것임이 명백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청탁이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를 배임수재죄의 구성요건인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학교법인의 이사장 또는 사립학교경영자가 자신들이 출연한 재산을 회수하기 위하여 양도대금을 받았다거나 당해 학교법인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일정한 보조금을 지원받아 왔다는 등의 사정은 위와 같은 결론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

다. 원심은, 피고인 2가 피고인 1로부터 대가를 받고 피고인 1이 이사장으로 선출되게 하는 방법으로 공소외 1 학교법인(이하 ‘공소외 1 법인’이라 한다) 및 그 소속 학교 관리운영권을 양도한 것은, 영리법인의 대주주가 보유주식을 양도함으로써 영리법인의 운영권을 양도한 것과 다름없는 것으로서 비영리 재단법인인 학교법인의 본질과 상충되어 ‘부정한 청탁’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러나 기록에서 알 수 있는 제반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은 공소외 1 법인의 기본재산인 학교 부지 및 건물의 소유권을 처분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 1이 공소외 1 법인을 계속 운영한다는 의사의 합치 아래 그 운영권 자체를 양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달리 피고인 1이 공소외 1 법인의 설립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기본재산을 매수하여 사용하려는 의도로 피고인 2와 이 사건 운영권 양도계약을 체결하였다거나 실제로 이사장 변경 후 학교 운영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공소외 1 법인을 운영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어, 설령 피고인 2가 피고인 1로부터 공소외 1 법인의 이사장으로 선임되도록 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피고인 1로부터 양도대금을 수령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이는 배임수증재죄의 구성요건인 부정한 청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2. 피고인 1의 채용 관련 배임수재의 점에 관하여

가.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의 채택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 1이 공소외 2, 3, 4로부터 공소외 1 법인의 교직원으로 채용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금전을 교부받았다고 보아 이 부분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나. 그런데 제1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1의 공소외 1 법인 운영권 양수에 관한 배임증재의 점은 파기되어야 하고, 파기되는 부분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위 각 죄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위 피고인에게 1개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그 전부가 파기를 면할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민일영(주심) 이인복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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