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0도16681 판결
[배임수재][공2014상,359]
판시사항

사회복지법인의 운영권을 양도하고 양수인으로부터 양수인 측을 사회복지법인의 임원으로 선임해 주는 대가로 양도대금을 받기로 하는 내용의 ‘청탁’이 배임수재죄의 성립 요건인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판결요지

구 사회복지사업법(2009. 6. 9. 법률 제97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 제3항 , 제53조 제1호 제18조 제5항 , 제22조 , 제26조 제1항 제4호 의 내용 및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사회복지법인 운영권의 유상 양도를 금지·처벌하는 입법자의 결단이 없는 이상 사회복지법인 운영권의 양도 및 그 양도대금의 수수 등으로 인하여 향후 사회복지법인의 기본재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거나 사회복지법인의 건전한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경우가 있다는 추상적 위험성만으로 운영권 양도계약에 따른 양도대금 수수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나 형벌법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사회복지법인의 설립자 내지 운영자가 사회복지법인 운영권을 양도하고 양수인으로부터 양수인 측을 사회복지법인의 임원으로 선임해 주는 대가로 양도대금을 받기로 하는 내용의 ‘청탁’을 받았다 하더라도, 청탁의 내용이 당해 사회복지법인의 설립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기본재산을 매수하여 사용하려는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법인의 기본재산을 이전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 사회복지법인의 존립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할 것임이 명백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청탁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를 배임수재죄의 성립 요건인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사회복지법인의 설립자 내지 운영자가 자신들이 출연한 재산을 회수하기 위하여 양도대금을 받았다거나 당해 사회복지법인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일정한 보조금을 지원받아 왔다는 등의 사정은 위와 같은 결론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김현도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참고자료제출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형법 제357조 제1항 이 규정하는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재물 또는 이익을 공여하는 사람과 취득하는 사람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개재되지 아니하는 한 성립하지 아니한다. 여기서 ‘부정한 청탁’이라고 함은 반드시 업무상 배임의 내용이 되는 정도에 이를 것을 요하지 아니하고,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탁의 내용 및 이에 관련한 대가의 액수, 형식, 보호법익인 거래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하며, 그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임을 요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도6987 판결 등 참조).

2. 구 사회복지사업법(2009. 6. 9. 법률 제97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사회복지사업법’이라고만 한다)에 의하여 규율되는 사회복지법인이 기본재산을 매도하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제23조 제3항 ), 이를 위반한 자는 형사처벌을 받도록 되어 있다( 제53조 제1호 ). 이는 사회복지사업이라는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사회복지법인의 기본재산을 매도하는 행위가 임의로 이루어진다면 기본재산을 상실하는 사회복지법인이 그 존립의 재산적 기초가 직접적으로 위협받게 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행정적 제재 이외에 형벌의 부과를 가함으로써 사회복지법인의 존속이 위협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고 사회복지사업의 공정·투명·적정을 도모할 필요성이 인정되어 입법자가 명시적으로 결단한 데에 따른 것이다.

이와 달리 사회복지법인을 운영하던 대표이사가 법인의 임원을 변경하는 방식을 통하여 법인의 운영권을 양수인에게 이전하고 그 대가로 양수인으로부터 운영권 양도에 상응하는 금전을 지급받기로 약정하는 내용의 계약(이하 ‘운영권 양도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는 경우에 관하여 사회복지사업법은 이러한 운영권 양도계약을 제한·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할 뿐 아니라 그 운영권의 양도에 보건복지부장관 등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을 것을 요구하거나 운영권 양도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규정도 두고 있지 아니하다. 또한 운영권 양도계약의 경우 사회복지법인 소유인 기본재산의 소유권에는 아무런 변동을 가져오지 아니하며 다만 법인 이사회의 의결을 통하여 운영권을 이전받는 양수인 내지 그가 지정하는 사람이 법인의 임원으로 선임되는 등의 변동이 있게 되는데, 사회복지사업법은 법인이 그와 같이 임원을 임면하는 경우 이를 보건복지가족부장관에게 보고하는 절차만을 정하고 있을 뿐이다( 제18조 제5항 ). 한편 사회복지사업법은 새로 선임된 임원이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의 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아니하는 등 일정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이 해당 법인에 대하여 그 임원의 해임을 명할 수 있고( 제22조 ), 임원이 변경된 이후 법인이 정관에 정한 목적사업 외의 사업을 하는 등 일정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이 법인 자체의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음( 제26조 제1항 제4호 참조)을 정하고 있다. 이는 사회복지법인의 운영주체가 임원 임면이라는 방식을 통하여 그 법인의 운영권을 양도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되 다만 이로 인하여 사회복지법인의 기본재산에 손실을 끼치거나 건전한 운영에 지장이 초래될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주무관청에 사후적·행정적인 감독 및 규제의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련 규정의 내용 및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사회복지법인 운영권의 유상 양도를 금지·처벌하는 입법자의 결단이 없는 이상 사회복지법인 운영권의 양도 및 그 양도대금의 수수 등으로 인하여 향후 사회복지법인의 기본재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거나 사회복지법인의 건전한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경우가 있다는 추상적 위험성만으로 운영권 양도계약에 따른 양도대금 수수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나 형벌법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사회복지법인의 설립자 내지 운영자가 사회복지법인 운영권을 양도하고 양수인으로부터 양수인 측을 사회복지법인의 임원으로 선임해 주는 대가로 양도대금을 받기로 하는 내용의 ‘청탁’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 청탁의 내용이 당해 사회복지법인의 설립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기본재산을 매수하여 사용하려는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법인의 기본재산을 이전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 사회복지법인의 존립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할 것임이 명백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 ( 대법원 2001. 9. 28. 선고 99도2639 판결 참조) 이 없는 한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청탁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를 배임수재죄의 성립 요건인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사회복지법인의 설립자 내지 운영자가 자신들이 출연한 재산을 회수하기 위하여 양도대금을 받았다거나 당해 사회복지법인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일정한 보조금을 지원받아 왔다는 등의 사정은 위와 같은 결론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3. 원심은, 사회복지법인의 대표자는 비록 그 법인의 설립자일지라도 법인이나 그 재산에 대하여 아무런 지분권을 가지지 아니하므로 영리법인의 대주주 또는 대지분권자가 그 보유 주식이나 지분권을 양도함으로써 영리법인의 운영권을 양도한 것과 같은 결과를 수반하는 행위를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이 상당한 재산을 출연하여 판시 각 사회복지법인을 설립 또는 인수하여 어린이집을 운영하다가 그 출연액을 회수하려는 의도로 법인을 사실상 양도한 것과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하여 대표자 변경과 관련하여 출연액에 상응하는 돈을 받은 것은 후임 대표자 선출과 관련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각 양도계약의 체결경위, 계약서의 기재사항 및 후임 대표이사 선임 경위 등 기록에서 알 수 있는 제반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은 이 사건 각 사회복지법인의 기본재산인 어린이집 부지·건물의 소유권을 처분한 것이 아니라 양수인들이 위 사회복지법인과 어린이집을 계속 운영한다는 의사의 합치 아래 그 운영권 자체를 양도하였다고 할 것이고, 달리 그 양수인들이 어린이집 운영이라는 법인 설립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기본재산을 매수하여 사용하려는 의도로 이 사건 운영권 양도계약을 체결하였다거나 실제로 그 대표이사 변경 이후 어린이집 운영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위 각 법인이 운영되었다고 볼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설령 피고인들이 이 사건 운영권 양도계약에 따라 양수인 내지 그가 지정하는 사람을 대표이사로 선임되도록 하여 달라는 청탁을 받고 그 양도대금을 수령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청탁이라거나 배임수재죄의 성립요건인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배임수재죄의 구성요건인 부정한 청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렇다면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영한(재판장) 양창수(주심) 박병대 김창석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