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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5. 17. 선고 2001도6170 판결
[뇌물수수·직무유기][공2002.7.1.(157),1471]
판시사항

경찰관이 방치된 오토바이가 있다는 신고를 받거나 순찰중 이를 발견하고 오토바이 상회 운영자에게 연락하여 오토바이를 수거해가도록 하고 그 대가를 받은 경우, 직무유기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경찰관이 장기간에 걸쳐 여러 번 오토바이를 오토바이 상회 운영자에게 보관시키고도 경찰관 스스로 소유자를 찾아 반환하도록 처리하거나 상회 운영자에게 반환 여부를 확인한 일이 전혀 없고, 상회 운영자로부터 오토바이를 보내준 대가 또는 그 처분대가로 돈까지 지급받았다면, 경찰관의 이와 같은 행위는 습득물을 단순히 상회 운영자에게 보관시키거나 소유자를 찾아서 반환하도록 협조를 구한 정도를 벗어나 상회 운영자에게 그 습득물에 대한 임의적인 처분까지 용인한 것으로서 습득물 처리 지침에 따른 직무를 의식적으로 방임 내지 포기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직무유기의 점에 대한 요지는 "피고인은 원주경찰서 파출소 소속경찰관으로서 1998. 말경 원주시 황골 소재 상호불상의 식당 앞에서 순찰을 하던 중 식당 주인으로부터 방치되어 있는 오토바이 1대를 치워 달라는 신고를 받았는바, 이러한 경우 경찰관인 피고인으로서는 습득물 처리지침에 따라 오토바이를 처리하여야 할 직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 오토바이센터를 운영하는 공소외 1에게 연락을 하여 오토바이를 가져가 보관하도록 함으로써 그 직무를 유기한 것을 비롯하여 6회에 걸쳐 직무를 유기하였다."라는 것이다.

2. 원심은, 피고인이 방치되어 있는 오토바이를 치워달라는 신고를 받으면 습득물 처리지침에 따라 신고대장을 작성하고 보고서와 함께 오토바이를 경찰서 방범과로 보내야 하는 직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아니하고 공소외 1에게 연락하여 동인으로 하여금 오토바이를 가져가 보관하도록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한편 파출소에 오토바이를 운반하거나 보관하기에 적절한 수단이나 장소가 없어 신고를 받은 경찰관은 통상적으로 오토바이센터에 연락하여 가져가 보관하게 하고 엔진번호 등을 확인하여 오토바이 소유자를 찾아 돌려주도록 사실상 처리하여 온 사실, 피고인도 공소외 1에게 오토바이를 가져가 소유자를 찾아 돌려주도록 하고는 반환 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한 사실, 공소외 1이 대부분의 오토바이는 소유자를 찾아 돌려주었으나 일부는 피고인 모르게 임의로 처분하고 주인을 찾을 수 없고 사용 불가능할 정도로 낡은 것은 폐차하는 등의 방법으로 처리한 사실, 공소외 1은 소유자들이 오토바이를 찾아가면서 수리를 부탁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영업이익에 대한 사례로 피고인에게 20만 원 정도의 이익을 제공한 사실 등을 인정한 후,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방치된 오토바이를 공소외 1로 하여금 가져가서 보관하도록 한 것은 의식적으로 습득물 처리에 관한 직무를 방임 내지 포기한 것이 아니라 그 직무를 소홀히 수행한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직무유기의 점은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먼저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돈을 준 이유가 위와 같이 영업이익에 대한 사례로 준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 보면, 이에 부합하는 증거로 원심이 채택한 증거는 공소외 1의 제1심 법정에서의 증언 뿐인데, 공소외 1의 위 증언은 동인이 수사기관에서 일관되게 자신이 피고인에게 돈을 준 이유가 오토바이를 보내준 대가 또는 그 오토바이를 처분한 대가라고 진술하다가(수사기록 83, 603, 604면) 아무런 이유 없이 이를 번복하고 있어 그 신빙성에 의문이 있고(원심은 이 부분에 대하여 뇌물수수의 유죄를 인정하고 있다), 둘째, 피고인이 소유자를 찾아 돌려주라는 취지로 공소외 1에게 오토바이를 주었고, 실제 공소외 1이 대부분의 오토바이를 소유자에게 반환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보면, 피고인의 변소 이외에 이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공소외 1의 진술뿐인데, 이 부분에 대한 공소외 1의 진술은 동인의 앞서 본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이나, 공소외 1이 경찰관으로부터 돈을 얼마씩 주고 오토바이를 구입하였다는 취지의 이승훈의 진술(수사기록 5, 6면)에 비추어 그 신빙성이 부족해 보인다.

오히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장기간에 걸쳐 여러 번 오토바이를 공소외 1에게 보관시키고도 피고인 스스로 소유자를 찾아 반환하도록 처리하거나 공소외 1에게 반환 여부를 확인한 일이 전혀 없고, 공소외 1으로부터 오토바이를 보내준 대가 또는 그 처분대가로 돈까지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 사정이 이와 같다면, 가사 피고인 주장과 같이 파출소에 오토바이를 운반할 적절한 수단이나 보관장소가 없어 공소외 1에게 운반과 보관을 부탁할 필요가 있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습득물을 단순히 공소외 1에게 보관시키거나 소유자를 찾아서 반환하도록 협조를 구한 정도를 벗어나 공소외 1에게 그 습득물에 대한 임의적인 처분까지 용인한 것으로서 원심이 인정한 습득물 처리 지침에 따른 직무를 의식적으로 방임 내지 포기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여 피고인의 행위를 직무의 수행을 소홀히 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 직무유기의 점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고, 직무유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렇다면 원심판결의 무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바,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무죄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어 1개의 형을 선고하여야 할 것이므로 이 부분 역시 파기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손지열(재판장) 조무제 유지담(주심) 강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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