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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20.9.10. 선고 2019노3826 판결
의료법위반
사건

2019노3826 의료법위반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한태화(기소), 신희영(공판)

변호인

변호사 곽상기, 하재민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1. 20. 선고 2019고정1002 판결

판결선고

2020. 9. 10.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B을 포함한 간호조무사 또는 간호사들에게 '차트를 보고, 수술 후 1일이 지난 환자는 소독, 7일이 지난 환자는 실밥제거' 등의 내용으로 업무 범위를 알려줌으로써 지휘·감독의무를 다하였다. 실밥제거는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지시 하에 할 수 있는 의료행위이므로 B이 위 매뉴얼에 따라 실밥을 제거한 것은 정당하고, 한편 B이 실밥제거 부위를 재봉합한 것은 위 매뉴얼에 따른 지시범위를 벗어난 돌발행동으로서 피고인이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처럼 피고인은 B에 대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않았음에도, 양벌규정을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의사가 간호사로 하여금 의료행위에 관여하게 하는 경우에도 그 의료행위는 의사의 책임 아래 이루어지는 것이고 간호사는 그 보조자에 불과하다. 간호사가 '진료의 보조'를 하는 경우 행위 하나하나마다 항상 의사가 현장에 참여하여 지도·감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가 진료의 보조행위 현장에 참여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감독을 하는 것으로 충분한 경우도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의사가 주도하여 의료행위를 실시하면서 그 의료행위의 성질과 위험성 등을 고려하여 그 중 일부를 간호사로 하여금 보조하도록 지시 또는 위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에 그친다. 이와 달리 의사가 간호사에게 의료행위의 실시를 개별적으로 지시하거나 위임한 적이 없음에도 간호사가 주도하여 전반적인 의료행위의 실시 여부를 결정하고 간호사에 의한 의료행위의 실시과정에 의사가 지시·관여하지 아니한 경우라면, 이는 의료법 제27조 제1항이 금지하는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4. 9. 4. 선고 2012도16119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각각의 성형수술마다 그 사후관리에 관한 일반적인 지시 사항을 담은 매뉴얼을 만들어 병원 내에 비치해 두고 간호조무사들로 하여금 이에 따르도록 한 사실, 위 매뉴얼에는 이 사건 환자 D이 받은 눈 뒤트임 수술(LC)의 경우 수술 후 1일차에는 소독(#1_Dx), 7일차에는 실밥제거(#7 T/S/O)를 하도록 기재되어 있는 사실, B은 위 매뉴얼 내용을 숙지하고 있었으나, 차트를 확인하지 않은 탓에 전날 수술받은 D을 1주일 전 수술받은 환자로 착각하여 실밥을 제거하였고, 실수를 깨닫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피고인이나 병원 내 다른 의사들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그 부위를 스스로 봉합한 사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서울특별시장에 대한 질의회신에서 "응급상황이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태를 전제로 의사의 지시·감독하에 1~2바늘 정도의 실밥을 제거하는 행위라면 진료보조행위로서 간호조무사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사료됨"이라는 내용의 의견을 전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런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D이 소독을 위하여 피고인의 병원을 방문하였을 때 직원들은 피고인이나 병원 내 다른 의사들에게 D의 상태를 확인시키지 않은 채 곧장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의 처치를 받도록 안내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는 위 병원의 통상적인 업무과정에 따른 것이었다고 보인다. 즉, 피고인의 병원 직원들은 그곳에서 수술받은 환자들을 의사의 개별적인 지시나 위임 없이 단순히 '수술 며칠차인지'의 기준에 따라 기계적으로 분류하여 매뉴얼상의 처치를 하도록 역할이 정하여져 있었는바, 환자가 특별히 요청하지 않는 한 수술 후의 처치는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의 손에 맡겨져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상적인 의료행위라면 수술 후에는 그 부위 봉합이 잘 되었는지, 정상적으로 회복 중인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을 의사의 전문적인 시각에서 판별할 필요가 있으므로,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관찰한 후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에게 개별적인 지시를 내려야 하고, 의사의 개별적인 지시나 위임 없이 간호사 등에게 수술 후 처치가 일반적·포괄적으로 위임되어 있다면 이는 정상적인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직접 D의 상태를 확인하였다면 D이 수술 후 7일이 지난 환자라고 착각하는 일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B의 실밥제거행위는 의사의 개별적인 지시·감독 없이 이루어진 것이어서 적법한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의 병원 내에서 수술 후 환자들에 대한 처치가 위와 같이 의사의 개별적인 지시 없이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의 주도 하에 행하여지는 방식이 확립되어 온 이상, 피고인은 그들의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또한 B이 실밥제거 부위를 재봉합한 것은 결국 잘못된 의료행위(실밥제거)에 의해 유발된 행위로서 피고인의 적절한 지휘·감독이 있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마찬가지로 피고인의 책임 영역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결국 B의 실밥제거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피고인이 B에 대한 지휘·감독의무를 다하였으므로 B의 무면허의료행위를 이유로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는 피고인의 위 사실오인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다만 원심판결문 2쪽 중 밑에서 넷째 줄의 "의료법""구 의료법(2019. 4. 23. 법률 제163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으로 고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최한돈

판사 박세영

판사 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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