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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7다201545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 위반으로 국가가 배상책임을 지는 경우의 ‘직무상 의무’의 내용 및 직무상 의무 위반과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2]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하여 쏟아져 내려온 토사 등에 매몰되어 사망한 갑의 유족이 관할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담당공무원들이 산사태 주의보·경보를 발령하고 갑을 비롯한 주민들을 대피하게 하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이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면서도 위와 같은 위법행위와 갑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용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서울특별시 서초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균부)

주문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적극적 손해 2,586,35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 및 위자료 13,0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상고이유 제1점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담당공무원들이 산사태 주의보·경보를 발령하고 망인을 비롯한 ○○마을 일대의 주민들을 대피하게 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하였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 이유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점은 있으나, 원심의 결론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무원의 위법행위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피고의 위법행위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뒤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피고의 위법행위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을 받아들이는 이상,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공무원에게 부과된 직무상 의무의 내용이 단순히 공공 일반의 이익을 위한 것이거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라면, 공무원이 그와 같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함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국가가 배상책임을 진다.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일반적인 결과 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이나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6. 7. 27. 선고 2014다227843 판결 등 참조).

나. 1) 원심은 피고의 담당공무원들이 산사태 주의보·경보를 발령하고 망인을 비롯한 ○○마을 일대의 주민들을 대피하게 하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이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위법행위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가) 산림청 산사태정보시스템에 주의보 및 경보를 등록하더라도 위 시스템의 홈페이지에 접속하지 않으면 발령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바, 이 사건 산사태 발생 당시 비닐하우스에서 홀로 거주하던 75세의 망인이 이를 확인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나) 피고가 ○○마을 일대 주민들에게 지역방송이나 앰프방송, 통반조직 등을 이용하여 대피를 권고하였다고 하더라도 망인의 나이 및 거주형태를 고려할 때 망인이 이를 전달받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다) 홀로 거주하는 75세의 노인인 망인으로서는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피할 만한 방법, 경로, 장소 등을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고, 대피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였을 가능성도 있어 피고가 산사태 경보를 발령하여 안전지역으로 대피할 것을 권고하였더라도 대피를 하지 않았거나 제대로 대피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 그러나 앞서 본 법리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의 위법행위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 망인이 이 사건 산사태 발생 당시 비닐하우스에서 홀로 거주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망인은 거주지 부근에 있는 성당에 다니면서 그곳에 소속된 신자들과 지속적으로 교류를 하여 왔고, 아들인 원고와도 유선으로 연락을 유지해 왔다.

나) 산사태 주의보 내지 경보를 산림청 홈페이지에 등록하게 되면 언론이나 산림청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주의보 내지 경보가 발령된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을 통해 그 사실이 널리 전파되게 된다. 피고가 산림청 홈페이지에 산사태 주의보 내지 경보를 등록하였다면 망인이 직접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 내지 망인의 지인들을 통해 그와 같은 사실이 망인에게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다) 나아가 피고가 ○○마을 일대 주민들에게 지역방송이나 앰프방송, 통반조직 등을 이용하여 대피를 권고하였다면 그 사실이 망인의 지인들을 통해 망인에게 전달되었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아 보인다.

라) 망인은 1984. 8. 17.경부터 ○○마을에 거주해 왔던 것으로 보이는바, 망인은 주변 지리에 익숙하여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피할 만한 방법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마) 원고는 이 사건 산사태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망인의 안위를 걱정하면서 망인과의 연락을 유지하여 왔는바, 피고가 산사태 주의보 내지 경보를 발령하고 주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한 사실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졌다면 망인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던 원고로서는 망인을 대피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했을 것으로 보이고, 망인이 이를 거절할 만한 이유도 보이지 아니한다.

다. 이와 같은 사정에다가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고자 하는「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의 취지, 이 사건 피해의 경위와 그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피고 소속 담당공무원들의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의 위법행위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한 나머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고의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적극적 손해 2,586,35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 및 위자료 13,0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권순일 이기택(주심) 박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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