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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동부지방법원 2011.3.14.선고 2010고합444 판결
2010고합444강도·배상명령신청
사건

2010고합444 강도

2011초기88 배상명령신청

피고인

A ( 88 . 5 . 8 . 생 ) , 무직

배상신청인

김00

판결선고

2011 . 3 . 14 .

주문

피고인은 무죄 .

배상신청인의 배상신청을 각하한다 .

이유

1 .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필리핀 사람으로 피해자 김00 ( 46세 ) 과 2010 . 5 . 27 . 혼인신고를 한 부부

지간으로 2010 . 10 . 2 . 경 한국에 입국하여 그 때부터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00 오

피스텔 # # # 호 12평 규모의 원룸에서 피해자와 동거하였다 .

피고인은 2010 . 10 . 16 . 07 : 00경 위 오피스텔에서 피해자에게 수면제 및 신경안정제

성분이 들어간 약을 탄 커피를 주어 피해자가 위 커피를 마시고 잠이 들게 한 후 장롱

속에서 생활비 명목으로 보관하고 있던 피해자 소유인 현금 20여만 원 , 피해자 모친의

유품으로서 앨범을 넣는 상자 안에 보관하고 있던 피해자 소유인 시가를 알 수 없는

순금목걸이 1개 , 피해자가 전날 탁자 위에 풀어놓았던 피해자 소유인 시가 27만원 상

당의 남성용 백금반지 1개와 시가 30만원 상당의 손목시계 1개 , 시가 12만원 상당의

노트북가방 1개 , 비닐로 된 파일철 안에 보관하고 있던 피해자 명의의 여권 1개를 가

지고 가 피해자의 재물을 강취하였다 .

2 .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과 변호인은 피고인이 위 일시 , 장소에서 피해자를 잠에 빠트리려고 수면제

등을 탄 커피를 건네주기는 하였으나 이는 피해자의 학대를 피하여 도망가기 위하여

한 것일 뿐 피해자의 재물을 강취하기 위한 고의로 한 것은 아니고 , 피해자는 피고인

이 건네준 커피를 마시지 않았으며 , 피고인이 피해자가 잠든 사이에 피해자의 물품을

일부 가지고 나오기는 하였으나 그 물품은 이 사건 전날 미리 훔쳐놓은 피해자의 지갑

속 현금 20만 원 및 피해자의 노트북가방 , 여권뿐이라고 주장한다 .

3 . 판단

가 . 강도죄의 구성요건

형법 제333조의 강도죄는 사람의 반항을 억압함에 충분한 폭행 또는 협박을 사

용하여 타인의 재물을 강취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므

로 , 피고인이 타인에 대하여 반항을 억압함에 충분한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한

사실이 있다 해도 그 타인이 재물 취거의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 틈을 이용하

여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타인의 재물을 취거한 경우에는 위 폭행이나 협박이 재물 탈

취의 방법으로 사용된 것이 아님은 물론 , 그 폭행 또는 협박으로 조성된 피해자의 반

항억압의 상태를 이용하여 재물을 취득하는 경우에도 해당하지 아니하여 양자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 위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한 반항억압의 상

태가 처음부터 재물 탈취의 계획하에 이루어졌다거나 양자가 시간적으로 극히 밀접되

어 있는 등 전체적 실질적으로 단일한 재물 탈취의 범의의 실현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강도죄의 성립을 인정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 대법원

1956 . 8 . 17 . 선고 4289형상170 판결 , 대법원 2009 . 1 . 30 . 선고 2008도10308 판결 참

조 ) . 또한 강도의 고의와 같은 범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고의

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

증할 수밖에 없고 , 이 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에 해

당하는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

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6 . 2 .

23 . 선고 2005도8645 판결 등 참조 ) .

나 .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에서 나오게 된 경위

기록에 비추어 보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

피고인이 피해자와 결혼하기로 약속하였을 때에는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자신이

이혼을 한 경력이 있고 전처와 사이에 피고인의 나이와 비슷한 자녀들이 있다는 점을

말하지 않았는데 , 피고인이 혼인신고를 위해 대사관에 찾아가서야 이러한 사정을 그

직원으로부터 들어서 알게 되었다 .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를 믿고 결혼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2010 . 5 . 27 . 피해자와 혼인신고를 하였다 . 피고인은 혼인신고 후에도 비

자발급 문제로 한국으로 입국을 하지 못하다가 이 사건 2주 전인 2010 . 10 . 2 . 에야 한

국으로 입국하였다 . 한국으로 입국한 이후 피해자는 태도를 돌변하여 피고인에게 거칠

게 대하기 시작하였는데 , 입국 당일 여독으로 피곤해 하는 피고인에게 위 오피스텔을

청소하라고 하여 이를 거부하는 피고인을 드라이버로 위협하여 결국 피고인으로 하여

금 청소를 하게 만들고 , 대부분의 끼니를 라면과 초콜릿으로 때우게 하고 피고인이 불

만을 말하면 욕설을 하고 화를 내었다 . 피해자는 피고인과 함께 2010 . 10 . 13 . 저녁 나

이트클럽에서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 피고인에게 탁자 위에서 춤을 추라고 하여 피고

인은 마지못해 춤을 추었고 ,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필리핀 여성 20명 정도를 데려와 술

집에서 일하게 하고 피고인이 그들을 관리하여 돈을 벌자는 제안도 하였다 .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0 . 10 . 14 . 저녁 무렵 그 전날 나이트클럽에서 일어난 일이 이유가 되어

다투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화가 난 피해자는 평소 집안에 보관하고 있던 수갑으로

피고인의 양손목을 묶고 삼단봉으로 때릴 듯이 하고 장난감 총을 들이대며 피고인에게

자신은 마피아의 일원이며 사람을 죽이는 일도 한다는 취지로 겁을 주었다 . 한국에 입

국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말도 하지 못하고 혼자서 외출하거나 물건을 구입한 적도

없었던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아무도 모르게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빠져 피

해자로부터 벗어나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

다 . 피해품의 범위에 대한 판단

다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가 잠이 든 사이에 가지고 나온 물품에 대하여 본다 .

공소사실의 피해품을 피고인이 가지고 나왔다는 점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로는 피고인

의 경찰 , 검찰 , 법정에서의 각 일부진술 , 피해자의 경찰 , 검찰 , 법정에서의 각 진술 , 압

수조서 , 수사보고 ( 피해품 확인보고 ) 가 있으나 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 대

질 ) 중 ' 피해자가 잠이든 것을 확인한 후에 2010 . 10 . 16 . 11 : 00경 벗어놓은 피해자의

바지 속의 지갑에서 현금 20만 원을 꺼내어 가지고 나왔다 . ' 는 취지로 기재된 부분은

피고인이 이 법정에서 그 내용을 부인하므로 증거능력이 없고 ,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

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공소사

실의 피해품 중 피해자의 여권 , 노트북가방 이외에 장롱 속의 현금 20여만 원 , 피해자

모친의 유품인 목걸이 , 피해자의 손목시계 , 남성용 백금반지를 피고인이 가지고 나왔다 .

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고 ,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

1 ) 피고인은 경찰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피해자 지갑 속의 현

금 20만 원 , 피해자 모친의 유품인 보석이 박힌 반지 , 피해자가 결혼 기념 반지로 사준

여성용 백금반지 , 피해자의 노트북가방 , 플라스틱 파일철 안의 피해자의 여권을 가지고

나왔지만 , 피해자 지갑 속의 현금 20만 원은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2010 . 10 . 15 . 경에

미리 훔쳤고 , 보석이 박힌 반지와 여성용 백금반지는 피해자로부터 선물로 받은 것이며 ,

피해자의 여권은 피고인의 혼인관계서류를 보관하는 플라스틱 파일철 안의 서류들 사이

에 끼워져 있어서 피해자의 여권이 들어있는 것을 모른 채 위 파일철을 그대로 노트북가

방에 담아 나왔다고 진술하고 있다 . 또한 피고인은 필리핀 국적으로 2010 . 10 . 2 . 부터 한

국에서 거주하기 시작하였는데 최초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때인 2010 . 11 . 20 . 경에는

부부사이의 절도가 친족상도례에 의해 형이 면제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

웠을 것임에도 스스로 피해자의 현금 20만 원을 가져왔음을 인정하고 , 또한 피해자가 피

해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던 모친의 유품인 반지를 가져간 것을 비롯하여 피해자의 여권을

가져간 점을 인정하면서도 공소장에 기재된 나머지 피해품은 가져간 적이 없다고 부인하

였다 ( 증거기록 180쪽 ) .

2 ) 또한 피고인은 일관되게 위 현금 20만 원은 이 사건 전날 피해자의 지갑에서

훔쳤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 피해자도 구체적인 액수는 기억나지 않으나 이 사건 전날 지지

갑속에 있던 현금이 사라져서 이를 찾으려고 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으며 ( 증거기록 260

쪽 ) , 피고인이 2010 . 10 . 15 . 오전경 자신의 친구인 B에게 피고인이 2010 . 10 . 15 . 피해자

의 현금 20만 원을 훔쳤는데 피해자가 이를 찾고 있어 두렵다는 취지의 휴대전화 문자메

시지를 보낸 점에 비추어 보아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지갑 속에서 현금 20만 원을 훔친

시기는 이 사건 당일이 아니라 그 전날인 2010 . 10 . 15 . 이라고 보인다 .

3 ) 피해자는 이 사건 직후인 2010 . 10 . 17 . 오전경 경찰에 피고인의 실종신고를

하였는데 ( 증거기록 29쪽 ) 경찰에서 실종신고로는 수배가 되지 않는다고 하여 피고인을

절도죄로 고소를 하였다가 ( 증거기록 28쪽 ) 친족상도례에 의해 역시 수배가 어렵다고 하

자 변호사와 상담한 다음 2010 . 10 . 19 . 다시 피고인을 강도죄로 고소하였다 ( 증거기록 3

쪽 ) , 피해자는 강도죄로 고소할 당시 고소장에 피해품으로 " 주거지에 남아있는 현금 100

만 원 , 여권 , 피해자가 마련해 준 패물 100만 원 상당의 반지 , 피해자 모친의 반지 등 " 만

을 기재하고 손목시계 , 목걸이 , 남성용 백금반지 , 노트북가방은 기재하지 않았다가 ( 증거

기록 4쪽 ,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고소장에 기재된 " 피해자가 마련해 준 패물

100만 원 상당의 반지 " 는 결혼 기념으로 구입한 남녀 한쌍의 백금반지 중 피해자 소유의

남성용 백금반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진술하였으나 , 문언의 기재상 ' 피해자가 마련해 준

패물 ' 은 피고인 소유의 여성용 백금반지라고 보이고 이를 피해자 소유의 남성용 백금반

지라고 보기는 어려워 위 진술은 믿기 어렵다 ) , 경찰에서 2010 . 10 . 26 . 고소보충 진술조

서를 작성할 때에는 장롱 속에 생활비 명목으로 보관하고 있던 현금 100만 원 , 모친의 유

품인 반지 , 목걸이 , 피해자의 손목시계 , 결혼 기념 남성용 백금반지 , 노트북가방이 없어졌

다고 진술하여 ( 증거기록 10쪽 ) 피해품이 보다 다양하고 구체화되었는데 , 그 이후 검찰에

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는 현금 100만 원에 대해 지갑속에 있던 현금 70만 원 , 장

롱 속에 있던 생활비 명목의 현금 30만 원 정도가 사라졌다고 진술하고 있다 ( 증거기록

259쪽 ) . 또한 피해자는 처음에 피해품으로 신고하였던 모친의 유품인 반지에 대해 피고

인이 이를 선물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자 그 주장이 맞는다고 하면서 위 반지는 피해품

이 아니라고 진술을 번복하였다 ( 증거기록 203쪽 ) .

4 )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진술하면서 장롱 속에 30만 원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

은 평소 자신이 생활비를 40만 원 정도씩 인출하여 장롱 속에 보관하여 두고 조금씩 꺼

내서 사용하는데 이 사건이 발생할 당시 적어도 30만 원 정도는 남아있었을 것으로 추측

하기 때문이라고 하나 , 피고인은 장롱 속의 생활비는 보지도 못하였으며 알지도 못한다

고 부인하고 있으며 , 피해자 역시 이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위 장롱 속의 생활비의 존재를

직접 알려준 적은 없으나 평소에 자신이 장롱 속에서 생활비를 꺼내는 것을 보았을 것이

므로 피고인도 이를 알고 있었으리라고 진술하고 있을 뿐인데 이러한 피해자의 진술만으

로 위 장롱 속에 현금 20여만 원이 있었다는 점 , 피고인이 피해자가 잠든 사이에 위 현금

20여만 원을 가지고 나왔다는 점을 인정하기는 어렵고 , 달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

5 ) 피해자는 피해품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시기에 관하여 검찰에서 피고인이 위

오피스텔에서 사라진 직후 잠에서 깨어보니 손목시계 , 남성용 백금반지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되었고 , 모친의 유품인 목걸이는 2010 . 10 . 17 . 실종신고를 할 때에 경찰에서 혹시

없어진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하여 위 오피스텔을 뒤져보고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

다고 진술하였다가 ( 증거기록 262쪽 ) , 이 법정에서는 2010 . 10 . 19 . 강도죄 고소 당시 손목

시계와 남성용 백금반지 , 모친의 유품인 목걸이가 없어진 것을 알지 못하여 고소장에는

위 물품들을 피해품으로 기재하지 않은 것이라고 진술하였는데 , 피해자가 자신의 책상위

에 올려놓았다고 하는 손목시계와 남성용 백금반지는 평소에 착용하는 물건들이고 그 위

치가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피해자가 컴퓨터작업을 하는 책상 위이기 때문에 고소 이후에

야 위 물품들이 사라진 것을 알았다는 이 법정에서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

6 )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잠든 사이에 피고인이 피해자의 점유를 배제하고

가지고 나온 물건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은 일관되고 또 피고인이 형면제사유를 알지 못

한 상황에서 수사기관에 일부 물품을 가져온 것을 시인하였으며 , 피고인이 시인하는 물

품의 종류는 피해자가 최초로 제출한 강도죄의 고소장에 기재된 물건과 거의 일치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은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반면에 , 피해자는 처음에는

고소장에 그 금액과 가치에 대한 다소의 과장은 있으나 피고인이 가져갔다고 인정하는

물품 종류와 거의 일치하는 피해품을 기재하였다가 그 이후 조사과정 및 이 법정에서의

진술에서는 피해품의 종류가 늘어나고 구체화되고 있으며 피해품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시점에 대한 진술도 상황에 따라 변화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은 쉽게

믿기 어렵다 .

7 ) 압수조서는 피고인으로부터 피해자 모친의 반지 , 피해자의 여권을 압수하였다 .

는 취지인데 ( 증거기록 182쪽 ) 피해자 모친의 반지는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준 것으로 공

소사실의 피해품이 아니며 피해자의 여권은 피고인이 가져갔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어서

위 압수조서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손목시계 , 남성용 백금반지 , 장롱 속의 현금 20여만

원 , 피해자 모친의 목걸이를 가져갔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 오히려 피고인이 가져

갔다고 인정하는 물품들은 현금 20만 원을 제외하고는 이를 처분하지 않은 채 그대로 소

지하고 있어 압수된 반면에 가져가지 않았다고 다투는 물품은 압수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다 .

8 ) 수사보고 ( 피해품 확인보고 ) 역시 피해자가 사라졌다고 하는 백금반지는 피고

인의 여성용 백금반지가 아닌 피해자의 남성용 백금반지라는 피해자의 주장을 기재한 것

이어서 ( 증거기록 254쪽 )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신빙성이 없다 .

라 . 강도의 고의 유무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 ① 피고인은 피해자와 결혼생활을 위해 2010 . 10 . 2 . 한국에 입국한

이래 피해자로부터 수갑이 채워진 채로 삼단봉과 장난감 총으로 위협을 받거나 음식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라고 강요를 당하는 등 학대를 받고

생명 · 신체에 위협을 느껴 피해자로부터 탈출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탄 커피를 주었다는 것으로 그 동기에 비추어 피고인이 피해자가 잠든 사이

에 피해자의 노트북가방 , 여권을 가져갔다는 점만으로 피고인에게 반드시 강도의 고의

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 ②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가 커피를 마시

고 잠든 틈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물품을 강취할 고의가 있었다면 되도록 많은 현금과

환가가 용이한 귀금속 또는 고가의 노트북 등을 가지고 나왔을 것인데 피고인은 이 사

건 전날 훔친 현금 20만 원과 피해자로부터 선물받은 반지 2개 ( 여성용 백금반지와 피

해자 모친의 유품인 반지 ) 이외에는 환가가 용이하거나 고가의 물품을 가지고 나왔다 .

는 것이 인정되지 않는 점 , ③ 피고인이 2010 . 10 . 16 . 오전경 피해자가 잠든 사이에

새로이 피해자의 점유를 배제하고 가지고 나온 것으로 인정되는 것은 노트북가방 , 여

권이 있을 뿐인데 노트북가방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자신의 옷가지

등 짐을 담아 나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였을 뿐이어서 피고인이 이를 강취하기 위

해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탄 커피를 건네주었다고 보기 어렵고 , 피해자의 여권은 피고

인의 결혼관련서류가 들어 있는 플라스틱 파일철의 서류 사이에 끼워져 있어서 피고인

이 이를 가지고 나올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쉽게 인정하기 어렵고 설사 피고인이 피해

자의 여권을 가지고 나온다는 것을 인식하였다고 하더라도 굳이 피해자의 여권을 강취

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탄 커피를 주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 ④ 피고인이

이 사건 전날까지 B를 비롯한 친구들과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는 피고인으

로부터 도망치고 싶다거나 도망치기 전에 많은 돈을 훔쳐야 한다거나 하는 내용이 포

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피고인이 이 사건 당일에는 피해자의 재물 중 현금이나 귀금속

과 같은 도피 자금이나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훔친 점이 인정되지 않은 상황

에서 위와 같은 문자메시지의 내용만으로 피고인이 수면제 등을 탄 커피를 피해자에게

건네줄 당시 이미 절취한 위 현금 20만 원 이외에 피해자의 재물을 추가로 빼앗아야겠

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강도의 고의로

피해자에게 수면제 , 신경안정제 성분이 든 커피를 건네주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

마 . 소결

결국 피고인에게 강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설사 피해자가 피고인이

건네 준 커피를 마시고 이로 인하여 잠에 빠져 항거불능 상태가 된 점을 인정하더라도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인 상황에서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피해자의 노트북가방 , 여권

을 가지고 나온 행위는 피해자에게 커피를 건네어 마시게 한 행위 , 즉 폭행이 재물 탈

취의 방법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고 , 또한 폭행으로 조성된 피해자의 반항억압의 상태

를 이용하여 재물을 취득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폭행과 물품 취거 사이에 인과관

계가 없고 , 달리 피고인의 위 폭행 및 재물취거의 각 행위를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단

일한 재물 강취의 범행으로 인정할 만한 증거도 존재하지 아니하는 이상 피해자가 피

고인이 건네 준 커피를 마셨는지 , 그 커피를 마시고 잠에 빠져 항거불능 상태가 되었

는지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강도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 .

4 . 결론

그렇다면 ,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1항에 따라

배상신청을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배심원 평결

배심원 7인 만장일치 무죄 .

판사

재판장 판사 설범식

판사김영진

판사임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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