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피고인이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위반’ 공소사실로 약식명령이 확정된 후 다시 ‘횡령’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확정된 약식명령의 공소사실과 공소가 제기된 횡령 공소사실은 행위 태양이나 피해법익 등을 서로 달리하지만 규범적으로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같은 취지에서 면소를 선고한 원심의 조치가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에 대하여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고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않았는데도 갑, 을과 공모하여 부동산 매매계약을 중개한 대가로 병에게서 갑, 을 및 피고인의 수고비 합계 2천만 원을 교부받아 중개행위를 하였다’는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위반 공소사실로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이 발령되어 확정되었는데, 그 후 피고인이 ‘피해자 병에게서 갑, 을에 대한 소개비 조로 2천만 원을 교부받아 병을 위하여 보관하던 중 임의로 사용하여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확정된 약식명령의 공소사실에 의하면 중개수수료로 취득한 2천만 원은 피고인 등의 소유로 확정적으로 귀속되고, 그 이후 이를 소비하는 것은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하는데, 공소가 제기된 횡령의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2천만 원을 교부받은 이후에도 이것이 여전히 병의 소유로 남아 있어 피고인은 이를 보관하는 자임을 전제로 하고 있어 확정된 약식명령의 공소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관계에 있고, 양자의 행위 객체인 금품이 병이 교부한 2천만 원으로 동일한 점에 비추어 양자는 행위 태양이나 피해법익 등을 서로 달리하지만 규범적으로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확정된 약식명령의 기판력이 횡령의 공소사실에 미친다고 보아 면소를 선고한 원심의 조치가 정당하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및 피고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및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이 공소외 1과 함께 경기 양평군 단월면 명성리 (지번 1 생략) 전 5,488㎡에 관한 매매계약을 중개하고 그 보수 명목으로 공소외 1이 공소외 2로부터 교부받은 600만 원을 300만 원씩 나누어 가진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나.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는 것이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는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형사재판이 실체적으로 확정되면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할 수 없고, 확정판결이 있는 사건과 동일사건에 대하여 공소의 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판결로써 면소의 선고를 하여야 하는 것인바, 이때 공소사실이나 범죄사실의 동일성 여부는 사실의 동일성이 갖는 법률적 기능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의 행위와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그 규범적 요소도 고려에 넣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06. 3. 23. 선고 2005도9678 판결 등 참조), 확정된 판결의 공소사실과 공소가 제기된 공소사실 간에 그 일시만 달리하는 경우 사안의 성질상 두 개의 공소사실이 양립할 수 있다고 볼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기본인 사회적 사실을 달리할 위험이 있다 할 것이므로 기본적 사실은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할 것이지만, 일방의 범죄가 성립되는 때에는 타방의 범죄의 성립은 인정할 수 없다고 볼 정도로 양자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양자의 기본적 사실관계는 동일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1982. 12. 28. 선고 82도2156 판결 ,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7도104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2007. 11. 16.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에서 2008고약4987호 로 “피고인이 공인중개사 자격도 없고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않았음에도 공소외 1, 3과 공모하여, 2005. 12.경 경기 양평군 청운면 갈현리 (지번 2 생략) 임야 35,000평에 대한 매매계약을 중개하고 그 대가로 공소외 4로부터 공소외 1, 3 및 피고인 등의 수고비 합계 2천만 원을 교부받아 중개행위를 한 것이다.”라는 공소사실로 피고인에게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이 발령되어 2007. 12. 15. 확정되었고, 그 후 “피고인은 2005. 12. 21. 피해자 공소외 4로부터 공소외 3, 1에 대한 소개비 조로 2천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위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하던 중 그 무렵 피고인의 경비, 생활비 등으로 임의로 사용하여 이를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로 이 부분 공소가 제기되었다.
확정된 약식명령의 공소사실대로라면 피고인이 공소외 3, 1과 공모하여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위 2천만 원을 중개수수료로 취득한 이상, 위 2천만 원은 피고인 등의 소유로 확정적으로 귀속되고, 그 이후 피고인이 이를 소지하다가 소비하는 것은 공범인 공소외 3, 1 사이의 내부적인 문제는 별론으로 하고 자신 소유의 금품을 소비한 것에 불과하여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위 2천만 원을 교부받은 이후에도 위 2천만 원이 피고인 등의 소유로 귀속되지 않고 여전히 피해자 공소외 4의 소유로 그대로 남아 있어 피고인으로서는 이를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었을 뿐임을 전제로 하고 있는바, 이는 확정된 약식명령의 기판력에 반하여 약식명령의 공소사실과 상반되는 사실관계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확정된 위 약식명령의 공소사실과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관계에 있을 뿐만 아니라, 양자의 행위의 객체인 금품이 공소외 4가 교부한 2천만 원으로서 동일하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양자는 비록 그 행위의 태양이나 피해법익 등을 서로 달리하고 있기는 하지만 규범적으로는 그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이와 같은 취지에서 확정된 위 약식명령의 기판력이 이 부분 공소사실에도 미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은 확정판결이 있은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면소를 선고한 조치는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