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민수)
피고, 피항소인
전주시장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종섭)
변론종결
2011. 6. 27.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2010. 6. 2. 원고에 대하여 한 감봉 1월의 징계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 판결 이유의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 민사소송법 제420조 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징계사유 부존재
(가) 복종의무 위반에 대하여
1)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사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할 의무가 있는데, 원고는 이 사건 민중의례 실시를 주도할 당시 직권휴직 상태에서 공무원 자격이 아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속 노조 전임자의 자격으로 이 사건 민중의례 실시를 주도한 것이고, 또 이 사건 집회 참여는 근무시간이 아닌 공휴일에 개최된 것으로서 근무시간 이외에 한 개인적인 활동이므로, 원고가 위 집회에서 민중의례를 실시함에 있어 원고에게 공무원으로서의 복종의무가 없었다.
2) 민중의례 실시를 금지한 행정안전부와 피고의 지침은 원고가 국민으로서 가지는 사상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헌·무효이므로, 원고에게는 이에 대한 복종의무가 없었다.
(나)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대하여
이 사건 집회는 적법한 집회신고를 마친 집회로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의 일환에 해당하고, 원고가 민중의례시 행한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은 헌법의 기본이념에 부합하는 내용이며, 민중의례시 제창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열사들을 기리는 노래로서 이미 법정 기념일로 지정된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 행사장에서 역대 대통령은 물론 현직 대통령도 불렀던 노래인바, 이러한 역사적 배경 등에 비추어 원고가 민중의례를 주도한 행위가 공무원의 품위유지의무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
(2) 재량권 일탈·남용
민중의례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설립된 후 약 8년여에 걸쳐 집회에서 관행적으로 실시해오던 것인데, 피고는 이에 관하여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고 있다가 이제 와서 이를 문제시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것인 점, 원고 외에는 이 사건과 같은 민중의례 실시로 인하여 징계처분을 받은 다른 관련자들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은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나. 관계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을 제2호증의 3, 5, 을 제3호증의 10, 11, 15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인정할 수 있다.
(1) 행정안전부장관, 전라북도지사, 피고는 각각 행정안전부 복무담당관-3596호(2009. 10. 22.), 전라북도 행정지원관-26551호(2009. 10. 27.), 전주시 행정지원과-12856호(2009. 10. 28.) 등의 공문을 통해 「민중의례는 소위 노동운동권에서 행해지고 있는 의식으로 ‘애국가’ 대신 주먹을 쥔 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대신에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을 하는 의식인바, 이러한 행위는 헌법의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로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 신분인 공무원의 품위를 크게 손상시켜 국가공무원법 제63조 및 지방공무원법 제55조 의 공무원 품위유지의무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원고를 비롯한 각급 기관의 전 직원에 대하여 이른바 민중의례(이하 ‘민중의례’라 한다)를 금지하고 민중의례를 실시하는 경우 관련자에 대하여 엄중 조치할 것(이하 ‘이 사건 금지명령’이라 한다)을 사전에 통보하였다.
(2) 원고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본부 사무처장으로서 피고의 허가를 받아 2008. 10. 22.부터 2010. 1. 31.까지 공무원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하는 전임자로 일하게 되어, 구 지방공무원법(2008. 12. 31. 법률 제930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3조 제1항 에 따라 피고로부터 위 기간 동안 직권휴직명령을 받았는데, 원고는 위 전임자로 근무하던 2009. 11. 8. 13:20경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민주노총이 주관하는 전국노동자대회의 사전 집회로 개최된 가칭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간부결의대회에서 공무원 약 6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를 보면서, ‘쉬는 날 없이 하루 16시간씩 지하작업장에서 노동 착취를 당했던 어린 여공들을 위해 온 몸을 불살랐던 전태일 열사와 조국해방과 조국통일을 위해 노력하시다 총탄에 쓰러지신 김구 선생님, 그리고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시다 먼저 가신 선배 열사님의 뜻을 기리는 묵념을 하자’고 제안하여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을 진행하고, 이어 참석자들로 하여금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도록 하는 내용의 민중의례 실시를 주도하였다.
라. 판단
(1) 복종의무 위반 여부
(가) 공무원은 누구나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의 성실의무, 제57조 의 복종의무, 제58조 의 직장이탈금지의무가 있고, 공무원이 노동조합 전임자가 되어 근로제공의무가 면제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노동조합 전임자로서 정당한 노동조합의 활동에 전념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것에 그 의미가 있으므로, 노동조합 전임자인 공무원이라 하여도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의 범위를 벗어난 경우까지 국가공무원법에 정한 위 의무들이 전적으로 면제된다고 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6두13626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지방공무원인 원고에 대하여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가 공무원노동조합 전임자의 지위에 있다는 사유만으로 복종의무를 면한다고 할 수는 없다.
(나) 한편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발하는 직무상의 명령이 유효하게 성립하기 위하여는 상급자가 하급자의 직무범위 내에 속하는 사항에 대하여 발하는 명령이어야 하는 것이므로( 대법원 2001. 8. 24. 선고 2000두7704 판결 참조), 피고가 위와 같이 원고를 비롯한 소속 공무원들에 대하여 한 이 사건 금지명령은 원칙적으로 원고의 직무범위 내에 속하는 사항을 대상으로 하는 범위에 한하여 유효하다고 할 것인바,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인정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의 행사를 위하여 공무원노동조합의 자율적인 활동은 보장되어 있고( 위 법 제3조 제1항 참조), 원고는 공무원 노동조합의 전임자로서 노동조합 활동만을 담당하고 있었으므로, 위 (가)항에서 본 법리를 감안하더라도 피고가 한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금지명령이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유효한 직무상의 명령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고가 위와 같이 가칭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간부결의대회에서 민중의례를 실시한 것은 피고 소속 공무원으로서의 원고의 공적 직무와는 무관하게 공무원노동조합 전임자로서 한 통상적이고 의례적인 노동조합 활동의 일환일 뿐이고, 나아가 아래 (2)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위 민중의례 실시 자체가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의 범위를 벗어난 경우라고 할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금지명령은 그러한 원고의 노동조합 활동에 관한 한 복종의무를 발생시키는 직무상의 명령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원고가 이를 따르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복종의무 위반이라는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금지명령에 대한 원고의 복종의무가 없다는 원고의 위 가.(1)(가)1) 주장은 이유 있다.
(다) 가사 이 사건 금지명령이 원고에게 복종의무를 발생시키는 직무상의 명령이라고 보더라도 아래 (2)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의 위 민중의례 실시는 공무원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의 범위 내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대상으로 한 이 사건 금지명령은 원고를 비롯한 공무원노동조합 소속 공무원들의 단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배되어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이는 원고의 위 가.(1)(가)2) 주장이 지적하는 바이다.}.
(2) 품위유지의무 위반 여부
(가) 국민으로부터 널리 공무를 수탁하여 국민 전체를 위해 근무하는 공무원의 지위를 고려할 때 공무원의 품위손상행위는 본인은 물론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지방공무원법 제55조 는 국가공무원법 제63조 와 함께 공무원에게 직무와 관련된 부분은 물론 사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건실한 생활을 할 것을 요구하는 '품위유지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서 '품위'라 함은 주권자인 국민의 수임자로서의 직책을 맡아 수행해 나가기에 손색이 없는 인품을 말한다(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누18172 판결 참조).
이와 같은 법리에다가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위와 같이 가칭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간부결의대회에서 민중의례를 실시한 것은 통상적이고 의례적인 노동조합 활동의 일환으로서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보일 뿐이고, 그것이 공무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라고 할 수 없다.
① 민중의례는 과거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을 표방하는 각종 시민사회단체, 노동단체, 학생운동단체 등에서 자체 행사나 집회를 진행함에 있어 국민의례와 유사한 형태로 의례적으로 실시되어 오던 것인데, 현재는 각종 노동단체나 노동조합 자체 행사에서 광범위하게 행하여지고 있고, 공무원노동조합이 설립된 이후에는 기존 노동조합 행사에서 진행되던 방식을 그대로 차용하여 노동조합 자체 행사 등에서 실시하여 왔다. 그리하여 민중의례는 적어도 노동조합 활동에 있어서는 정례화 내지 의례화된 의식의 일부로서 행하여 질 뿐 더 이상 그 자체로 실시 주체의 어떠한 사상적·정치적 성향이나 입장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② 원고가 위 결의대회 당시 실시한 민중의례는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과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이루어져 있는바,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은 위에서 본 원고의 당시 발언내용으로 보아도 ‘근로자의 인권’, ‘통일’, ‘민주화’ 등 우리 헌법이 지향하고 있는 보편적 가치를 되새기며 과거 노동운동, 통일운동,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자신의 생명을 희생한 열사들을 기리는 내용으로 되어 있고,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광주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당한 열사들을 기리는 노래로서 과거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애창된 노래이고 설사 노동운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미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5·18민주화운동기념일에 매년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정부가 주관하는 기념일 행사에서 제창되거나 연주되는 노래이므로, 민중의례의 내용이 그 자체로 공무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할 만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③ 2005. 1. 27. 제정된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은 공무원노동조합을 통한 공무원의 단결권과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하고 있는데( 위 법률 제3조 제1항 , 제8조 제1항 등 참조), 위 법률 제6조 는 공무원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공무원의 범위를 기능직·고용직 공무원을 제외하고는 6급 이하의 공무원으로 제한하고 있고, 나아가 6급 이하의 공무원이라도 그 직무의 특성상 공무원노동조합 활동 자체가 직무 집행의 공정성을 저해하거나 그 직무 집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공무원노동조합 가입을 차단하고 있는바, 이와 같이 공무원의 근로3권이 제한적으로 인정되고 공무원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공무원들의 직급과 직무 내용이 한정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공무원노동조합에 가입한 공무원들이 공무원노동조합의 자체 행사에 한하여 민중의례를 실시하는 경우에는 전체 공직사회 및 전체 공무원의 직무 집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④ 원고가 민중의례를 실시한 가칭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간부결의대회는 공무원노동조합의 정상적인 조직활동의 일환으로 행하여지는 정당한 활동으로 보일 뿐이므로 그것이 공무원들의 집단적인 행위라고 하더라도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에 의하여 지방공무원법상 집단행위 금지 조항에 저촉되지 않는다.
또한 위 간부결의대회 당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배하였다고 할 만한 어떠한 정치적인 의사표현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고, 민중의례라는 의식을 실시하는 것이 특정한 정치세력을 대변하거나 그 자체로 특정한 정치적인 의사표현을 담고 있다고 보이지도 않으므로, 원고가 위 간부결의대회에 참석하여 민중의례를 실시한 것이 공무원의 정치활동금지의무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⑤ 국민의례는 국민의례규정(대통령훈령 제272호) 등에 의하여 중앙행정기관의 장, 각종 산하단체, 기관, 지방자치단체의 공식행사에 한하여 이를 실시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가 소속된 공무원노동조합의 행사에 있어 반드시 국민의례를 실시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원고가 노동조합의 자체 행사에서는 국민의례와 대비되는 방식의 민중의례를 실시하는 것이 공식행사에서 실시되는 국민의례에 대한 거부의사를 표현하는 것으로 해석되지도 않는다.
⑥ 민중의례의 명칭이 주는 인상이나 그 역사적인 배경과 내용이 갖는 의미 등이 일부 국민에게는 민중의례의 실시 자체가 특정한 정치세력을 대변하거나 그 성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비추어질 여지가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시민의식의 성숙에 따른 건전한 공무원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국민들의 관용과 이해의 정도, 위에서 본 공무원노동조합의 구성과 활동에 있어서의 법적 제한, 공무원노동조합의 자율적 활동의 보장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과 같이 민중의례를 정치적인 의사표현과 결부시키지 않고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 범위 내에서 의례적인 방식으로 실시하는 한 그것이 공무원의 직무 집행이나 전체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곧바로 실추될 정도에 이른다고 할 수는 없다.
(나) 따라서 원고의 민중의례 주도행위가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있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재량권의 일탈·남용 주장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위법하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관계 법령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