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8가합533770 손해배상(기)
원고
A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재웅
피고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김성수
변론종결
2019. 4. 10.
판결선고
2019. 5. 22.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50,101,170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6. 1.부터 2019. 5. 22.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4/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250,505,850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6. 1.부터 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2017. 6. 1. 09:11경 서울 강남구 B에서 '아줌마가 옥상에 있는데, 팬티바람으로 있음, 4~50대 여자, 경찰에 신고하지 말아 달라고 했는데, 확인 요망'이라는 112 신고를 받고 C파출소(이하 'C파출소'라 한다) 소속 경찰관들이 같은 날 09:16경 현장에 출동하였고, 위 경찰관들은 가구매장 옥상에서 브래지어를 이용하여 자살을 하려는 망 D(이하 '망인'이라 한다)을 발견하여 파출소로 데려왔다.
나. C파출소 경찰관들은 망인의 거주지가 대구이고 서울에는 거주할 장소가 없는 점, 망인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여성이고, 출동 당시 브래지어를 목에 묶어 자살을 시도하려 했던 점, 정신적으로 많이 불안해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강남구 정신건강복지센터(이하 '강남복지센터'라 한다)에 상담을 요청하였다.
다. C파출소의 요청을 받고 강남복지센터 소속의 E, F이 출동하여 망인에 대한 상담 및 망인이 치료를 받았다는 대구의 G병원 주치의와 통화하였다. 그런데 위 주치의가 망인이 G병원에서 10여년 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는데 응급 입원조치를 하는 것보다 대구로 귀가 조치하여 외래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밝히고, 망인 또한 정신과 입원을 거부하고 대구로 가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자, C파출소 경찰관들은 순찰차로 망인을 강남 고속버스터미널로 데리고 간 후 12:40경 출발하는 서대구행 버스표를 끊어 고속버스에 망인을 태워 보냈다.
라. C파출소 경찰관들은 망인을 버스에 태워 보낸 후, 13:13경 위 버스가 들를 예정인 선산휴게소에서 망인이 도주하지 못하도록 경북청 구미서에 공조 요청을 하였고, 13:18경 망인이 서대구터미널에 도착하면 G병원까지 안내하도록 대구청에 공조 요청하였다.
마. C파출소의 공조 요청을 받고 위 휴게소에 경북지방경찰청 제3지구대 소속 고속도로 순찰대원 2명이 출동해 있었고, 망인이 탄 버스는 15:00경 선산휴게소에 도착하였다. 순찰대원들은 버스가 정차하는 것을 보고 버스 쪽으로 걸어가던 중 망인이 급한 걸음으로 여자화장실로 가는 것을 보았는데, 순찰대원 중 1명은 망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버스기사와 대화를 나누고, 나머지 1명은 여자화장실 20미터 전방에서 망인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망인은 여자화장실에 들어갔다가 10초 정도 후에 나와 화장실 뒤편으로 갔고, 이에 망인을 지켜보던 순찰대원이 망인을 따라갔으나 망인을 찾지 못하였다.
바. 망인은 여자화장실 뒤편에 있던 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가, 2017. 6. 1. 15:20경 구미시 옥성면 대원리에 있는 대원저수지에서 겉옷은 벗어 물가에 두고 속옷만 입은 채로 물에 빠져 익사한 상태로 발견되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사. 망인의 상속인으로는 형제인 H, I, J, K, 원고, 조카인 L, M가 있는데,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상속인들은 모두 가정법원으로부터 망인에 대한 상속포기 심판을 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 9, 14호증, 을 제1, 6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또는 영상, 증인 N, O의 각 증언, 이 법원의 강남구보건소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경찰은 범죄의 예방, 진압 및 수사와 함께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의 보호 등과 기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도 직무로 하고 있고, 그 직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경찰관 직무집행법, 형사소송법 등 관계 법령에 의하여 여러 가지 권한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구체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으로서는 제반 상황에 대응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여러 가지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러한 권한은 일반적으로 경찰관의 전문적 판단에 기한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되어 있는 것이나, 경찰관에게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경찰관이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권한의 불행사는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어 위법하게 된다(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3다49009 판결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에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각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C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이 망인의 신병을 확보한 후 고속버스에 태워 대구로 보낸 조치는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 소속 공무원들인 위 경찰관들의 행위는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어 위법하고, 그 의무 위반과 이 사건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되므로, 피고는 망인과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1) 자살기도자, 특히 망인과 같이 장기간에 걸쳐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양극성 정동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으로서 자살을 기도한 사람은 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욱이 위 경찰관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하였다가 망인이 브래지어로 목을 매어 자살을 시도하였다는 사실과, 그로 인하여 목에 빨갛게 자국이 생긴 것을 확인하였던 것으로 보이며(부검감정서에는 목 앞부위에 형성된 끈자국이 보이고 끈자국 위쪽의 목부위 피부에서 다수의 검출혈이 보인다고 기재되어 있다), 대구에 거주하는 망인이 연고도 없는 서울에서 발견되었고, 별다른 소지품도 없이 신발도 신고 있지 않았던 사실과 10년 이상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으므로, 망인이 다시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2) 그렇다면 위 경찰관들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4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망인에 대하여 긴급구호를 요청하거나 경찰관서에 보호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비록 위 경찰관들이 강남복지센터에 상담을 요청하였고, 그 요청에 의하여 망인과 상담을 진행한 담당자들이 망인의 주치의와 망인의 의사에 따라 입원조치를 하는 것보다 대구로 귀가하게 하여 외래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밝힘에 따라 위 법에 따른 보호조치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을 두고 현저하게 불합리한 판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망인의 신병을 이미 확보한 경찰관들로서는 적어도 망인을 가족 또는 망인을 치료 또는 보호할 수 있는 병원으로 인계하거나 적어도 가족이나 병원에 인계될 때까지 망인이 재차 자살을 기도하는 등의 위험을 초래하지 않도록 보호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그런데 위 경찰관들은 망인 보호를 위한 별다른 조치 없이 만연히 대구행 고속 버스에 망인을 태워 보냄으로써 망인이 중간 휴게소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것을 막지 못한 잘못이 있다. 즉, 위 경찰관들이 고속버스 기사에게 망인의 상태에 대하여 어느 정도 알려준 사실은 인정되지만, 망인의 가족 또는 보호자라거나 경찰관들의 보조자라고도 볼 수 없는 고속버스 기사에게 망인을 인계한 것만으로 경찰관들이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는 없다(더욱이 고속버스 기사는 경찰관들에게 정신질환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망인을 동승자 없이 혼자 태워 보내는 것에 대하여 불만을 표했으나, 선산휴게소에 경찰관들이 나와 있을 것이라며 부탁하는 경찰관들의 요청에 내키지 않았음에도 망인을 태웠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위 경찰관들이 경북청 구미서에 한 공조 요청의 내용도 망인이 아침에 자살을 시도하였다거나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보호를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휴게소에서 도주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는 것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선산휴게소에 나와 있던 순찰대원들은 망인을 단순 정신질환자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행패를 부리지 못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하였을 뿐이어서, 망인이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로 가는 것을 보았음에도 순찰대원 중 1명만이 2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망인을 지켜보는 등의 소극적인 대처만을 하였고, 그로 인하여 망인이 휴게소 쪽문으로 나가는 것을 막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망인이 여자화장실에 들어갔기 때문에 출동한 남자 경찰관들이 화장실까지 들어가는 등의 감시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나, 만일 망인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었다면 여자 경찰관이 함께 출동하거나 2명의 경찰관이 더욱 적극적으로 망인의 신변을 보호하려는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바, 이는 결국 공조 요청을 하면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잘못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나. 책임의 제한
한편, 입원을 권유하는 경찰관들 및 강남복지센터 담당자들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망인이 입원을 거부한 점, 휴게소의 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 다시 자살을 시도한 망인의 잘못이 큰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망인의 과실 비율을 80%로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의 책임을 20%로 제한하기로 한다.
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1) 일실수입
가) 인적사항 및 평가내용
(1) 성별 : 여자
(2) 생년월일 : P
(3) 사고시 연령 : 48세 21일
(4) 직업 및 소득 :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17. 6. 1.부터 2028. 6. 15.까지 매월 2,250,000원의 수입을 얻는 것으로 본다.
(5) 생계비 : 망인의 수입 중 1/3
나) 현가 계산
망인이 이 사건 사고로 입게 된 일실수입 상당의 손해액은 위 인정사실 및 평가내용을 기초로 하여 월 12분의 5푼의 비율로 계산한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단리할인법에 따라 망인의 사망일 당시 현가로 계산하면 아래 계산표 기재와 같이 157,505,850원이 된다.
2) 장례비
원고가 망인의 장례비로 3,000,000원을 지출한 것으로 본다.
3) 책임의 제한
가) 피고의 책임 비율 : 20%
나) 계산
(1) 망인의 재산상 손해 : 31,501,170원(= 일실수입 157,505,850원 × 20%)
(2) 원고의 재산상 손해 : 600,000원(= 장례비 3,000,000원 × 20%)
4) 위자료
이 사건 사고의 발생 경위, 망인의 나이, 건강상태, 가족관계, 피고 소속 경찰관들의 과실 정도, 그 밖에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망인의 위자료는 15,000,000원, 원고의 위자료는 3,000,000원으로 정한다.
라. 상속관계
다른 상속인들이 모두 상속을 포기하여 망인의 형제인 원고가 망인의 재산을 단독으로 상속하였다.
마.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50,101,170원[= 원고 상속액 46,501,170원(망인의 재산상 손해 31,501,170원 + 망인의 위자료 15,000,000원), + 원고 손해액 3,600,000원(원고의 재산상 손해 600,000원, 원고의 위자료 3,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일인 2017. 6. 1.부터 피고가 그 이행 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9. 5. 22.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유석동
판사 나우상
판사 이진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