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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2. 11. 선고 2021도10827 판결
[명예훼손][미간행]
판시사항

형법 제310조 에서 규정한 위법성 조각사유의 요건 중 ‘진실한 사실’ 및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의 의미 /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 / 사실적시의 내용이 사회 일반의 일부 이익에만 관련되거나 개인에 관한 사항인 경우,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법무법인 대구 담당변호사 이재동

원심판결

대구지법 2021. 7. 22. 선고 2020노2514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과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7. 11. 18. 명예훼손 부분의 요지

가. 피고인 1

피고인 1은 2017. 11. 18. 14:00경 포항시 (주소 생략)에서 열린 ○○○씨 종친회 자리에서 종원들이 듣는 가운데 마침 발언을 하려던 피해자를 가리키면서 “공소외 1은 남의 재산을 탈취한 사기꾼이다. 사기꾼은 내려오라.”고 말함(이하 ‘이 사건 발언’이라고 한다)으로써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나. 피고인 2

피고인 2는 위 가.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위 종친회 종원들이 듣는 가운데 피해자를 가리키면서 이 사건 발언을 함으로써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 사건 발언 내용이 진실이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하여 형법 제310조 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하여, 피해자가 위증교사, 사문서위조 등으로 1회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을 뿐 사기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그 밖의 전과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의 발언이 진실이라고 볼 수 없고, 설령 피고인들이 이를 진실로 오인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형법 제310조 에는 ‘ 형법 제307조 제1항 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진실한 사실’이라 함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 또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 함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하는 것인데, 여기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하는 것이고,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며,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 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 (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3048 판결 , 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도3570 판결 등 참조).

한편 사실적시의 내용이 사회 일반의 일부 이익에만 관련된 사항이라도 다른 일반인과의 공동생활에 관계된 사항이라면 공익성을 지닌다고 할 것이고, 이에 나아가 개인에 관한 사항이더라도 그것이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고 사회적인 관심을 획득한 경우라면 직접적으로 국가·사회 일반의 이익이나 특정한 사회집단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형법 제310조 의 적용을 배제할 것은 아니다. 사인이라도 그가 관계하는 사회적 활동의 성질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헤아려 공공의 이익에 관련되는지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 1은 ○○○씨 대구청년회 부회장, 피고인 2는 ○○○씨 △△△ □□회 평의회 총무이고, 피해자는 ○○○씨 대구종친회 회장이다. 피고인들과 피해자는 ○○○씨 종친으로 알게 된 사이일 뿐, 상호 간 별다른 개인적인 친분관계는 없었다.

2) ○○○씨 종친회는 2017. 11. 18. 개최할 총회에서 차기 △△△ □□회 회장 선출을 예정하고 있었다. ○○○씨 대구종친회는 2017. 10. 21. 위 회장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 피해자가 후보자로 선출되었다.

3) 한편 피해자는 2005년경 대구고등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고 한다) 위반(횡령)죄, 사문서위조죄, 위조사문서행사죄, 위증교사죄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원심이 증거로 든 대구중부경찰서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죄로 처벌을 받은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피해자의 이러한 범죄전력은 피고인들을 포함한 다수의 종원들에게 알려져 있었고, 특히 공소외 2는 2017. 3.경 ○○○씨 대구종친회에 ‘피해자는 같은 종원 공소외 3으로부터 부동산을 명의신탁 받고 그 반환을 거부하여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이므로, 종친회 임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하였다.

4) 피고인 1은 총회 전날인 2017. 11. 17. 18:00경부터 △△△ 재실에 “○○○문은 부끄러운 △△△ □□회장을 원치 않습니다.”라고 기재된 현수막을 설치하는 등 피해자가 △△△ □□회 회장으로 선출되는 것을 반대하는 의사를 적극 표현하였다.

5) 피해자는 2017. 11. 18. 14:00경 개최된 총회에서 △△△ □□회 회장 선출과 관련한 발언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는데, 피고인들은 그 단상 아래에서 피해자의 발언을 방해하며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에 대하여 형법 제310조 의 적용을 배제한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이 사건 발언의 주된 취지는 피해자가 다른 사람의 재산을 탈취한 전력이 있다는 것으로, 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죄의 전과가 있는 이상 주요부분에 있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피고인들이 ‘사기꾼’이라는 표현도 사용하였으나, 이는 피해자의 종친회 회장 출마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한 것이거나 다소 과장된 감정적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2) ‘탈취’, ‘사기꾼’이라는 표현은 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죄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일반인으로서 법률적 평가만을 달리한 것일 수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위 전과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 위 표현과의 관련성을 심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에도 원심은 단순히 피고인에게 사기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발언 내용이 허위의 사실이라고 단정하였다.

3)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범죄전력이 있는 피해자가 종친회 회장으로 선출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에 관한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발언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고, 이와 같은 피해자의 종친회 회장으로서의 적격 여부는 종친회 구성원들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익성이 인정된다. 피고인들이 다소 감정적이고 과격한 방식으로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이 사건 발언을 한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피해자를 비방하려는 데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4) 범죄전력과 같은 개인적인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종친회 회장으로 출마함으로써 공공의 이익과 관련성이 발생한 이상, 그러한 사정만으로 형법 제310조 의 적용을 배제할 것은 아니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발언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는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진실에 반한다고 단정하고 이어서 피고인들의 행위에 대하여 형법 제310조 의 적용을 부정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형법 제310조 의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과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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