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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법원 2010.9.7.선고 2010고합372 판결
살인
사건

2010고합372 살인

피고인

신A (71년생, 여)

검사

채대원

변호인

변호사 변영철

판결선고

2010. 9. 7.

주문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5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압수된 식칼 1개(증 제1호)를 몰수한다.

이유

범죄 사 실

피고인은 1992. 10.경 피해자 오C(52세)와 결혼하여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부산 중 구 영주2동 ○ 빌라 XOX호에서 함께 생활하여 왔다. 피해자는 피고인과의 약 19년 간의 결혼 생활 동안 일정한 직업이나 소득 없이 가정을 돌보지 아니한 채 대마를 흡입하고, 주벽과 의처증이 심하여 술을 마시면 피고인에게 심한 폭력을 행사하였고, 약 3개월 전부터는 술에 취해 새벽에 아이들을 깨우거나 때리기도 하고, 2010. 6. 11.경 부부싸움을 하던 중에는 부엌에서 사용하는 가위로 피고인의 배 부위를 그으며 “내가 다음번에는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고 피고인을 협박하였다.

피해자는 2010. 6. 14. 22:30경 집에서 과도를 들고 피고인의 배 부위를 겨누며 “배를 다 도려낸다. 얼굴을 다 그어놓는다”고 협박을 하다가 피고인으로부터 20만 원을 받고 술을 마시러 밖으로 나갔다. 이후 피해자는 2010. 6. 15. 03:00경 피고인과 피고인의 딸에게 전화하여 욕설을 하고 04:40경 술에 취해 귀가한 후 잠을 자려고 누워 있다가, 05:17 경 피고인이 거실에 있는 전화벨이 울려 받으러 나갔다가 통화하지 못하고 끊어지는 것을 보고, 피고인에게 “전화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 피고인으로부터 “엄마 전화다” 라는 대답을 들었음에도 이를 믿지 못하고 “이 시간에 엄마가 전화할 일이 없다. 거짓말하지 마라”고 화를 내면서 부엌에서 식칼(칼날길이 XXcm)을 가지고 나와 안방으로 들어온 후 위 식칼을 피고인의 배에 겨누면서 피고인에게 “죽인다”고 위협을 하였다. 그러자 피고인은 양 손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밀어 피해자를 침대 위에 넘어뜨리고 피해자가 넘어지면서 바닥에 떨어뜨린 식칼을 집어 들고 등 뒤에 감추고 있던 중, 넘어져있던 피해자가 몸을 일으키면서 왼손으로 피고인의 목을 다시 때리면서 식칼을 빼앗으려고 하자, 피해자를 내버려두는 경우 피고인뿐만 아니라 다른 방에 있는 자녀들까지 죽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즉시 양손으로 위 식칼을 잡고 피해자의 팔, 옆구리를 찌르고 식칼을 빼앗으려고 달려드는 피해자의 가슴, 등, 어깨, 얼굴 부위 등을 XX회 찔러 피해자로 하여 금 그 자리에서 흉부 자창(심장 자창)으로 사망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증인 오C1의 법정진술

1. 안C2, 오C3, 이C4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감정 결과회보(부검)

1. 압수조서(임의제출)

1. 사체검안서 사본, 현장사진

1. 각 수사보고(범행도구인 식칼에 대한 제원, 피의자 부부가 소란하여 경찰관이 출동한 상황에 대한 수사, 일반, 교정된 부검감정서 첨부보고)

1. 추송서(피의자 상처사진 5장)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50조, 유기징역형 선택

1.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아래 양형의 이유에서 드는 유리한 정상 참작)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아래 양형의 이유에서 드는 유리한 정상 참작)

1. 사회봉사명령

1. 몰수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정당방위 또는 불가벌적 과잉방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주장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지속적인 폭언과 폭행을 당해오던 중, 피해자가 부엌에 있는 식칼을 꺼내들고 피고인을 죽이겠다고 위협하는 등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자 부당한 침해행위에 저항하여 피고인과 피고인의 자녀들의 신체와 생명을 방위하기 위하여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하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위행위는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 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하여 상당성의 정도를 넘게 된 과잉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 혹은 책임이 조각된다.

나. 판단

1) 살피건대, 형법 제21조 제1항에 규정된 정당방위가 인정되려면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어야 하고, 위와 같은 침해의 현재성 여부는 피침해자의 주관적인 사정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정당방위가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어떤 행위의 위법성을 예외적으로 소멸시키는 사유라는 점에 비추어 그 요건으로서의 침해의 현재성은 엄격히 해석 · 적용되어야 한다. 또한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침해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과 방위행위에 의하여 침해될 법익의 종류,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참작하여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어야 하고,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방어행위에는 순수한 수비적 방어뿐 아니라 적극적 반격을 포함하는 반격방어의 형태도 포함되나, 그 방어행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7도3000 판결 등 참조).

2) 그런데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① 피해자는 당시 술에 많이 취한 채로 귀가하여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여 피고인의 부축을 받아 침대에 누워있던 사실, ②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먼저 시비를 걸며 부엌에 있던 식칼을 꺼내들고 피고인을 위협하자 피고인은 이에 대응하여 피해자를 밀어 넘어뜨리고 판시와 같이 피해자를 식칼로 찔렀는데, 피해자는 침대 위에서 몇 차례 칼에 찔린 다음에는 의자 쪽으로 피하여 가만히 있었음에도 피고인은 계속해서 피해자에게 달려들어 위 식칼로 수차례 피해자의 가슴, 등 부위를 찌른 사실, ③ 피해자는 위 칼에 찔려 심장이 뚫리는 상처를 입고 사망하였으며 사망한 피해자에게서 아무런 방어흔도 발견되지 않은 사실, ④ 당시 피고인의 자녀들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다투는 상황을 알지 못한 채 각자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비록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피해자가 식칼로 피고인을 찌르려고 하여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장소를 피해 다른 방으로 가거나 집 밖으로 나가는 등으로 급박한 상황에서 벗어난 후 경찰 등에 신고하는 방법을 충분히 취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상당성을 초과한 것이어서 정당한 방어행위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이 사건 범행 시각이 새벽 5시경으로 야간이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은 피고인의 주거지 안방에서 발생하였고, 피고인에게 야간 기타 불안한 상태에서 더할 수 없는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판단을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방위나 불가벌적 과잉방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심신미약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주장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지속적인 폭행을 당해 오면서 순간적으로 심신미약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나. 판단

살피건대, △대병원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에 의하면 당시 피고인이 자신에 대한 살해위협 및 가족들에 대한 위해 우려 등으로 극도의 공포심 가졌을 것으로 보이나, 이는 피의자신문조서 및 유족의 진술조서만을 토대로 한 것이고 가정폭력에 장기간 노출되어 온 여성의 심리상태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에 불과하여 위 자료만으로 범행 당시의 피고인의 정신장애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오히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와 다투게 된 경위, 피해자를 찌른 상황 및 범행 이후의 정황 등을 자세하게 기억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으며, 범행 후에는 피고인의 딸에게 신고를 부탁하는 등 자신의 행위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죄책을 감수하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범행 당시 피고인이 사물을 변별한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변호인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 한다.

양형의 이유 ○ 처단형의 범위 : 징역 2년 6월 ~ 7년 6월

○ 권고형의 범위 : 징역 1년 6월 ~ 5년

[특별감경인자] 과잉방위, 피해자 유발(강함) [유형 및 영역] 살인범죄군 제1유형(동기에 있어서 특히 참작할 사유가 있는 살인 : 피해자들로부터 가정폭력 등 지속적인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당해 온 경우) 중 감경영역(징역 3년 ~ 5년) [형량범위의 특별 조정] 특별감경인자가 2개 이상인 때에 해당하므로 위 형량범위의 하한을 1/2까지 감경(징역 1년 6월 ~ 5년)

○ 선고형의 결정 : 징역 3년

[일반감경인자] 피고인의 진지한 반성 집행유예 여부 : 집행유예 5년 고귀한 사람의 생명을 침해하는 범죄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그에 상응하는 정도의 엄벌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피고인에 대한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피고인은 1992년경 피해자와 결혼하여 피해자의 가정폭력과 경제적 무능으로 인하여 오랜 세월 고통을 당하면서도, 화장품 외판원 등을 하면서 생활비를 벌어 자녀들을 부양하는 등 가정을 돌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다. 반면에 피해자는 특별한 직업 없이 자주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 피고인과 자녀들을 괴롭히고, 폭력, 마약 범행 등으로 여러 차례 처벌받았으며, 최근에는 2009. 9.경 마약범행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보호관찰기간 중에 있었다. 피고인은 22살의 나이에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4살 차이가 나는 피해자와 교제하던 중 임신한 상태에서 결혼하게 되어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결혼 후에도 피해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실을 전혀 이야기하지 못하였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밝고 활발한 모습만 보이는 등 오랜 기간 혼자서 고통을 참고 살아왔다.

② 피해자는 결혼 후 1년 뒤부터 지속적으로 피고인을 폭행해 왔는데, 임신 중인 피고인에게 폭행을 가하여 입술이 찢어져 봉합수술을 받기도 하였고 특별한 직업이 없는 피해자를 대신하여 생계를 꾸려가기 위하여 밖에서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피고인의 남자관계를 의심하면서 피고인에게 폭언과 협박을 일삼아 왔다. 또한 자녀 들에게도, 딸의 과외선생님이 집에 와 있는 동안에 피고인을 폭행하거나 아들에게 공부는 그만두고 유도나 배워서 깡패하라고 말하는 등 정상적인 가장으로서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이 사건 며칠 전에도 피고인의 배를 가위로 그어 상처를 입혔으며, 피고인의 얼굴 등에 멍이 들도록 피고인을 폭행하고 피고인의 배에 과도를 들이대면서 죽이겠다고 협박하였다. 그리고 사건 당일에는 딸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피고인을 발가 벗겨서 칼로 찔러서 내장을 다 꺼내는 생각을 한다'고 이야기하고, 피고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새벽에 술을 먹으러 나가서 전화로 딸과 피고인에게 욕설을 퍼붓고 집에 들어와 다시 피고인에게 시비를 걸면서 부엌에 있는 식칼을 꺼내어 들고 피고인을 죽이겠다고 덤벼들었다. 3 피고인은 피해자의 비인간적인 가정폭력과 협박에 정신적·육체적으로 시달린 나머지 피해자를 그대로 내버려두면 피고인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해를 입힐 수 있겠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흥분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정당방위 또는 불가벌적 과잉방위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려는 순간적이고 우발적인 충동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그 정상에 상당한 정도 참작할 여지가 있다.

(4) 피고인은 범행 후 딸을 불러 자신의 범행을 알리고 119에 신고하도록 하는 등 사태를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이 사건으로 구금된 이후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표하고 있다.

⑤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두 자녀들(고3, 중3)은 피고인의 갱생과 조속한 가정 복귀를 소망하고 있고, 이 사건으로 초래된 불행한 결과의 피해자들이기도 한 자녀들의 나이, 양육환경, 건강상태 등을 참작하면 피고인에 대한 징역형을 즉시 집행하는 것

만으로는 형벌권의 목적을 모두 달성할 수 없다.

⑥ 피고인의 가정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던 이웃주민들은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간곡히 호소하고 있고, 피고인은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며, 그밖에 피고인의 연령이나 성행, 가족 및 주변인들과의 유대관계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에게 재범의 위험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강경태

판사최희영

판사김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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