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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4. 10. 28. 선고 94다17116 판결
[손해배상(자)][공1994.12.1.(981),3115]
판시사항

원심이 제1심 감정촉탁결과에 의문점이 있어 피고의 재감정촉탁신청을 채택한 후 의료기관에 감정회신만을 거듭 촉구하다가 8개월 여 지나서 그 신청 자체를 취소하고 변론종결하여 신빙성이 없는 제1심 감정촉탁결과를 원용하여 사실인정한 것을 채증법칙 위배·심리미진이라고 본 사례

판결요지

원심법원이 제1심 감정촉탁결과에 의문점이 있어 피고의 재감정촉탁신청을 채택하여 그 증거조사를 시행하였으나 의료기관에 감정촉탁한 후 2차례나 감정회신을 촉구하였음에도 재감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자 감정촉탁서 송달일로부터 8개월 여 지나서 감정촉탁을 취소하고 변론종결한 사안에서, 원심법원으로서는 의당 어느 쪽의 귀책사유로 재감정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나아가서 감정기일을 적극적으로 조정해 보든지 아니면 재감정 병원을 원고의 거주지에 가까운 다른 병원을 지정하여 보는 등 증거조사의 방해요인을 적절히 제거하여 재감정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함은 물론 그래도 재감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입증을 방해하는 측에 적절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상당하고, 그렇지 않다고 하여도 최소한 제1심 감정기관에 사실조회를 하여 그 감정내용에 의심이 가는 부분을 더 명확히 하는 등 다른 방법으로라도 그 입증방법을 강구해 보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신체감정서 송부촉탁만을 거듭 촉구하다가 그 신청 자체를 취소하고 변론을 종결하여 신빙성이 없어 보이는 제1심 감정촉탁결과만을 원용하여 사실인정한 것은 그 증거판단 과정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못한 잘못을 저질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국중돈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공재원

주문

1. 원심판결 중 재산상손해에 관한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2.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원심은 제2차 변론기일인 1993.3.16. 피고의 원고에 대한 신체재감정촉탁신청을 채택하여 1993.5.14. 피고가 그 신청서를 제출하자, 1993.5.20. ○○대학교 부속 ○○의료원장 앞으로 신체감정촉탁을 하여 그 무렵 그 촉탁서가 송달되었으나, 그 후 제5차 변론기일인 1993.6.11.부터 제9차 변론기일인 1993.9.24.까지 감정서가 도착되지 아니하여 변론을 연기하였으며, 1993.11.1.에는 원심법원이 ○○의료원장에게 심체감정회신촉구서를 보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회신이 없었고, 다시 1993.11.26. 제12차 변론기일이 감정서 미착으로 연기된 후 1993.12.7. 신체감정회신을 재차 촉구하였으나 아무런 회신이 없었으며, 1993.12.14.자 피고의 준비서면에 원고측에서 겨울방학 동안에 재감정에 응하겠다고 하므로 그 무렵 재감정이 이루어 질 것이라고 하였음에도 재감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던 중, 1994.1.28. 제14차 변론기일에서 원심법원은 이 사건 재감정촉탁신청을 취소하고 변론을 종결하여 판결을 선고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러한 사정 때문에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노동능력상실정도를 인정함에 있어서 제1심 당시 시행한 △△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만을 증거로 원용하여 농촌일용노동자로서 50퍼센트 정도 노동능력이 상실되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그 밖에는 원고의 노동능력상실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자료를 기록상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대학교병원장이 제1심법원에 보내온 신체감정결과에 의하면, 위 감정을 시행한 의사는 이 사건 사고의 피해자인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도시일용노동자로서 52퍼센트, 농촌일용노동자로서 50퍼센트 정도 노동능력이 상실되었으나 감정 당시 9세정도의 소아이므로 18세경에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으며, 한편 을 제3호증의 1,2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측에서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보이는 국제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에서 피고를 대신하여 1993.6.2.과 1993.12.6. 두차례에 걸쳐 원고측에게 원심이 시행하기로 한 신체재감정에 응해줄 것을 요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신체재감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원심법원으로서는 이와 같이 제1심 감정결과에 의문점이 있어 피고의 재감정촉탁신청을 채택하여 그 증거조사를 시행하였고, 그 후의 사정이 위에서 본 바와 같다면 의당 어느쪽의 귀책사유로 재감정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나아가서 감정기일을 적극적으로 조정해 보던지 아니면 재감정 병원을 원고의 거주지에 가까운 다른 병원을 지정하여 보는 등 증거조사의 방해요인을 적절히 제거하여 재감정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함은 물론 그래도 재감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입증을 방해하는 측에 적절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상당하고, 그렇지 않다고 하여도 최소한 제1심 감정기관에 사실조회를 하여 그 감정내용에 의심이 가는 부분을 더 명확히 하는 등 다른 방법으로라도 그 입증방법을 강구해 보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신체감정서 송부촉탁만을 거듭 촉구하다가 그 신청자체를 취소하고 변론을 종결하여 신빙성이 없어 보이는 제1심 감정촉탁결과만을 원용하여 위와 같이 성년이 된 후의 원고의 노동능력상실정도를 그냥 50퍼센트 정도라고 인정한 것은 그 증거판단 과정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못한 잘못을 저질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상고이유 중 재산상 손해부분에 관하여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2.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위자료 액수에 관한 원심의 인정은 적정한 것으로 판단되고, 거기에 무슨 잘못이 없다.

3. 그렇다면 이 사건 상고 중 재산상 손해에 관한 피고 패소부분은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더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있으므로 이 부분 사건을 파기하여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나머지 상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준서(재판장) 박만호 김형선 이용훈(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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