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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8.9.20. 선고 2018재고합12 판결
대통령긴급조치제9호위반
사건

2018재고합12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위반

피고인

A

재심청구인

검사 윤수정

검사

조도준(공판)

변호인

변호사 B(국선)

재심대상판결

서울형사지방법원 1977. 10. 28. 선고 77고합670 판결

판결선고

2018. 9. 20.

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북한 공산집단은 정부를 잠칭하고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불법구성된 반국가 단체이며, 대한민국의 적화통일을 기본목표로 설정하고 그 목적 수행을 위하여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 1976. 6. 중순 일자불상 13:00경 서울 영등포구 C에 있는 D(48세)의 집에서 D과 E(40세)에게 "미군이 철수하면 우리가 불리하게 되지 않겠느냐 이북은 개개인의 실력이 우리보다 낫고 인구는 우리가 많으니 별문제가 안되나 F이가 똑똑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군사력은 이북이 우세하다" "G는 독재자다."라고 하여서 반국가 단체인 북괴의 활동을 고무 찬양하여 동 단체를 이롭게 함과 동시에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고,

나. 1976. 7. 20. 20:00경 서울 관악구 H에 있는 I 밴드실에서 J(20세)에게 "나는 현정부에 반대한다. K가 우리를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는 반독재와 비슷하다"라고 발설하여서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고,다. 1977. 3. 말 일자불상 11:00경 서울 영등포구 L 소재 피고인의 자취방에서 E에게 "지금 판문점에서 미군 놈이 겁이 나서 쩔쩔매고 있다. 미군이 철수하면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이북의 정규군은 우리보다 우세하다. 우리가 인구는 많지만 이북의 정규군은 개개인의 실력이 우리보다 우세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하여서 반국가 단체인 북괴의 활동을 고무 찬양하여 동 단체를 이롭게 함과 동시에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였다.

2. 이 사건의 경과

가. 서울형사지방법원은 1977. 10. 28.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고 한다) 제7항, 제1 항 가호 및 반공법 제4조 제1항을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2년 및 자격정지 2년을 선고하였다(서울형사지방법원 1977. 10. 28. 선고 77고합670 판결, 이하 '재심 대상판결'이라고 한다).

나.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피고인과 검사는 서울고등법원 77-1824호로 항소하였는데, 위 법원은 1978. 2. 24. 피고인 및 검사의 항소를 각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같은 날 피고인이 상고를 포기하였으며, 재심대상판결은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다. 검사는 2018. 3. 23.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이므로 이를 근거로 유죄판결을 선고한 재심 대상판결에는 재심사유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형사소송법 제424조 제1 호에 따라 재심청구를 하였다. 이 법원은 2018. 6. 27. 재심대상판결에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재심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재심개시결정을 하였고, 위 재심개시결정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3. 심판의 범위

경합범 관계에 있는 수개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한 개의 형을 선고한 불가분의 확정판결에서 그중 일부의 범죄사실에 대하여만 재심청구의 이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된 경우에는 형식적으로는 1개의 형이 선고된 판결에 대한 것이어서 그 판결 전부에 대하여 재심개시의 결정을 할 수밖에 없지만, 비상구제수단인 재심제도의 본질상 재심사유가 없는 범죄사실에 대하여는 재심개시결정의 효력이 그 부분을 형식적으로 심판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데 그치므로 재심법원은 그 부분에 대하여는 이를 다시 심리하여 유죄 인정을 파기할 수 없고, 다만 그 부분에 관하여 새로이 양형을 하여야 하므로 양형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 한하여만 심리를 할 수 있을 뿐이며(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1도1239 판결 등 참조), 이는 상상적 경합범 관계에 있는 수개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한 개의 형을 선고한 불가분의 확정판결에서 그중 일부의 범죄사실에 대하여만 재심청구의 이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다만, 재심개시결정에서 재심사유가 인정된 범죄사실 이외의 다른 범죄사실에 대하여 재심법원의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재심사유가 추가로 발견되었다면 재심청구인으로 하여금 위 범죄사실에 대하여 새로운 재심청구를 하게 하는 것보다 진행 중인 재심사,건에서 이를 한꺼번에 심리 · 판단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송경제상 타당할 뿐만 아니라 인권보장을 위한 비상구제수단이라는 재심제도의 취지와 목적에도 부합하므로 그러한 경우에는 그 범죄사실도 그에 관한 유·무죄 판단을 포함하여 재심의 심판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1977. 8. 16. 08:00경 경찰에 의하여 영장 없이 마포경찰서,로 연행된 이래 구속된 상태로 조사를 받던 중 1977. 8. 19.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같은 날 14:00경 구속영장이 집행되었는바, 위 구속영장은 피고인의 연행일시인 1977. 8. 16. 08:00경부터 48시간 이내에 발부되지 않았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 대한 체포, 구금은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불법감금죄)를 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반공법위반의 범죄사실 역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제422조에서 정하는 재심사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법원은 재심결정에서 재심사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된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범죄사실뿐만 아니라 반공법위반의 범죄사실에 대해서도 그 유·무죄 판단을 포함하여 심리 · 판단할 수 있다.

4. 판단

가. 각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점

1) 구 대한민국헌법(1980, 10. 27,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유신 헌법'이라 한다) 제53조에 규정된 긴급조치권에 근거하여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 내지 실효되기 이전부터 이는 유신헌법에 위반되어 위헌·무효이고, 나아가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침해된 기본권들의 보장 규정을 두고 있는 현행 헌법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헌· 무효임이 분명하다(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형벌에 관한 법령이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된 경우, 법원은 당해 법령을 적용하여 공소가 제기된 피고사건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나아가 형벌에 관한 법령이 폐지되었다 하더라도 그 '폐지'가 당초부터 헌법에 위반되어 효력이 없는 법령에 대한 것이었다면 그 피고사건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 이 규정하는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의 무죄사유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 12. 16. 선고 2010도598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위 각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점은 그 적용법령인 긴급조치 제9호가 당초부터 위헌·무효이어서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나. 각 반공법 위반의 점

1) 구 반공법(1980. 12. 31. 법률 제3318호 국가보안법의 전문개정에 의하여 위 국가보안법에 통합됨으로써 폐지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의 죄는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국외의 공산계열의 활동을 찬양, 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하는 것인데, 이를 적용하기 위하여는 그 행위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될 수 있어야 하고 주관적으로는 반국가단체에 이롭다는 인식이 있을 것을 요하고(대법원 1983. 2. 22. 선고 82도2658 판결 등 참조), 위 조항에 대응하는 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된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과는 달리 법문상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요건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나, 구 반공법 제4조 제1항에 위와 같은 법문상 명문의 요건이 없다고 하더라도, 위 조항에는 그 법문의 다의성과 그 적용범위의 광범성으로 인하여 형사처벌이 확대될 위헌적 요소가 있으므로 이는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축소하여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그리고 여기에서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한다 함은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협 침해하고 영토를 침략하여 헌법과 법률의 기능 및 헌법기관을 파괴 마비시키는 것으로 외형적인 적화공작 등일 것이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준다 함은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 즉 반국가단체의 일인독재 내지 일당독재를 배제하고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평등의 기본 원칙에 의한 법치주의적 통치질서의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고,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및 사법권의 독립 등 우리의 내부 체제를 파괴 · 변혁시키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1도2631 판결 등 참조).

2) 우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 중 피고인에 대한 검사 피의자신문조서, 피고인에 대한 경찰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에는 피고인이 한 공소사실에 일부 부합하는 취지의 진술이 기재되어 있으나, 피고인에 대한 1977. 8. 22.자 경찰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 피고인이 1977. 8. 16.부터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임의성 없는 진술을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그 후 검찰 조사단계에서도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되어 진술을 한 것으로 인정되므로, 위 각 증거들은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3) 한편, 피고인은 1977. 10. 7. 서울형사지방법원 77고합670호 사건 제1회 공판기일에서 공소사실 기재 발언 중 'F이 똑똑하다', 'G는 독재자다', '나는 현정부에 반대한다. K가 우리를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라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발언은 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였던 점, D, E, J은 1977. 10. 21. 위 사건 제2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을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각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부분 각 공소사실에 기재된 피고인의 발언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 그 당시의 국제정세나 대한민국의 정치상황, 경제실정, 나아가 국제정세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친분 있는 자들과의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표명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달리 피고인의 위와 같은 발언만으로 구 반공법 제4조 제1항의 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으로 객관적으로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된다거나 주관적으로는 반국가단체에 이롭다는데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으며,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에 호응· 가세한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외부에 표시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도 부족하여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4)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각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도 북괴활동을 찬양, 고무, 이에 동조하여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5.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점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각 반공법위반의 점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 하고, 형사소송법 제440조,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김연학

판사김준영

판사장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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