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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방법원 2012.10.5.자 2012카합626 결정
명칭사용금지가처분
사건

2012카합626 명칭사용금지가처분

신청인

김○○

서울 강서구

피신청인

한국방송공사

서울 영등포구

대표자 사장 김○○

소송대리인 변호사 양종우

판결선고

2012.10.5.

주문

1. 이 사건 신청을 기각한다 .

2. 소송비용은 신청인이 부담한다 .

신청취지

1. 피신청인은 신청인의 의사에 반하여,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7 : 45부터

KBS 2TV에서 방영중인 드라마의 제목으로 " 닥치고 패밀리 " 를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

2. 피신청인이 위 명령을 위반할 경우, 피신청인은 위반행위 1회당 100, 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신청인에게 지급하라 .

이유

1. 기초사실

피신청인은 방송법 1 ) 제43조에 따라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 정착과 효율적인 국내외 방송을 위한 국가기간방송으로 설립된 공사로서, 라디오 · 텔레비전 방송 등의 업무를 행하고 있다 .

피신청인은 2012. 8. 13. 에 1회를 방송한 것을 시작으로 하여,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7 : 45부터 " 닥치고 패밀리 " 라는 제목의 이른바 시트콤 드라마 ( 총 120회 예정, 이하 ' 이 사건 방송프로그램 ' 이라 한다 ) 를 KBS 2TV를 통해 방영하고 있다 .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신청인이 사건 방송프로그램의 제목 중 " 닥치고 " 부분은 " 입을 다물고 " 의 의미로 사용된 것인바, 피신청인의 방송프로그램의 제목으로 사용될 수 없는 매우 저속한 표현이다 .

많은 시청자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피신청인은 이 사건 방송프로그램의 제목을 계속 사용하고 있는바, 위 제목은 방송법 및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등 현행법령을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방송윤리 도덕에도 어긋나므로 허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

나. 피신청인 " 닥치고 패밀리 " 중 " 닥치고 " 는 " 어떤 일이나 대상 따위가 가까이 다다르다. " 또는 " 시기가 도래하다. " 의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즉, " 닥치고 패밀리 " 는 " 가족 해체의 위기와 갈등의 순간이 닥쳤다. " 또는 " 어떠한 상황이 도래한 가족 " 의 의미를 담은 것일 뿐 , " 입을 다물고 " 의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 .

설령 위 " 닥치고 " 가 " 입을 다물고 " 의 의미로 사용된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방송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를 예술적 · 창의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므로 허용되어야 한다 .

3. 판단 ,

가. " 닥치다 " 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 어떤 일이나 대상 따위가 가까이 다다르다. " 및 "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앞에 나타나거나 눈에 띄다. " 의 의미로, 또는 " 입을 다물다. " 의 의미로 사용된다 .

그런데 이 사건 기록과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여러 사정들, 즉 최근의 용어 사용례를 보면 " 닥공 ( 닥치고 공격 ' 의 줄임말, 이는 한 축구감독이 만든 말로 알려져 있다 ) ", " 닥치고 정치 ( 이는 2011년에 화제가 된 책 제목이다 ) " 처럼 부사형 어미가 붙은 " 닥치고 " 를 통상적인 어법에 어긋나게 명사 앞에 놓는 사용례가 흔히 발견되는데 여기서 " 닥치고 " 는 " 입을 다물고 " 의 의미로 쓰인 것이 명백한 점, 이와 같은 사용례는 최근 인터넷과 언론매체를 통해 널리 전파되고 있는데 이러한 사용례의 전파성과 그 유행의 정도를 고려하면 일반 시청자가 " 닥치고 패밀리 " 라는 제목을 접할 경우 " ( 입을 ) 닥치고 패밀리 " 로 이해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는 점, " 닥치고 " 가 " 닥치고 + ( 명사 ) " 형태로 사용될 때 피신청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어떠한 상황이 임박하였다는 의미를 담은 표현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찾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 닥치고 " 의 의미에 관한 피신청인의 주장은 납득할 수 없고 결국 이 사건 방송프로그램의 제목인 " 닥치고 패밀리 " 에서 " 닥치고 " 는 " 입을 다물고 " 의 의미로 쓰인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

나. 위와 같은 판단을 전제로 나아가 살펴본다 .

방송법 제6조제44조 등에 따라 피신청인은 건전한 방송문화를 정착하고 방송의 공익성을 실현하여야 할 고도의 공적 책임, 그중 특히 우리말의 올바른 사용과 언어순화에 힘써야 할 책임을 부담한다. 국가기간방송인 피신청인의 방송프로그램의 전파력과 신뢰성은 타 방송사업자를 포함한 다른 매체의 그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기에 그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 피신청인 자신도 그러한 책임을 인식하여, 직접 방송프 로그램2 ) 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말의 올바른 사용에 앞장서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

그런데 피신청인이, 아동과 청소년을 포함하여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하는 저녁 시간대에 주 5회 반복하여 방영되는 일일 시트콤 드라마의 제목을 " ( 입을 ) 닥치고 패밀리 "로 정한 것은, 방송이 가지는 표현의 자유와 시트콤 드라마의 속성 ( 극중 인물의 성격이나 상황 설정을 과장하는 속성 등 ) 을 충분히 배려한다 하더라도, 인터넷에서의 전파성 및 시청률을 높이기 위하여 외주제작사가 정한 자극적이고 저속한 표현을 일부러 용인한 것은 아닌지 강하게 의심되고, 만일 그러하다면 이는 피신청인이 제작 · 편성 과정에서 위와 같은 방송법의 취지에 따라 부과된 공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방송법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방송프로그램의 내용 등에 관하여 평가를 함에 있어서 적용되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 및 제51조에서도 방송 언어 사용에 있어서의 의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 닥치고 패밀리 " 라는 표현은 위 규정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볼 여지가 다분히 있는데, " 닥치고 " 의 의미에 관하여 설득력이 없는 변명을 앞세우는 것을 보면 피신청인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충분히 느낀 것으로 보인다 ) .

다. 다만 이러한 문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제조치, 피신청인 경영진의 판단, 시청자들의 여론 등에 의하여 시정될 수 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방송내용에 의하여 직접 명예훼손을 당하였다던가 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시청자의 권익보호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방송법 제3조 나 수신료 납부의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제64조만을 근거로 하여서는 신청인과 같은 일반 시청자가 방송사업자를 상대로 직접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방송프로그램의 제목의 사용금지 변경 등을 구할 청구권을 가지게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

결국, 이 사건 방송프로그램 제목이 부적절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신청은 민사소송을 통해 보호해야 할 신청인의 권리나 법률상 지위를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피보전권리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

판사

재판장 판사 한창 훈

판사 오 흥 록

판사 이 주 연

주석

1 ) 이 사건 관련 법령 등은 별지 기재와 같다 .

2 ) 우리말 겨루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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