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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2011. 8. 24. 선고 2010가합14066 판결
[손해배상(기)] 항소[각공2011하,1201]
판시사항

갑이 을 회사와 선원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원양 화학약품 운반선에 승선하여 업무를 수행하던 중 만성 두드러기 등이 발병하였음을 이유로 ‘해외취업선원 재해보상에 관한 규정’에 따른 재해보상금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갑이 선박에서 유해화학물질을 접촉함으로써 질병을 앓게 되었거나 증상을 악화시켰다고 볼 여지가 많으므로, 이는 위 재해보상규정에서 정한 직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이 을 회사와 선원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원양 화학약품 운반선에 승선하여 업무를 수행하던 중 만성 두드러기 등이 발병하였음을 이유로 ‘해외취업선원 재해보상에 관한 규정(국토해양부 고시 제2008-141호)’에 따른 재해보상금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갑이 선박에서 유해화학물질을 접촉함으로써 개인적 체질이나 유전적 특성과 결합하여 질병을 앓게 되었거나 증상을 악화시켰다고 볼 여지가 많아 위 질병은 갑의 직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위 재해보상규정에서 정한 직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선원법 제85조 제1항 , 제103조 , 선원법 시행령 제38조 제2항 , 해외취업선원 재해보상에 관한 규정(국토해양부 고시 제2008-141호) 제10조, 제11조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동인)

피고

페이쓰 마린 엘티디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해 담당변호사 서영화 외 4인)

변론종결

2011. 7. 20.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101,303,096원 및 이에 대하여 2011. 7. 21.부터 2011. 8. 24.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10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43,490,4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1. 7. 21.부터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는 총톤수 20,119t의 원양 화학약품 운반선인 켐로드 후지호(CHEMROAD FUJI, 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고 한다)를 용선하여 해상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일본국 법인이다.

나. 원고는 2008. 8. 5. 피고와 계약기간을 2008. 8. 6.부터 2009. 6. 5.까지로 정하여 이 사건 선박에서 일등 항해사로 근무하기로 하는 선원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월 임금은 미화 5,800달러(= 통상임금 미화 4,930달러 + 수당 미화 870달러)를 받기로 하고, 재해보상에 관하여는 ‘해외취업선원 재해보상에 관한 규정(국토해양부 고시 제2008-141호, 그 주요 내용은 [별지 1] 기재와 같다. 이하 ‘이 사건 재해보상규정’이라고 한다)’에 따르기로 하였다.

다. 원고는 2008. 8. 6.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하여 업무를 수행하던 중 온몸이 따끔거리고 두드러기가 나는 등의 이상증세를 느껴 2009. 1. 15. 싱가포르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2009. 1. 29. 울산에서 하선하여, 인하대학교 병원에서 만성 두드러기, 콜린성 두드러기(이하 ‘이 사건 질병’이라고 한다) 진단을 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2호증, 갑 4호증의 1, 2, 갑 5호증, 갑 22호증 전부, 갑 25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의 개요

원고는,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하여 화학물질을 선적, 관리, 하역하는 업무, 화물탱크 청소업무 등을 수행하면서 지속적으로 위험화물과 세정약품에 노출되었고, 기후변화와 업무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겹쳐 이 사건 질병이 발병하였으므로, 이는 직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일부로서 이 사건 재해보상규정에 따른 요양보상금과 상병보상금 중 2011. 7. 20.까지 발생한 부분의 지급을 구한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질병이 원고의 ‘직무상 질병’에 해당하느냐이다.

3. 직무상 질병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가. 인정 사실

1) 원고의 업무내용과 근무형태 등

가) 이 사건 선박은 부정기선으로서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화물운송을 요청하는 곳에 가서 화물(화학약품)을 선적하고 예정된 장소에 하역한 다음 다시 새로운 화물을 선적하기 위해 이동하게 된다. 원고는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하여 중동지역과 타이완, 인도, 울산항 등을 오가며 17~32항차의 항해를 하였다.

나) 이 사건 선박에는 화물인 화학약품을 선적하기 위한 화물탱크 16개가 있다. 화물탱크 깊이는 12~13m이고, 화물탱크마다 화물을 선적, 하역하고, 그 안으로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입구(헤치커버)가 있고, 하역 후 청소작업을 위한 자동 클리닝 머신이 설치되어 있다.

다) 원고는 화물전담 일등 항해사로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하여 하선 시까지 위 화물창에 적재되어 있던 각종 화학물질과 세정제를 선적, 관리, 하역하고, 그 용량, 상태 등을 조사하여 선장에게 보고하며, 하역 후 세정제로 화물탱크를 청소하고 선적 후 화물을 샘플링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원고가 승선기간 중 다룬 화물의 종류와 그 특성은 [별지 2] 화물내역표 기재와 같고, 원고가 다룬 세정제 중 위험화물로 분류된 품목의 내역과 특성은 [별지 3] 세정제내역표 기재와 같다. 화학약품의 특성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물질안전보건자료’에 따른다.

라) 이 사건 선박의 선원 중 선장, 기관장, 일등 항해사(원고), 갑판장 4명만 한국인이었고, 나머지 16명은 모두 필리핀 선원들이었다. 이 사건 선박의 특성상 화학물질의 관리가 중요했으므로, 원고를 화물전담 일등 항해사로 고용하여 항해당직은 맡기지 않고 화물만 관리하도록 하였고, 원고는 화물의 선적과 하역, 관리 등에 관하여 필리핀 선원들을 지휘· 감독하며 관리하는 직책이었다. 그러나 필리핀 선원들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거나, 필리핀 선원들에게 맡길 수 없는 일이 있는 경우에는 원고가 직접 갑판장인 소외 1과 함께 처리하기도 했는데, 화물탱크 청소, 선적 후 화물을 샘플링하는 작업 등이 그 업무에 해당한다. 화물에 이상이 생기면 운송인이 화주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원고는 하역작업 중이나 화물탱크 청소작업 중에는 며칠씩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거나 의자에서 잠깐씩 잠을 자며 작업을 하기도 하였다.

마) 이 사건 선박은 각 선적지마다 다른 화물을 적재했기 때문에 선적한 화물의 변질을 막기 위해 새로운 화물을 선적하기 전에 화물탱크를 청소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휘발성이 강한 물질은 환기작업에 의해서도 클리닝이 가능하나, 그렇지 않은 물질은 세정제 등을 사용하여 청소한다. 일반적인 화물탱크 청소과정은 다음과 같다. ① 우선 화물을 하역한 후 자동 클리닝 머신인 butterworthing machine(이하 ‘b/w’라고 한다)을 작동시켜 해수로 화물탱크를 일차적으로 씻어낸다. ② 남아 있는 화물잔량을 세척하기 위해 해수에 세정제를 풀어 화물탱크 내부에 b/w를 순환시키면서 세척하거나 작업자가 세정제 원액이 담긴 분사기를 지참하고 직접 탱크 내부로 들어가 탱크 내부 벽면 등에 뿌린다. ③ 해수를 사용하여 세정제와 용해된 화물찌꺼기 등을 씻어내고, 지금까지 사용한 해수로 인하여 탱크 내부에 남아있을 염분을 제거하기 위해 청수로 다시 한번 씻어낸다. 이때도 b/w를 사용한 기계적인 방법 또는 사람이 손으로 직접 벽면 등에 물을 뿌려 씻어내는 핸드 스프레이 방법을 사용한다. ④ 염분과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스티밍(steaming) 작업을 거치고, ⑤ 마지막으로 고인 물을 걸레질(mopping)을 통해 제거한 후 건조한다. ⑥ 청소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탱크 안에 들어가 순도 99.99%의 메탄올을 화물탱크 벽면에 분사해 벽면을 따라 흘러내리는 액체를 시험용 종이에 묻혀 남은 화학물질, 염분 등을 검사하는 탱크 벽면 시험(wall wash test, 이하 ‘wwt’라고 한다)을 거친다. ⑦ 그 결과 이물질이 남아 있으면 작업자가 직접 화물탱크 내부에 들어가 메탄올, 톨루엔 등의 세정제를 벽면 등에 뿌려 잔여물을 씻어낸 후, 걸레질과 건조과정 등을 다시 거친다.

원고는 위 선박에 승선하고 있던 중 [별지 4] 청소내역표 기재와 같이 16개의 화물탱크에 대한 청소작업을 하였다. 그 중 2008. 11. 6.자 작업과 2008. 12. 25.자 작업 중 밑줄 친 부분은 원고가 직접 스프레이 장비를 가지고 화물탱크로 들어가 작업을 하였는데, 대개 보호복과 필터마스크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였다. 화물탱크 1개의 청소에 길면 2~3일 정도 시간이 걸리고, 스프레이 작업은 약 30~40분 걸린다.

바) 화물탱크 청소를 완료하고 화물을 적재하기 시작하면, 화물이 화물탱크 바닥으로부터 약 30cm 정도 적재되었을 때 적재를 중단하고, 화물 원액(샘플)을 채취해 육상에 있을 때의 상태와 적재된 이후의 상태를 확인한다(One Foot Sample 검사). 이 과정에서 원고는 화물탱크에 바가지 등을 넣어 화물을 떠내어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데(샘플링 작업), 탱크 하나를 샘플링하는 데 10~20분 정도가 걸린다. 검사 결과 화물에 이상이 없으면 예정된 양을 적재하고 선박이 목적지에 도착하면 원고는 검수원과 함께 화물탱크의 헤치커버를 열고 위와 동일한 방법으로 샘플링 작업을 하여 검수를 통과하면 하역을 하게 된다.

2) 원고의 치료이력

원고는 1986년 선원생활을 시작하여 1989년부터 1998년까지 여러 차례 원양 케미컬 선박에 승선하다 선원생활을 중단하였고, 2006. 9.경 다시 선원생활을 시작하여 2007. 5. 7.부터 2008. 5. 8.까지 이 사건 선박과 비슷한 종류의 원양 케미컬 운반선에 승선하여 일등 항해사로 근무하였다. 그 당시 원고는 일등 항해사가 통상 맡는 직무인 선장의 항해 보조업무, 항해 당직업무 등을 맡았고, 화학약품을 취급하지 않았으며, 승선 중 두드러기나 기타 특이한 질병은 앓지 않았다. 원고는 2008. 8. 1.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하기 위하여 부산 성가병원에서 승선 전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피부질환을 비롯하여 모든 항목에서 정상으로 진단되어 승무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원고는 이 사건 선박에 승선 후 15일 내지 30일이 지났을 때쯤부터 온몸이 따끔거리는 증상이 나타나 발병부위를 해수로 씻고 드라이기로 건조시키는 등 선내에서 자가 치료를 하면서 업무를 계속하였다. 그 후 두 달쯤 지나서는 온몸에 두드러기가 심하게 나타나 2008. 10. 11. 선내에 비치되어 있던 구급약품을 복용하였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더 심해져 결국 2009. 1. 29. 이 사건 선박에서 하선하여 특발성 두드러기 진단을 받고, 현재까지 계속해서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같은 승선기간 중 이 사건 선박의 다른 선원들 중 화물탱크 청소작업 등을 같이 한 소외 1에게도 약간 따끔거리고 가려운 증상이 있었으나, 곧 가라앉아 따로 치료를 받지는 않았다. 그 외 3항사가 2008. 9. 1. 피부이상증(Skin Disorder)으로 약물처방을 받기도 하였으나, 화학약품 취급자 중 피부병증으로 약물처방이나 병원치료를 받은 사람은 없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하기 전인 2005. 11. 1. ‘김의원’에서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 진단을 받은 적이 있으나, 이는 은행으로 인하여 발병한 것이었고, 그 이전이나 그 때부터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할 때까지는 피부질환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

3) 의학적 소견

가) 최초 진단(2009. 1. 13.자 싱가포르 병원)

- 병명: 고질적인 두드러기 피부염(부위: 오른쪽 어깨, 팔 윗부분, 허벅지, 몸통).

- 원인: 음식으로 인한 것은 아닌 것 같고, 환경적 원인(Environmented Exposure)으로 인하여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화학물질 의심).

- 지시: 침구청결 유지, 가벼운 직무 수행, 먼지 있고 더러운 장소는 피할 것, 다음 항구인 한국 울산에 도착하여 검사를 받고 그때도 상태가 좋지 않으면 하선하는 것이 좋음.

나)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 진료 결과

- 음식과 관련된 두드러기를 배제하기 위한 Mast food 검사에서 모든 항목에 대하여 음성소견을 보였다. 현재 항히스타민제 꾸준히 복용하면서 치료 중이고, 증상은 호전 중이다. 향후 부정기간 항히스타민제 복용을 위한 외래 통원 치료가 필요하다(2009. 2. 19. 의사 소외 2).

- 향후 수개월간 외래통원 치료가 필요하다(2009. 3. 12. 의사 소외 3).

- 병명은 콜린성 두드러기, 만성 두드러기이다(2010. 2. 10. 의사 소외 4).

- 현재 간헐적으로 증상이 발생하고 호전과 악화를 보이는 중이다. 향후 부정 장기간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위 질환은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에 의해 악화될 수 있다(2011. 5. 13. 의사 소외 2).

- 원고의 질병은 만성 두드러기이며, 원고에게 발병한 두드러기가 화학약품이나 근로환경에 의한 것인지 증명하기는 어렵다. 두드러기의 분류상 비면역학적 기전으로 발생하는 두드러기 중 접촉두드러기는 특정 물질에 의해서 악화되기 때문에 원고의 경우에 해당될 수도 있다. 원고의 질병은 완치될 수 있으나, 그 시기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다. 원고는 처음 내원 시보다 현재 증상이 호전된 상태이다(2010. 9. 7.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다) 부산대학교병원장에 대한 감정촉탁 결과

2010. 10. 19.자 시진과 병력청취를 기준으로 했을 때 원고의 증상은 만성 두드러기가 의심된다. 이는 면역학적 기전에 의한 두드러기 또는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일 가능성이 높다. 면역학적 기전에 의한 두드러기의 원인은 다양하므로, 원고가 승선했을 때 노출된 화학물질, 스트레스 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 인자들로 인하여 두드러기가 일어났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원고가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두드러기가 발생했다면 피부 또는 호흡기를 통한 노출일 가능성이 큰데, 원고의 경우 두드러기가 노출부에 국한되지 않고 있고 호흡기 증상을 동반하였다는 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는 만성 두드러기의 70%를 차지하고 각종 의학적 조사에서도 아직 그 원인이 발견되지 않았다. 원고는 확률적으로는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일 가능성이 크지만, 면역학적 기전에 의한 두드러기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다. 만성 두르러기가 심한 정신적 및 육체적 스트레스나 화학약품들에 의해 악화되는지에 관한 의학적 자료는 없다. 2010. 10. 19. 내원 시 원고는 여전히 약물치료 중으로 치유되지 않은 상태이다. 만성 두드러기는 치유될 수 있으나, 각 환자별로 정확한 치료시점을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

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산업의학전문의 소외 5)

만성 두드러기는 감염질환, 피부에 자주 자극을 주는 물리적 환경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원고의 경우, 만일 케미컬선에 승선하여 별지 기재 화학약품들이 개봉되었고, 그것이 피부에 직접 닿거나 증기를 통해 노출되었다면 직업성 접촉성 피부염에 의한 만성 두드러기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외에 승선 시 물리적 근무조건이나 생물학적 유해인자(감염증의 유행 등) 등의 변수가 있으므로, 개연성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마) ‘김의원’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원고가 2005. 11. 1. 진단받은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의 증상은 소양감, 작열감, 홍반성 발진으로서 당시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위 질병은 은행으로 인한 것으로 완치될 수 있고 은행을 만지거나 까면 다시 재발할 수 있는데, 위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이 수년간 잠복해 있다가 다시 발병할 가능성은 적다.

원고가 2009. 1. 31. 진단받은 특발성 두드러기의 증상은 소양감, 팽진, 발적 확장으로서 당시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특발성 두드러기 중 약 70%는 원인을 확실히 규명할 수 없는데, 위 특발성 두드러기와 위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은 발병원인이 같을 수 없다. 만일 위 특발성 두드러기가 이 사건 선박에 같이 승선한 다른 선원에게는 나타나지 않고 원고에게만 발생하였다면, 원고의 개인적인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바) 교과서 등의 설명

(1) 두드러기: 두드러기는 피부 혈관의 투과성이 증가되어 혈장성분이 일시적으로 조직 내에 축적되어 생기는 팽진 및 발적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소양증(가려움)을 동반한다. 두드러기는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하는데, 일반적으로 수일 또는 수주 동안 지속되다가 완전히 소실되는 경우를 급성 두드러기, 적어도 6~8주 이상 지속적으로 또는 만성적으로 계속되는 경우를 만성 두드러기라고 한다. 급성 두드러기를 제때 치료하지 못한 경우 만성으로 진행한다. 만성 두드러기의 원인을 찾기는 매우 어렵고, 그 중 70~80%는 각종 의학적인 조사에도 불구하고 원인을 찾을 수 없어서 이런 경우를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로 진단한다.

(2) 콜린성 두드러기: 과도한 운동, 정신적 스트레스, 갑작스런 온도변화, 뜨거운 목욕 등으로 심부 체온이 1°C 정도 상승하면 콜린성 두드러기가 발생하는데, 전체 두드러기의 5~7%를 차지한다. 임상적으로는 1~2mm의 아주 작은 팽진이 다수 나타나고 그 주위에 1~2cm의 홍반성 발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며, 주로 몸통에 많이 나타나고 얼굴, 손, 발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가려운 증상보다는 피부가 따갑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3호증, 갑 4호증의 1, 2, 갑 5~7호증, 갑 8호증의 1, 2, 갑 9호증, 갑 10호증 전부, 갑 11호증, 갑 14호증 전부, 갑 15~17호증, 갑 19호증, 갑 22호증 전부, 갑 23호증, 을 2호증 전부, 을 3호증 전부, 을 6호증의 1, 2, 을 7~9호증 전부, 증인 소외 1의 증언,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 성가병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인천중부지사, 김의원, 주식회사 하스매니지먼트, 동림탱커 주식회사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부산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나. 판단

1) 이 사건에 적용할 법리

이 사건 선박은 선원법의 적용을 받지 않지만, 이 사건 재해보상규정의 제정목적과 그 내용에 비추어 보면 위 재해보상규정 제11조 제1항의 ‘직무상 질병’은 선원법 제85조 제1항 에서 정한 ‘직무상 질병’과 같은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고, 선원법상 ‘직무상 재해’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에 관한 인과관계의 법리가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따라서 위 규정상 ‘직무상 질병’은 선원이 업무수행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으로서 업무와 질병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이미 발생한 기존의 질병이라도 그것이 업무와 관련하여 더욱 악화되거나, 그 증상이 비로소 발현된 것이라면, 업무와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다84420 판결 참조). 입증의 방법 및 정도는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해 선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직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같은 선박에서 근무한 다른 근로자도 같은 질병에 걸렸는지 여부 등의 간접사실에 의하여 직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 입증하면 된다( 대법원 1990. 5. 25. 선고 90누295 판결 , 대법원 1998. 5. 22. 선고 98두4740 판결 등 참조).

피고는, 선원과 육상근로자는 직무상 재해 개념에서 구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육상근로자와 달리 선원의 경우에는 직무상 재해 외에 ‘승무 중 직무외 재해’도 보상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이는 근로제공지가 선박 자체 내로 제한되어 항시 선박에 상주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하여 선박소유자의 책임을 확대한 것이고, 이러한 취지를 고려하면 선원의 경우 ‘직무상 재해’는 그 원인 및 인과관계를 육상근로자보다 더 엄격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원법과 이를 토대로 한 이 사건 재해보상규정이 직무상 재해 외에 ‘승무 중 직무외 재해’도 보상하는 규정을 둔 것은, 피고의 지적대로, 선원의 근로조건 등을 고려하여 해상근로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려는 취지이다. 따라서 이러한 추가의 보호규정을 두었다고 하여, 본래의 ‘직무상 재해’ 개념을 판단할 때 더 엄격한 해석을 해야 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해상근로자의 보호를 약화시키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위 규정상 ‘승무 중 직무외 재해’의 경우 보상의 범위가 그리 넓지 않은 점에서도 그러하다.

2) ‘직무상 질병’에 해당함

이 사건의 경우 만성 두드러기의 발생원인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이 사건 질병과 원고의 직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들과 원고의 증상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종합하면 원고의 위 질병이 원고의 직무로 인하여 직접 유발되었거나 적어도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었으리라고 추단할 수 있어, 이 사건 질병과 원고의 직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원고의 위 질병은 이 사건 재해보상규정에서 정한 직무상 질병에 해당한다.

즉, ① 원고는 2005년 11월경 은행을 만져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을 앓았지만 이는 이 사건 질병과는 서로 다른 것이고, 그 외에는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할 때까지 피부질환을 앓은 적이 없고, 승선 전 신체검사에서도 정상진단을 받았음에도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한 직후 이 사건 질병이 발병하여 불과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그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② 콜린성 두드러기는 갑작스러운 온도변화 등을 원인으로 하여서도 발생할 수 있는데, 60~80°C의 뜨거운 해수와 청수 등을 번갈아 사용하고, 고온의 스팀 작업 등으로 화물탱크를 청소한 후 원고가 탱크 안에 직접 들어가 스프레이 작업을 함으로써 급격한 체온변화를 겪었을 가능성도 있다.

③ 원고의 승선기간 중 선적한 화물 중 Ethanol은 장기적이고 반복적으로 접촉하면 피부가 벗겨지거나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고, MEG도 토끼와 기니피그를 이용한 피부자극성 실험에서는 약한 정도의 자극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이상 사람의 피부에 대해서도 완전히 안전한 물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Stylene Monomer, MTBE, I-Bal은 토끼를 대상으로 피부자극성을 실험한 결과 중정도의 자극 또는 7일 이내에 회복되지 않는 자극이 있었다고 하고, 특히 Stylene Monomer의 경우 사람에 대해서 알레르기성 피부염을 발생시킨다는 보고가 있다.

④ 또한 화물탱크 청소 시 사용한 Methanol은, 산업안전보건법,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등에 의하여 규제되고 있는 물질로서 취급 시 보호장비 착용을 요구하고, 피부에 묻으면 즉시 씻어내라고 경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비록 피부자극성, 과민성에 대한 자료가 없다고 하더라도 피부에 안전한 물질이라고 할 수는 없다. Aqua Break PX, Unipol, Kerosene 등 다른 세정제들도 피부에 자극성이 있는 물질들이다.

⑤ 원고가 화물탱크를 청소하는 과정에서 자동세척기 등을 이용하여 갑판 위에서 작업한 경우에도 화학약품의 접촉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그 외 직접 탱크 안에 들어가 스프레이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는 피부와 호흡기를 통해 화학물질을 접촉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 외 샘플링 작업 과정에서도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화학물질을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

⑥ 원고가 승선기간 중 취급한 화학약품의 유해성이 위와 같고, 원고가 작업과정에서 직간접으로 이에 접촉할 가능성도 상당한 이상, 원고가 승선 중 직·간접으로 위 약품에 노출됨으로써 이 사건 질병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설령 원고의 이 사건 질병이 위 화학약품 때문이 아니라 다른 원인으로 발병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화학약품과 접촉한 것이 원고의 질병을 더욱 악화시키는 데 기여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⑦ 원고는 비교적 큰 규모의 원양 화학약품 운반선의 1명뿐인 화물전담 일등 항해사로서 화물 관련 업무를 총괄 지휘·감독하면서 샘플링 업무, 화물탱크 청소 업무, 화물 관리 업무 등 일부를 직접 처리하여 왔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질병이 발병한 이후에도 원고를 대체할 선원이 없어 자가조치를 취하고 선박 내 구급약품을 복용하였을 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같은 직무를 수행하였다. 이러한 업무상 중압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었던 근로환경 등이 원고의 질병을 악화시킨 원인 중 하나였을 것으로 보인다.

3) 피고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는 원고의 이 사건 질병은 직무수행성과 직무기인성이 모두 부정되어 직무상 질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다툰다. 즉, 원고가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하기 전부터 이미 이 사건 질병이 발병했을 가능성이 있고, 원고가 위 선박에서 수행한 업무 내용상 신체가 화학물질에 노출되었을 가능성도 거의 없으며,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그 화학물질은 사람의 피부에 대한 자극성이 미약해 이 사건 질병과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고가 승선 전부터 유사한 질병을 앓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또한 원고가 수행한 작업 내용을 보면, 원고가 작업 중 화학약품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유독성도 무시할 수 없는 정도라고 보인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의 질병이 화학약품과 접촉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이 있고, 같이 승선한 선원들 중 원고와 유사한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원고의 개인적인 체질이나 유전적 인자가 이 사건 질병을 유발하고 이를 확대시키는 데 기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두드러기는 원인을 밝히기 어려운 일반적 특성이 있고, 이 사건에서 원고가 피부자극성 등이 있는 화학물질을 가까이서 취급하였다는 점 이외에 승선 중 원고가 두드러기를 일으킬 만한 다른 사정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모든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이 사건 선박에서 화학물질에 접촉함으로써 자신의 개인적 체질이나 유전적 특성과 결합하여 이 사건 질병을 앓게 되었거나 증상을 악화시켰다고 볼 여지가 많아, 여전히 직무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

4. 재해보상금의 범위에 관하여

가. 요양보상

원고는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에서 2009. 2. 2.부터 2011. 3. 16.까지 외래 통원 치료를 받았는바, 진료비는 290,600원이고 약제비는 392,740원으로서, 합계 683,340원(= 290,600원 + 392,740원)이다(갑 26호증의 1, 2, 변론 전체의 취지).

나. 상병보상

1) 원고는 2011. 7. 20. 현재까지도 이 사건 질병이 치유되지 않아 계속 치료를 받고 있고, 선원으로서 취업도 하지 못하고 있다. 원고의 통상임금은 미화 4,930달러이고, 2011. 7. 7. 기준으로 매매기준 환율은 미화 1달러당 1063.7원이다(갑 1호증, 갑 28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계산

- 초기 4개월 20,976,164원(= 미화 4,930달러 × 1063.7원 × 4개월 × 100%)

- 이후 25개월 20일 91,971,858원(= 미화 4,930달러 × 1063.7원 × 25개월 20일 × 70%)

- 합계 112,948,022원(= 20,976,164원 + 91,971,858원)

- 피고는 이 사건 질병을 ‘승무 중 직무외 질병’으로 보고 2009. 11. 9. 원고에게 재해보상금으로 12,328,266원을 지급하였다(갑 29호증). 따라서 이를 공제하면 100,619,756원(= 112,948,022원 - 12,328,266원)이 된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재해보상규정에 따라 재해보상금 101,303,096원(= 100,619,756원 + 683,340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지연손해금 기산일은 원고가 구하는 2011. 7. 21.로 하고(상법상 연 6%),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2항 을 적용한다.

[[별 지 1] 해외취업선원 재해보상에 관한 규정: 생략]

[[별 지 2] 화물 내역표: 생략]

[[별 지 3] 세정제 내역표: 생략]

[[별 지 4] 청소 내역표: 생략]

판사 오경미(재판장) 전성준 나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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