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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도1368 판결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공1998.1.1.(49),181]
판시사항

[1] 재산목록 작성 전의 후견인의 권한

[2] 재산목록 작성 전의 후견인이 피후견인 명의의 문서를 작성한 행위에 대하여 후견인이 문서작성의 권한이 있다고 믿고 있었을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로, 사문서위조죄 등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후견인은 후견개시원인사실이 발생한 때부터 당연히 피후견인에 대한 재산관리권과 법률행위대리권을 가지게 되나, 민법 제943조에 의하면 후견인은 재산조사와 목록작성을 완료하기까지는 긴급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그 재산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재산목록의 작성이 끝날 때까지 후견인의 권한 행사를 제한하는 규정으로서 이에 위반한 후견인의 행위는 무권대리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위 조문에서의 긴급 필요한 경우란 재산목록의 작성 전에 이를 하지 않으면 피후견인의 신상 또는 재산에 관하여 후일 이를 회복하기 어려운 불이익을 가져오게 할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2] 재산목록 작성 전의 후견인이 피후견인 명의의 문서를 작성한 행위에 대하여 후견인이 문서작성의 권한이 있다고 믿고 있었을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로, 사문서위조죄 및 위조사문서행사죄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정현 담당변호사 정주식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의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제1점에 대하여

후견인은 후견개시원인사실이 발생한 때부터 당연히 피후견인에 대한 재산관리권과 법률행위대리권을 가지게 되는 것은 소론과 같으나, 민법 제943조에 의하면 후견인은 재산조사와 목록작성을 완료하기까지는 긴급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그 재산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재산목록의 작성이 끝날 때까지 후견인의 권한 행사를 제한하는 규정으로서 이에 위반한 후견인의 행위는 무권대리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위 조문에서의 긴급 필요한 경우란 재산목록의 작성 전에 이를 하지 않으면 피후견인의 신상 또는 재산에 관하여 후일 이를 회복하기 어려운 불이익을 가져오게 할 경우를 말하는 것인바 , 이 사건의 경우 공소외 1, 2, 3의 외할머니로서 이들의 후견인인 1심 공동피고인 강재례가 위 3인의 어머니고 자신의 딸인 공소외 4가 화재로 사망한 후 피후견인들의 재산조사 및 목록작성을 완성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 등에게 지시하여 공소외 4 명의의 판시 예금을 인출한 후 위 피후견인들 명의로 이 사건 가계금전신탁예금계좌를 개설하거나 이를 해지한 것이 민법 제943조 규정된 긴급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따라서 제1심 공동피고인에게 이 사건 가계예금통장 개설용 거래신청서 및 거래계약청약서, 예금계좌 해지신청서 등을 작성할 권한이 있었다고 볼 수 없으니 제1심 공동피고인의 지시에 의하여 피고인이 위와 같은 문서를 작성한 행위 또한 무권한자의 문서작성 행위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형사사건에 있어서 어떠한 행위가 위법한지의 여부는 당해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는 것이고 그 행위가 사후에 민사적으로 유효하게 되었는지의 여부는 범죄의 성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할 것이므로, 가사 후견인인 제1심 공동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피고인이 피후견인들 명의로 한 판시 예금관련 행위나 이에 부수한 앞서 본 이 사건 예금관계 각 문서의 작성 행위에 대하여 소론 주장처럼 친족회가 사후에 이를 추인하였다 하더라도 달리 볼 바는 아니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사문서위조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제2점에 대하여

사문서위조죄 등에 있어서 문서 명의인의 유효한 승낙이 있는 경우는 문서위조죄에 해당되지 아니하고 승낙은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묻지 않는 것임은 소론과 같으나, 피고인의 이 사건 각 문서작성 행위가 오로지 문서 명의자인 위 공소외인 등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유만으로는 이들의 묵시적 승낙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기록을 살펴보아도 위 문서 명의자들의 명시적·묵시적 승낙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없다. 논지도 이유 없다.

3. 제3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의 사문서위조 및 위조문서행사죄의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에 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문서작성 당시에는 이를 서둘러 하여야 할 긴급한 사정도 보이지 아니하고 위 공소외인들의 묵시적인 승낙이 있었다고 볼 사정도 없으며, 더군다나 이 사건 당시에는 오히려 공소외 5가 공소외 2의 치료를 위하여 여권 발급차 관할구청에 공소외인들에 대한 후견인 신고를 하여 호적부에 등재되었음에도 제1심 공동피고인은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사정으로 보아 제1심 공동피고인은 자신이 법적으로 공소외인들에 대한 후견인이 될 지위에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실제로 제1심 공동피고인이 공소외 5를 상대로 후견인 순위 확인의 소를 제기한 것도 1995. 5. 2.이다.) 제1심 공동피고인은 이 사건 각 문서작성 당시 공소외인들 명의의 문서를 작성할 권한이 없음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여지므로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하여 배척하였다.

그런데, 미성년자에 대하여 친권을 행사하는 부모가 유언으로 후견인을 지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후견개시사유 발생과 동시에 민법 제932조에 의하여 미성년자의 직계혈족, 3촌 이내의 방계혈족의 순위로 후견인이 되며, 직계혈족, 방계혈족이 수인인 때에는 같은 법 제935조에 의하여 최근친을 선순위로 하고 동순위자가 수인인 때에는 연장자를 선순위로 하여 후견인이 정하여지므로, 미성년자인 위 공소외인들의 부모인 공소외 4, 6이 후견인을 지정한 바 없이 사망함으로써 동시에 법정후견이 개시되고 그 후견인은 직계존속으로서 최근친자이며 연장자인 제1심 공동피고인이 당연히 법정후견인이 된다고 할 것이고, 기록에 의하면 제1심 공동피고인은 경찰에서 조사 받으면서 자신이 병원에 있을 때( 제1심 공동피고인은 공소외 4의 사망 소식을 듣고서 기절하여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한 바가 있는데, 이 때를 이야기 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록 223면) 집안에서 외할머니가 나이가 많으면 후견인이 된다고 말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가 있고(수사기록 225면), 검찰에서도 자신이 후견인이어서 통장을 만들 때 따라갔다고 진술하고 있으며(수사기록 401면), 제1심 공동피고인의 딸인 공소외 7도 1994. 12. 30. 하나은행 반포지점에서 통장을 개설할 당시에 공소외 정현주 대리에게 제1심 공동피고인이 외할머니이고 후견자라고 하면서 주민등록증을 주니까 호적등본과 후견인이라는 증명을 보완해 달라고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수사기록 232면), 위 정현주 대리도 1995. 1. 12. 제1심 공동피고인의 주민등록사본과 호적등본을 받았다고 하여 이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있다(수사기록 122면 310면).

사정이 이와 같다면, 제1심 공동피고인 및 피고인은 당시 제1심 공동피고인이 공소외인들의 법정후견인으로서의 지위에 있음을 알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할 것이고, 한편 공소외 5가 공소외 2의 치료를 위하여 여권 발급차 관할구청에 위 공소외인들에 대한 후견인 신고를 하여 호적부에 등재된 것은 1995. 1. 25.로서 이 사건 각 문서의 작성 이후임이 명백하므로, 이 사건 각 문서의 작성 이후에 가사 제1심 공동피고인이 이를 알고도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각 문서의 작성 당시에 제1심 공동피고인이 자신이 법정후견인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공소외인들의 후견인인 제1심 공동피고인이 이 사건 예금관련 행위를 할 당시는 비록 재산조사와 재산목록을 완성하기 전이고 또 위와 같은 행위가 민법 제943조 소정의 긴급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어 제1심 공동피고인이 공소외인들의 재산에 관한 권한을 행사할 수는 없는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법률전문가도 아닌 제1심 공동피고인이나 피고인이 후견인의 권한의 제한에 관한 위 법규정의 내용을 알았다고 볼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 제1심 공동피고인이나 그의 지시로 이 사건 각 예금관계 문서를 작성한 피고인이 그 당시 제1심 공동피고인의 피후견인들인 위 공소외인들 명의의 예금문서를 작성할 권한이 없음을 인식하고 위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보다는 문서작성 권한이 있다고 믿고 있었을 개연성이 더 높다고 여겨진다 .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과연 이 사건 각 문서의 작성·행사 당시 제1심 공동피고인 또는 제1심 공동피고인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피고인이 제1심 공동피고인이 법정후견인으로서의 지위에 있음을 알고 있었는지, 또한 후견인의 권한을 제한한 민법 제943조의 규정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의 여부 등에 대하여 좀 더 살펴보고 제1심 공동피고인 및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문서의 작성 당시 그 문서를 작성할 권한이 있다고 알고 있었는지 그렇지 아니하고 그러한 권한이 없음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를 가린 다음에 유·무죄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각 문서작성 및 행사 행위를 유죄로 인정한 것은 사문서위조죄 및 위조사문서행사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성택(재판장) 천경송(주심) 지창권 송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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