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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수원지방법원 2018.10.18. 선고 2017고단7191 판결
야간건조물침입절도
사건

2017고단7191 야간건조물침입절도

피고인

A

검사

연제혁(기소), 김방글(공판)

변호인

변호사 박철현, 배수영

판결선고

2018. 10. 18.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플라스틱 제조업체인 'B'를 운영하는 자로, 피해자 C이 관리하는 회사인 주식회사 D(이하 'D'라 한다)와는 협력업체 관계에 있다.

피고인은 2017. 4. 8. 20:00경 화성시 E에 있는 피해자가 관리하는 D의 공장(이하 '이 사건 공장'이라 한다)에 이르러 소지하고 있던 위 공장 옆문 열쇠로 위 옆문을 열고 침입하여, 공장 안에 놓여 있던 피해자가 관리하는 시가 합계 1억 200만 원 상당의 금형(플라스틱 제조 거푸집) 20개, 플라스틱 원재료 2톤을 트럭에 싣고 가 이를 절취하였다.

2. 판단

가. 절도죄의 성부

1) 금형 절취 여부

가) 형법상 절취란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자기 이외의 자의 소유물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점유를 배제하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을 말하고(대법원 2001.10. 26. 선고 2001도4546 판결 참조), 한편 절도죄의 성립에 필요한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 처분하려는 의사를 말한다(대법원 2000, 10. 13. 선고 2000도3655 판결 참조).

나) 먼저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일시에 이 사건 공장에서 반출한 금형(이하 '이 사건 금형'이라 한다)을 D가 점유하고 있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C 또는 D가 이 사건 금형의 점유자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피고인이 위 금형을 보관하고 있었다고 보인다.

① 이 사건 금형은 주식회사 F(이하 'F'이라 한다)의 소유인데, F은 D와 사출 작업을 통한 플라스틱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를 D에 위탁하였다 1).

② 피고인은 2016. 8. 12, D와 F이 도급한 위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을 위한 하도급계약을 체결하고 D로부터 이 사건 금형의 보관을 위탁받았고, D에 이를 확인하는 금형보관증을 작성해 주었다(G 법정진술, 수사기록 215면 이하). 따라서 그 무렵 이후에는 피고인이 이 사건 금형을 점유하며 보관하였다고 할 것이다.

한편 위 보관증에 의하면, 피고인은 D의 지시 없이 이 사건 금형을 이관, 이동할 수 없다(위 약정 3항). 그러나 피고인이 금형을 반환하지 못하는 경우 금형 매수 금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기로 한 점(위 약정 제5항) 등에 비추어, 이는 금형 관리를 위한 제한에 불과할 뿐 D가 이 사건 금형의 점유를 계속한다는 의미로 보이지는 않는다.

③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도 D로부터 이 사건 금형과 별개의 금형 2개(어퍼, 로워 금형)를 위탁받은 후 I가 운영하는 J 공장에 이를 옮겨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였는데, 그와 관련하여 D에서 어떠한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④ 플라스틱 사출 업계에서는, 도급인으로부터 제품 생산을 위한 금형을 위탁받은 1차 하도급업체가 2차 하도급업체에 이를 다시 하도급하는 경우, 도급인의 동의가 없어도 제품 생산을 위하여 2차 하도급업체에 금형을 위탁하는 관행이 있다(H 법정진술). D도 이 사건 금형을 피고인에게 위탁하여 제품을 제조하는 것에 관하여 따로 F의 동의를 얻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 나아가, 피고인에게 이 사건 금형에 관한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는지를 본다. 아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금형의 소유자인 F의 동의하에 제품 생산 일정을 지키고 D의 채권자들이 이 사건 금형에 관하여 강제집행을 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을 회피하기 위하여 이를 옮긴 것이지, 소유자인 F을 배제하고 피고인의 소유물과 같이 이용·처분할 목적으로 이를 가져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① D는 피고인에게 이 사건 금형을 위탁하여 플라스틱 제품 생산을 하도급한 후 그 제품을 F에 납품하였는데, 피고인에게 그 대금 결제를 제때에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② 이에 피고인은 D와의 거래를 담당하던 F의 직원 H에게 위 회사의 재정상태가 열악하고 공장의 전기 사정도 좋지 아니하는 등의 사유로 제품을 정상적으로 공급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H는 납품 차질 및 이 사건 금형에 관한 강제집행을 염려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금형을 이 사건 공장에서 J 공장으로 옮겨 제품을 제작하는 것에 동의 하였다.

③ 피고인은 2017. 4. 8. 20:00경 이 사건 공장에 있던 F 소유의 금형 중 D에 금형보관증을 작성하고, 위탁받은 이 사건 금형만을 위 J의 공장에 옮겼고, 다음 날 H에게 이를 알렸다. 그리고 피고인은 이 사건 금형을 이용하여 D와 체결한 물품공급계약에 따라 제품을 계속 생산하였다.

라) 위와 같은 사정에 의하면, 이 사건 금형은 타인이 점유하는 물건으로 볼 수 없어 절도죄의 객체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에게 이에 관한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하기도 어렵다.

2) 플라스틱 원재료 2톤 절취 여부

가) 피고인이 이 사건 금형을 옮기면서 제품 생산에 필요한 플라스틱 원재료도 일정량 함께 가져간 사실은 인정된다.

나) 그러나 아래의 사정에 비추어, G, C의 진술을 비롯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플라스틱 원재료가 D의 소유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① 피고인이 D와 체결한 물품공급계약에서는 물품 제작 과정에서 소모되는 원자재 및 부자재의 구입은 피고인이 하기로 정하였다(위 계약 제4조, 수사기록 27면). 그에 따라 피고인은 K(L) 등으로부터 플라스틱 원자재를 구입하여 제품을 제작하였다(피고인 증 제1, 6호).

② D의 대표이사인 G도 '피고인이 가져간 플라스틱 원재료에는 피고인이 직접 구입한 것도 있고 D에서 자금을 조달해서 보내준 것도 있다'고 진술하여, 적어도 그 중 일부는 피고인 소유라는 점은 인정하였다.

③ D에서 영업 및 구매 업무를 총괄하는 직원인 C은 피고인이 가져간 플라스틱 원재료가 D 소유라고 진술하면서도 그에 관한 근거 자료는 제출하지 못하였다. D에서 제출한 플라스틱 원재료의 거래명세표는 이 사건 이후인 2017. 4. 11.에 작성된 것이다(기록 239면).

나. 건조물침입죄의 성부

1)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이 인정된다.

① 피고인은 D의 동의하에 이 사건 공장에서 자신의 기계를 이용하여 제품을 생산하였다. 피고인은 그 과정에서 D의 요구로 임대보증금 명목으로 2,000만 원을 지급하였는데(G, C의 각 법정진술), 이는 D가 위 공장을 임차하기 위하여 지급한 보증금 3,000만 원의 절반을 넘는 금액이다.

② 피고인은 D 측으로부터 이 사건 공장의 출입을 위한 열쇠와 보안카드키를 받았고(피고인 증 제5호증), 이를 이용하여 자유롭게 이 사건 공장에 출입하여 작업을 하였다. C이나 M는 피고인이 D 직원의 승인이 있어야 이 사건 공장에 출입할 수 있었다고 진술하였으나, 피고인이 위 공장에서 야간작업 등을 하며 제품을 생산하여온 사정 등에 비추어 이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2)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D와 함께 이 사건 공장을 공동으로 점유하고 있었다고 보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 사건 공장에 침입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3.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판사 김상연

주석

1) F과 D 사이의 물품공급계약서에 기재된 계약일자는 2017. 1. 2.이다(수사기록 24면), 그러나 F의 직원인 증인 H의 진술에 의하면, F과 D 사이의 물품공급계약은 그 전부터 존속하였고, 이 사건 금형도 위 계약서 기재일 이전부터 D에 위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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