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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7. 11. 10. 선고 86다카371 판결
[정기예금][공1988.1.1.(815),78]
판시사항

가. 대리행위에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의 유추적용여부 및 그 판단기준

다. 이른바 "명성"사건에서 은행지점장대리와 간에 체결된 예금계약의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에의 해당 여부

판결요지

가. 민법 제107조 제1항 에서 규정하고 있는 진의아닌 의사표시가 대리인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그 대리인의 진의가 본인의 이익이나 의사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배임적인 것임을 그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동항 단서의 유추해석상 그 대리인의 행위는 본인의 행위로 성립할 수 없으므로 본인은 대리인의 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책임이 없다 할 것이며, 이때에 그 상대방이 대리인의 표시의사가 진의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가의 여부는 표의자인 대리인과 상대방 사이에 있었던 의사표시의 형성과정과 그 내용 및 그로 인하여 나타나는 효과 등을 객관적 사정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저축증대와근로자재산형성지원에관한법률 제38조 , 제39조 , 제46조 에 의하면 저축을 하는 자, 중개하는 자, 저축기관의 임직원은 저축에 관련하여 은행의 정규금리 이외에는 어떠한 명목으로라도 부당한 이익의 요구, 약속, 수수 등을 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할 때에는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은행의 정규예금이자와 사채이자의 차액을 지급함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은 적어도 그 차액에 관한 한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다. 예금계약에 은행의 정규예금 금리보다 훨씬 높은 이자가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특정지점에서만 이러한 예금이 가능할 뿐더러 예금을 할 때 암호가 사용되어야 하며, 예금거래신청서의 금액란도 빈칸으로 한 채 통상의 방법이 아닌 수기식통장이 교부되었다면 적어도 예금자는 대리인의 표시의사가 진의가 아닌 것을 알았다고는 할 수 없을 지라도 적어도 통상의 주의만 기울였던들 이를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양명훈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한국상업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기섭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 제1점을 본다.

원심판결 이유기재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증거에 의하여 원고가 1983.4.12 피고은행 혜화동지점 창구에서 그 창구담당 직원에게 금 80,000,000원을 제공하면서 3개월짜리 정기예금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이에 위 직원은 그 의사에 따라 이를 수령, 확인하고 정기예금통장을 작성하여 원고에게 교부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로써 원고와 피고은행 사이에 이 사건 예금계약이 적법하게 성립되었다고 판단한 다음, 나아가 원고와 위 지점사이의 금전수수가 외형상으로는 예금계약의 형식을 띤 것이지만, 실제는 위 지점의 지점장 대리인 소외 2가 명성그룹 회장인 소외 1에게 제공할 사채자금으로 이를 수령한 것이고, 원고 또는 원고의 대리인으로서 이 사건 거래를 중개한 사채중개업자 역시 위 소외 2의 예금계약의사표시가 진의아닌 것임을 알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위 예금계약은 아무런 효력이 없는 것이라는 피고은행의 주장에 대하여 위 소외 2 자신은 원고가 제공하는 위 금원을 피고은행을 위한 예금으로서가 아니라 위 소외 1에게 공급할 사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사채로 받으면서 원고에 대하여는 이를 정기예금으로 받는 것 같이 가장하여 예금통장을 원고에게 교부한 것이므로 위 소외 2의 예금계약의 의사표시는 그의 진의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또한 위 소외 1과 사채중개업자도 위와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볼 것이나, 원고가 위와 같은 사정을 알면서 예금을 하였다거나 위 사채중개업자가 원고의 대리인이라고 볼 만한 증거는 없으며, 나아가 이 사건 예금계약에 통상적인 방법에 의한 기계식 통장이 아닌 수기식통장이 교부되었고, 사채중개업자가 개입되었으며, 은행 소정의 이자보다 훨씬 높은 다액의 사례금이 교부되었다는 점 등 비정상적인 점이 있기는 하나, 한편 이 사건 예금당시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에서 그 예금액을 늘리기 위한 변칙적인 방법으로 예금주들에게 예금조성비또는 사례비 등의 명목으로 별도의 금원을 지급하는 사례가 없지도 아니하였고, 수기식통장의 사용이 금지되어 있거나 또는 무효라고 볼 수는 없으며, 이 사건 예금이 정상적인 은행거래시간에 은행창구에서 이루어지고 피고은행에서 사용하는 정규의 예금통장이 교부된 사실 및 원고가 피고은행 창구에서 피고은행 직원으로부터 소정의 이자를 지급받은 사실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위 소외 2의 진의를 알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또 위와 같은 사정이라면 원고가 위 소외 2의 진의를 알지 못한데에 과실이 있다고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은행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살피건대, 민법 제107조 제1항 에서 규정하고 있는 진의아닌 의사표시가 대리인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그 대리인의 진의가 본인의 이익이나 의사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배임적인 것임을 그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같은항 단서의 유추해석상 그 대리인의 행위는 본인의 대리행위로 성립할 수 없으므로 본인은 대리인의 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책임이 없다 할 것이며, 이때에 그 상대방이 대리인의 표시의사가 진의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가의 여부는 표의자인 대리인과 상대방 사이에 있었던 의사표시의 형성과정과 그 내용 및 그로 인하여 나타나는 효과 등을 객관적인 사정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 당원1987.7.7 선고 86다카1004 판결 참조), 이 사건 예금계약이 원고와 피고은행의 위 지점장 대리인 소외 2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위 예금계약은 일응 피고은행에 대하여 그 효력이 있는 것으로 보여지지만, 위 소외 2가 한 대리행위가 본인인 피고은행의 의사나 이익에 반하여 예금의 형식을 빌어 사채를 끌어모아 위 소외 1의 사업자금을 마련함으로써 자기와 위 소외 1의 이익을 도모하려고 한 것임은 원심이 적법히 확정한 사실이므로, 만일 원고가 위와 같은 소외 2의 예금계약의사가 진의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결국 이 사건 예금계약은 피고은행의 대리행위로서 유효하게 성립할 수 없고, 따라서 피고은행은 이에 대하여 아무런 책임이 없게 된다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피고은행의 진의아닌 의사표시에 관한 주장을 배척하기 위하여 인정한 사실 가운데 예금계약이 위 지점의 정상적인 거래시간과 장소에서 이루어졌다거나 은행의 정규예금금리에 따른 이자가 위 지점창구에서 지급되었다거나, 비록 그 통장이 수기식이기는 하지만 피고은행의 정규양식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들은, 이 사건 예금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사연이 원심이 지적한대로 비정상적인 것인이상, 그것만을 들어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기 위한 근거로 삼기 어렵고, 더구나 은행이 예금유치를 위하여 예금주에게 사례비를 지급하거나 대출수요자의 부담으로 사채이자와 은행이자와의 차액을 지급하고 예금을 조성하는 실례가 없지 않았다는 사실은 기록에 의하여도 그와 같은 변칙적인 사례가 있었다고 인정할만한 자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저축증대와근로자재산형성지원에관한법률 제38조 , 제39조 , 제46조 에 의하면, 저축을 하는 자, 중개하는 자, 저축기관의 임직원은 저축에 관련하여 은행의 정규금리 등 이외에는 어떠한 명목으로라도 부당한 이익의 요구, 약속, 수수 등을 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할 때에는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은 은행의 정규예금이자와 사채이자의 차액을 지급함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은 적어도 그 차액에 관한 한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데도 법원이 막연하게 이와 같은 강행법규에 위반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이를 피고은행의 주장을 배척하기 위한 근거로 삼는다는 것은 위법한 방법으로 금융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을 묵인하는 결과가 되어 타당하지 않다.

그렇다면 오히려 원심이 인정한 사실, 즉 이 사건 예금계약에 은행의 정규예금 금리보다 훨씬 높은 이자가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피고은행의 많은 지점 가운데서도 오로지 피고은행의 혜화동지점에서만 이러한 예금이 가능할 뿐더러 예금을 할 때 암호가 사용되어야 하며, 예금거래신청서의 금액란도 빈칸으로 한 채 통상의 방법이 아닌 수기식통장이 교부되었던사실 등에 비추어 볼때 적어도 예금자인 원고로서는 위 소외 2의 표시의사가 진의가 아닌 것을 알았다고는 할 수 없을 지라도 적어도 통상의 주의만 기울였던들 이를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이 사전 예금계약의 형성과정과 내용 및 그로 인하여 나타나는 효과 등에 비추어 보다 합리적이라고 할 것이다 ( 당원 1987.7.7 선고86다카1004 판결 1987.8.18 선고 86다카1097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 예금계약에 관한 위 소외 2의 의사는 피고은행의 의사나 이익에 반하여 자기 또는 위 소외 1의 이익을 위하여 배임적인 의도로 한 것이고, 원고는 위 소외 2의 예금계약의사가 진의가 아님을 통상의 과실로 알지 못한 채 이 사건 예금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원고와 피고은행과의 관계에 있어서 이 사건 예금계약 자체가 성립된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예금계약이 유효하게 성립되었음을 전제로 피고은행에게 이 사건 예금의 지급을 명한 원심판결은 결국 예금계약의 성립에 따른 진의아닌 의사표시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고 할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있다.

그러므로 다른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아니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명희(재판장) 정기승 윤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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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87.1.14선고 84나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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