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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제주지법 2009. 9. 23. 선고 2009고단884 판결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항소[각공2009하,1894]
판시사항

[1] 교통사고 발생시 구호조치의무에 관하여 규정한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에서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의 의미

[2] 시동을 끈 채 포켓도로에 정차한 피고인의 차량을 다른 차량이 진행하다가 추돌한 사안에서, 피고인은 도로교통법상 구호조치의무자인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도로교통법 제54조 위반죄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

판결요지

[1]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2조 제2호 에서 ‘교통사고’란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특례를 정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입법 취지와 자동차 운행으로 인한 피해자의 보호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의 입법 취지가 서로 다른 점, ‘교통’이란 원칙적으로 사람 또는 물건의 이동이나 운송을 전제로 하는 용어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2조 제2호 에 정한 ‘교통’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2조 제2호 에 정한 ‘운행’보다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이는 위 ‘교통사고’의 정의에 관하여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과 공통적인 규정을 두고 있는 도로교통법 제54조 의 구호조치의무에 관하여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위 구호조치의무의 대상자인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자라고 함은 적어도 차량을 그 본래의 용도인 사람 또는 물건의 이동이나 운송을 위하여 운전하여 이동시키는 행위의 과정에서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 국한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2] 시동을 끈 채 포켓도로에 정차한 피고인의 차량을 다른 차량이 진행하다가 추돌한 사안에서, 피고인은 도로교통법상 구호조치의무자인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도로교통법 제54조 위반죄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

참조판례
피 고 인

피고인

검사

윤수정

변 호 인

변호사 강석보

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차량번호 1 생략) 세렉스 화물차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09. 4. 10. 19:34경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에 있는 화성목장 앞 일주도로상 포켓차로에 정차하여 전화를 하던 중, 공소외 1이 운전하던 (차량번호 2 생략) 그레이스 승합차가 과속단속카메라를 피하여 피고인이 정차하고 있던 포켓차로로 진입하다가 위 공소외 1의 승합차 우측 앞 범퍼 부분으로 피고인의 화물차의 좌측 뒤 적재함 부분을 들이 받아 위 승합차 조수석에 탑승한 공소외 2(27세)가 다발성 골절 등으로 인한 신경성 쇼크로 사망에 이름과 동시에 뒷좌석에 탑승한 공소외 3(27세)이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요추부 염좌 등의 상해를, 공소외 4(여, 33세)가 약 8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다발성 늑골 골절 등의 상해를 각각 입었다.

이러한 경우 자동차의 운전자인 피고인은 차에서 내려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함에도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도주하였다.

2. 판단

가. 관련 법률 및 이 사건의 쟁점

(1) 관련 법률

제54조 (사고발생시의 조치)

①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이하 ‘교통사고’라 한다)한 때에는 그 차의 운전자나 그 밖의 승무원(이하 ‘운전자 등’이라 한다)은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제148조 (벌칙) 제54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교통사고 발생시의 조치를 하지 아니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조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차’라 함은 도로교통법 제2조 제16호 의 규정에 의한 차와 건설기계관리법 제2조 제1호 의 규정에 의한 건설기계를 말한다.

2. ‘교통사고’라 함은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하는 것을 말한다.

(2) 이 사건의 쟁점

차의 교통 및 그로 인한 교통사고 등에 관하여 규율하는 위 각 법률에서는 “교통사고”의 정의에 대하여는 그 용어의 정의를 통일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의 구체적인 의미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정의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다만,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2조 제2호 에서는 자동차의 '운행'에 대해서 ‘사람 또는 물건의 운송 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차를 그 용법에 따라 사용하거나 관리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사고의 경우 피고인의 차량은 시동을 끈 채 포켓도로에 정차하여 있는 상황에서 진행 중이던 상대방 차량이 피고인의 차량을 추돌하여 사고가 발생한 경우인바, 이러한 경우 피고인이 도로교통법 제54조 에 정한 구호조치의무 대상자인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한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라 할 것이다.

나. 판단

살피건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2조 제2호 에서 ‘교통사고’란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특례를 정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입법 취지와 자동차 운행으로 인한 피해자의 보호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의 입법 취지가 서로 다른 점, ‘교통’이란 원칙적으로 사람 또는 물건의 이동이나 운송을 전제로 하는 용어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2조 제2호 에 정한 ‘교통’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2조 제2호 에 정한 ‘운행’보다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인바(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도2390 판결 참조), 이는 위 “교통사고”의 정의에 관하여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과 공통적인 규정을 두고 있는 도로교통법 제54조 의 구호조치의무에 관하여서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위 구호조치의무의 대상자인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자라고 함은 적어도 차량을 그 본래의 용도인 사람 또는 물건의 이동이나 운송을 위하여 운전하여 이동시키는 행위의 과정에서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 국한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인바(이는 도로교통법 제54조 에서 구호조치의 대상자에게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에도 부합한다), 피고인과 공소외 1에 대한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및 실황조사서의 각 기재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 즉 ①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5~6분 전에 이미 편도 2차선 도로의 안전지대 오른 편에 위치한 포켓도로에 차량을 정차시키고, 시동과 라이트를 모두 꺼 놓은 상태였던 점(달리 피고인이 정차하였다가 차량을 재출발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② 더욱이 위 정차한 위치 및 사고 당시의 도로 상황, 기상조건 및 시야 등에 비추어 정차된 피고인의 차량이 다른 차량의 도로통행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상황이었던 점, ③ 실제로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있어서도 상대방 차량의 운전자가 주취상태에서 과속단속 카메라를 피하여 비정상적인 운행을 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자신의 차량을 도로변에 정차된 상태에 두었다는 것만으로는 피고인이 아직 위 차량을 이용하여 사람 또는 물건의 이동이나 운송을 위한 행위로 나아갔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달리 어떠한 측면에서도 피고인이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를 야기하였다고 볼 수 없고(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교통사고를 야기하였음을 전제로 한 귀책사유 등에 관한 판단은 더 나아가 살펴 볼 것 없고, 검사가 들고 있는 대법원판례는 운전자가 차량의 운전 중 교통사고를 야기하였으나 다만, 그 업무상과실이 부정되는 사안에 관한 것으로 이 사건과 사안이 달라 이 사건에 적용할 선례로 삼기에 적절하지 않다), 결국 피고인에게는 도로교통법 상의 구호조치의무가 없다.

다. 결론

그렇다면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도로교통법에 정한 구호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고, 달리 피고인이 위 구호조치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판사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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