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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2009. 9. 24. 선고 2008가합20662 판결
[변호사보수] 항소[각공2009하,1913]
판시사항

[1] 승소판결이 있을 것을 조건으로 하는 성공보수를 위임사무가 중단된 경우에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의 판단 방법

[2] 수임인의 귀책사유 없이 위임사무가 종료된 경우 예외적으로 수임인의 보수청구권을 인정하는 민법 제686조 제3항 의 규정 취지

[3] 법률회사에 소송수행업무 처리를 위임하면서 일정한 보수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으나 소송 진행중 담당변호사의 이직을 이유로 의뢰인이 위임계약을 해지한 사안에서, 위 위임계약이 수임인의 책임 없는 사유로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민법 제686조 제3항 에 기하여 수임인이 이미 처리한 사무의 비율에 따른 성공보수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구 변호사법(1999. 2. 5. 법률 제58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는 변호사의 보수기준은 대한변호사협회가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한변호사협회가 제정한 변호사보수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변호사의 보수 및 비용은 사무보수, 사건보수 및 실비변상으로 구성하며, 사건보수는 착수금과 성공보수로 구성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그러한 성공보수는 순수한 사례금의 성격으로 약정된 경우는 물론 노무보수의 일부 또는 전부가 그 명칭만 달리하여 책정된 경우도 있을 것이며, 특히 수임인에 비하여 전문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위임인(의뢰인)으로서는 보수의 결정에 있어 행위 자체를 기준으로 해서는 수임인에게 지급되는 보수가 적절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행위 결과를 기준으로 이를 보충적으로 정하고자 하는 의도하에 성공보수 약정을 결부시키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승소판결이 있을 것을 조건으로 하는 성공보수가 단순한 사례금 내지는 칭찬금으로서 수임인이 일을 끝까지 완수한 경우에 한하여 청구권이 있다고 볼 것인지, 혹은 그것 역시 ‘위임사무 처리에 대한 보수’의 일종으로 단지 지급시기나 방식을 달리 정한 것으로서 민법 제686조 제3항 이 정한 바에 따라 수임인의 책임 없는 사유로 위임사무가 중단된 경우 수임인에게 그 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인지는 각 계약에 있어 당사자 사이의 성공보수 약정의 경위, 내용, 성공보수의 액수, 성공보수 지급 형식 및 시기 등을 종합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2] 위임계약은 당사자 쌍방의 특별한 신뢰관계를 기초로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는 계약으로서 신뢰관계가 유지되기 어려운 경우 위임계약을 자유로이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위임계약의 본지에 부합하고, 따라서 우리 민법은 당사자가 언제든지 자유롭게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그 보수청구에 있어서도 위임계약의 무상성의 연원에 따라 보수의 약정이 있고 업무를 완수한 이후에야 보수를 청구할 수 있음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수임인의 아무 귀책 없이 위임사무가 도중에 중단된 경우에는 이미 처리한 비율에 따른 보수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수임인이 그 위임계약상의 신뢰관계 파괴 등에 아무런 귀책이 없음에도 위임인이 위와 같은 위임계약의 해지의 자유나 위임사무 종료 이후에야 보수청구권을 인정하는 규정 등을 남용하여 위임계약을 해지하여 위임계약이 종료된 경우에는 그 예외로서 수임인에게 정당한 보수청구권을 인정함이 공평의 원칙상 타당하기 때문이다.

[3] 법률회사에 소송수행업무 처리를 위임하면서 일정한 보수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으나 소송 진행중 담당변호사의 이직을 이유로 의뢰인이 위임계약을 해지한 사안에서, 위 위임계약에 따른 성공보수 약정은 그 체결 경위 등에 비추어 보아 업무 처리에 대한 대가의 일종으로 지급하기로 한 ‘보수 지급약정’이라고 봄이 상당하지만, 위 위임계약이 수임인의 책임 없는 사유로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민법 제686조 제3항 에 기하여 수임인이 이미 처리한 사무의 비율에 따른 성공보수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담당변호사 황진우외 3인)

피고

피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남산 담당변호사 이창외 1인)

변론종결

2009. 8. 27.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미합중국 통화 649,175.66달러 및 이에 대하여 2006. 2. 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인정 사실

가. 원고는 50여 명의 변호사를 두고 국제적인 법률서비스의 제공을 영업으로 하는 태국 법인이고, 피고는 서울에 본점을 두고 무역, 정보통신, 에너지 판매사업 등의 영업을 하는 법인이다.

나. 피고는 “ ○○ 회사” 등에 대하여 미합중국 통화(이하 ‘미화’라고만 한다) 28,141,178.27달러의 유류공급대금의 지급을 청구하기 위하여, 1998. 1.경부터 원고 소속의 소외 1 변호사와 소외 2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1998. 7.경 태국 소재 1심법원에 위 금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이하 ‘별건 소송’이라 한다)를 제기하였다.

다. 그 후 피고는 원고와 보수 약정에 관하여 수차례 협의를 한 끝에 1998. 12. 15. 정식으로 별건 소송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보수약정을 포함한 위임계약(이하 ‘이 사건 위임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1) 최종 판결(final judgment)이 나기까지 원고가 제공하는 법률서비스 및 판결 후 채무자로부터 판결금액(award)을 회수하는 서비스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에게 시간당 요율로 보수를 청구한다. 그러나 위 서비스에 대한 보수 상한선을 청구금액의 0.8%로 정한다.

(2) 시간당 요율의 보수에 더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판결금액(award)의 2%에 상응하는 금액을 성공보수(success fee)로 지급하여야 한다. 그러나 제1심법원이 판결을 선고하기 전에 이 사건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합의금의 1%에 상응하는 금액을 성공보수금으로 한다. 성공보수 또는 합의보수는 판결 후 어떤 채무자로부터든 판결금액(award)의 일부라도 회수될 때에 지급기한이 된다.

(3) 위 시간당 요율의 보수 및 성공보수금에는 7%의 부가가치세를 가산한다.

라. 소외 1 변호사는 원고 법인의 송무파트 총괄책임자로서 피고와의 수임료 협상을 통하여 이 사건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별건 소송을 소외 2 변호사에게 배당, 별건 소송과 관련한 주요서면 작성 등에 있어 소외 2 변호사와 협의 등을 하면서 별건 소송에 관여하였고, 소외 2 변호사는 별건 소송의 책임변호사로서 소송과 관련한 대부분의 실무업무를 처리하였으며, 소외 3 변호사는 소외 2 변호사의 업무보조 역할을 담당하였다.

마. 그런데 별건 소송이 1, 2차 변론기일을 거쳐 진행되고 있던 도중인 1999. 9. 17. 소외 1 변호사가 갑자기 △△라는 법인으로 이직을 하였고, 3차 변론기일(2000. 1. 17.)을 약 한 달 앞둔 1999. 12. 17. 소외 2 변호사도 △△라는 법인으로 이직을 하였다.

바. 그러자 원고는 1999. 12. 24. 피고에게 앞으로 소외 4 변호사가 책임변호사로서 별건 소송을 담당할 것임을 통지하였다.

사. 그러나 피고는 2000. 1. 5. 소외 1 변호사와 소외 2 변호사의 이직과 같은 사정으로 인하여 더 이상 원고에게 별건 소송을 위임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위임계약을 해지하고, △△와 다시 별건 소송에 관한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소외 1 변호사와 소외 2 변호사가 이를 담당하여 처리하도록 하였다.

아. △△가 별건 소송을 맡아 한 차례의 증인신문을 포함한 총 두 차례의 변론기일을 진행한 후 2000. 7. 31. 결국 “ ○○ 회사 등은 피고에게 미화 25,174,388.49달러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라는 내용의 판결(청구금액의 약 90%를 인용)이 선고되었다.

자. 그 후 2002. 7. 22. 태국 대법원에서도 위 1심판결의 지연손해금 범위만 일부 변경하는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고, 피고는 원고에게 당초 이 사건 위임계약에 따른 성공보수는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차. 한편, 소외 2 변호사는 별건 소송이 상고심에 계속중이던 2000. 9.경 다시 원고 회사로 복귀하였으나, 피고는 별건 소송을 다시 원고 회사에 맡기지는 아니하였다.

카. 이 사건 위임계약의 준거법으로 우리나라 법을 적용하기로 한 사실에 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타. 또한 이 사건 위임계약에는 위임계약이 중도에 해지되는 경우 성공보수 약정의 효력이 존속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5, 7, 8호증, 을 제1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소외 2의 증언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위임계약시 약정한 성공보수도 시간당 보수와 동일하게 위임사무 처리의 대가인 ‘보수’의 일종이고, 이 사건 위임계약이 수임인인 원고의 책임 없는 사유로 종료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민법 제686조 제3항 에 따라 원고가 이 사건 별건 소송과 관련하여 처리한 사무의 비율에 따른 성공보수를 지급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위임계약의 종료 시점까지 별건 소송이 진행된 경과, 그 당시까지 원고가 별건 소송에 투입한 노력 등에 비추어 원고가 별건 소송의 승소에 기여한 정도는 약 70%라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당초 약정한 성공보수액의 70%에 해당하는 청구취지 기재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성공보수는 수임인이 위임사무를 끝까지 완수할 것을 조건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금원이므로 이 사건과 같이 별건 소송이 완결되기 전에 이 사건 위임계약이 해지된 경우에는 이를 청구할 수 없고, 또한 성공보수는 업무 처리의 대가인 ‘보수’가 아니라, 단지 좋은 결과에 대한 칭찬금 내지 사례금에 불과하므로 위임사무가 도중에 중단된 경우에도 청구할 수 있는 민법 제686조 제3항 소정의 ‘이미 처리한 사무의 비율에 따른 보수’에 해당할 수 없어 이 사건에서 위 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가사 성공보수에 관해서도 민법 제686조 제3항 이 적용되어 위임계약이 중간에 해지된 경우에도 이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이 사건 위임계약 종료는 원고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원고는 이를 청구할 수 없다(그 이외의 성공보수 액수 등에 관한 예비적 주장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어 생략한다).

3. 판단

가. 위임사무가 중단된 경우에도 성공보수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피고가 원고에게 태국에서의 소송수행업무 처리를 위임하면서 일정한 보수를 지급하기로 하고 체결한 이 사건 위임계약에 대하여는 민법상 위임의 법리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민법에서는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고( 제689조 제1항 ),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보수를 청구하지 못하며( 제686조 제1항 ), 보수를 약정한 경우에도 위임사무를 완료한 경우가 아니면 이를 청구하지 못한다( 제686조 제2항 )고 규정하면서, 다만 수임인이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중에 수임인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하여 위임이 종료된 때에는 수임인은 이미 처리한 사무의 비율에 따른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 제686조 제3항 )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구 변호사법(1999. 2. 5. 법률 제58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는 변호사의 보수기준은 대한변호사협회가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한변호사협회가 제정한 변호사보수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변호사의 보수 및 비용은 사무보수, 사건보수 및 실비변상으로 구성하며, 사건보수는 착수금과 성공보수로 구성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그러한 성공보수는 순수한 사례금의 성격으로 약정된 경우는 물론 노무보수의 일부 또는 전부가 그 명칭만 달리하여 책정된 경우도 있을 것이며, 특히 수임인에 비하여 전문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위임인(의뢰인)으로서는 보수의 결정에 있어 행위 자체를 기준으로 해서는 수임인에게 지급되는 보수가 적절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행위 결과를 기준으로 이를 보충적으로 정하고자 하는 의도하에 성공보수 약정을 결부시키는 경우도 있을 것인바, 승소판결이 있을 것을 조건으로 하는 성공보수가 단순한 사례금 내지는 칭찬금으로서 수임인이 일을 끝까지 완수한 경우에 한하여 청구권이 있다고 볼 것인지, 혹은 그것 역시 ‘위임사무 처리에 대한 보수’의 일종으로 단지 지급시기나 방식을 달리 정한 것으로서 민법 제686조 제3항 이 정한 바에 따라 수임인의 책임 없는 사유로 위임사무가 중단된 경우 수임인에게 그 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인지는 각 계약에 있어 당사자 사이의 성공보수 약정의 경위, 내용, 성공보수의 액수, 성공보수 지급 형식 및 시기 등을 종합하여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1, 4, 12호증의 각 기재 및 증인 소외 2의 증언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의 이 사건 위임계약에 따른 보수 약정은 소외 2 변호사가 별건 소송과 관련하여 피고 회사에 자문을 해 주던 1998. 1. 내지 3.경부터 약 8개월 이상의 협상을 거친 끝에 이루어진 사실, 그 약정 과정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제시한 수임료를 낮추는 대신 성공보수요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보수를 정하자는 취지의 협상을 제의하기도 한 사실, 그러한 장시간의 협상 끝에 원고와 피고는 보수를 원고 소속 담당변호사의 업무 시간에 따른 시간당 보수와 성공보수로 나누어 책정하기로 하여 이 사건 위임계약에 따른 보수 약정이 이루어진 사실, 별건 소송의 소가는 약 2,800만 달러로서 상당히 고액이고,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위임계약에 따른 소외 2 변호사의 시간당 보수는 미화 150달러, 소외 3 변호사의 시간당 보수율은 미화 130달러이며, 성공보수금은 판결금의 2% 또는 화해금원의 1%에 해당하는 금원으로 약정된 데 비하여, 원고가 별건 소송의 대리를 중단한 이후 피고로부터 별건 소송을 다시 수임한 △△의 경우 피고와 성공보수는 약정하지 아니하고, 다만 소외 2 변호사의 시간당 보수는 미화 220달러, 다른 변호사들의 시간당 보수는 미화 100달러 내지 400달러로 약정한 사실, 이 사건 위임계약에 따른 성공보수는 판결금의 일부라도 회수될 때 지급되어야 하고, 나아가 회수되는 금액의 30%씩은 성공보수가 전액 지급될 때까지 성공보수에 충당하기로 약정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더하여 피고가 이 사건 위임계약 체결 당시 별건 사건과 동시에 진행되었던 소외 5 회사에 대한 소송 이외에는 원고는 물론 태국 소재 법무법인에 소송을 의뢰해 본 경험이 전혀 없었던 점을 종합해 보면, 위 사건 위임계약에 따른 성공보수 약정은, 승소시에 단순한 사례금이나 칭찬금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이라기보다는 이 사건 위임계약에 따른 보수를 원칙적으로 소속 변호사에 대한 시간당 보수로 정하되, 승소 판결이 내려질 경우 그 보수를 재평가하여 승소 금액에 대한 일정 금원을 추가로 업무 처리에 대한 대가의 일종으로 지급하기로 한 ‘보수 지급약정’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비록 이 사건 위임계약이 중단되었다 하더라도, 원고의 노무의 결과가 바탕이 되어 결국 별건 소송이 피고의 승소판결로 종결된 이상 그 중단에 있어 원고의 책임이 없다면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일응 민법 제686조 제3항 에 기하여 그 사무처리의 비율에 따른 성공보수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이 사건 위임계약이 원고의 책임 없는 사유로 종료된 것인지 여부에 관한 판단

나아가 살피건대, 위임계약은 당사자 쌍방의 특별한 신뢰관계를 기초로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는 계약으로서 신뢰관계가 유지되기 어려운 경우 위임계약을 자유로이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위임계약의 본지에 부합하고, 따라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 민법은 당사자가 언제든지 자유롭게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또한 그 보수청구에 있어서도 위임계약의 무상성의 연원에 따라 보수의 약정이 있고 업무를 완수한 이후에야 보수를 청구할 수 있음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수임인의 아무 귀책 없이 위임사무가 도중에 중단된 경우에는 이미 처리한 비율에 따른 보수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수임인이 그 위임계약상의 신뢰관계 파괴 등에 아무런 귀책이 없음에도 위임인이 위와 같은 위임계약의 해지의 자유나 위임사무 종료 이후에야 보수청구권을 인정하는 규정 등을 남용하여 위임계약을 해지하여 위임계약이 종료된 경우에는 그 예외로서 수임인에게 정당한 보수청구권을 인정함이 공평의 원칙상 타당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 관하여 위와 같은 수임인의 예외적 보수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을 만큼 원고에게 이 사건 위임계약 종료에 대한 귀책이 없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6호증, 갑 제10호증의 1 내지 6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50여 명의 변호사를 두고 있는 110년 역사의 태국 굴지의 법률회사로서 피고 역시 당초 원고 회사의 그러한 점을 신뢰하여 이 사건 위임계약을 체결한 사실, 원고로서는 소외 2 변호사가 △△로 이직하기 이전부터 18년 경력의 소외 4 변호사로 하여금 별건 소송에 관하여 인수인계를 받도록 하고 그가 책임 변호사로서 소송을 맡도록 한 사실, 그에 따라 소외 4 변호사가 소외 2 변호사 이직 일주일 후 피고의 직원을 만나 자신이 책임 변호사로 선임되었고 별건 소송 관련 업무를 잘 파악하고 있으므로 염려하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같은 날 그러한 내용의 팩스(갑 제6호증)를 보낸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으나, 한편 갑 제5호증의 기재, 증인 소외 6, 소외 2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소외 1 변호사는 별건 소송에 관한 위임계약 체결 당시는 물론 그 이후에도 소송의 진행상황이나 향후 전략 등을 피고와 협의하고, 소외 2 변호사에게 소송과 관련한 주요 사항 및 진행방향의 결정에 있어 상의를 하는 등 소외 2 변호사의 선임 변호사로서 역할을 수행하였던 점, ② 그런데 소외 1 변호사가 별건 소송의 도중 이직하였음에도 이에 관해 원고 회사는 피고에게 공식적으로 이에 관해 통보를 하지 않았음은 물론 그의 후임자를 선임하지도 않았던 점, ③ 또한 소외 1 변호사가 이직하고 3개월 후에 별건 소송의 책임변호사로서 그 소송을 약 1년 10개월 이상 담당해 왔던 소외 2 변호사마저 이직을 하게 되었는데, 원고는 소외 2의 이직 의사를 약 한달 보름 전(1999. 10.경)에 알았으면서도, 이에 관해 소외 2 변호사의 이직 이전에 미리 피고에게 그러한 경위 및 사실과 함께 원고 내부적으로 인수인계를 충실히 하고 있다는 사실 등을 통지하여 피고의 염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점, ④ 그에 따라 피고의 직원이 소외 2 변호사로부터 개인적으로 이직 사실을 고지받고 원고에게 요청하여 소외 2 변호사의 후임으로 지정된 소외 4 변호사를 만나게 되었고, 소외 4 변호사는 같은 날에야 피고에게 갑 제6호증과 같은 팩스를 보냈는데, 그 시점은 제3차 변론기일(2000. 1. 17.)을 불과 3주 앞둔 시점인 점, ⑤ 피고의 직원은 소외 4 변호사를 만난 자리에서 소외 1 변호사에 이어 소외 2 변호사까지 갑자기 이직한 상황 등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였고, 그 후 피고 회사는 내부적 논의 끝에 위와 같은 상황에 비추어 더 이상 원고 회사와의 신뢰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위임계약을 해지하기에 이른 점, ⑥ 한편 이 사건의 소가는 미화 2,800만 달러를 초과하는 거액이고, 피고는 태국에서 기존에 소송을 수행해본 적이 없는 외국 회사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별건 소송의 총괄 변호사인 소외 1 변호사에 이어 책임 변호사인 소외 2 변호사까지 이직하게 되는 상황은 별건 소송에 대한 이 사건 위임계약의 신뢰관계 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었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원고로서는 소외 2 변호사가 별건 소송을 더 이상 수행하지 아니하고 다른 법률회사로 이직하게 된 사정 및 그에 따른 원고의 대비책에 대하여 피고에게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는 등으로 피고의 기대를 충족시켜 신뢰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고도의 주의의무를 기울여야 할 것임에도, 원고는 그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고 보이고, 따라서 원고의 그러한 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위임계약의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피고가 이 사건 위임계약을 해지한 이상 피고가 이 사건 위임계약을 해지하여 위임관계가 종료된 데에 대하여 원고의 귀책이 없다고 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한익(재판장) 김영기 김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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