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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다56833 판결
[대여금등][공2000.4.1.(103),686]
판시사항

[1] 증여계약과 같은 일방적 급부행위가 민법 제104조 소정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민법 제103조 소정의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의 의미

[3] 행정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하여 상대방을 궁지에 빠뜨린 다음 이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거액의 급부를 제공받기로 약정한 경우, 민법 제103조 소정의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민법 제104조가 규정하는 현저히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라 함은 자기의 급부에 비하여 현저하게 균형을 잃은 반대급부를 하게 하여 부당한 재산적 이익을 얻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증여계약과 같이 아무런 대가관계 없이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일방적인 급부를 하는 법률행위는 그 공정성 여부를 논의할 수 있는 성질의 법률행위가 아니다.

[2]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로 되는 반사회질서 행위는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내용 자체는 반사회질서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법률행위에 반사회질서적인 조건 또는 금전적인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 및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를 포함한다.

[3] 행정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하여 상대방을 궁지에 빠뜨린 다음 이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거액의 급부를 제공받기로 약정한 경우, 민법 제103조 소정의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원고,상고인

원고

피고,피상고인

피고 주식회사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 재단법인 한국공원봉안회(이하 '소외 재단'이라 한다)에 대한 채권자인 원고가 고문의 자격으로 소외 재단의 운영에 관여하여 오던 중, 소외 재단 시행의 공원묘지 조성공사를 도급받아 시공하던 피고가 단종업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1991. 9. 27.경 피고가 공사도급 한도액을 초과하여 공사를 수급하였으니 조치하여 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행정기관에 제출한 사실, 이에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공사가 중단될 경우 피고는 물론 소외 재단이나 채권자들에게도 막대한 피해가 있을 것이니 진정을 취하하여 달라고 원고에게 사정하였고, 1991. 10. 7.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원고가 위 진정을 취하함과 아울러 피고의 공사대금 추심에 협력하기로 하되 그 대가로 피고는 소외 재단으로부터 공사대금 1회분을 수령하는 즉시 원고에게 금 50,000,000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합의가 성립되었으며, 원고는 같은 날 피고에 대한 진정을 취하한 사실, 그 당시 피고는 원고의 진정으로 인하여 벌금이나 과징금을 부과받고 영업정지에 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던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이러한 합의는 원고가 피고의 궁박한 사정을 약점으로 이용하여 행정기관에 대한 진정 취하 및 소외 법인에 대한 영향력 행사라는 조건의 이행을 대가로 거액의 금전적 이득을 추구한 것이므로, 원고가 피고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폭리를 취하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민법 제104조 소정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약정상의 금원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하였다.

2. 살피건대, 민법 제104조가 규정하는 현저히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라 함은 자기의 급부에 비하여 현저하게 균형을 잃은 반대급부를 하게 하여 부당한 재산적 이익을 얻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증여계약과 같이 아무런 대가관계 없이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일방적인 급부를 하는 법률행위는 그 공정성 여부를 논의할 수 있는 성질의 법률행위가 아닌 것인바 (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다52238 판결, 1993. 7. 16. 선고 92다41528, 92다41535 판결, 1993. 10. 26. 선고 93다6409 판결, 1997. 3. 11. 선고 96다49650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 및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피고로부터 금 50,000,000원을 지급받기로 약정한 것은 어디까지나 원고의 진정을 취하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 것이고, 원고가 공사대금의 추심에 협력한다는 것은 이에 부수하여 선언적으로 기재된 것에 불과함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진정이나 그 취하는 원고가 국민으로서 가지는 청원권의 행사 및 그 철회에 해당하여 성질상 대가적인 재산적 이익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루어진 위 약정은 재산상의 대가관계 없이 피고가 원고에게 일방적인 급부를 하는 무상행위로서 민법 제104조 소정의 공정성 여부를 논의할 수 있는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따라서 이 점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라 아니할 수 없다.

3. 그러나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로 되는 반사회질서 행위는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내용 자체는 반사회질서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법률행위에 반사회질서적인 조건 또는 금전적인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 및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를 포함하는 것 인바(대법원 1992. 11. 27. 선고 92다7719 판결, 1994. 3. 11. 선고 93다4052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과 같이 청원권 행사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진정을 이용하여 원고가 피고를 궁지에 빠뜨린 다음 이를 취하하는 것을 조건으로 거액의 급부를 제공받기로 한 약정은 반사회질서적인 조건 또는 금전적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러한 취지에서 원고와 피고 사이의 이 사건 약정이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질서 행위에도 해당하여 무효라는 이유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한 원심의 조처는 옳다고 할 것이므로, 앞서 본 바와 같은 원심의 잘못은 결국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어 파기사유가 되는 위법이라고는 할 수 없고, 따라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음에 돌아간다고 할 것이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무제(재판장) 김형선(주심) 이용훈 이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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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9.8.31.선고 98나58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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