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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4. 28. 선고 95다7260 판결
[계약금][공1995.6.1.(993),1975]
판시사항

임대차계약의 묵시적 합의해제의 성립 범위에 관한 사례

판결요지

임대차계약 체결 4일 후부터 임차인이 계약해제 및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였고, 임대인은 ‘세 나간 후에 보자’라고 하였을 뿐 별다른 의사표시나 중도금및 잔금의 이행최고도 없이 계약을 방치하다가 잔금기일 도과 후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한 ‘세 나간 후에 보자’는 말의 의미는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의 존속을 바라지 아니하는 임차인의 요구를 받아들이되 제3자와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되고 그로 인하여 자신에게 손해가 생길 경우 계약금에서 그 손해를 공제한 나머지를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므로, 그 임대차계약은 그 계약성립 후 임대인. 임차인쌍방간에 계약금에서 새로운 임대차계약 체결로 인한 손해를 공제한 나머지를 반환한다는 한도 내에서 그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묵시적인 합의해제가 성립되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권연상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윤학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 제1, 2점에 대하여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1992.4.11. 피고와 간에 부산 동래구 (주소 1 생략) 지상에 건축중이던 피고 소유의 지하 1층, 지상 5층의 이 사건 여관 건물을 임차보증금 200,000,000원, 월차임 금 3,000,000원, 임차기간 24개월로 정하여 임차하되, 계약금 20,000,000원은 계약 당일에, 중도금 100,000,000원은 같은 달 21.에, 잔금 80,000,000원은 같은 해 5.20.에 각 지급하고 잔금지급과 동시에 여관업을 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여관건물을 인도받기로 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에게 당일 계약금으로 금 20,000,000원을 지급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고 전제한 후, 그 거시 증거에 의하여 피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 4일 후인 같은 해 4.15. 및 약정 중도금 지급기일인 같은 달 21. 원고로부터 위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반환하여 달라는 요구를 받고, “세 나간 후에 보자”라고만 하였을 뿐 별다른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고, 그 후 원고에게 중도금 및 잔금의 이행최고도 없이 위 계약을 방치하다가 약정 잔금지급기일을 넘긴 같은 해 6.25.에 이르러 원고와의 위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것으로 여긴 나머지 소외 1과 간에 위 여관건물을 임차보증금 170,000,000원, 월차임 금 3,000,000원, 기간 24개월로 정하여 임대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원고도 피고에게 해약 및 계약금반환을 요구한 후로부터는 피고가 위 여관건물에 관한 새로운 임차인으로부터 임차보증금을 받으면 원고에게 위 계약금을 반환하여 줄 것으로만 믿고 위 계약을 방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피고 사이의 위 임대차계약은 그 계약성립 후 당사자 사이에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할 의사의 일치로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고, 이어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계약금 2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2. 이 사건에 있어서 원심은, 요컨대 그 판시와 같은 사정 즉, 피고가 원고의 계약 해제 및 계약금 반환요구에 “세 나간 후에 보자”라고만 하였을 뿐 별다른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한 채 중도금 및 잔금의 이행최고도 없이 그 계약을 방치하다가 잔금지급기일 도과 후 제3자에게 임대한 사정에 터잡아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그 계약성립후 원·피고 쌍방간에 피고가 계약금 전액을 반환하기로 하면서 임대차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묵시적인 합의해제가 성립된 것으로 판단하고, 이에 터잡아 피고에게 위 계약금 전액의 반환을 명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우선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지 불과 4일 후인 같은 해 4.15.부터 계약의 해제 및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고 중도금지급기일인 같은 달 21.에도 중도금지급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 여전히 계약의 해제 및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는 등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분명히 표시하였다고 볼 수 있는 한편, 피고 또한 원고의 중도금 및 잔금지급채무불이행을 들어 임대차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분명히 하지 아니한 채 방치하다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존속과 모순되는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존속시키지 아니하기로 한다는 점에서는 원·피고 쌍방간에 의사의 합치가 묵시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는 있다.

그러나 나아가 피고가 계약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임차보증금을 그대로 반환한다는 점에 대하여도 객관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졌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인용한 갑 제1호증인 부동산임대차계약서 제7조에 의하면 임대인이 위약할 경우에는 계약금으로 받은 금액의 2배를 임차인에게 주기로 하고 임차인이 위약하였을 경우에는 계약금은 무효가 되고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도록 약정되어 있으므로, 피고로서는 원고의 중도금 등 지급 불이행을 들어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몰취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한편, 제3자에게 이 사건 여관건물을 임대한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당초 입주예정일로부터 새로운 임차인의 입주시까지의 차임상당 및 이 사건 임대차계약과 새로운 임대차계약의 각 임차보증금의 차액에 대한 이자상당 등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음은 쉽게 예상되는데도, 피고가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고 계약금 전액을 원고에게 반환하기로 한다는 것은 그럴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우리의 경험칙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임대인인 피고가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는 임차인인 원고에게 한 ‘세 나간 후에 보자’는 말의 의미는 피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존속을 바라지 아니하는 원고의 요구를 받아들이되 제3자와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되고 그로 인하여 자신에게 손해가 생길 경우 위 계약금에서 그 손해를 공제한 나머지를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결국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그 계약성립 후 원·피고 쌍방간에 계약금에서 새로운 임대차계약 체결로 인한 손해를 공제한 나머지를 반환한다는 한도 내에서 그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묵시적인 합의해제가 성립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고에게 새로운 임대차계약 체결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 발생하였다면 그 구체적 손해의 범위에 대하여 심리하여 본 후 이를 계약금에서 공제하여 원고에게 반환할 수액을 정하여야 할 것인데도,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그 판시 사정들에 터잡아 원·피고 쌍방간에 피고가 계약금을 그대로 반환하기로 한다는 의미에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다고 보고 여기서 곧바로 피고에게 계약금 전액의 반환을 명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묵시적 합의해제의 성립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결국 이유가 있다.

3. 이에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형선(재판장) 박만호(주심) 박준서 이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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