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9고합85존속살해
2019전고3(병합)
피고인겸피부착명령
청구자
A
검사
원세정(기소), 나소라(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나라
담당변호사 정성태, 고준우
판결선고
2019. 11. 8.
주문
피고인을 징역 25년에 처한다.
압수된 증 제2 내지 4호를 각 몰수한다.
이 사건 부착명령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이라 한다)는 피해자 B(여, 78세)의 외손녀이다.
피고인은 2018. 3.경 대학교에 입학한 후 1학기를 마치고 자퇴하였고, 대학교 재학 당시 당한 성희롱으로 인한 대학생활 부적응 및 취업준비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오던 중, 2018. 10.경 발생한 일명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에 관한 내용을 보고 칼로 사람의 신체를 자르거나 칼을 사용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피고인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칼로 살인', '칼 잡는 법'을 검색하며 누군가를 살해하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피고인의 집에 자주 방문하여 피고인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정하여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9. 6. 1.경 군포시 C아파트 D호에서 피고인과 함께 살고 있는 피고인의 부모가 다음날 집을 비워 피해자가 집으로 오기로 한 사실을 알게 되자 부모가 집에 없는 사이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2019. 6. 2. 16:30경 피고인의 집 근처에 있는 E 산본점에서 회칼(총 길이 32.5cm, 칼날 길이 21cm) 5개, 목장갑 4개 등을 구입한 후 피고인의 주거지로 돌아가 회칼과 목장갑 등을 안방에 숨겨두었다.
피고인은 2019. 6. 3. 00:30경 피고인의 주거지 안 피고인의 방에서, 침대에 누워 있는 피해자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피해자가 잠이 든 것을 확인하고 방에서 나와 안방에 숨겨두었던 회칼 2개와 목장갑을 가지고 나온 다음, 목장갑을 착용한 양손에 회칼을 각 1개씩 들고 다시 피고인의 방으로 들어갔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잠에서 깬 것을 보고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칼을 숨긴 후,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왜 안 자니'라고 하자 피해자에게 '할머니, 내가 이야기해줄까'라고 말하며 갑자기 회칼로 피해자의 양쪽 눈과 목 부위, 어깨 부위 등을 31회 찔러 피해자로 하여금 그 자리에서 경부 자절 창으로 인한 과다출혈로 사망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직계존속인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증인 F의 법정진술
1. 각 압수조서, 압수목록
1. 수사보고(부검결과 회신)
1. 사체검안서, 현장감식결과보고, 유전자감정서, 실황조사서, 변사현장 감식기록, 변사 자조사결과보고
1. 각 CCTV 사진자료(범행도구 구입 장면, E 산본점 CCTV, C아파트 G동 현관, 엘리베 이터), 영수증, 압수물 발견장소 및 현장 사진, 주민등록표등본, 가족관계증명서 등
[피고인과 변호인은 피고인이 회칼로 피해자를 찌른 횟수가 7회 정도인 것으로 기억한다고 주장하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회칼로 피해자를 31회 찌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50조 제2항, 무기징역형 선택
1.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2호(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1. 몰수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
2. 판단
가. 수사기관의 피고인에 대한 2019. 6. 26.자 임상심리평가 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에게 조현성 성격장애 1), 조기정신증2) 등의 증상이 의심된다고 보고되었고, 이 법원의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 역시 피고인에게 조현성 성격장애 증상이 의심된다고 보고 되었다.
나.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은 사전에 비교적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고 준비하여 그대로 실행한 점(피고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집으로 오기로 한 것을 알게 되자 마트에서 범행도구를 미리 구입하여 범행을 준비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잠을 자러 방으로 들어갈 것을 기다렸다가 범행을 하였고, 범행 도중 피해자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올 것에 대비하여 피해자의 휴대폰을 미리 방 밖으로 옮겨놓기도 하였다), ② 피고인에 대한 임상심리평가 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범행과 관련하여 피고인에게 현실 검증력의 손상이나 지각적 왜곡 등이 관찰되지 않았고, 피고인은 범행의 고의성과 범죄성을 자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 점, ③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에게 명백한 정신병적 증상이나 현실 검증력 저하가 관찰되지 않았고, 피고인이 범행 당시 의사결정능력이 저하되어 있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고된 점, 그 밖에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과정, 범행 수법, 범행 전후의 정황, 피고인이 수사기관과 이 법정에서 한 진술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10년 ~ 50년
2.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범위: 징역 15년 이상, 무기 이상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 > 제2유형 (보통 동기 살인)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 - 처벌불원
가중요소 - 계획적 살인 범행, 잔혹한 범행수법, 존속인 피해자
[권고영역의 결정] 특별가중영역
[권고형의 범위] 징역 15년 이상, 무기 이상
[수정된 권고형의 범위] 징역 15년 ~ 50년(권고형의 상한이 법률상 처단형의 상한보다 높으므로 법률상 처단형의 상한에 따름)
3. 선고형의 결정: 징역 25년 아래와 같은 정상들 및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과 대법원 양형위원회 제정 양형기준의 권고형량 범위를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 불리한 정상: 사람의 생명은 한번 잃으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가치로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특히 우리 형법은 비속의 직계존속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우리 사회윤리의 본질적 부분으로 보아 직계존속에 대한 살인을 가중하여 처벌하고 있는바, 존속을 살해하는 행위는 그 책임과 비난가능성이 비할 데가 없이 크다.
피고인은 자신을 가장 아껴주고 보살펴주던 외할머니께 감사하고 외할머니를 더욱 존경하고 사랑하여야 함에도, 너무나도 끔찍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외할머니를 살해하였다. 피고인은 집에 혼자 있게 된 자신을 돌보아주기 위해 집으로 온 외할머니를 회칼로 양쪽 눈과 목 부위 등을 깊숙이 찔러 살해하였다. 사랑하는 손녀딸과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다가 함께 잠들 것으로만 알던 피해자는 그저 손녀딸의 얼굴을 쓰다듬어주려고 하다가, 아무런 연유도 알지 못한 채 눈과 목 등 신체 주요 부위를 회칼로 수십 회 찔리는 끔찍한 고통과 공포 속에 삶을 마감하고 말았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목숨을 잃고 만 피해자의 비통함, 그리고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어머니를 끔찍하고 충격적인 사건으로 잃게 된 유족들이 평생에 걸쳐 가슴 속에 견뎌내야 할 괴로움과 고통, 슬픔은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다.이 사건 범행의 심각성과 중대성은 일반인의 법감정으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피고인이 저지른 범행의 경위와 내용, 태양 및 수법, 그로 인한 피해 정도 등을 고려할 때, 패륜적이고 반사회적인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에게 중형을 선고함이 마땅하다.
○ 유리한 정상: 피고인은 초범이고, 19세로 비교적 나이가 어리며, 범행을 대체로 자백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 대인관계 단절로 인한 소외감 및 고립감, 장래에 대한 불안감 등의 정신적 고통과 신체적 불편에서 비롯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던 중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다소 저하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의 유족들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
부착명령청구에 관한 판단
1. 청구의 요지
피고인은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불특정 대상에 대한 살해의사를 가지고 있던 중 피고인과 친밀하여 손쉽게 살해할 수 있는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점, 피해자가 피고인의 집으로 오기로 한 사실을 알게 되자 미리 살해도구를 준비하여 범행한 점, 피해자가 잠에서 깨어 있었음에도 피해자를 칼로 31회 찔러 살해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과 같은 살인 범행을 재범할 위험성이 있다.
2. 판단
가.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3항에 규정된 '살인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란 재범할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고 피부착명령청구자가 장래에 다시 살인범죄를 범하여 법적 평온을 깨뜨릴 상당한 개연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살인범죄의 재범의 위험성 유무는 피부착명령청구자의 직업과 환경, 당해 범행 이전의 행적, 범행의 동기, 수단, 범행 후의 정황, 개전의 정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러한 판단은 장래에 대한 가정적 판단이므로 판결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도7658, 2018전도54, 55, 2018보도6, 2018모2593 판결 등 참조).
나.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에 대한 성인 재범 위험성 평가도구(KORAS-G) 평가 결과 재범의 위험성이 9점으로 '중간' 수준에 해당하는 점, ② 피고인에 대한 정신병 질자 선별도구(PCL-R) 평가 결과 정신병 질적 성격 특성에 의한 재범의 위험성도 8점으로 '중간 수준에 해당하는 점, ③ 피고인은 초범이고, 범행을 인정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④ 이 사건 범행의 경위와 내용, 범행 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피고인에 대한 장기간의 징역형 선고만으로도 재범을 방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장래에 다시 살인범죄를 범하여 법적 평온을 깨뜨릴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부착명령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4항 제1호에 의하여 이를 기각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김소영
판사 장민석
판사 이용제
주석
1) 사회적 관계에 대한 관심 결여, 혼자 지내려는 경향, 내향성, 감정적인 냉담함 등이 특징인 성격장애
2) 망상 및 환각 등 와해적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활성기 조현병 이전의 상태로, 감정표현의 말수
가 줄어들고 모든 일에 흥미와 의욕이 저하되며 위생관리에 실패하는 등의 전조증상들이 나타남
3) 다만, '정상적인 판단력이 현저히 결여된 상태'로 보기는 어려워 양형기준을 적용함에 있어 제1유형인
'참작 동기 살인'으로 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