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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6. 3. 26. 선고 95도2025 판결
[사기][공1996.5.15.(10),1464]
판시사항

불명확한 공소사실을 그대로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불명확한 공소사실을 그대로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법리오해 및 공소사실의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본다.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피고인에 대한 범죄사실은 다음과 같다.

즉, "피고인은 신촌사료 대리점을 경영하는 자인바, 1992. 8. 4. 충남 소재 피해자 박준복의 집에서, 피고인이 공소외 원종재에게 외상으로 공급한 사료대금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을 염려하여, 위 원종재로부터 인건비 금 3,000,000원을 지급받기로 하고 닭 사육을 위탁받아 약 14,000수의 닭을 사육하고 있던 피해자에게, 사실은 피해자로부터 위 사육한 닭을 인도받더라도 위 인건비를 지불할 의사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 닭을 피고인에게 넘겨주면 매도한 후 인건비와 병아리 대금을 책임지고 지불할 테니 닭을 넘겨달라'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위 사육한 닭 약 14,000수 시가 금 7,700,000원 상당을 인도받아 위 인건비 금 3,000,000원을 편취하였다"라는 것이다.

살피건대, 위 범죄사실 기재 자체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것이 닭 약 14,000수라는 것인지, 아니면 인건비 금 3,000,000원이라는 것인지 그 취지가 명백하지 아니하나, 위 기재 자체와 이 사건 공소사실이 처음에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닭 약 14,000수를 교부받아 편취하였다'는 것이었다가 제1심에서의 검사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에 의하여 피해자로부터 '닭 약 14,000수를 인도받아 인건비 금 3,000,000원을 편취하였다'는 내용으로 변경되었던 사정을 참작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요컨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인건비 금 3,000,000원을 편취하였다'라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피고인이 위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위 인건비를 지불할 듯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위 닭을 인도받았다면 피고인이 위 닭을 편취하였다고 할 수는 있으나, 피해자에게 그 지급을 약정하고도 그 이행을 하지 않고 있는 데 불과할 뿐인 위 인건비 상당을 편취하였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만약 이 사건 공소사실이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인건비 금 3,000,000원을 편취하였다는 것이라면, 이는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소지가 많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이 사건 공소사실의 취지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닭 약 14,000수 시가 금 7,700,000원 상당을 편취하였다는 것인지, 아니면 인건비 금 3,000,000원을 편취하였다는 것인지를 명백히 하여 이를 특정한 다음 이에 따라 사기죄의 성립 여부를 따져보아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불명확한 공소사실을 그대로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필경 사기죄의 법리를 오해하거나 공소사실의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임수(재판장) 김석수 정귀호(주심) 이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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