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6누81248 과징금 부과처분 등 취소 청구의 소
원고
1. 대영포장 주식회사
2. 신대한판지 주식회사
3. 주식회사 광신판지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변론종결
2017. 9. 20.
판결선고
2017. 12. 6.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6. 6. 29. 의결 제2016-184호로 원고들에게 한 별지1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이 사건 원단업체들의 지위
원고 대영포장 주식회사(이하 회사명을 지칭함에 있어 '주식회사'는 생략한다), 원고 신대한판지, 원고 광신판지(이하 위 3개 회사를 함께 부를 때는 '원고들'이라 한다), 태림포장, 동광판지, 월산페이퍼, 대양판지, 제일산업, 유진판지공업, 삼보판지, 동진판지, 삼화판지, 한청판지, 한국수출포장공업, 대성판지, 리더스코스메틱, 신안포장산업, 한덕판지공업(이하 통틀어 '이 사건 원단업체들이라 한다) 등 18개 회사는 골판지 원단을 제조·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자들로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사업자이다.
나. 골판지 원단 시장의 구조 및 실태
1) 개요
가) 골판지 원단은 골판지 상자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판지로서 골판지 원지를 합지하여 만든다. 골판지 원지 제조업체는 원지를 골판지 원단 제조업체에 판매하고, 골판지 원단 제조업체는 골판지 원단을 만들어 지함업체(골판지 상자 제조업체)에 판매하거나 이를 이용하여 직접 상자를 제조한다.
나) 골판지 원단은 편면골판지, 양면골판지(double faced, single wall, 이하 SW'라 한다), 이중양면골판지(double wall, 이하 'DW'라 한다), 삼중양면골판지로 구분된다.
2) 원단 산업의 특성과 현황
가) 산업 측면에서 보면 원단 판매가격(이하 '원단가격'이라고 한다)에서 원자재인 골판지 원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정도로서 원자재 구성비율이 높은 저부가가치 중소기업형 산업이다. 또한, 주문 생산형 산업으로 단납기성의 특성을 가지며 제품의 부피가 커 운송부담이 있으므로 주로 내수산업 및 지역산업의 특징이 있다. 제품 측면에서 보면 수요자의 다양한 요구에 맞추어 제품개발이 가능하나 품질 면에서는 제품의 차별성이 별로 없다.
나) 국내 골판지 원단 제조업체의 수는 약 110여 개이다. 원단 제조업체는 ① 원지, 원단 및 상자를 생산하는 제조업체를 계열사로 두고 있거나 이를 일괄하여 생산하는 일관업체1), ② 원지를 구매하여 원단과 상자를 생산하는 전문업체, ③ 원지를 구매하여 원단만을 생산하는 업체로 구분된다.
다) 골판지 원단의 연간 총생산량은 2014년을 기준으로 약 53억㎡이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3조 5,000억 원2)이다. 원단 생산능력 대비 실제 생산량은 최근 3년 평균 약 74%에 불과하여 생산설비가 과잉된 상태이다. 수도권 업체들의 생산 산량은 전체 생산량 대비 약 55%를 차지하고 있으며, 수도권·충청권 시장에서 이 사건 원단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합계는 약 60%이다.
3) 골판지 원단의 가격 결정구조
골판지 원단의 판매가격은 원지가격에 가공비를 합하여 결정된다. 대부분의 골판지 원단 제조업체들은 자체적으로 거래량, 대금결제 양호 여부 등을 기준으로 하여 거래처별 원단가격에 차등을 두고 있다.
다. 원단가격 인상에 관한 합의
1) 합의의 배경
2004년 피고의 골판지 원단 업체들에 대한 시정명령이 있은 이후 골판지 업계에 경쟁사간 접촉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나, 2006년 하반기부터 골판지 원지의 재료인 수입펄프 및 국내고지의 가격이 인상되고, 2008년 중국 내 원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골판지 원지가격이 인상되자 이 사건 원단업체들은 원단가격 인상을 위한 업체 간 논의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2) 합의의 내용 및 실행
이 사건 원단업체들은 사장단 모임을 통해 원단가격에 원지가격 인상분을 반영하고 적정한 가공비를 받을 수 있도록 상호 논의한 후 원단가격 인상에 관한 큰 틀의 합의를 하였다. 그 후 이 사건 원단업체들은 아래 표와 같이 영업실무 책임자 모임3) 등을 통해 2007. 7.경부터 2011. 6.경까지 6차례에 걸쳐 골판지 원단가격의 인상폭, 원단가격의 구성요소인 원지가격, 가공비4)의 하한선 및 거래처 등급별 가공비를 합의하여 결정하고, 이를 실행하였다. 이들은 보통 원단가격을 원지가격 인상예정일로부터 1~2주 후에 인상하는 것으로 합의하였으나 3~4주 후에 가격이 인상되는 경우도 있었다.
라. 피고의 처분
1) 피고는, 이 사건 원단업체들이 2007. 7.경부터 2011. 6.경까지 6차례에 걸쳐 골판지 원단가격의 인상폭, 원단가격의 구성요소인 원지가격, 가공비의 하한선 및 거래처 등급별 가공비를 공동으로 결정한 행위(이하 '이 사건 공동행위'라 한다)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16. 6. 29. 원고들에 대하여 의결 제2016-184호로 별지 1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이하 이를 통틀어 '이 사건 처분'이라 하고 그 중 과징금납부명령을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이라 한다)을 하였다.
2) 피고는 공정거래법 제22조 및 제55조의3,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2. 6. 19. 대통령령 제238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정거래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9조 및 제61조, 구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2012. 3. 28. 피고 고시 제201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과징금고시'라 한다)의 규정에 따라 원고들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하였는데, 그 구체적인 과징금 산정과정은 다음과 같다.
가) 산정기준
(1) 관련매출액
(가) 이 사건 공동행위는 골판지 원단가격에 대해 여러 회에 걸쳐 구체적인 합의 및 실행이 있었더라도 관련 시장인 수도권·충청권 골판지 원단 시장에서 이 사건 원단업체들이 참여하였다는 사실에 변화가 없고, 합의의 기본적인 동일성이 유지되고 있으므로 하나의 공동행위에 해당한다.
(나) 이 사건 공동행위는 최초의 합의일을 특정할 수 없으므로 사업자 별로 실행개시일을 시기로 보아야 하는바, 원고들의 경우 원고들이 최초로 가격인상을 한 2007. 7. 20.을 시기로 본다.
(다) ① 이 사건 원단업체들은 원지가격 인상에 대응하여 원단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하였는바 이 사건 공동행위는 원지 담합과 높은 연관성이 있는 점, ② 이 사건 원단업체들은 원지 담합에 참여한 사업자들과 계열회사 관계에 있어 대표이 사·임원이 같거나 위 사업자들로부터 원지를 공급받는 관계에 있는 점, ③ 위 ①, ②와 같은 이유로 2008년, 2010년, 2011년에 원지·원단·지함업체 사이에 원자재 가격 관련 상생협약이 체결된 사실이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원지 담합에 참여한 사업자들과 이 사건 원단업체들 사이에 정보교환이 긴밀한 상황에서 원지 담합 건에 대한 현장조사 후에도 이 사건 공동행위가 지속되었을 것이라 보기 어려운 점, ④ 실제 원지 담합 건에 대한 현장조사 이후에는 이 사건 원단업체들이 정보교환이나 의사연락 등 합의를 지속한 증거가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 사건 공동행위의 종기를 원지 담합에 대한 피고의 직권조사일5) 전날인 2012. 3. 21.로 본다.
(라) 이 사건 원단업체들은 자신들이 제조·판매하는 골판지 원단가격의 인상폭과 원지 가격 인상분 반영, 가공비의 하한선 및 거래처 등급별 가공비에 관하여 합의하였으므로, 관련상품은 원고들이 제조·판매한 골판지 원단 품목 제품이다.
(마) 원고들별 위반행위 기간 및 관련매출액은 다음 표와 같다.
(단위: 원, 부가가치세 제외)
(2) 부과기준율
이 사건 공동행위는 충북지역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의 골판지 원단 시장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이 사건 원단업체들이 장기간에 걸쳐 담합을 지속한 점을 고려하여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되, 사업자별, 거래업체별로 원단가격 인상폭이 상이하고 원지가격 하락 시 원단가격이 하락하는 등 느슨한 담합이었던 점, 합의 실행을 강제하기 위한 이행확보수단이 없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3%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한다.
(3) 산정기준
(단위: 원)
나) 1차 조정 산정기준
1차 조정사유에 해당하는 사항이 없으므로 1차 조정 산정기준은 위 산정기준과 같다.
다) 2차 조정 산정기준
원고들은 심사관의 조사 단계부터 위원회의 심의 종결 시까지 일관되게 행위 사실을 인정하고 위법성 판단에 도움이 되는 진술을 하는 등 조사에 적극 협력한 점을 감안하여 1차 조정 산정기준의 20%를 감경한다.
(단위: 원)
라) 부과과징금
이 사건 공동행위의 경우 원재료인 원지가 원단가격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점, 원지가격이 인상되어 원단가격의 인상 요인이 있었던 점, 원단가격 인상 후에도 수요자와의 협의 등을 통해 가격이 다시 인하되는 등 부당이득 수준이 제한적이었다고 보이는 점, 원단업계가 과잉설비 등으로 인해 공급 과잉상태에 있고 내수부진 등 불황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 등 위반행위가 시장에 미치는 효과 및 기타 시장·경제여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2차 조정 산정기준의 20%를 감경한다. 또한, 원고 신대한판지, 광신판지에 대하여는 심의일 기준 직전 사업연도, 전전 사업연도, 전전 전 사업연도의 당기순이익을 각각 3:2:1로 가중평균한 금액이 적자이므로 2차 조정 산중기준의 50%를 각각 추가로 감경한다. 이에 따른 원고들별 부과과징금(백만 원 미만은 절사한다)은 아래 표와 같다.
(단위: 원)
마. 원고들의 이의신청과 피고의 재결
원고들은 피고에게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16. 11. 17.자 재결 제2016-067호로 원고들의 이의신청을 기각하였고, 그 재결서 정본은 2016. 11. 23. 원고들에게 도달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내지 19, 2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법령: 별지2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1) 1차 행위와 2차 행위는 별개의 행위
이 사건 공동행위는 이 사건 원단업체들 사이에서 일방적으로 가격 인상을 결정하는 형태에서, 2008. 6. 23. 상생협약 체결 및 2008. 11.경 이후 실질적인 가격경쟁을 통한 지속적인 가격 하락이 계기가 되어 1년 이상 가격 인상 합의가 중단되었다가, 2009. 8.경 이후 한국제지공업협동조합(이하 '제지조합'이라 한다), D협동조합(이하 'D조합'이라 한다), 한국지함공업협동조합(이하 '지함조합'이라 하고 이하 위 3개 조합을 모두 가리킬 때는 '이 사건 각 조합'이라 한다) 사이의 가격 협상, 즉 공급자 및 수요자 사이의 가격 협상을 거쳐 가격 인상 내용을 결정하는 형태로 변경되었으므로, 공동행위로 인하여 형성된 가격이 붕괴된 2008. 11. 30.경 또는 가격 협상을 거쳐 가격인상 내용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된 2009. 8.경 전의 3차례 행위(이하 '1차 행위'라 한다)와 그 이후의 3차례 행위(이하 '2차 행위'라 한다)는 그 가격 결정의 주체, 구조, 내용 등이 본질적으로 다른 별개의 행위에 해당한다. 즉, 1차 행위는 이 사건 원단업체들 사이의 반복적인 가격인하 경쟁으로 1차 행위에 따른 가격인상 합의가 사실상 파기된 2008. 11. 30.경 종료되었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늦어도 2차 행위가 시작되는 시점인 2009. 8.경에는 종료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1차 행위의 처분시효 도과
피고의 직권조사일은 2012. 3. 21.이므로, 구 공정거래법(2012. 3. 21. 법률 제11406호로 개정되고 2012. 6. 22. 시행되기 전의 것) 제49조 제4항이 적용되고, 1차 행위 종료시점인 2008. 11.경 또는 2009. 8.경으로부터 5년의 처분시효가 지났음이 역수상 명백한 2016. 4. 25.에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2차 행위는 부당한 공동행위가 아님
가) 다음과 같은 점에서 2차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제하는 '합의'에 해당하지 않는다.
(1) 2차 행위는 D조합과 지함조합의 가격 결정행위로서, 거래 상대방인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서 협상을 통해 가격 결정을 합의한 것이므로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자 사이의 가격 결정 합의가 아니다.
(2) 이 사건 원단업체들은 D조합 대표에게 협상 권한을 위임하였고, 사전준비단계에서 협상안에 관하여 의견을 내부 조율하였을 뿐이므로 가격 결정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사건 원단업체들의 사전 준비행위만을 별도로 전체 행위에서 분리한 후 가격결정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
나) 2차 행위는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 및 경제 전반의 효율성 증대라는 공정거래법의 궁극적인 목적에 부합하므로 합의의 '부당성'이 인정되지 않아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에 위배되지 않는다. 또한, 공정거래법 제19조 제2항의 공동행위 인가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었다.
4) 과징금산정의 위법
담합기간과 비담합기간을 비교해 보면 원고들의 마진율 차이가 없고, 원단가격은 핵심 원재료인 원지의 가격 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아 결정되었을 뿐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 담합을 통하여 원고들이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공동행위는 업계간 상생협약에 따라 수요처와 협의 하에 이루어진 가격 결정으로 결과적으로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한 폐해가 사실상 거의 없었다. 이 사건 공동행위의 경우 합의 내용의 이행을 위한 감시 또는 제재 수단이 존재하지 않았다. 피고는 이 사건 과징금을 산정하면서 위와 같은 점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재량권 일탈·남용이 있으므로,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은 위법하다.
나. 판단
1) 1차 행위와 2차 행위는 별개의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1) 사업자들이 부당한 공동행위의 기본적 원칙에 관한 합의를 하고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수차례의 합의를 계속하여 온 경우는 물론, 그러한 기본적 원칙에 관한 합의 없이 장기간에 걸쳐 여러 차례의 합의를 해 온 경우에도 그 각 합의는 단일한 의사에 터잡아 동일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서 끊임없이 계속 실행되어 왔다면, 그 각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구성원 등에 일부 변경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일련의 합의는 전체적으로 1개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8두15169 판결 참조).
(2)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에 정한 가격 결정 등의 합의 및 그에 터잡은 실행행위가 있었던 경우 부당한 공동행위가 종료한 날은 그 합의에 터 잡은 실행행위가 종료한 날이므로, 합의에 참가한 일부 사업자가 부당한 공동행위를 종료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업자에 대하여 합의에서 탈퇴하였음을 알리는 명시적 내지 묵시적인 의사표시를 하고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담합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가격 수준으로 인하하는 등 합의에 반하는 행위를 하여야 한다. 또한, 합의에 참가한 사업자 전부에 대하여 부당한 공동행위가 종료되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합의에 참가한 사업자들이 명시적으로 합의를 파기하고 각 사업자가 각자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담합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가격 수준으로 인하하는 등 합의에 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또는 합의에 참가한 사업자들 사이에 반복적인 가격 경쟁 등을 통하여 담합이 사실상 파기되었다고 인정되는 행위가 일정 기간 계속되는 등 합의가 파기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7두12774 판결 참조).
나) 판단
갑 제1, 2호증, 을 제16, 18, 20호증의 각 기재와 갑 제18 내지 20호증,을 제24호증의 각 일부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2008. 5.경부터 2009. 7.~8.경까지 이 사건 원단업체들 중 일부회사들의 DW·SW 원단 대표지종의 평균 판매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였던 점, ② 이 사건 원단업체들은 2007. 7.경부터 원지가격 인상분을 반영하여 이 사건 공동행위를 통해 원단 표준가격을 인상하고 이를 골판지 상자업체들에게 통보하여 오다가, 2008. 6. 23. 상생협약(이하 '이 사건 상생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이후에는 원지업체들의 원지가격 인상 이후 원단 또는 상자업체들 측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일부 인상 폭이 조정된 경우가 있었던 점, ③ 위 인상 폭조정 이전 제지조합, D조합, 지함조합의 협의가 이루어지기도 했던 점 등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 을 제1호증 내지 제1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원단업체들이 2007. 7.경부터 2011. 6.경까지 6차례에 걸쳐 원단가격의 인상폭, 원단 판매가격의 구성요소인 원지가격, 가공비의 하한선 및 거래처 등급별 가공비를 공동하여 결정한 행위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1) 이 사건 원단업체들은 2007. 7.경부터 2011. 6.경까지 총 6차례의 회합을 가지면서, 원단가격의 인상폭, 원단가격의 구성요소인 원지가격, 가공비의 하한선 및 거래처 등급별 가공비를 결정하기 위한 합의를 지속하였다. 이 사건 공동행위는 이 사건 원단업체들이 골판지 원지가격 인상에 대응하여, 원단 판매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함으로써 골판지 원단 시장에서의 경쟁을 회피하고, 가격협상력이 높은 최종 수요처인 상자업체에 대하여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판매가격에 반영시켜 각 회사의 수익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단일한 의사와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이루어졌다.
(2) 피고의 조사과정에서 이 사건 원단업체들의 대표자 및 영업담당자들은 영업실무 책임자 모임에서 논의한 내용, 원단가격 인상방법 결정 과정, 원단가격 인상시점의 결정시기, 원단가격 인상수준, 최소가공비 수준의 산출방법, 영업실무 책임자 모임 이후 회사 내부의 가격인상 과정 등에 관한 질문에 대하여, 이 사건 공동행위는 사장단 모임에서 골판지 원단가격을 인상하자는 큰 틀의 합의가 있고 나면 영업실무책임자 모임을 통해 인상폭, 인상시기 등을 합의하고 가격인상이 합의대로 준수되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모임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을 뿐이고, 2008. 6. 23. 상생협약 이후, 상생협의체가 최종 의사결정을 하게 되었다거나 6차례의 모임을 특별히 2008. 6. 23. 상생협약을 기준으로 구분하여 진술하고 있지 않다.
(3) 아래 그래프에서 알 수 있는 이 사건 공동행위 기간 동안 이 사건 원단업체들의 원단가격 등의 변동추이 [원지가격(아래쪽 선), 원단가격(위쪽 선), 단위: 원/㎡]에 따르면, 원지가격의 인하 폭과 원단가격의 인하 폭은 거의 동일한 변화추이를 보이고 있을 뿐이고, 위와 같은 가격 인하시기에 원지가격 인하율보다 원단가격 인하율이 더 높은 현상이 보이지 않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원지가격의 인하요인이 발생한 때에는 이 사건 원단업체들이 원지가격 인하요인에 맞추어 원단가격을 자연스럽게 인하한 것으로 보이므로, 그러한 변동추이만으로 이 사건 원단업체들 사이에 실질적인 가격경쟁이 이루어져 담합이 사실상 파기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제출된 증거 및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이 시기에 이 사건 공동행위가 단절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4)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상생협약의 내용이, 이 사건 각 조합이 각 회원사들로부터 가격결정권을 위임받아 각 조합 간 협의로 최종적인 가격의 인상폭 및 인상시기를 일률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상생협약 체결 이후에도 원단가격 인상의 주체는 이 사건 원단업체들로서 이들은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각 합의에 내용에 따라 원단가격을 인상하는 등 이 사건 공동행위를 주도하여 왔고, 다만 상생협약의 취지에 따라 이 사건 공동행위 이후 사후적으로 이 사건 각 조합이 합리적인 가격 인상 수준에 관하여 협상을 하여 가이드라인에 합의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2) 1차 행위의 처분시효 도과 여부
이 사건 공동행위가 하나의 공동행위임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이와 다른 전제에서 1차 행위의 처분시효가 도과하였다는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2차 행위가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제하는 '합의'에 해당하는지 여부
갑 제12 내지 15, 18 내지 20, 23 내지 2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① 2008. 6. 23. 이 사건 각 조합이 급등하는 원지, 원단 원부자재 가격의 적정화를 통한 지함업계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상호신뢰와 상생협력을 바탕으로 3개 조합이 공존·공영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하는 상생협약을 체결한 점, ② 2011. 7. 11. 이 사건 각 조합은 골판지 원지 및 골판지 원단의 인상폭 및 인상개시일자를 정하고 서면으로 합의서를 작성한 점, ③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차례 이루어진 원지 가격인상 전에 이 사건 각 조합이 협상을 하였고, 각 조합의 입장에서 원지가격 인상폭이나 인상시기에 대한 의견을 내고 여러 차례에 걸쳐 합의를 한 점 등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 을 제20 내지 23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상생협약체결 이후 이 사건 각 조합이 각 회원사로부터 가격결정권한을 위임받아 상생협의체만이 가격결정의 주체가 되었다거나, 2차 행위 부분은 이 사건 원단업체들이 D조합에게 가격협상권한을 위임하면서 그 협상안에 관하여 내부적인 의견 조율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 2차 행위 부분을 포함한 이 사건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제하는 '합의'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1) 지함조합의 유관기관에 대한 원지가격의 안정화 등을 위한 협조 요청에 따라 유관기관의 권고로 2008. 6. 23. 이 사건 상생협약이 체결되었다. 상생협약은 '급등하는 원지, 원단 등의 가격의 적정화를 통한 지함업계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노력하여 상호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서로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을 그 목적으로 하고, '국내 골판지 연관 산업계의 원자재 수급 안정화를 위해 제지업계는 자율적으로 원지 수출을 자제하고 폐지 수출제한 제도 도입을 위해 노력할 것, 골판지 제조 업계는 원단가격 인상요인이 발생할 경우, 지함업계가 원단가격 인상분을 수요처의 납품단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유예기간을 부여하도록 노력할 것, 원지, 원단, 상자 조합은 원단 가격 변동요인이 발생할 경우 상생에 기반한 상호 소통과 고통을 분담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을 그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위와 같은 상생협약의 체결 경위, 목적, 내용을 종합하면, 이 사건 상생협약 자체에서 이 사건 각 조합 이사장이 각 소속 회사들로부터 표준가격의 결정권한을 위임받아 그 표준가격 인상에 관한 결정을 하도록 예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2) 원고들의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제지조합 사실조회회신(갑 제18호증)의 '회원사가 제지조합에게 가격결정 권한을 위임하였고, 제지조합 이사장은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다른 조합과 표준가격에 관하여 협의·결정하였다'는 취지의 기재는 이에 어긋나는 아래의 각 사정에 비추어 믿기 어렵다.
(가) D조합 전무이사 E는 2017. 3. 8. 골판지 상자 제조·판매회사들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관한 이 법원 2016누57474호 사건의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조합 이사장들에게 조합원들이 가격결정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아니다. 이사장들 스스로가 동업자로부터의 경쟁 관계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주도적으로 할 만한 입장이 아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갑 제25호증의1). E는 원단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D 조합의 전무이사이므로 이 사건 원단업체들과 이해관계를 달리한다고 할 수 없는 점, 위 진술은 법정 진술로 그 진술 내용이 전체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E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되고, 달리 그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다. E는 이후 2017. 8. 24. 원고들의 대리인 측의 질의에 대한 답변(갑 제25호증 의2)에서도 '조합이 회원사들 각각의 최종 가격을 임의로 정해 줄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기재하여 위 증언의 전반적인 취지와 동일하게 진술하였다.
(나) 이 법원 2016누68863호 사건의 각 사실조회회신(갑 제18 내지 20호증)에서 제지조합은 회원사들로부터 가격결정권한을 위임받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원지가격 협상 및 합의 권한을 회원사들로부터 비공식 내지 암묵적으로 위임받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D조합은 '조합에 가격인상 등 변경협상 권한을 소속 조합원들이 명시적으로 위임한 바는 없지만 그 동안 관행적으로 조합원들의 의사를 대변해 왔었다', 지함조합은 '조합은 조합원과 명시적으로 위임·수임행위가 없더라도 조합원을 위한 각종 행위 등을 수행함이 그 첫째의 임무이다'는 취지로 회신하였는바, 그 회신내용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각 조합이 그 회원사들로부터 가격협상권한을 위임받았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다) 전 D조합 이사장 F가 작성한 확인서(갑 제24호증)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F는 D조합의 각 회원사로부터 가격 협상에 관한 위임을 명시적으로 받은 것은 아니라고 진술하고 있다.
(3) 아래와 같은 2011. 7. 11.자 상생협력위원회 합의서의 작성경위 및 이 사건 원단업체들의 이 사건 공동행위에 따른 실행행위의 시기에 비추어 보면, 갑 제15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각 조합으로 구성된 상생협력위원회가 최종 가격결정의 주체가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원고들은 이 사건 공동행위 중 마지막인 2011. 6.경 합의는 2011. 7. 11.자 합의에 관하여 내부적으로 의견을 조율·수렴하는 과정이므로 적어도 2011. 6.경 합의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 '합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2011. 6.경 합의가 2011. 7. 11.자 합의에 관하여 내부적으로 의견을 조율·수렴하는 과정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가) D조합 사실조회회신(갑 제19호증), 전 D조합 이사장 F가 작성한 확인서(갑 제2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2011. 7. 11.자 상생협력위원회 합의서 작성 당시 지함조합 이사장이 이 사건 각 조합 모임을 주선하여 '최종 수요자인 지함업계를 대표하는 이사장으로서 위 합의서에 서명 날인을 하여주면 지함업계를 이해시키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하면서 스스로 정한 인상폭과 적용시기를 기재하여 날인하도록 요청함에 따라 나머지 조합 이사장들이 마지못해 서명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나) 위 합의서는 2011. 7. 11.에야 작성된 것이고, 그 이전에 이미 원고들을 포함한 이 사건 원단업체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2011. 6.경 영업실무 책임자 모임을 가지고 원단가격 인상에 관한 합의를 하였다. 또한, 갑 제1호증, 을 제15 내지 23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원단업체들이 이 사건 공동행위 중 마지막인 2011. 6.경 합의에 따라 대부분 2011. 7. 11. 원단가격 인상을 실시하였고, 그 전에 이미 가격인상 공문을 발송하였다.
(4) 이 사건 공동행위를 통하여 원단가격의 인상이 결정되면 개별 원단 업체들이 거래처에게 원단가격 인상 통보를 하였고, D조합이 위와 같은 통보를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5) 결국 이 사건 각 조합 사이에 이루어진 협의는 지함조합의 문제제기에 대하여 상생협약의 취지에 따라 원만하게 거래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고충을 토로하는 등의 완충 역할을 수행한 것에 불과하고, 위 각 조합 이사장들이 조합 회원사들로부터 가격협상권한을 위임 받아 각 조합원들에게 구속력 있는 가격을 임의로 결정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이 사건 공동행위의 부당성 인정 여부
(1) 관련 법리
공동행위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이 정하고 있는 '경쟁제한성'을 가지는지 여부는 당해 상품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선택 기준, 당해 행위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당해 공동행위로 일정한 거래분야에서의 경쟁이 감소하여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특히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가격을 결정하거나 변경하는 행위는 그 범위 내에서 가격경쟁을 감소시킴으로써 그들의 의사에 따라 어느 정도 자유로이 가격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상태를 초래하게 되므로, 그와 같은 사업자들의 공동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당하다고 볼 수밖에 없고(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3두9251 판결,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두21058 판결 등 참조), 그 공동행위가 법령에 근거한 정부기관의 행정지도에 따라 적합하게 이루어진 경우라든지 또는 경제 전반의 효율성 증대로 인하여 친경쟁적 효과가 매우 큰 경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해당 공동행위의 부당성이 부정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9. 7. 9. 선고 2007두26117 판결 참조).
(2)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공동행위는 골판지 원단 제조·판매 시장에서 영향력이 상당한 이 사건 원단업체들이 원단가격의 인상폭, 원단가격의 구성요소인 원지가격, 가공비의 하한선 및 거래처 등급별 가공비를 합의하여 결정한 것으로서, 경쟁의 핵심적 요소인 가격에 대하여 관련 사업자들이 상호 조정하여 경쟁을 회피하는 행위로서 경쟁제한적 효과가 명백하고 직접적이며, 원단업체간 경쟁을 감소시키거나 소멸시켜 골판지 원단시장에서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로 그 부당성이 인정되는 점, ② 이 사건 상생협약은 급등하는 원지, 원단 원부자재 가격 적정화를 통한 지함업계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이 사건 각 조합이 상호신뢰와 상생협력을 바탕으로 공존·공영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체결한 협약으로서, 그 주요 내용은 '골판지 연관 산업계의 건전한 시장질서 유지 및 공정거래 풍토조성을 위한 역할에 충실', '원자재 수급 안정화를 위한 원지 수출 자제, 폐지 수출제한 제도 도입', '원지가격 인상 시 충분한 유예기간 설정하도록 노력', '원지, 원단 가격 변동 시 상호 소통과 고통 분담'이므로, 이 사건 상생협약이 법령에 근거한 정부기관의 행정지도에 해당한다거나 이 사건 공동행위가 그러한 행정지도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는 없는 점, ③ 공정거래법 제19조 제2항 제6호는 "부당한 공동행위가 중소기업의 경쟁력향상을 위하여 행하여지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인가를 받은 경우,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28조는 제3호는 "법 제19조 제2항 제6호의 규정에 의한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공동행위의 인가는 당해 공동행위가 '공동행위외의 방법으로는 대기업과의 효율적인 경쟁이나 대기업에 대항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법령의 내용을 종합하면,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의 예외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피고의 인가가 있어야 하는바, 원고들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들이 이 사건 공동행위에 대하여 피고의 인가를 받은 사실이 없는 이상,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28조 제3호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만으로, 부당한 공동행위 금지 규정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점, ④ 또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동행위가, 경쟁 제한 효과가 없거나 효율성 증대 효과가 경쟁 제한 효과보다 크다고 볼 수도 없어, 공동행위 인가의 실질적 요건을 갖춘 것으로도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동행위는 공동으로 가격 인상을 합의함으로써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4)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가) 관련 법리
공정거래법 제6조, 제17조, 제22조, 제24조의2, 제28조, 제31조의2, 제34조의2 등 각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것인지와 만일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공정거래법과 같은 법 시행령이 정하고 있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과징금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얼마로 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재량을 가지고 있으므로, 피고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처분은 재량행위이고, 다만 이러한 재량을 행사함에 있어 과징금 부과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오하였거나, 비례·평등의 원칙을 위반하는 등의 사유가 있다면 이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서 위법하다(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0두6121 판결 참조).
나)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본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들의 담합기간 동안과 비담합기간 동안에 원재료의 가격 변동 추이가 다르므로 담합기간 동안과 비담합기간 동안의 마진율을 기계적으로 비교하여 부당이득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점, ② 피고는 원지의 가격이 원단 가격의 70% 정도로 높은 수준이고, 원지가격이 인상되어 원단가격 인상요인이 있었으며, 원단가격 인상 후에도 수요자의 협의 등을 통해 다시 인하되는 등 담합 가격이 다소 유동적으로 형성되어 부당이득 수준이 제한적이었음을 이유로 이미 20% 감경을 적용한 점, ③ 피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가 느슨한 담합이었고 합의 실행을 위한 이행확보 수단이 없었던 것 등을 고려하여 가장 낮은 수준의 부과기준율 3%를 적용하였던 점 등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한 원고들의 부당이득의 정도나 감시, 제재 수단이 없었음을 충분히 고려하여 이 사건 과징금을 산정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동원
판사 김진석
판사 이인석
주석
1) 골판지 제조업계에서는 일관업체인 태림포장 계열, 신대양 계열, 아세아 계열, 삼보판지 계열 회사와 한국수출포장공업을 '5대 메이저업체'로 부르고 있다.
2) 원단 판매시장의 정확한 규모를 산출하기는 어려우나, 원단·상자를 모두 생산하는 업체들의 원단 판매비율이 약 40% 정도임을 감안하면, 2014년 기준 원단 판매시장의 규모는 1조 4,000억 원(= 원단 생산규모 약 3조 5,000억 원×40%)으로 추산된다.
3) 영업실무 책임자 모임에 참석하지 않은 회사들은 위 모임에 참석한 자신의 계열사 등을 통해 논의·합의된 내용을 전달받았다.
4) 가공비는 원단 평균판매가격에서 '원지가격×로스율'을 빼서 산출한 것으로 원지가격이 인상되는 시점에 원단가격이 바로 인상되지 않는 경우 등에서 일부 업체의 가공비가 대폭 낮아지는 경우가 있다.
5) 피고의 2016. 4. 25.자 의결 제2016-115호 '12개 골판지 이면지·골심지 원지 제조·판매 사업자의 원지 판매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 및 6개 골판지 표면지 원지 제조·판매 사업자의 원지 판매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에서 해당 공동행위에 대한 직권조사일(2012. 3. 22.)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