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혈액제제 제조업체에게 필요한 최선의 조치를 다하여 혈액제제를 통한 감염의 위험을 제거할 고도의 주의의무가 있는지 여부(적극) 및 그 구체적 내용 / 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 / 혈액제제 제조업체가 문진 등을 통하여 C형 간염 바이러스 등의 감염 위험이 높은 자로부터 혈액이 제공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이행하였는지에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
[2] 제조업자 등에게 제조물의 표시상의 결함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및 결함이 존재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3] 노동능력상실률을 결정하는 기준
[4]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제약회사를 상대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제제를 통하여 감염되었다는 것을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으로 주장하는 경우, 혈액제제의 결함 또는 제약회사의 과실과 피해자의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기 위한 증명책임의 정도 및 혈액제제가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 단순히 피해자가 감염추정기간 동안 다른 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를 투여받았거나 수혈을 받은 사정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인과관계의 추정이 번복되는지 여부(소극) 및 이는 피해자가 감염추정기간 동안 투여받은 다른 혈액제제가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거나 투여받은 기간이 더 길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5] 감염의 잠복기가 길거나, 감염 당시에는 장차 병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의 의미
[6] 불법행위로 입은 비재산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의 산정에 관하여 사실심법원이 갖는 재량의 한계
판결요지
[1] 혈액제제는 혈액을 원료로 하여 제조한 의약품으로서 특정한 질병 등을 치료하는 데 효용성이 큰 반면에 혈액제제를 통한 바이러스 등 감염의 위험 또한 존재한다. 혈액제제 제조업체가 자신의 혈액원 등을 통하여 공혈자(공혈자)의 혈액을 채혈·조작·보존하여 혈액제제에 필요한 혈액을 확보·충당하는 업무는 성질상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것으로서, 만일 그 업무가 적정하게 수행되지 못할 경우에는 혈액제제 이용자 등의 생명·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국민 보건에 광범위하고도 중대한 위해를 가하게 된다. 따라서 혈액제제 제조업체로서는 혈액제제의 제조를 위해 순결한 혈액을 확보하여 보존함은 물론이고 필요한 최선의 조치를 다하여 제조된 혈액제제를 통한 감염의 위험을 제거할 고도의 주의의무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주의의무의 구체적 내용은 혈액을 채혈하는 당시의 의학기술 수준에 맞추어 바이러스 등 감염 여부를 검사하여 불순한 혈액을 제거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문진 등을 통하여 C형 간염 바이러스(HCV, Hepatitis C Virus, 이하 ‘HCV’라고 한다) 등의 감염 위험군으로부터 혈액이 제공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고, 이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문제로 된 행위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그 행위로부터 생기는 결과 발생의 가능성의 정도, 피침해법익의 중대성, 결과회피의무를 부담함에 의해서 희생되는 이익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혈액제제 제조업체가 자체 혈액원 등을 통하여 혈액제제에 필요한 혈액을 충당하는 과정에서 문진 등을 통하여 HCV 등의 감염 위험이 높은 자로부터 혈액이 제공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이행하였는지에 대한 증명책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혈액제제 제조업체가 부담한다.
[2] 제조업자 등이 합리적인 설명·지시·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해당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와 같은 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고,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3] 노동능력상실률은 궁극적으로는 법관이 피해자의 연령, 교육 정도, 노동의 성질과 신체기능 장애 정도, 기타 사회적·경제적 조건 등을 모두 참작하여 경험칙에 비추어 규범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4] 의약품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의약품의 결함 또는 제약회사의 과실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의약품 제조과정은 대개 제약회사 내부자만이 알 수 있고, 의약품의 제조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일반인들이 의약품의 결함이나 제약회사의 과실을 완벽하게 증명한다는 것은 극히 어렵다. 따라서 환자인 피해자가 제약회사를 상대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제제를 통하여 감염되었다는 것을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으로 주장하는 경우, 제약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를 투여받기 전에는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없었고,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후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되었으며, 혈액제제가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제약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의 결함 또는 제약회사의 과실과 피해자의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부합한다. 여기서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은, 자연과학적으로 명확한 증명이 없더라도 혈액제제의 사용과 감염의 시간적 근접성, 통계적 관련성, 혈액제제의 제조공정, 해당 바이러스 감염의 의학적 특성, 원료 혈액에 대한 바이러스 진단방법의 정확성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다.
한편 제약회사는 자신이 제조한 혈액제제에 아무런 결함이 없다는 등 피해자의 감염원인이 자신이 제조한 혈액제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여 추정을 번복시킬 수 있으나, 단순히 피해자가 감염추정기간 동안 다른 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를 투여받았거나 수혈을 받은 사정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추정이 번복되지 않는다. 이는 피해자가 감염추정기간 동안 투여받은 다른 혈액제제가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거나 투여받은 기간이 더 길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5]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에서 민법 제766조 제2항 에 의한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이란 가해행위가 있었던 날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손해의 결과가 발생한 날을 의미한다. 그런데 감염의 잠복기가 길거나, 감염 당시에는 장차 병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을 일률적으로 감염일로 보게 되면, 피해자는 감염일 당시에는 장래의 손해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여 청구하지 못하고, 장래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청구하지 못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에는 감염 자체로 인한 손해 외에 증상의 발현 또는 병의 진행으로 인한 손해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손해는 증상이 발현되거나, 병이 진행된 시점에 현실적으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6] 불법행위로 입은 비재산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는 사실심법원이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이를 확정할 수 있다. 법원은 위자료 액수 결정의 근거가 되는 여러 사정을 판결 이유 중에 빠짐없이 명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나, 이것이 위자료의 산정에 법관의 자의가 허용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위자료의 산정에도 시대와 일반적인 법감정에 부합될 수 있는 액수가 산정되어야 한다는 한계가 당연히 존재하므로, 한계를 넘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이념과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위자료를 산정하는 것은 사실심법원이 갖는 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 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750조 , 민사소송법 제288조 [2] 제조물 책임법 제2조 제2호 (다)목 , 제3조 , 민법 제750조 [3] 민법 제393조 , 제763조 [4] 민법 제750조 , 민사소송법 제288조 [5] 민법 제766조 제2항 [6] 민법 제393조 , 제751조 , 제76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8. 2. 13. 선고 96다7854 판결 (공1998상, 702) [2]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2다17333 판결 (공2003하, 2012)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다52287 판결 (공2008상, 444)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다22092 판결 (공2014상, 1004) [3] 대법원 1998. 4. 24. 선고 97다58491 판결 (공1998상, 1465) [4][5]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8다16776 판결 (공2011하, 2197) [6]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공2013하, 1077)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별지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변호사 우굉필)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외 6인)
피고, 피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1. 원심판결의,
가. 원고 4, 원고 6, 원고 8, 원고 11, 원고 13, 원고 19, 원고 20, 원고 22, 원고 27, 원고 28, 원고 29, 원고 33, 원고 35, 원고 38, 원고 40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에 대한 부분 중 소 각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나. 원고 7, 원고 25, 원고 41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에 대한 부분,
다. 원고 2, 원고 3, 원고 5, 원고 23, 원고 39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에 대한 패소 부분 중 소 각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소극적 손해배상 및 그 지연손해금 청구 부분,
라. 원고 14, 원고 32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에 대한 패소 부분 중 소극적 손해배상 및 그 지연손해금 청구 부분,
마.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의 원고 2, 원고 3, 원고 5, 원고 15, 원고 23, 원고 26, 원고 31, 원고 32, 원고 36, 원고 39, 원고 44에 대한 패소 부분 중 위자료 및 그 지연손해금 청구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2. 가. 원고 1, 원고 9, 원고 10, 원고 12, 원고 16, 원고 17, 원고 18, 원고 24, 원고 30, 원고 34, 원고 37, 원고 42, 원고 43의 피고들에 대한 각 상고,
나. 원고 2, 원고 3, 원고 4, 원고 5, 원고 6, 원고 8, 원고 11, 원고 13, 원고 14, 원고 19, 원고 20, 원고 22, 원고 23, 원고 27, 원고 28, 원고 29, 원고 32, 원고 33, 원고 35, 원고 38, 원고 39, 원고 40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에 대한 각 나머지 상고,
다. 원고 4, 원고 6, 원고 7, 원고 8, 원고 11, 원고 13, 원고 19, 원고 20, 원고 22, 원고 25, 원고 27, 원고 28, 원고 29, 원고 33, 원고 35, 원고 38, 원고 40, 원고 41의 피고 대한적십자사,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각 상고,
라.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의 원고 2, 원고 3, 원고 5, 원고 15, 원고 23, 원고 26, 원고 31, 원고 32, 원고 36, 원고 39, 원고 44에 대한 각 나머지 상고,
마.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의 원고 14에 대한 상고,
바. 피고 대한적십자사의 상고를 각 기각한다.
3. 상고비용 중,
가. 원고 1, 원고 9, 원고 10, 원고 12, 원고 16, 원고 17, 원고 18, 원고 24, 원고 30, 원고 34, 원고 37, 원고 42, 원고 43과 피고들 사이에 생긴 부분은 위 원고들이,
나. 원고 4, 원고 6, 원고 7, 원고 8, 원고 11, 원고 13, 원고 19, 원고 20, 원고 22, 원고 25, 원고 27, 원고 28, 원고 29, 원고 33, 원고 35, 원고 38, 원고 40, 원고 41과 피고 대한적십자사, 피고 대한민국 사이에 생긴 부분은 위 원고들이,
다. 원고 21과 피고 대한적십자사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 대한적십자사가 각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보충상고이유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고 1, 원고 9, 원고 12, 원고 17, 원고 18, 원고 24, 원고 30, 원고 34, 원고 42, 원고 43(이하 ‘원고 1 등 10인’이라 한다)의 상고에 대하여
원고 1 등 10인은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고 상고장에도 아무런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다.
2. 원고 1 등 10인을 제외한 나머지 상고한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1) 제조물 결함 및 혈액을 제공하는 공혈자(공혈자) 선별 주의의무에 관하여
(가)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① 혈우병(hemophilia)이란 선천성·유전성으로 혈액응고인자가 결핍되어 자발적 또는 경미한 외상에 의해서도 쉽게 출혈하고 출혈 후 지혈이 잘 되지 않는 질환을 의미하는데, 혈액에 있는 13종의 응고인자 중 제8인자가 결핍되거나 부족한 질환을 A형 혈우병, 제9인자가 결핍되거나 부족한 질환을 B형 혈우병이라고 한다. 혈우병에 대한 치료방법으로는 종래 혈장수혈법이 이용되어 왔으나, 1965년경 혈장으로부터 혈액응고인자를 분리하는 방법이 발견된 이후로는 혈장으로부터 분리한 혈액응고인자가 농축된 제제를 투여하는 방법이 주로 이용되고 있다.
② 원고 4, 원고 10, 원고 11, 원고 20, 원고 29, 원고 33, 원고 40은 B형 혈우병을 앓아왔고, 나머지 원고들은 A형 혈우병을 앓아왔다.
③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당초 상호가 주식회사 녹십자였으나 2004. 9. 3. 현재와 같이 상호를 변경하였다. 이하 ‘피고 녹십자’라고 한다)는 1974년 냉동 건조 혈장인 AHF(Anti-Hemophilic Factor)를 생산하기 시작한 이래 1989년경 제9인자 농축제로서 B형 혈우병 치료제인 훽나인(Facnyne)과 제8인자 농축제로서 A형 혈우병 치료제인 옥타비[Octa-Vi, 1994년경 제품명을 그린에이트(GreenEight)로 변경하였다]를 생산하여 공급하기 시작하였다(이하 위 각 혈액제제를 통틀어 부를 때에는 ‘이 사건 혈액제제’라고 한다).
④ 피고 녹십자는 최초 AHF를 생산할 당시에는 그 생산공정상 열처리나 정제 등 바이러스를 불활성화하는 공정을 채택하지 않았으나 1987. 10.경 63℃로 72시간 동안 열처리하는 공정을 도입하였고(그 공정을 거쳐 생산된 제품을 AHF-HT라고 부르기도 한다), 1989. 6.경 유기용매와 세척제를 이용하여 화학적으로 바이러스를 불활성화하는 TNBP(tri-N-butyphosphate) 공법을 도입하여 옥타비, 훽나인의 생산에 적용하였으며, 2000. 7.경에는 침전된 혈액응고인자를 냉침전법으로 1차 정제하고 유기용매인 TNBP와 세정제인 Octoxynol 9로 화학처리한 후 다시 면역친화성 크로마토그래피법으로 2차 정제하는 방법을 도입하였다.
⑤ 피고 녹십자는 이 사건 혈액제제를 생산하기 위한 재료가 되는 혈액 중 일부는 피고 대한적십자사(이하 ‘피고 적십자’라고 한다)로부터 공급받았고, 나머지는 자체의 혈액원을 통하여 충당하거나 수입하였으며, 1985년부터 1990년까지는 공혈자로부터 매수한 혈액을 원료로 이 사건 혈액제제를 제조하다가 1991년부터는 수입혈장도 사용하여 이 사건 혈액제제를 생산하였다.
⑥ 19세기 이래 간염에는 전염성 간염과 혈청 간염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20세기에 들어와 전자를 A형 간염, 후자를 B형 간염이라고 불렀는데, 1965년경 B형 간염 바이러스가 규명된 이후인 1975년경에는 A형도 아니고 B형도 아닌 바이러스(non A non B, NANB)도 존재하고 그 감염경로가 혈액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1988년경 클론 항체를 추출하여 C형 간염 바이러스(HCV, Hepatitis C Virus, 이하 ‘HCV’라고 한다)의 유전학적 구조가 규명되었고, 1989년경 HCV 항원에 대한 항체진단법이 개발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91. 5.경부터 모든 헌혈혈액에 대하여 anti-HCV 검사(HCV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법)를 실시하기 시작하였다.
⑦ 1978년경 매혈(매혈)에 의한 혈액사용이 A형도 아니고 B형도 아닌 바이러스 감염의 가장 중요한 위험요소라는 논문이 발표된 바 있고, 1992년경 매혈자의 HCV 양성률이 31.0%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발표되었다.
⑧ 원고들(다만 원고 21 제외)은 원심판결문 별지 3 ‘원고들의 감염 관련 내용’ 표의 ‘감염발견일’란 해당 날짜에 HCV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그 감염발견일 이전부터 피고 녹십자가 제조한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았다.
(나)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을 토대로, ① 원고 8, 원고 11, 원고 13, 원고 19, 원고 25, 원고 27, 원고 28, 원고 35, 원고 41은 1991. 4.경까지 HCV에 감염된 사람들인데, 1991. 5.경 전에 피고 녹십자가 제조하여 유통시킨 이 사건 혈액제제는 우리나라에서 HCV에 관한 진단방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기 전에 유통된 것으로서 그 유통 당시에는 HCV의 감염 여부를 진단할 기술을 갖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를 진단하지 못한 채 유통시키게 된 것이므로 이를 두고 이 사건 혈액제제에 결함이 있다고 할 수 없고, ② 한편 피고 녹십자가 매수한 혈액을 이 사건 혈액제제의 원료로 사용한 1985년부터 1990년까지의 기간에는 HCV의 유전학적 구조가 밝혀지지 아니하여 이를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고 그 전염경로도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이런 상황에서 당시의 기술수준으로 피고 녹십자가 적절한 문진사항을 마련하여 매혈자에 대한 문진만으로 HCV 감염 혈액을 충분히 배제해 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피고 녹십자가 매혈자에 대하여 문진을 행하지 아니한 것이 위 원고들의 감염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
혈액제제는 혈액을 원료로 하여 제조한 의약품으로서 특정한 질병 등을 치료하는 데 그 효용성이 큰 반면에 혈액제제를 통한 바이러스 등 감염의 위험 또한 존재한다. 혈액제제 제조업체가 자신의 혈액원 등을 통하여 공혈자의 혈액을 채혈·조작·보존하여 혈액제제에 필요한 혈액을 확보·충당하는 업무는 성질상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것으로서, 만일 그 업무가 적정하게 수행되지 못할 경우에는 혈액제제 이용자 등의 생명·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국민 보건에 광범위하고도 중대한 위해를 가하게 된다. 따라서 혈액제제 제조업체로서는 혈액제제의 제조를 위해 순결한 혈액을 확보하여 보존함은 물론이고 필요한 최선의 조치를 다하여 제조된 혈액제제를 통한 감염의 위험을 제거할 고도의 주의의무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주의의무의 구체적 내용은 혈액을 채혈하는 당시의 의학기술 수준에 맞추어 바이러스 등 감염 여부를 검사하여 불순한 혈액을 제거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문진 등을 통하여 HCV 등의 감염 위험군으로부터 혈액이 제공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고, 이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문제로 된 행위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그 행위로부터 생기는 결과 발생의 가능성의 정도, 피침해법익의 중대성, 결과회피의무를 부담함에 의해서 희생되는 이익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98. 2. 13. 선고 96다7854 판결 참조). 그리고 혈액제제 제조업체가 자체 혈액원 등을 통하여 혈액제제에 필요한 혈액을 충당하는 과정에서 문진 등을 통하여 HCV 등의 감염 위험이 높은 자로부터 혈액이 제공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이행하였는지에 대한 증명책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혈액제제 제조업체가 부담한다.
앞에서 본 사실관계를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비록 피고 녹십자가 공혈자로부터 매수한 혈장을 이 사건 혈액제제의 원료로 사용한 1985년부터 1990년까지의 기간에는 우리나라에서 HCV에 관한 진단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① HCV 감염자로부터 매수한 혈액으로 만든 혈액제제를 투약받음으로 인해 혈우병 환자들이 HCV에 감염되는 중대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음은 분명한 데다가, ② 1975년경 이미 A형도 아니고 B형도 아닌 바이러스가 존재하고 그 감염경로가 혈액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고, ③ 1978년경에는 매혈에 의한 혈액사용이 A형도 아니고 B형도 아닌 바이러스 감염의 가장 중요한 위험요소라는 논문도 발표된 바 있으며, ④ 1992년경 매혈자의 HCV 양성률이 31.0%에 이른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기까지 하였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혈액제제 제조업체인 피고 녹십자로서는 위 원고들에게 투여·수혈된 이 사건 혈액제제에 필요한 혈액을 제공받을 당시에도 공혈자가 HCV에 감염되어 있을 위험이 높은 자인지를 판별하여 그러한 자로부터는 혈액을 공급받지 않거나 또는 그 스스로 혈액제공을 포기하도록 유도하기 위하여, 혈액을 제공하려는 자에게 그의 직업 등을 확인함은 물론, 황달, 피로감, 식욕저하 등 HCV 감염과 관련한 증상이 있는지를 비롯한 건강 상태와 평소 술을 많이 마시거나 종전에 마약을 투여한 적이 있는지와 같은 생활관계 등도 함께 조사하면서 필요한 설명과 문진을 함으로써 HCV 등의 감염 위험이 높은 자로부터 혈액이 제공되지 않도록 조치하는 등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공혈자 선정절차 등을 통하여 이 사건 혈액제제의 원료인 혈장이 HCV에 오염되는 것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하더라도, 이 사건 혈액제제의 HCV 감염력을 낮출 수 있다면, 공혈자에 대한 문진 등을 이행하지 않은 것과 혈액제제를 투약한 혈우병환자들의 감염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고 녹십자가 위 원고들에게 투여된 이 사건 혈액제제에 필요한 혈액을 제공받을 당시에 자체 혈액원 등을 통하여 이 사건 혈액제제에 필요한 혈액을 충당하는 과정에서 문진 등을 통하여 HCV의 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으로부터 혈액이 제공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 등을 이행하였다면 이 사건 혈액제제의 HCV 감염력을 낮출 수 있었는지와 피고 녹십자가 위와 같은 조치 등을 이행하였는지에 관하여 심리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와 같은 점에 대한 심리 없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 녹십자가 매혈자에게 문진을 행하지 아니한 것이 HCV 감염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단정하여, 원고 8, 원고 11, 원고 13, 원고 19, 원고 25, 원고 27, 원고 28, 원고 35, 원고 41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청구를 기각(원고 25, 원고 41을 제외한 나머지 위 원고들에 대한 소 각하 부분은 제외)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혈액제제 제조과정에서 공혈자 선별을 통한 안전한 혈액 확보에 관한 주의의무 및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대안검사 미시행 과실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우리나라에서 헌혈 혈액에 대한 ALT 검사(간세포가 손상을 받는 경우에 혈중 수치가 증가하는 ALT 효소의 수치를 측정하여 간염을 측정하는 검사법)는 1987년부터 실시되었는데, 이는 미국 FDA가 ALT 검사의 시행을 권고한 날부터 불과 1년 정도 지난 후이므로 이를 두고 위 검사가 지연되어 시행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anti-HBc 검사(B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법)의 경우에도 우리나라는 anti-HBc의 양성률이 40% 내지 50%에 달하여 양성혈액을 모두 폐기할 경우 혈액수급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러한 대안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것을 두고 과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따라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지시·경고의무 위반에 관하여
(가) 피고 녹십자 및 피고 대한민국에 대하여
제조업자 등이 합리적인 설명·지시·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해당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와 같은 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고,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다52287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AHF의 첨부문서에 ‘본 제품은 열처리과정을 거쳐 간염, AIDS 등의 감염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시킨 혈우병 치료제’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그 ‘부작용 금기 및 주의사항’란에는 ‘혈청 간염 등의 간장애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충분히 관찰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고, 훽나인의 첨부문서 ‘기본정보’란에는 ‘B형 간염, C형 간염 및 AIDS 등의 전파위험이 없다’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그 ‘상세정보’란에는 ‘비A형, 비B형 간염 등의 감염증의 위험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으므로 관찰을 충분히 하고 간장애가 나타나는 경우에는 적절한 처치를 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한편 이 사건 혈액제제는 주사를 통해 약을 신체에 주입하는 주사제인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① 이 사건 혈액제제의 첨부문서의 서두 부분에 이 사건 혈액제제에는 감염의 위험이 없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으나, 같은 첨부문서의 부작용란 등에 명백히 ‘혈청 간염’의 위험이 기재되어 있는데 혈청 간염에 HCV도 포함되고, 훽나인의 경우에도 상세정보란에 ‘비A형, 비B형 간염’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는 점, 이 사건 혈액제제는 주사제로 그 주된 사용자가 혈우병의 치료를 수행하는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는 의사인 것으로 보이는 점, 혈우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위 첨부문서의 내용을 일람하였을 경우에는 충분히 HCV 감염의 위험을 인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혈우병 환자의 출혈이 심한 상황에서 이 사건 혈액제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혈우병 환자의 생명·신체에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어 그러한 환자로서는 이 사건 혈액제제의 사용을 회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 녹십자가 AHF 및 훽나인의 첨부문서에 그 부작용에 관한 정보를 적절하게 기재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② 또한 피고 대한민국이 위 약품들에 대하여 적절한 지시·경고의무가 수행되도록 관리·감독할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피고 녹십자가 위 약품들에 대하여 지시·경고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피고 대한민국이 위 약품들에 대하여 적절한 지시·경고의무가 수행되도록 관리·감독할 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지시·경고의무 및 손해배상책임에서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피고 적십자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피고 적십자가 생산하는 혈액, 신선동결혈장, 냉동침전제 등은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의사들에게 공급되는 것인데, 의사들이 위 제품들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므로, 피고 적십자가 위 의사들에게 지시·경고를 하여야 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지시·경고의무 및 손해배상책임에서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은, ① 원고 14는 피고 녹십자를 상대로, 위 원고가 투여받은 훽나인이 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이하 ‘HIV’라고 한다)에 오염되어 있었기 때문에 위 원고가 HIV에 감염되었다고 주장하면서 2003. 2. 28. 서울동부지방법원 2003가합1999호 로 위자료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이하 ‘선행소송’이라고 한다), 그 선행소송이 이 사건 원심 변론종결 당시 서울고등법원에 계속 중이었던 점, ② 선행소송과 위 원고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이 사건 소는 당사자가 동일하고 모두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인데, 위 원고의 HIV 감염의 원인이 되었다는 훽나인의 투여 내용과 이 사건에서 HCV 감염의 원인이 되었다는 훽나인의 투여 내용이 상당부분 중첩되어 있어 결국 불법행위의 내용도 동일하다고 볼 것인 점 등을 이유로, 선행사건이 제기된 후인 2004. 7. 30. 제기된 위 원고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이 사건 소 중 위자료를 구하는 부분은 선행소송의 해당 부분과 중복소송에 해당하여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에 따라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중복소송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다.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1)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 10, 원고 16, 원고 37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한 후, 피고 녹십자가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한국혈우재단(이하 ‘한국혈우재단’이라 한다)이 HCV 감염 환자들에게 치료비를 지원하였으나, 한국혈우재단은 피고 녹십자와 별개의 법인으로서 한국혈우재단의 지원을 피고 녹십자의 위 원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채무의 변제로 볼 수 없다고 보아, 위 원고들의 소멸시효 중단 또는 소멸시효완성 후 시효이익 포기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또한 원심은, 피고 녹십자가 이 사건 혈액제제로 혈우병 환자들의 HCV 감염이 발생하였다는 내용의 서신을 발송한 대한혈우재활협회 상임이사를 고소하였다거나, 위 원고들의 HCV 감염경로에 관한 임상의학적, 병리학적 연구결과나 역학조사결과가 없어 위 원고들이 인과관계에 관하여 적절한 주장·증명을 할 수 없었다거나, 피고 녹십자는 이 사건 혈액제제의 문제점에 관한 학자들이나 언론의 언급을 원천봉쇄하려는 태도를 보였다거나, 위 원고들이 한국혈우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어 위 손해에 관한 권리행사를 하기 곤란하였다거나, 위 원고들과 피고 녹십자는 소송수행능력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피고 녹십자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따라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모두 정당하다. 거기에 소멸시효 중단 및 소멸시효완성 후 시효이익 포기, 소멸시효 항변의 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한편 위 원고들은 피고 적십자, 피고 대한민국을 상대로도 상고하였으나, 상고장과 상고이유서에 위 피고들에 관한 상고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하였다.
라.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1) 노동능력상실률은 궁극적으로는 법관이 피해자의 연령, 교육 정도, 노동의 성질과 신체기능 장애 정도, 기타 사회적·경제적 조건 등을 모두 참작하여 경험칙에 비추어 규범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 대법원 1998. 4. 24. 선고 97다58491 판결 참조).
(2) 원심은, 원심 신체감정의의 노동능력상실률의 평가는 감정의의 자의가 배제된 합리적이고 객관성이 있는 자료라고 보기 어렵고, 맥브라이드표나 미국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 A.M.A.)표(이하 ‘A.M.A.표’라 한다) 또는 국가배상법 시행령 별표의 노동능력상실률표에는 간염으로 인한 노동능력상실률을 평가한 항목이 없으며, 이에 유추하여 적용할 항목도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 2, 원고 3, 원고 5, 원고 14, 원고 23, 원고 32, 원고 39 등이 HCV 감염으로 인한 현증상에 기하여 노동능력을 상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
원심은 A.M.A.표 등에 간염으로 인한 노동능력상실률을 평가한 항목이 없더라도 바이러스로 인한 간질환과 간손상에 기인한 장애와 관련한 항목이 존재하는지 면밀히 심리해 보고, 만약 존재한다면 이를 토대로 필요한 감정을 거친 후 각종 노동능력상실률표와 피해자의 연령, 교육 정도, 노동의 성질 기타 사회적·경제적 조건을 모두 참작하여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이고 객관성 있게 그 노동능력상실률을 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와 같은 점을 면밀히 심리하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HCV 감염으로 인하여 노동능력을 상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단정하여, 원고 2, 원고 3, 원고 5, 원고 14, 원고 23, 원고 32, 원고 39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소극적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원고 14, 원고 32를 제외한 나머지 위 원고들에 대한 소 각하 부분은 제외)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노동능력상실률의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마. 상고이유 제5점에 대하여
원고 2, 원고 5, 원고 14, 원고 23, 원고 32, 원고 39는 원심판결 중 위 원고들의 피고 적십자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부분을 다투는 상고이유를 제출하고 있으나, 위 원고들이 피고 적십자를 상대로 상고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부분 상고이유는 살피지 아니한다.
바. 상고이유 제6점에 대하여
(1) 의약품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의약품의 결함 또는 제약회사의 과실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의약품 제조과정은 대개 제약회사 내부자만이 알 수 있고, 의약품의 제조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일반인들이 의약품의 결함이나 제약회사의 과실을 완벽하게 증명한다는 것은 극히 어렵다. 따라서 환자인 피해자가 제약회사를 상대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제제를 통하여 감염되었다는 것을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으로 주장하는 경우, 제약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를 투여받기 전에는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없었고, 그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후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되었으며, 그 혈액제제가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제약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의 결함 또는 제약회사의 과실과 피해자의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부합한다. 여기서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은, 자연과학적으로 명확한 증명이 없더라도 혈액제제의 사용과 감염의 시간적 근접성, 통계적 관련성, 혈액제제의 제조공정, 해당 바이러스 감염의 의학적 특성, 원료 혈액에 대한 바이러스 진단방법의 정확성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다.
한편 제약회사는 자신이 제조한 혈액제제에 아무런 결함이 없다는 등 피해자의 감염원인이 자신이 제조한 혈액제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여 추정을 번복시킬 수 있으나, 단순히 피해자가 감염추정기간 동안 다른 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를 투여받았거나 수혈을 받은 사정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추정이 번복되지 않는다 (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8다16776 판결 참조). 이는 피해자가 감염추정기간 동안 투여받은 다른 혈액제제가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거나 투여받은 기간이 더 길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 4, 원고 6, 원고 7, 원고 20, 원고 22, 원고 29, 원고 33, 원고 38, 원고 40은 1991. 5.경 이후에 제조된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았을 뿐만 아니라, TNBP 공법이 적용되기 시작한 1989. 6.경 전에 제조된 혈액제제도 투여받았는데, TNBP 공법이 적용되기 전에 제조되어 1991. 5.경 이후에 제조된 이 사건 혈액제제보다 수십 배 높은 감염가능성을 가지고 있던 혈액제제를 더 장기간 투여받음으로써 HCV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커 보이므로, 이로써 1991. 5.경 이후에 제조된 이 사건 혈액제제의 결함과 위 원고들의 HCV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 추정은 번복되었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
앞서 본 법리에 따라 기록을 살펴보면, 위 원고들에게 1991. 5.경 전에 HCV에 감염되었다고 의심할 만한 증상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반면, 위 원고들이 1991. 5.경 이후 제조된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았고, 그 이후에 HCV에 감염되었음이 밝혀졌으므로, 원심판단과 같이 1991. 5.경 이후에 제조된 이 사건 혈액제제의 결함과 위 원고들의 HCV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는 추정된다. 위 원고들이 단순히 TNBP 공법이 적용되기 이전에 제조되어 그 공법을 적용하여 1991. 5.경 이후에 제조된 이 사건 혈액제제보다 수십 배 높은 감염가능성을 가지고 있던 혈액제제를 더 장기간 투여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위와 같은 인과관계의 추정이 번복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원심은 1991. 5.경 이후에 제조된 이 사건 혈액제제의 결함과 HCV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 추정이 번복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 4, 원고 6, 원고 7, 원고 20, 원고 22, 원고 29, 원고 33, 원고 38, 원고 40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청구를 기각(원고 7을 제외한 나머지 위 원고들에 대한 소 각하 부분은 제외)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인과관계 추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한편 위 원고들은 피고 적십자, 피고 대한민국을 상대로도 상고하였으나, 위 피고들에 대하여는 상고이유서에 위 판단과 달리 인과관계 추정이 번복되는 경우를 전제로 한 상고이유만을 기재하였을 뿐, 상고장과 상고이유서에 그 외 상고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하였다.
3. 피고 녹십자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제조물 책임법 관련 주장에 관하여
제조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전제로 하지 않는 엄격책임으로서의 제조물책임은 2000. 1. 12. 법률 제6109호로 제정된 제조물 책임법에서 새로이 도입되었고 그 부칙 규정에 따라 2002. 7. 1. 이후 공급된 제조물에 대하여 적용되므로, 이 사건 혈액제제에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
그런데 원심에서 판단한 의약품의 결함으로 인한 책임이란 모두 제조자의 기대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책임의 일환이라고 할 것이므로(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2다17333 판결 참조), 원심판단에 제조물 책임법을 적용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이 사건 혈액제제에 대하여는 제조물 책임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원심이 제조물 책임법 제4조 제1항 제2호 에 따른 피고 녹십자의 면책 여부를 판단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의약품 손해배상책임에서 과실 및 인과관계 추정에 관한 법리 오해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① 원고 2, 원고 3, 원고 5, 원고 14, 원고 15, 원고 23, 원고 26, 원고 31, 원고 32, 원고 36, 원고 39, 원고 44는 우리나라에서 anti-HCV 검사에 관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었던 기간인 원심판결문 별지 3 원고들의 감염 관련 표의 ‘최종 음성 판정일’란 기재 날짜부터 같은 표의 ‘감염 발견일’란 기재 날짜의 2 내지 4주 전까지 사이에 HCV에 감염된 사람들인 점, ② 위 원고들은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기 전에는 HCV의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없었다가 같은 표의 ‘이 사건 혈액제제의 투여 또는 수혈 내역’란 기재와 같이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후 HCV 감염이 확인된 점, ③ 혈우병 환자의 anti-HCV 양성률이 우리나라 일반인의 anti-HCV 양성률에 비하여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수준이라고 보이는 점, ④ 위 원고들이 감염된 1991. 5.경 이후의 이 사건 혈액제제는 5,000명 내지 10,000명 이상의 혈장을 섞어 풀(pool)방식으로 생산되는데, 제조방식상 그 풀에 포함되는 혈액의 제공자 중 한 명이라도 감염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혈액이 원료로 사용된 풀에서 만들어진 모든 혈액제제가 오염될 가능성이 있는 점, ⑤ HCV의 감염경로의 대부분은 오염물질과 혈액 간의 접촉에 의한 것이고, 혈우병 환자인 위 원고들의 경우에는 오염혈액의 투여로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 녹십자가 제조한 이 사건 혈액제제가 HCV에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사건 혈액제제의 투여 전에는 anti-HCV 음성으로 판정되었다가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한 후 양성으로 판정된 위 원고들의 HCV 감염은 피고 녹십자가 제조한 이 사건 혈액제제의 결함과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아, 피고 녹십자는 위 원고들에게 HCV 감염 또는 이로 인한 증상이 발현함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피고 녹십자는 1989. 6.경 TNBP 공법을 도입하여 이 사건 혈액제제의 제조에 적용하였는데, 위 공법은 HCV를 완벽하게 불활성화하기 때문에 위 원고들이 위 공법을 거쳐 생산된 1991. 5.경 이후의 이 사건 혈액제제에 의하여 HCV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없다’는 피고 녹십자의 주장에 대하여, TNBP 공법에 의해 HCV가 불활성화되었다는 점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위 공법이 그 원칙에 맞게 완벽하게 행해졌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피고 녹십자가 스스로 TNBP 공법의 실시에 관한 자체 감사를 하였음에도 이 사건에 그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한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의약품의 결함으로 인한 책임 및 그 증명책임 완화에 관한 법리( 앞서 본 대법원 2008다16776 판결 참조)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다. 비록 원심의 이유 설시 중 위음성률(위음성률)에 관한 부분은 부적절하나, 원심판단에 의약품 손해배상책임에서 과실 및 인과관계 추정,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판단을 누락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 오해에 관하여
(1)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에서 민법 제766조 제2항 에 의한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이란 가해행위가 있었던 날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손해의 결과가 발생한 날을 의미한다. 그런데 감염의 잠복기가 길거나, 감염 당시에는 장차 병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을 일률적으로 감염일로 보게 되면, 피해자는 감염일 당시에는 장래의 손해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여 청구하지 못하고, 장래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청구하지 못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에는 감염 자체로 인한 손해 외에 증상의 발현 또는 병의 진행으로 인한 손해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손해는 증상이 발현되거나, 병이 진행된 시점에 현실적으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 앞서 본 대법원 2008다16776 판결 참조).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후, ① 원고 2, 원고 14는 모두 급성간염 환자로서 감염의 최초 발견일부터 감염의 잠복기의 최대치인 160일이 지난 후가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고, ② 원고 3, 원고 31, 원고 36은 모두 항바이러스치료를 받은 사람들로서 각 항바이러스치료를 받은 때가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며, ③ 원고 15, 원고 23, 원고 44는 모두 만성간염 환자로서 만성간염 단계에서 실제 간 손상으로 인한 증상이 발현하였을 때 그 소멸시효기간이 진행되는데, ④ 원고 2, 원고 14, 원고 3, 원고 31, 원고 36 모두 위 각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부터 10년이 지나기 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원고 15, 원고 23, 원고 44는 이 사건 소가 제기된 때부터 10년 이전에 위 원고들에게 실제 HCV 감염으로 인한 증상이 발현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위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피고 녹십자의 항변을 배척하였다.
(3)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따라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라.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 오해에 관하여
불법행위로 입은 비재산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는 사실심법원이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이를 확정할 수 있다. 법원은 그 위자료 액수 결정의 근거가 되는 여러 사정을 판결 이유 중에 빠짐없이 명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나, 이것이 위자료의 산정에 법관의 자의가 허용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위자료의 산정에도 그 시대와 일반적인 법감정에 부합될 수 있는 액수가 산정되어야 한다는 한계가 당연히 존재하므로, 그 한계를 넘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이념과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위자료를 산정하는 것은 사실심법원이 갖는 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 된다 (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원고 2, 원고 3, 원고 5, 원고 15, 원고 23, 원고 26, 원고 31, 원고 32, 원고 36, 원고 39, 원고 44의 HCV 감염으로 인한 노동능력상실을 인정하지 아니하면서 실제로 간염에 의한 노동능력상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위자료액의 산정을 위한 고려요소 중 증액사유로 삼아 위 원고들에 대한 위자료액을 산정하였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심은 A.M.A.표 등에 간염으로 인한 노동능력상실률을 평가한 항목이 없더라도 바이러스로 인한 간질환과 간손상에 기인한 장애와 관련한 항목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일실이익의 손해액 확정이 가능한지 심리한 후,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에 따라 소극적 손해에 대한 배상액을 산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러한 심리 없이 위 원고들의 HCV 감염으로 인한 노동능력상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편, 위자료액 산정에서는 실제로 간염에 의한 노동능력상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증액사유로 삼았으니, 이는 재산상 손해의 확정이 가능함에도 위자료의 명목 아래 재산상 손해의 전보를 꾀하는 것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위자료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피고 적십자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① 피고 적십자가 1994년부터 2003년경까지 사이에 헌혈혈액이 양성임에도 음성으로 잘못 표기하거나 양성판정기준을 높게 잘못 입력하여 HCV 양성임에도 폐기되지 않고 출고된 혈액이 있는데 그중 26건이 수혈용으로 사용된 점, ② 그 후 질병관리본부 혈액안전감시과는 위와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이를 수혈받은 사람의 감염 여부에 관하여 조사하였는데, 원고 21이 B형 간염 또는 C형 간염의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이 헌혈한 혈액을 2000. 12. 12. 수혈받았음을 확인한 점, ③ 원고 21은 2001. 1.경 anti-HCV 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았다가 2001. 6. 18. 양성판정을 받게 되었는데, anti-HCV 검사의 경우 항체 미형성기인 2 내지 4주 사이에 있는 항체를 감별하지 못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 21이 2000. 12. 12.경 HCV에 오염된 혈액을 수혈받아 HCV에 감염되었다고 추인할 수 있으므로, 피고 적십자는 원고 21에게 HCV 감염 또는 이로 인한 증상이 발현함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5. 결론
가.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① 원고 4, 원고 6, 원고 8, 원고 11, 원고 13, 원고 19, 원고 20, 원고 22, 원고 27, 원고 28, 원고 29, 원고 33, 원고 35, 원고 38, 원고 40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에 대한 부분 중 소 각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② 원고 7, 원고 25, 원고 41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에 대한 부분, ③ 원고 2, 원고 3, 원고 5, 원고 23, 원고 39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에 대한 패소 부분 중 소 각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소극적 손해배상 및 그 지연손해금 청구 부분, ④ 원고 14, 원고 32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에 대한 패소 부분 중 소극적 손해배상 및 그 지연손해금 청구 부분, ⑤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의 원고 2, 원고 3, 원고 5, 원고 15, 원고 23, 원고 26, 원고 31, 원고 32, 원고 36, 원고 39, 원고 44에 대한 패소 부분 중 위자료 및 그 지연손해금 청구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
나. 그리고 ① 원고 1, 원고 9, 원고 10, 원고 12, 원고 16, 원고 17, 원고 18, 원고 24, 원고 30, 원고 34, 원고 37, 원고 42, 원고 43의 피고들에 대한 각 상고, ② 원고 2, 원고 3, 원고 4, 원고 5, 원고 6, 원고 8, 원고 11, 원고 13, 원고 14, 원고 19, 원고 20, 원고 22, 원고 23, 원고 27, 원고 28, 원고 29, 원고 32, 원고 33, 원고 35, 원고 38, 원고 39, 원고 40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에 대한 각 나머지 상고, ③ 원고 4, 원고 6, 원고 7, 원고 8, 원고 11, 원고 13, 원고 19, 원고 20, 원고 22, 원고 25, 원고 27, 원고 28, 원고 29, 원고 33, 원고 35, 원고 38, 원고 40, 원고 41의 피고 대한적십자사,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각 상고, ④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의 원고 2, 원고 3, 원고 5, 원고 15, 원고 23, 원고 26, 원고 31, 원고 32, 원고 36, 원고 39, 원고 44에 대한 각 나머지 상고, ⑤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의 원고 14에 대한 상고, ⑥ 피고 대한적십자사의 상고를 각 기각한다.
다. 상고비용 중, ① 원고 1, 원고 9, 원고 10, 원고 12, 원고 16, 원고 17, 원고 18, 원고 24, 원고 30, 원고 34, 원고 37, 원고 42, 원고 43과 피고들 사이에 생긴 부분, ② 원고 4, 원고 6, 원고 7, 원고 8, 원고 11, 원고 13, 원고 19, 원고 20, 원고 22, 원고 25, 원고 27, 원고 28, 원고 29, 원고 33, 원고 35, 원고 38, 원고 40, 원고 41과 피고 대한적십자사, 피고 대한민국 사이에 생긴 부분, ③ 원고 21과 피고 대한적십자사 사이에 생긴 부분은 각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한다.
이에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원고 명단: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