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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다22092 판결
[손해배상(기)]〈담배소송 사건〉[공2014상,1004]
판시사항

[1] 제조물에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2] 국가 등이 제조한 담배에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담배에 설계상의 결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3] 제조물에 관한 표시상의 결함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및 제조물에 표시상의 결함이 존재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4] 국가 등이 제조·판매한 담배에 표시상의 결함이 존재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담배에 표시상의 결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5]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갑과 4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을이 폐암의 일종인 비소세포암과 세기관지 폐포세포암 진단을 받게 되자, 담배를 제조·판매한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갑, 을의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일반적으로 제조물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람은 제조물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서 현재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 등에 비추어 기대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하여야 하고, 이러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는데, 그와 같은 결함 중 주로 제조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하는 이른바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2] 국가 등이 제조한 담배에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담뱃잎을 태워 연기를 흡입하는 것이 담배의 본질적 특성인 점, 니코틴과 타르의 양에 따라 담배의 맛이 달라지고 담배소비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맛이나 향을 가진 담배를 선택하여 흡연하는 점, 담배소비자는 안정감 등 니코틴의 약리효과를 의도하여 흡연을 하는 점 등에 비추어 국가 등이 니코틴이나 타르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채용하지 않은 것 자체를 설계상 결함이라고 볼 수 없고, 달리 흡연으로 인한 담배소비자의 피해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합리적 대체설계를 채용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채용하지 않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담배에 설계상의 결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3] 제조상 내지 설계상의 결함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제조업자 등이 합리적인 설명, 지시, 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당해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와 같은 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고,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할 때에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4] 국가 등이 제조·판매한 담배에 표시상의 결함이 존재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언론보도와 법적 규제 등을 통하여 흡연이 폐를 포함한 호흡기에 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담배소비자들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널리 인식되게 되었다고 보이는 점, 흡연을 시작하는 것은 물론이고 흡연을 계속할 것인지는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의 문제로 보일 뿐만 아니라 흡연을 시작하는 경우 이를 쉽게 끊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 역시 담배소비자들 사이에 널리 인식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담배제조자인 국가 등이 법률의 규정에 따라 담뱃갑에 경고 문구를 표시하는 외에 추가적인 설명이나 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담배에 표시상의 결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5]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갑과 4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을이 폐암의 일종인 비소세포암과 세기관지 폐포세포암 진단을 받게 되자, 담배를 제조·판매한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폐암은 흡연으로만 생기는 특이성 질환이 아니라 물리적, 생물학적, 화학적 인자 등 외적 환경인자와 생체 내적 인자의 복합적 작용에 의하여 발병할 수 있는 비특이성 질환인 점, 비소세포암에는 흡연과 관련성이 전혀 없거나 현저하게 낮은 폐암의 유형도 포함되어 있는 점, 세기관지 폐포세포암은 선암의 일종인데 편평세포암이나 소세포암에 비해 흡연과 관련성이 현저하게 낮고 비흡연자 중에도 발병률이 높게 나타나 흡연보다는 환경오염물질과 같은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은 점 등에 비추어 흡연과 비특이성 질환인 비소세포암, 세기관지 폐포세포암의 발병 사이에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 개인이 흡연을 하였다는 사실과 비특이성 질환에 걸렸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하여 그 자체로 양자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개연성이 증명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갑, 을의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참조판례
원고, 상고인

별지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남산 외 5인)

피고, 피상고인

대한민국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황상현 외 3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들이 제조한 담배에 결함이 있다는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지에 관하여

1) 일반적으로 제조물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람은 제조물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재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 등에 비추어 기대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하여야 하고, 이러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그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는데, 그와 같은 결함 중 주로 제조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하는 이른바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지 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2다17333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담뱃잎을 태워 그 연기를 흡입하는 것은 담배의 본질적 특성인 점, 담배 연기 중에 포함되어 있는 니코틴과 타르의 양에 따라 담배의 맛이 달라지고 담배소비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맛이나 향을 가진 담배를 선택하여 흡연하는 점, 담배소비자는 안정감 등 니코틴의 약리효과를 의도하여 흡연을 하는데 니코틴을 제거하면 이러한 효과를 얻을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설령 니코틴이나 타르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채용하지 않은 것 자체를 설계상의 결함이라고 볼 수 없고, 피고들이 흡연으로 인한 담배소비자의 피해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채용하지 아니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들이 제조한 담배에 설계상 결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3) 관련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담배의 설계상 결함 등과 관련한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제조물의 설계상 결함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표시상의 결함이 있는지에 관하여

1) 제조상 내지 설계상의 결함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제조업자 등이 합리적인 설명, 지시, 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당해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와 같은 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고,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2다17333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담배는 우리나라에 1600년대 초에 전래되어 그 무렵부터 건조한 담뱃잎을 태워 그 연기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소비되어 왔고, 이러한 담배의 소비방법은 피고들이 담배를 제조하기 이전부터 행하여진 것인 점, 담배가 전래된 무렵부터 흡연이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측면과 정신적·신체적으로 일정한 유용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측면, 즉 담배의 폐해와 효능에 관한 논란이 계속되어 온 점, 외국에서는 흡연과 폐암 등의 관련성에 관하여 1950년대부터 다수의 역학적 연구결과가 발표되었고, 1962년에는 영국왕립의학회가 흡연의 위험성에 관한 정부 차원의 공식적 보고서를 발표하였으며, 1964년에는 미국의 보건총감보고서에서 흡연이 폐암의 주된 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점, 그 무렵 우리나라에서도 신문 등을 통해 위와 같은 영국과 미국의 보고서 내용이 보도되었고, 그 이후부터 1990년대까지 담배가 건강에 해롭고 폐암 등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되며 사망률을 높인다거나, 담배 연기에 니코틴, 일산화탄소, 벤조피렌, 질소산화물, 잔류 농약 등 유해한 성분이 다량 포함되어 있다는 내용이 신문 등을 통하여 수십 차례 보도된 점, 더욱이 i) 세계보건기구(WHO)가 1975. 6. 1. 담배에 “흡연은 당신의 건강에 해롭습니다(Smoking is dangerous to your health)”라는 경고문구를 표시할 것을 권고함에 따라, 피고 대한민국은 1976. 1. 1.부터 제조담배의 담뱃갑 옆면에 “건강을 위하여 지나친 흡연을 삼갑시다.”라는 문구를 표시하였고, ii) 1988. 12. 31. 제정된 담배사업법이 제조담배의 갑포장지에 흡연은 건강에 해롭다는 내용이 명확하게 표현된 경고문구를 표시할 것을 규정함( 제25조 제1항 )에 따라, 한국담배인삼공사(주식회사로 전환되었다가 민영화 절차를 거쳐 그 명칭이 주식회사 케이티앤지로 변경되었다. 이하 위와 같은 변경 전후를 통틀어 ‘피고 회사’라고 한다)는 1989. 12. 17.부터 담뱃갑 옆면에 “경고 : 흡연은 폐암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임신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습니다.”라는 경고문구를 표시하였으며, 그 후에도 피고 회사는 국민건강증진법, 청소년보호법 등의 관계 법령에 따라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내용의 경고문구나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판매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표시문구를 담뱃갑에 표시한 점, 이러한 언론 보도와 법적 규제 등을 통하여 흡연이 폐를 포함한 호흡기에 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담배소비자들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널리 인식되게 되었다고 보이는 점, 흡연으로 니코틴에 대한 의존증이 어느 정도 생길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의존의 정도와 유발되는 장해 증상 및 그 강도 등에 비추어 흡연을 시작하는 것은 물론이고 흡연을 계속할 것인지 여부는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의 문제로 보일 뿐만 아니라, 흡연을 시작하는 경우 이를 쉽게 끊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 역시 담배소비자들 사이에 널리 인식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알 수 있다.

3) 이러한 사정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담배제조자인 피고들이 법률의 규정에 따라 담뱃갑에 경고문구를 표시하는 외에 추가적인 설명이나 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피고들이 제조·판매한 담배에 표시상의 결함이 인정된다고 하기는 어렵다.

원심이 이와 같은 취지에서 담배의 표시상 결함 등에 관한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한 조치는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제조물의 표시상 결함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다. 그 밖에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된 결함이 있는지에 관하여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우리나라에서는 담배를 기호품의 일종으로 보아 그 품질이나 수준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정하지 아니한 채 그 제조, 판매와 흡연을 법률적, 사회적으로 허용하여 왔고, 그러한 법률 체제나 사회통념이 변경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담배 및 그 연기 속에 발암물질이 존재한다거나 이로 인해 흡연자들에게 건강상 위해가 발생할 수 있고 의존증이 유발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기호품인 담배 자체에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제한 다음, 가공되지 않은 식품에도 발암물질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고 식품에 열을 가하는 경우 그 종류가 더 다양해지는 점, 담배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이후 피고들이 궐련을 제조하기 이전에도 말린 담뱃잎을 담뱃대나 파이프에 담거나 종이로 말은 후 여기에 불을 피워 그 연기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담배의 소비가 이루어졌는데, 건조한 담뱃잎을 태우는 경우 타르, 니코틴, 일산화탄소 등을 비롯한 유해성분이 연기 중에 발생하게 되고 대부분의 유해성분이 담뱃잎의 연소생성물임이 인정되는 점, 니코틴은 자연상태의 담뱃잎에도 존재하고 이를 태워 흡연하는 경우 체내에 흡수되는데, 이러한 흡연방법이 피고들에 의해 개발된 것이 아닌 점, 니코틴이 모든 흡연자들에게 의존증을 유발한다고 보이지 않고, 니코틴 의존증이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그 의존의 정도나 유발되는 장애 증상 및 그 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흡연을 시작하는 것뿐만 아니라 흡연을 계속할 것인지 여부 등도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의 문제로 볼 수 있는 점, 피고들의 담배 제조가 법률에 의하여 허용되어 온 점 등을 이유로 하여, 피고들이 제조한 담배와 그 연기 속에 발암물질 등이 존재한다거나, 담배 연기 속에 포함된 니코틴이 의존증을 유발할 수 있고 금연을 저해하여 발암에 기여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만으로 피고들이 제조한 담배에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등의 결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피고들이 니코틴의 체내 흡수율 내지 중독성을 높일 수 있도록 담배 연기의 pH농도를 조작하기 위하여 암모늄 화합물을 비롯한 유해한 첨가제를 사용해 왔다거나, 담배흡연자의 의존증을 유발하거나 유지시킬 수 있는 니코틴, 타르의 함량을 알면서 의존증이 높은 담배를 제조하기 위하여 유해한 첨가제를 넣어 니코틴 함량을 조작해 왔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이유모순, 제조물책임에 관한 법리 및 입증방해행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2. 피고들이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를 하였다는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거짓정보의 전달 내지 기망행위에 관하여

1) ‘흡연이 그렇게 해로운가’라는 책자의 배포행위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 회사가 ‘흡연이 그렇게 해로운가’라는 책자를 발간, 배포한 사실만으로는 피고 회사가 흡연자들에게 담배의 위해성에 관한 거짓정보를 제공하여 담배소비량을 유지·증대시키는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이 사건 흡연자들이 위 책자를 접하거나 그 내용을 인식하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흡연 행태가 유지, 강화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2) 저타르, 저니코틴 담배에 의한 기망행위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들이 이 사건 흡연자들 중 어느 흡연자가 상품명에 ‘라이트’ 또는 ‘마일드’라는 문구가 포함된 담배를 어떤 기간 동안 얼마나 피웠는지, 이러한 상품명의 담배가 흡연의 중단이나 흡연량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에 관하여 특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흡연자들 중 원고 10과 소외 1이 ‘88 라이트’라는 담배를 피운 사실은 인정되지만, 원고 10과 소외 1이 피웠다고 주장하는 담배들과 흡연력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 10과 소외 1이 ‘라이트’ 또는 ‘마일드’라는 문구에 속아 ‘88 라이트’라는 담배를 피웠거나 ‘88 라이트’라는 담배를 흡연함으로 인해 폐암 등의 발병이 촉진 내지 악화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들이 ‘라이트’ 또는 ‘마일드’라는 문구가 포함된 담배가 덜 해로운 담배인 것처럼 이 사건 흡연자들을 기망하여 손해를 입혔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나. 담배의 위해성에 관한 정보의 은폐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들이 제조한 담배에 소비자들이 이전부터 피우던 담배나 다른 제조자들이 만든 담배와는 다른 특별한 위해성이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거나 위해성을 높일 수 있는 행위를 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피고들이 성분분석이나 동물실험 또는 외국의 문헌을 통해 알게 된 정보를 모두 공개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제한 다음, 발암물질의 종류나 함량, 니코틴 중독성 등의 측면에서 피고들이 제조한 담배에 이전부터 국내에서 소비되어 온 담배와는 다른 특별한 위해성이 있다거나 피고들이 이러한 위해성을 증대시키는 행위를 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고, 나아가 피고들이 담배의 위해성에 관하여 사회 일반의 인식을 월등히 넘어선 지식이나 정보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음에도 이를 은폐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입증방해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다. 피고 대한민국의 흡연조장행위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 대한민국이 이 사건 흡연자들에게 흡연을 강요 또는 권장하였다거나 이로 인해 이 사건 흡연자들의 폐암 등이 발병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피고들이 국산담배의 소비를 장려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비흡연자에게 흡연을 권장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잎담배 경작농민들을 위하여 외국산 담배보다는 국산 담배를 애용하여 달라는 취지에 불과하므로, 이로 인해 이 사건 흡연자들의 흡연이 유발되거나 촉진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이유가 모순되는 등의 위법이 없다.

3. 피고들이 소비자보호법에 따른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상고이유에 대하여

1980. 1. 4. 제정된 구 소비자보호법은, 국가는 소비자의 생명 및 신체에 대한 안전과 경제적 권익을 보호하고 소비생활의 합리화를 기할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여 실시하여야 하고( 제2조 ), 주무부장관은 그 주관하는 물품의 내용 또는 사용방법에 따른 소비자의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물품의 성분·함량·구조 등 물품의 내용, 사용상의 지시사항이나 경고 등 표시할 내용과 표시의 방법, 기타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에 관하여 사업자가 지켜야 할 기준을 정하거나 이를 변경할 수 있다( 제12조 제1항 )고 규정하는 한편, 물품을 제조하거나, 판매 또는 제공하는 자는 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소비자보호시책에 적극 협력하여야 하고( 제3조 ), 제12조 제1항 의 기준에 위반되는 물품을 제조 또는 판매하여서는 아니된다( 제13조 )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설령 구 소비자보호법의 위 규정들이 오로지 공공 일반 또는 국민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은 아니고 부수적으로라도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으로 보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은 여러 사정, 즉 흡연과 폐암 등의 발병 사이의 역학적 인과관계 등에 관한 연구의 진행 경과 및 이에 대한 각종 언론의 보도 내용, 흡연의 위해성에 대한 담배소비자들의 인식 정도, 피고들이 1976년부터 담뱃갑 등에 표시한 경고문구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이 원고들의 주장과 같은 내용으로 담배의 위해성과 중독성 등에 관하여 설명, 경고 및 홍보 등을 실시하거나, 그에 관한 기준을 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구 소비자보호법에 따른 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심이 이와 같은 취지에서 피고들에게 구 소비자보호법에 따른 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구 소비자보호법에 따른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나 제조물의 설계상, 표시상 결함의 판단 기준이 되는 의무준수사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4.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역학이란 집단현상으로서의 질병의 발생, 분포, 소멸 등과 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여러 자연적·사회적 요인과의 상관관계를 통계적 방법으로 규명하고 그에 의하여 질병의 발생을 방지·감소시키는 방법을 발견하려는 학문이다. 역학은 집단현상으로서의 질병에 관한 원인을 조사하여 규명하는 것이고 그 집단에 소속된 개인이 걸린 질병의 원인을 판명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어느 위험인자와 어느 질병 사이에 역학적으로 상관관계가 있다고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로부터 그 집단에 속한 개인이 걸린 질병의 원인이 무엇인지가 판명되는 것은 아니고, 다만 어느 위험인자에 노출된 집단의 질병 발생률이 그 위험인자에 노출되지 않은 다른 일반 집단의 질병 발생률보다 높은 경우 그 높은 비율의 정도에 따라 그 집단에 속한 개인이 걸린 질병이 그 위험인자로 인하여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한편 특정 병인에 의하여 발생하고 원인과 결과가 명확히 대응하는 ‘특이성 질환’과 달리, 이른바 ‘비특이성 질환’은 그 발생 원인 및 기전이 복잡다기하고, 유전·체질 등의 선천적 요인, 음주, 흡연, 연령, 식생활습관, 직업적·환경적 요인 등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러한 비특이성 질환의 경우에는 특정 위험인자와 그 비특이성 질환 사이에 역학적으로 상관관계가 있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 위험인자에 노출된 개인 또는 집단이 그 외의 다른 위험인자에도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항시 존재하는 이상, 그 역학적 상관관계는 그 위험인자에 노출되면 그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거나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데 그칠 뿐, 그로부터 그 질병에 걸린 원인이 그 위험인자라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비특이성 질환의 경우에는 특정 위험인자와 비특이성 질환 사이에 역학적 상관관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어느 개인이 그 위험인자에 노출되었다는 사실과 그 비특이성 질환에 걸렸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만으로 양자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개연성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그 위험인자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되지 않은 다른 일반 집단을 대조하여 역학조사를 한 결과 그 위험인자에 노출된 집단에서 그 비특이성 질환에 걸린 비율이 그 위험인자에 노출되지 않은 집단에서 그 비특이성 질환에 걸린 비율을 상당히 초과한다는 점을 증명하고, 그 집단에 속한 개인이 위험인자에 노출된 시기와 노출 정도, 발병시기, 그 위험인자에 노출되기 전의 건강상태, 생활습관, 질병 상태의 변화, 가족력 등을 추가로 증명하는 등으로 그 위험인자에 의하여 그 비특이성 질환이 유발되었을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다17539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폐암은 흡연으로만 생기는 특이성 질환이 아니라 물리적·생물학적·화학적 인자 등 외적 환경인자와 생체의 내적 인자의 복합적 작용에 의하여 발병될 수 있는 비특이성 질환인 사실, 폐암은 조직형에 따라 크게 소세포암과 비소세포암으로 나뉘는데, 흡연과 관련성이 높은 것부터 흡연과 관련성이 있다고 볼 근거가 없는 것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는 사실, 비소세포암은 특정한 유형의 암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소세포암이 아닌 모든 유형의 암을 통틀어 지칭하는 것으로서 여기에는 흡연과 관련성이 전혀 없거나 현저하게 낮은 폐암의 유형도 포함되어 있는 사실, 의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흡연과 관련성이 있는 폐암은 소세포암과 비소세포암 중 편평세포암, 선암이고, 그중 소세포암과 편평세포암은 관련성이 매우 크지만 선암은 위 두 조직형의 폐암과 비교해서 관련성이 현저히 낮다고 평가되고 있는 사실, 세기관지 폐포세포암은 선암의 일종인바 결핵, 폐렴, 바이러스 등에 의해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고, 편평세포암이나 소세포암에 비해 흡연과의 관련성이 현저하게 낮으며 비흡연자 중에도 발병률이 높게 나타나 흡연보다는 환경오염물질과 같은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은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위 사실관계에 따르면, 흡연과 비특이성 질환인 비소세포암, 세기관지 폐포세포암의 발병 사이에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 개인이 흡연을 하였다는 사실과 위 비특이성 질환에 걸렸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하여 그 자체로서 양자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개연성이 증명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편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이 사건 흡연자들 중 소외 2는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지고 있으나 비소세포암 진단을 받았고, 소외 3은 40갑년 이상 흡연력을 가지고 있으나 선암의 일종인 세기관지 폐포세포암 진단을 받은 사실, 비록 비소세포암의 일종인 선암은 흡연과 관련성이 있고 저타르, 저니코틴 담배로 인해 그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으나, 소외 3과 소외 2는 1950년대 후반 각연 담배인 풍년초를 피우기 시작하였고 그 무렵부터 거의 대부분의 흡연기간 동안 저타르나 저니코틴 담배라고 인정할 만한 담배는 거의 피우지 아니한 사실, 소외 3은 청년기부터 기관지 천식을 앓아왔을 뿐만 아니라 소외 3의 아버지 또한 천식으로 사망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더라도, 소외 2에게 발병한 비소세포암과 소외 3에게 발생한 세기관지 폐포세포암이 흡연으로 인하여 유발되었을 개연성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심이 이와 같은 취지에서 소외 2, 소외 3의 경우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담배와 폐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5. 손해배상책임의 포괄적 승계에 관한 판단누락 관련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고들은, 이 사건에서 처음에는 피고들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주장하였다가, 이후 피고 대한민국의 담배 제조·판매와 관련한 모든 책임이 피고 회사에 포괄적으로 승계되었음을 이유로 기존의 공동불법행위책임 주장을 철회하고 피고 회사의 단독 불법행위책임을 묻는 것으로 청구원인을 변경하였는데, 원심은 손해배상책임의 포괄승계 여부에 대하여 판단을 누락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담배의 제조·판매에 관련된 피고 대한민국의 손해배상책임이 피고 회사에 포괄적으로 승계되었다는 주장은 피고 대한민국에게 담배의 제조·판매에 관련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대한민국에게 담배의 제조·판매에 관련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원고들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결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주장이므로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6.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원고 명단: 생략]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신영철(주심) 이상훈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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