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항소인
[별지 1] 목록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변호사 우굉필)
피고, 피항소인
주식회사 녹십자 홀딩스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상엽 외 4인)
변론종결
2013. 1. 17.
주문
1. 이 사건 소 중 원고 39(대판: 원고 21)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 홀딩스에 대한 소는 2012. 7. 3. 소취하로 종료되었다.
2. 원고 1 내지 8, 11 내지 14, 16(대판: 원고 9) 내지 18, 20, 21(대판: 원고 11), 23(대판: 원고 12), 25(대판: 원고 13), 27(대판: 원고 15), 28, 30, 32, 33(대판: 원고 17), 36(대판: 원고 18) 내지 38(대판: 원고 20), 40(대판: 원고 22) 내지 42(대판: 원고 24), 45(대판: 원고 26), 46(대판: 원고 27), 49(대판: 원고 28) 내지 51, 53(대판: 원고 30), 54(대판: 원고 31), 56(대판: 원고 33) 내지 58(대판: 원고 35), 60(대판: 원고 37) 내지 63(대판: 원고 39), 66(대판: 원고 40), 67, 69, 70(대판: 원고 42), 72, 73이 피고들에 대하여, 원고 39가 피고 대한적십자사, 대한민국에 대하여 각 당심에서 확장한 청구 중 4,0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구하는 부분의 소를 각하한다.
3. 제1심 판결 중 원고 26(대판: 원고 14), 35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 홀딩스에 대한 위자료 청구에 관한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위 원고들의 소를 각 각하한다.
4. 제1심 판결 중 원고 26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 홀딩스에 대한 적극적 손해 청구에 관한 부분과 원고 55(대판: 원고 32), 59(대판: 원고 36), 76(대판: 원고 44)의 위 피고에 대한 적극적 손해와 위자료 청구에 관한 부분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부분을 각 취소한다.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 홀딩스는 원고 26, 55, 59, 76에게 [별지 2] ‘청구취지 및 인용액’ 표의 위 원고들에 해당하는 ‘인용액 합계’란 기재 금원과 이에 대하여 2004. 8. 10.부터 2013. 2. 13.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5. 원고 2, 3, 5, 27, 39, 41(대판: 원고 23), 45, 54, 63이 당심에서 확장한 청구 중 제2항에서 각하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확장 청구 부분을 포함하여 제1심 판결 중 원고 2, 3, 5, 27, 41, 45, 54, 63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 홀딩스에 대한 부분과 원고 39의 피고 대한적십자사에 대한 부분을 각 아래와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 홀딩스는 원고 2, 3, 5, 27, 41, 45, 54, 63에게 [별지 2] ‘청구취지 및 인용액’ 표의 위 원고들에 해당하는 ‘인용액 합계’란 기재 금원과 이에 대하여 2004. 8. 10.부터 2013. 2. 13.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나. 피고 대한적십자사는 원고 39에게 [별지 2] ‘청구취지 및 인용액’ 표의 위 원고에 해당하는 ‘인용액 합계’란 기재 금원과 이에 대하여 2004. 8. 10.부터 2013. 2. 13.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다. 원고 2, 3, 5, 27, 41, 45, 54, 63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 홀딩스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 및 원고 39의 피고 대한적십자사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6. 아래의 항소 또는 당심에서 확장한 청구 부분을 모두 기각한다.
가. 원고 9(대판: 원고 7), 10, 15, 19, 22, 24, 29(대판: 원고 16), 31, 34, 43(대판: 원고 25), 44, 47, 48, 52, 64, 65, 68(대판: 원고 41), 71(대판: 원고 43), 74, 75의 피고들에 대한 각 항소
나. 원고 1, 4, 6 내지 8, 11 내지 14, 16 내지 18, 20, 21, 23, 25, 28, 30, 32, 33, 36 내지 38, 40, 42, 46, 49 내지 51, 53, 56 내지 58, 60 내지 62(대판: 원고 38), 66, 67, 69, 70, 72, 73의 피고들에 대한 각 항소와 나머지 당심에서 확장한 청구
다. 원고 26, 35, 55, 59, 76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 홀딩스에 대한 나머지 항소와 위 원고들의 피고 대한적십자사, 대한민국에 대한 각 항소
라. 원고 2, 3, 5, 27, 41, 45, 54, 63의 피고 대한적십자사, 대한민국에 대한 각 항소와 나머지 당심에서 확장한 청구
마. 원고 39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항소와 나머지 당심에서 확장한 청구
7. 소송비용은 [별지 5] ‘소송비용의 부담’ 표 기재와 같이 부담한다.
8. 제4항의 금원지급부분과 제5의 가.항, 나.항은 각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별지 2] ‘청구취지 및 인용액’ 표의 ‘청구금액 합계’란 기재 금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최종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원고들은 당초 각 5,0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였는데, 당심에 이르러 각 1,0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구하는 것으로 감축하였다가, 원고 1 내지 8, 11 내지 14, 16 내지 18, 20, 21, 23, 25, 27, 28, 30, 32, 33, 36 내지 42, 45, 46, 49 내지 51, 53, 54, 56 내지 58, 60 내지 63, 66, 67, 69, 70, 72, 73(원고들 번호는 [별지 1] ‘원고들 표시’에 기재된 각 원고별 순번이다, 이하 같다)는 다시 [별지 2] ‘청구취지 및 인용액’ 표의 ‘청구금액 합계’란 기재와 같이 청구취지를 확장하였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들의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1) 혈우병(hemophilia)이란 선천성·유전성으로 혈액응고인자가 결핍되어 자발적 또는 경미한 외상에 의해서도 쉽게 출혈하고, 출혈 후 지혈이 잘 되지 않는 질환을 의미하는데, 혈액 내의 13종의 응고인자 중 제8인자가 결핍되거나 부족한 질환을 A형 혈우병, 제9인자가 결핍되거나 부족한 질환을 B형 혈우병이라고 한다. 혈우병에 대한 치료방법으로는 종래 혈장수혈법이 이용되어 왔으나, 1965년경 혈장으로부터 혈액응고인자를 분리하는 방법이 발견된 이후로는 혈장으로부터 분리한 혈액응고인자가 농축된 제제를 투여하는 방법이 주로 이용되고 있다.
(2) 이 사건의 원고 2, 3, 5, 6, 9 내지 11, 13(대판: 원고 8) 내지 16, 18, 19, 22 내지 34, 37(대판: 원고 19), 39 내지 49, 51 내지 55, 57(대판: 원고 34) 내지 65, 67 내지 76은 각 A형 혈우병을 앓아왔고, 원고 1, 4, 7, 8, 12, 17(대판: 원고 10), 20, 21, 35, 36, 38, 50(대판: 원고 29), 56, 66은 각 B형 혈우병을 앓아왔다.
(3) 원고들은 [별지 3] ‘원고들의 감염 관련 내용’ 표의 ‘감염 발견일’란 해당 날짜에 C형 간염 바이러스(HCV, hepatitis C virus, 이하 ‘HCV’라고 한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나. 피고들의 지위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 홀딩스(당초 상호가 주식회사 녹십자였으나, 2004. 9. 3. 현재와 같이 상호를 변경하였다. 이하 ‘피고 녹십자’라고 한다)는 의약품, 의약 부외품 등의 제조 및 매매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피고 대한적십자사(이하 ‘피고 적십자’라고 한다)는 1958년 혈액사업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정부로부터 혈액사업을 위탁받아 혈액, 혈장 등을 공급하는 사단법인이며, 피고 대한민국은 의약품 등에 관한 허가 등 의료행정작용을 수행하는 주체이다.
다. 피고 녹십자의 혈액제제 제조
(1) 피고 녹십자는 1974년 냉동 건조 혈장인 AHF(Anti-Hemophilic Factor)를 생산하기 시작한 이래 1989년경 제9인자 농축제로서 B형 혈우병 치료제인 훽나인(Facnyne, 1986년경 처음 생산되었는데, 수요부족 등의 사유로 생산, 공급이 중단되었다가 1989년경 다시 재개되었다)과 제8인자 농축제로서 A형 혈우병 치료제인 옥타비[Octa-Vi, 1994년경 제품명을 그린에이트(GreenEight)로 변경하였다]를 각 생산하여 공급하기 시작하였다(이하 위 각 혈액제제를 종합하여 부를 때에는 ‘이 사건 혈액제제’라고 한다).
(2) 피고 녹십자는 최초 AHF를 생산할 당시에는 그 생산공정상 열처리나 정제 등 바이러스를 불활성화하는 공정을 채택한 바 없으나, 1987. 10.경 63℃로 72시간 동안 열처리하는 공정을 도입하였고(그 공정을 거쳐 생산된 제품을 AHF-HT라고 부르기도 한다), 1989. 6.경 유기용매와 세척제를 이용하여 화학적으로 바이러스를 불활성화하는 TNBP(tri-N-butyphosphate) 공법을 도입하여 옥타비, 훽나인의 생산에 적용하였으며, 2000. 7.경에는 침전된 혈액응고인자를 냉침전법으로 1차 정제하고 유기용매인 TNBP와 세정제인 Octoxynol 9로 화학처리한 후 다시 면역친화성 크로마토그래피법으로 2차 정제하는 방법을 도입하였다.
(3) 이와 같이 이 사건 혈액제제를 생산하기 위한 재료가 되는 혈액 중 일부는 피고 적십자로부터 공급받았고, 나머지는 피고 녹십자가 자체의 혈액원을 통하여 충당하거나 수입하였는데, 피고 적십자로부터 공급받은 혈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내지 20% 가량이다.
라. 원고들의 이 사건 혈액제제의 투여 또는 수혈
(1) 원고 1 내지 38, 40 내지 76은 [별지 3] ‘원고들의 감염 관련 내용’ 표의 ‘감염 발견일’ 이전부터 피고 녹십자가 제조한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아 왔는데, 그 중 원고 1 내지 6, 9, 14, 16, 17, 22, 23, 26 내지 30, 32 내지 34, 36, 38, 40 내지 42, 44, 45, 47, 50, 53 내지 57, 59 내지 64, 66, 67, 69 내지 71, 75, 76의 각 구체적인 투여 내역은 같은 표의 ‘이 사건 혈액제제의 투여 또는 수혈 내역‘란 기재와 같다.
(2) 그리고 원고들은 이 사건 혈액제제가 생산되어 공급되기 이전에는 수혈을 받거나 외국산 혈액제제를 투여받아 왔고, 이 사건 혈액제제가 공급된 이후에도 경우에 따라 수혈을 받기도 하였는바, 그 중 원고 39의 각 수혈 내역은 [별지 3] 원고들의 감염 관련 내용 표의 ‘이 사건 혈액제제의 투여 또는 수혈 내역’란 기재와 같다.
마. HCV의 발견
19세기 이래 간염에는 전염성 간염과 혈청 간염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20세기에 들어와 전자를 A형 간염, 후자를 B형 간염이라고 불렀는바, 1965년경 B형 간염 바이러스(HBV)가 규명된 이후인 1975년경에는 A형도 아니고 B형도 아닌 바이러스(non A non B, NANB)도 존재하고, 그 감염경로가 혈액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1988년경 클론 항체를 추출하여 HCV의 유전학적 구조가 규명되었고, 1989년경 HCV 항원에 대한 항체진단법이 개발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91. 5.경부터 모든 헌혈혈액에 대하여 anti-HCV 검사를 실시하기 시작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가 제19호증, 제20호증, 제26호증 내지 제28호증, 제31호증 내지 제35호증, 제38호증 내지 제48호증, 제50호증 내지 제60호증, 제62호증 내지 제67호증, 제69호증, 제72호증, 제77호증, 제78호증, 제80호증 내지 제83호증, 제87호증, 제88호증, 제90호증 내지 제93호증, 제95호증 내지 제97호증, 제110호증, 제114호증, 제115호증, 제127호증, 제133호증, 갑 나 제1호증, 제2호증, 제4호증 내지 제6호증, 제9호증 내지 제13호증, 제15호증 내지 제17호증, 제19호증 내지 제22호증, 제24호증, 제27호증 내지 제33호증, 제35호증 제36호증, 제39호증 제40호증, 제42호증, 제43호증, 제46호증 내지 제49호증, 갑 라 제1호증 내지 제5호증, 을 가 제15호증 내지 제21호증, 제23호증, 제25호증, 제26호증, 제28호증 내지 제30호증, 제33호증 내지 제35호증, 제37호증 내지 제39호증, 제41호증 내지 제48호증, 제51호증, 제54호증 내지 제59호증, 제69호증의 각 기재, 제1심 법원의 보건복지부장관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소의 적법 여부 등에 관한 판단
가. 원고 39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소
원고 39는 당초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다가 2012. 7. 3.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로 피고 적십자, 대한민국에게만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으로 변경함으로써 피고 녹십자에 대한 소를 취하하였고, 피고 녹십자는 이에 대하여 2주일 내에 이의한 바 없음이 기록상 분명하다. 그러므로 원고 39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소 부분은 위 소 취하로 종료되었다.
그럼에도 위 원고는 2012. 12. 27.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로 피고 녹십자에게도 다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하였는바, 위 원고의 위 피고에 대한 소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미 종료되어 청구취지의 변경으로 추가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소송의 종료를 선언하기로 한다.
나. 원고 26, 35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소
피고 녹십자는, 위 원고들이 서울동부지방법원 2003가합1999 사건으로 위 피고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고 있는바, 위 원고들의 이 사건 소는 위 선행소송과 동일한 소송물에 관한 것인데, 위 선행소송 이후에 제기되었으으므로 중복소송에 해당한다고 본안전항변을 한다.
원고 26, 35가 피고 녹십자를 상대로 위 원고들이 투여받은 훽나인이 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HIV, Human Immunodeficiency Virus)에 오염되어 있었기 때문에 위 원고들이 HIV에 감염되었다고 주장하면서 2003. 2. 28. 서울동부지방법원 2003가합1999호 로 위자료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위 소송이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계속중인 사실은 이 법원에 현저하다. 살피건대, 위 선행소송과 위 원고들의 위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소 부분은 당사자가 동일하고, 모두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인데 위 원고들의 HIV 감염의 원인이 되었다는 훽나인의 투여 내용과 이 사건에서 HCV 감염의 원인이 되었다는 훽나인의 투여 내용이 상당부분 중첩되어 있어 결국 불법행위의 내용도 동일하다고 볼 것이므로 위 선행사건이 제기된 이후인 2004. 7. 30. 제기된 위 원고들의 위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소 중 위자료를 구하는 부분의 소는 동일한 불법행위에 관하여 중복하여 제기한 소송에 해당한다[일부청구임을 명시한 소송의 계속중 유보한 나머지 청구를 별도의 소송으로 제기한 경우 이는 중복제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1985. 4. 9. 선고 84다552 판결 참조). 위 원고들이 위 선행소송에서 위자료의 명시적 일부청구를 하고 있음은 이 법원에 현저하나, 위 원고들의 위 피고에 대한 이 부분 소는 위 선행소송과 별개의 불법행위라는 전제에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이지, 위 선행소송에서 유보한 위자료의 잔부로서 구하는 것이 아님은 위 원고들의 청구원인 기재상 분명하므로 이를 잔부청구로 보아 적법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이를 잔부청구라고 보아 적법하다고 본다면, 이 부분 소에서 이미 잔부청구를 한 것으로 보게 되기 때문에 위 선행소송이 종료된 후 그에 기한 잔부청구를 하는 것이 허용되지 아니하는 불측의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다만, 위 원고들이 위 선행소송에서 위자료만을 구하고 있으므로 이와 별개의 소송물인 적극적 손해, 소극적 손해를 구하는 이 사건 소 부분은 중복제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 녹십자의 이 부분 본안전항변은 위자료를 구하는 소 부분에 한하여 이유 있고, 나머지 부분은 이유 없다.
다. 원고 1 내지 8, 11 내지 14, 16 내지 18, 20, 21, 23, 25, 27, 28, 30, 32, 33, 36 내지 42, 45, 46, 49 내지 51, 53, 54, 56 내지 58, 60 내지 63, 66, 67, 69, 70, 72, 73이 당심에서 확장한 청구 부분의 소
피고 녹십자는, 위 원고들이 피고들에 대하여 당초 5,0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배상을 구하다가 2007. 10. 20. 위 원고들이 전부 패소한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항소하면서 청구취지를 1,0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으로 감축하였음에도 다시 앞에서 본 청구취지와 같이 확장하였는바, 제1심 판결 후 원고들이 청구취지를 감축하여 일부 취하한 이상, 다시 확장한 청구는 재소금지 원칙에 위반된 것이라고 본안전항변을 한다. 그리고 피고 적십자, 대한민국은 이와 같은 본안전항변을 하지는 않았으나, 위 피고들에 대한 부분은 직권으로 살펴본다.
원고들이 당초 피고들에 대하여 5,0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배상을 구하다가 제1심 종국판결이 있은 뒤인 2007. 10. 20. 1,0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구하는 것으로 감축한 다음, 2012. 12. 27.부터 2013. 1. 10.까지 원고 1 내지 8, 11 내지 14, 16 내지 18, 20, 21, 23, 25, 27, 28, 30, 32, 33, 36 내지 38, 40 내지 42, 45, 46, 49 내지 51, 53, 54, 56 내지 58, 60 내지 63, 66, 67, 69, 70, 72, 73이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원고 39가 피고 대한적십자사,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를 각 앞에서 본 청구취지 기재와 같이 확장한 사실은 기록상 분명하다.
본안에 대한 종국판결이 있은 뒤에 소를 취하한 사람은 같은 소를 제기하지 못하는바( 민사소송법 제267조 제2항 ), 위 원고들이 확장한 청구로 손해 전부의 지급을 구하는 이상, 당초의 청구취지에 포함되어 있다가 취하된 4,0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도 위 원고들이 확장한 청구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위 원고들이 피고들에 대하여 확장한 청구(원고 39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소송이 이미 종료되었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위 원고의 경우는 피고 적십자, 대한민국에 대한 확장 청구만을 의미한다) 중 위 금원 상당액 부분의 소는 재소금지 원칙에 위반된 것이다(원고들이 당초 적극적 손해, 소극적 손해, 위자료로 구분하지 아니한 채 손해배상을 구하고 있었으므로 취하된 위 금원이 중 어느 손해 부분에 해당하는지 분명하지 아니하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는 총 인용금액을 계산한 후 그 금액이 위 원고들의 청구액 중 4,000만 원을 뺀 나머지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그 범위에서만 인용하게 되는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인용되는 원고들의 인용액은 총 청구액에서 4,000만 원을 뺀 금액보다 적으므로 이 사건에서는 인용액을 정함에 있어 이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
피고 녹십자는 1,0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초과하는 확장 청구 전액이 재소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나, 당초 청구에 속하지 않았던 5,000만 원을 초과하는 손해배상채권 부분은 제1심 종국판결을 받은 바도 없고, 종국판결 후 취하된 바도 없으므로 위 4,0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외의 다른 부분까지 재소금지 원칙에 위반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3. 원고 7, 8, 10 내지 13, 15, 18 내지 21, 24, 25, 31, 35, 37, 43, 46, 48, 49, 51, 52, 58, 65, 68, 72 내지 74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위 원고들의 감염 시기와 이 부분의 쟁점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위 원고들은 1991. 4.경까지 감염된 원고들로서 우리나라에서 anti-HCV 검사기술을 취득하여 모든 헌혈혈액에 대한 anti-HCV 검사를 시행하기 시작한 1991. 5.경 이전에 감염된 사람들이다[원고 35는 1992년경에야 감염사실이 확인되었다고 주장하나, 갑 제66호증의 1의 기재(기록 2891쪽)에 의하면, 위 원고는 1991. 4. 24. 경북대병원에서 HCV 감염 사실이 확인되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혈액제제가 HCV에 오염되어 있어 이로 인하여 위 원고들이 HCV에 감염되었다는 위 원고들의 주장이 옳다고 하더라도, 위 원고들의 감염을 야기한 이 사건 혈액제제는 우리나라가 혈액의 HCV 감염 여부에 관하여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할 수 없던 시기에 제조된 것일 터인데, 그러한 경우에도 이 사건 혈액제제가 HCV에 오염되어 있었다는 것이 이 사건 혈액제제의 결함 또는 피고들의 과실이라고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이 부분의 쟁점이다.
나. 위 원고들의 주장
(1) 이 사건 혈액제제를 주사받기 전에는 위 원고들에게 HCV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없다가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후 HCV 감염이 확인되었는바, 이는 이 사건 혈액제제에 HCV에 오염되었다는 결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피고 녹십자는 이러한 결함이 있는 이 사건 혈액제제를 제조하여 공급한 잘못이 있고, 피고 적십자는 HCV에 감염된 혈액을 수혈용 또는 이 사건 혈액제제의 원료로 공급한 잘못이 있으며, 피고들은 혈우병 환자들의 많은 수가 간염을 앓고 있었으므로 그 실태를 파악하여 결함있는 혈액과 이 사건 혈액제제의 제조와 공급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2) HCV의 유전학적 구조나 진단법이 밝혀지기 전인 1975년경부터 A형도 아니고 B형도 아닌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고, 그 후 ALT 검사와 anti-HBc 검사를 함께 시행하면 A형도 아니고 B형도 아닌 바이러스의 감염가능성을 61% 가량 배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들은 1990년에 이르러 ALT 검사를 실시하기 시작하였을 뿐이고, anti-HBc 검사는 실시하지 아니하여 오염 혈액을 배제하기 위한 충분한 검사를 하지 아니하였다.
(3) 혈액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는 공혈자의 신분을 확인하여 공혈자에게 어떠한 의학적 문제가 있지 아니한지, 마약 사용 경험이 있는 등 오염의 위험성이 높은 상태에 있지 아니한지 여부를 문진하여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을 위험성이 높은 혈액의 사용을 배제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 녹십자는 이러한 문진을 하지 아니한 채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매혈혈장, 수입혈장을 사용하였고, 피고 대한민국은 이를 막지 아니하였으며, 피고 적십자, 대한민국은 뒤늦게 2003. 5.경에야 혈액정보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2004년경에야 헌혈실명제를 도입하였다.
(4) 의약품을 제조하는 업체로서는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를 철저히 지키고 공정 과정에서 바이러스의 흔적이라도 발견되는 경우에는 그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정도의 노력을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 녹십자는 이 사건 혈액제제를 제조함에 있어 이러한 노력을 게을리하였고, 피고 적십자는 GMP의 적용을 받지 아니한 채 동결침전물제거혈장, 동결사람혈장 등의 생물의약품을 생산하였으며, 피고 대한민국은 피고 녹십자의 GMP 준수 여부에 관한 실사를 적절히 시행하지 않고 피고 적십자가 GMP의 적용을 받지 아니하는 것도 방기하였다.
(5) AHF, 훽나인의 첨부문서의 제법의 개요란에는 간염 등의 감염 위험성을 배제하였다고 기재되어 있고, 주의사항란에는 간염 등의 간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으며, 피고 적십자의 혈액, 신선동결혈장, 냉동침전제 등의 첨부문서에는 HCV의 감염위험에 관한 지시·경고가 없었다. 피고 녹십자는 첨부문서에 모순적인 이중적 표현을 사용하여 HCV의 감염 위험성에 관한 정보를 의사 또는 환자에게 정확히 전달하지 못함으로써 지시·경고의무를 소홀히 하였고, 피고 적십자는 필요한 지시·경고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으며, 피고 대한민국은 이러한 의무위반에 적절한 지도를 하지 아니하였다.
다. 판단
(1) 제조물의 결함 주장에 관한 판단
물품을 제조·판매하는 제조업자는 그 제품의 구조·품질·성능 등에 있어서 그 유통 당시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판매하여야 할 책임이 있고, 이러한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 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다16771 판결 참조). 즉, 제조물에 결함이 있는지 여부는 그 유통 당시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제품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HCV는 1988년경에야 그 유전학적 구조가 규명되었고, 1989년경 HCV 항원에 대한 항체진단법이 개발되어 우리나라에서 1991. 5.경부터 모든 헌혈혈액에 대하여 anti-HCV 검사를 실시하게 된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위 원고들이 따로 위 검사의 실시시기를 문제삼고 있지 아니하나, 외국에서 개발된 신기술이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전면적으로 실시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임은 분명하므로 외국에서 최초로 검사법을 개발한 시기와 우리나라에서 이를 실시한 시기 사이에 약 1년여의 차이가 있다고 하여 이를 이유로 피고들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위 원고들이 HCV에 감염된 시기, 즉 1991. 5.경 이전에 피고 녹십자가 제조하여 유통시킨 이 사건 혈액제제나 피고 적십자가 제조하여 유통시킨 수혈용 혈액은 우리나라에서 HCV에 관한 진단방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기 전에 유통된 것으로서 그 유통 당시에는 HCV의 감염 여부를 진단할 기술을 갖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를 진단하지 못한 채 유통시키게 된 것이므로 이를 두고 위 제조물에 결함이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그 이후에 시행된 제조물책임법에서도 제조업자가 당해 제조물을 공급한 때의 과학·기술수준으로는 결함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제4조 제1항 제2호 )].
그러므로 위 제조물들에 결함이 있음을 전제로 한 위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대안검사 미시행 과실 주장에 관한 판단
갑 가 제20호증, 제134호증의 3, 제135호증, 제13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HCV의 유전학적 구조가 규명되기 전에도 ALT 검사와 anti-HBc 검사를 함께 시행하면 A형도 아니고 B형도 아닌 바이러스의 감염가능성을 61% 가량 배제할 수 있다는 논문이 발표된 바 있고, 미국 FDA는 1986년경 ALT 검사와 anti-HBc 검사를 A형도 아니고 B형도 아닌 바이러스 진단을 위한 대안검사로 권고한 바 있으며, 미국에서 이와 같은 대안검사를 채택하여 1985년부터 1990년까지 A형도 아니고 B형도 아닌 바이러스의 수혈 관련 전염 사례를 50% 이상 감소시켰다는 보고가 있었고, 국내에서도 1990년, 2001년경 이러한 대안검사의 유용성을 지적하는 논문이 발표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우선 ALT 검사(간세포가 손상을 받는 경우에 혈중 수치가 증가하는 ALT 효소의 수치를 측정하여 간염을 측정하는 검사법)에 관하여 보건대, 제1심 법원의 보건복지부장관에 대한 2006. 1. 6.자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헌혈 혈액에 대한 ALT 검사는 1987년부터 실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는 미국 FDA가 ALT 검사의 시행을 권고한 날로부터 불과 1년 정도 지난 후로서 이를 두고 위 검사가 지연되어 시행되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다음으로 anti-HBc 검사에 관하여 보건대, anti-HBc 검사는 B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법으로서 HCV에 오염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특이적인 검사법은 아닌 점, anti-HBc는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 최초로 혈청에 출현하는 항체로서 B형 간염에서 회복되더라도 지속적으로 검출되는 경우가 많아 그 존재는 최근에 B형 간염에 감염된 바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 현재 간염을 앓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서(을 다 제5호증) 위 검사로 혈액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전염의 위험이 없는 혈액도 배제되는 경우가 적지 아니할 것인 점, 호주 국립수혈위원회는 anti-HBc 검사를 HCV의 대안검사로 채택하는 경우에는 그 대안검사로 배제되어야 하는 혈액의 선별 효과를 명확히 검증할 수 없음에도 불필요하게 배제되어야 하는 헌혈 혈액이 많아지므로 이러한 대안검사의 시행으로 혈액부족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러한 대안검사를 도입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점(을 나 제8호증), 캐나다와 영국도 이러한 대안검사를 시행하면 상당한 수의 건강한 혈액을 포기하게 된다면서 이를 도입하지 아니한 점(원고들의 2012. 6. 27.자 준비서면), 미국의 경우 anti-HBc의 양성률이 1.1% 내지 2.5%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양성률이 40% 내지 50%에 달하여 양성혈액을 모두 폐기할 경우 혈액수급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러한 대안검사를 채택하지 아니한 점(제1심 법원의 보건복지부장관에 대한 2006. 6. 9.자 사실조회결과)에 비추어 보면, 위 검사를 시행하더라도 1.1% 내지 2.5%의 혈액만을 폐기하게 되는 미국이 위 검사를 HCV의 대안검사로 채택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와 사정이 다른 우리나라에서 피고들이 이를 대안검사로 시행하지 아니한 것이 과실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위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공혈자 스크리닝 등 미시행 과실 주장에 관한 판단
우선 피고 녹십자의 수입혈장 사용 부분에 관하여 보건대, 갑 가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녹십자가 1985년부터 1990년까지는 유상혈장을 원료로 이 사건 혈액제제를 제조하였는데, 그것만으로 이를 충분히 제조할 수 없게 되자 1991년부터는 수입혈장도 사용하여 이 사건 혈액제제를 생산하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원고들은 1991. 5. 이전에 HCV에 감염된 사람들이라서 1991년경부터 비로소 사용된 수입혈장을 원료로 제조된 혈액제제에 의하여 감염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다음으로 피고 녹십자의 매혈시의 문진 불이행 부분에 관하여 보건대, 갑 가 제20호증, 제2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1978년경 매혈에 의한 혈액사용이 A형도 아니고 B형도 아닌 바이러스 감염의 가장 중요한 위험요소라는 논문이 발표된 바 있고, 1992년경 매혈자의 HCV 양성률이 31.0%에 이른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 녹십자가 유상혈장으로 이 사건 혈액제제를 제조한 것은 헌혈혈장이 충분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 당시 혈우병 환자들의 치료제를 공급할 필요성은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 혈액제제의 제조를 중단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위 피고가 유상혈장을 사용한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그리고,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위 피고가 유상혈장을 원료로 사용한 1985년부터 1990년까지의 기간에는 HCV의 유전학적 구조가 밝혀지지 아니하여 이를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고, 그 전염경로는 당시에는 물론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재까지도 완전히 밝혀지지 아니하였는바, 이런 상황에서 당시의 기술수준으로 피고 녹십자가 적절한 문진사항을 마련하여 매혈자에 대한 문진만으로 HCV의 감염 혈액을 충분히 배제해 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므로 위 피고의 이 부분 불이행이 위 원고들의 감염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피고 적십자, 대한민국이 당시 혈액정보관리시스템과 헌혈실명제를 도입하지 아니하였다는 부분에 관하여 보건대, 이를 위 피고들의 과실이라고 하려면, 위 피고들이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하여 관리할 수 있는 기술여건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경우여야 할 터인데, 당시 위 피고들이 그러한 기술여건을 갖추고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그러므로 위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4) 공정상의 과실 주장에 관한 판단
우선 피고 녹십자, 대한민국의 의무 위반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갑 가 제11호증, 제1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2002년경 소외 1 전 의원이 국립보건원에게 피고 녹십자의 TNBP 공법에 관하여 미국의 NYBC사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지 아니하여 1991년 중반 이전의 공정에 관하여는 정확한 평가가 어렵지 않냐는 취지의 질의를 한 사실, 2003. 1. 1.부터 같은 해 12. 5.까지 피고 녹십자가 제조한 그린모노 제품에서 34건의 이물질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그 사정만으로 위 피고가 1991년 이전에 이 사건 혈액제제를 생산하면서 GMP를 지키지 아니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음으로 피고 적십자, 대한민국의 의무 위반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위 피고가 GMP 규정을 적용하고 있지 아니한 것은 맞으나, 위 피고가 약사법 시행규칙상의 원료혈장관리기준에 따라 원료혈장을 관리하고 있는 이상, GMP를 적용하고 있지 아니하다는 사정만으로 공정상의 주의의무위반이 있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위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5) 지시·경고의무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우선 피고 녹십자, 대한민국에 대한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갑 가 제14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AHF의 첨부문서에 ‘간염, AIDS 등의 감염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시킨 혈우병 치료제’라고 기재되어 있고, 훽나인의 첨부문서에 ‘B형 간염, C형 간염 및 AIDS 등의 전파위험이 없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위 원고들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AHF의 첨부문서 ‘부작용 금기 및 주의사항’란에 ‘혈청 간염 등의 간장애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충분히 관찰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고, 훽나인의 첨부문서 ‘상세정보’란에 ‘비A형, 비B형 간염 등의 감염증의 위험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으므로 관찰을 충분히 하고 간장애가 나타나는 경우에는 적절한 처치를 한다’라고 기재하고 있다는 것이므로 위 제품들에 HCV의 감염가능성에 관한 적절한 지시·설명이 다소 부족하지만, 없었다고 할 수는 없고, 간장애라는 것이 가벼운 증상만을 의미하는 용어는 아니므로 가벼운 부작용만 있을 것으로 오해되게끔 기재되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다음으로 피고 적십자, 대한민국에 대한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제조물에 적절한 설명·지시·경고 등의 표시를 하도록 하는 이유는 이로써 당해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하기 위한 것일 터인바, 피고 적십자가 생산하는 혈액, 신선동결혈장, 냉동침전제 등은 위 원고들과 같은 일반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의료지식을 가지고 있는 의사들에게 공급되는 것이라서 늘 그 공급을 받는 사람들이 당해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므로 이러한 지시·경고를 하여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이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지시·경고의 불이행으로 위 원고들이 감염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인정할 수도 없다.
라. 소결론
따라서 위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
4. 원고 2, 3, 5, 17, 22, 26 내지 29, 34, 41, 44, 45, 54, 55, 59, 60, 63, 76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위 원고들의 감염 시기와 이 부분의 쟁점
위 원고들은 우리나라에서 anti-HCV 검사에 관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었던 기간인 [별지 3] ‘원고들의 감염 관련 내용’ 표의 ‘최종 음성 판정일’란 기재 날짜로부터 같은 표의 ‘감염 발견일’란 기재 날짜의 2 내지 4주 전까지 사이에 HCV에 감염된 사람들인데[원고 26, 41, 44는 최초 HCV 검사시부터 양성이었다고 하나, 갑 가 제55호증의 1, 갑 나 제1호증의 1, 제5호증의 1의 각 기재에 의하면, 위 원고들이 [별지 3] ‘원고들의 감염 관련 내용’ 표의 위 원고들에 관한 ‘최종 음성 판정일’란 기재 날짜에 HCV 음성 판정을 받은 적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원고 44의 결과통보서에는 판정일의 기재가 없으나, 그 결과통보서는 위 원고가 한국혈우재단의원에 등록하면서 실시한 검사의 결과에 관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위 원고의 등록번호가 9103○○로 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1991. 3.경 검사한 결과로 보인다)], 위 원고들은 같은 표의 ‘이 사건 혈액제제의 투여 또는 수혈 내역’에 기재된 것과 같이 위 감염 추정시기에 피고 녹십자가 제조한 이 사건 혈액제제를 주사받은 경력이 있다.
그러므로 이 부분의 쟁점은, 위 원고들의 HCV 감염이 이 사건 혈액제제의 결함 또는 피고 녹십자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와 그 부분이 긍정되는 경우 피고들의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이다.
나. 피고 녹십자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1) 손해배상책임의 유무
(가) 의약품의 제조물책임에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의약품의 결함 또는 제약회사의 과실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의약품 제조과정은 대개 제약회사 내부자만이 알 수 있을 뿐이고, 의약품 제조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일반인들이 의약품의 결함이나 제약회사의 과실을 완벽하게 입증하는 것은 극히 어렵다. 따라서 환자인 피해자가 제약회사를 상대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제제를 통하여 감염되었다는 것을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으로 주장하는 경우, 제약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를 투여받기 전에는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없었고,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후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되었으며, 혈액제제가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제약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 결함 또는 제약회사 과실과 피해자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부합한다. 여기서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은, 자연과학적으로 명확한 증명이 없더라도 혈액제제의 사용과 감염의 시간적 근접성, 통계적 관련성, 혈액제제의 제조공정, 해당 바이러스 감염의 의학적 특성, 원료 혈액에 대한 바이러스 진단방법의 정확성 정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다(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8다16776 판결 참조).
위 원고들의 경우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기 전에는 HCV의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없었는데, [별지 3] ‘원고들의 감염 관련 내용’ 표의 ‘이 사건 혈액제제의 투여 또는 수혈 내역’란 기재와 같이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후 HCV의 감염이 확인되었으므로 위 원고들이 위 표 해당란과 같이(1991. 5.경 이전의 혈액제제의 경우 설령 HCV에 감염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결함이라고 할 수 없음은 위 3.항에서 살핀 바와 같아, 그 이후로 위 원고들의 감염이 확인되기까지 사이에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내역에만 관한 것이다) 투여받은 이 사건 혈액제제가 HCV에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나) 시간적 근접성
위 원고들은 HCV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별지 3] ‘원고들의 감염 관련 내용’ 표의 ‘이 사건 혈액제제의 투여 또는 수혈 내역’란 기재와 같이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후 HCV의 감염사실이 확인되었다(피고 녹십자가 이 사건 혈액제제를 외국산 제제의 1/5 가격에 공급하였으므로 위 원고들이 다른 혈액제제를 투여받았을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실제로 위 원고들의 위 시기 진료기록 중에 다른 외국산 혈액제제를 투여받았다는 내용은 나타나지 아니한다).
(다) 통계적 관련성
갑 가 제20호증, 제115호증, 제116호증, 을 가 제7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우리나라 일반인의 anti-HCV 양성률에 관하여 1991년경에는 약 1% 전후라는 논문 발표가 있었고, 1992년경에는 도시군에서 약 1.2%라는 논문 발표가 있었으며,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사이에는 0.21% 내지 0.4%이고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라는 논문 발표가 있었고, 2008년에는 약 1.5%라는 논문 발표가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갑 가 제20호증, 제130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1992년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에서 2,8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anti-HCV의 양성률은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증가하는 양상을 띠고 있었고, 이에 따라 가장 양성률이 낮은 수준일 것으로 보이는 초등학생의 양성률은 일반적으로 0.82%이라고 알려져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한편, 갑 가 제98호증, 제115호증, 제11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1991년 혈우병 환자 646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anti-HCV 양성률은 61.5%였고, 1999년 한국혈우재단에 등록된 1,329명의 혈우병 환자를 조사해 본 결과 혈우병 환자의 0-4세 2.3%, 5-9세 2.4%, 10-19세 63.3%, 20세 이상 65.9%의 양성률을 보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은 9세 이하 환자의 양성률 감소는 피고 녹십자가 1989. 6.경 TNBP 공법을 도입하고, 1991. 5.경 anti-HCV 검사를 통과한 혈액만을 원료로 사용하게 됨에 따라 이 사건 혈액제제에 의한 HCV 감염 위험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문제되는 원고들은 1991. 5.경 이후에 감염된 사람들인바, 위 1999년 통계자료의 10세 이상 환자들은 1991. 5.경 전후로 생산된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사람들이고, 9세 이하 환자들은 1991. 5.경 이후에 생산된 이 사건 혈액제제만을 투여받은 사람들이므로 1991. 5.경 이후에 생산된 이 사건 혈액제제만을 투여받은 사람들의 양성률을 파악하기 위하여는 위 1999년 통계자료의 9세 이하 환자들의 양성률을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인데, 그 양성률이 2.3% 내지 2.4% 가량임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이러한 양성률 2.3% 내지 2.4%는 우리나라 일반인 전체의 양성률 보고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보고된 0.4%에 비하여는 5배 이상, 가장 높은 수준으로 보고된 1.5% 가량에 비하여는 1.5배 이상 높은 수준이고, 같은 나이대에 속하는 초등학생 일반인의 양성률 0.82%에 비하여는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인바,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수준이라고 판단된다.
이에 대하여 피고 녹십자는, 위와 같은 양성률이 전세계적인 유병률 약 3%(을 가 제76호증)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므로 통계적인 연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을 나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HCV의 유병률은 국가에 따라 차이가 커 어떤 국가에서는 최고 14.5%의 유병률을 보이기도 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유통된 이 사건 혈액제제의 영향에 관한 것이므로 통계적인 연관성을 판단함에 있어 전세계적인 유병률을 기준으로 할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라) 혈액제제의 제조공정
갑 가 제11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위 원고들이 감염된 1991. 5.경 이후의 이 사건 혈액제제는 5,000명 내지 10,000명 이상의 혈장을 섞어 풀(pool)로 만들고 이를 원료로 하여 생산한 것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와 같은 제조방식상 그 풀에 포함되는 혈액의 제공자 중 한명이라도 감염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혈액이 원료로 사용된 풀에서 만들어진 모든 혈액제제가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
(마) HCV 감염의 의학적 특성
갑 가 제104호증, 제107호증의 3, 제134호증의 4 내지 6의 각 기재에 의하면, HCV의 주된 감염경로는 수혈 또는 경정맥으로의 약물 사용에 의한 것이고, 성관계에 의한 감염이나 수직감염은 HIV 보다 낮은 5% 내지 6% 정도로 알려져 있는 사실, 최근에는 혈액이나 주사 외에도 마약남용, 면도기나 칫솔의 공유, 문신, 피어싱, 침술 등의 과거력이 있는 사람들이 감염된 경우가 많이 발견되는 사실, 그 외에 집안 물건을 접촉함으로써 감염되는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마약남용, 면도기나 칫솔의 공유, 문신 등 최근에 많이 나타나는 감염 경로 역시 오염물질과 혈액 간의 접촉을 야기할 수 있는 행위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까지의 연구결과에 비추어 볼 때, HCV 감염경로의 대부분은 오염물질과 혈액 간의 접촉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위 원고들은 모두 혈우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로서 적극적으로 출혈을 야기할 만한 행위 즉, 위에서 본 최근에 알려진 감염경로인 마약 주사, 문신, 피어싱, 침술 등의 행위를 할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기 때문에 이러한 경로를 통한 감염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을 것이므로 앞에서 본 여러 가지의 감염경로 중 오염혈액의 투여로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피고 녹십자는, 현재까지의 연구결과에 의하더라도 뚜렷한 위험요인이 없는 감염이 40% 정도라고 보고되고 있고, 새로운 감염경로들이 계속 보고되고 있다고 주장하는바, 갑 가 제111호증, 을 가 제73호증, 을 나 제1호증, 제4호증, 제1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감염된 사람들 중 감염원을 알 수 없는 경우가 40% 정도에 이를 정도로까지 많다는 논문이 발표된 적도 있고, 주사바늘 찔림, 외과적 수술, 손톱깎이 사용, 귀 뚫기 등도 감염경로라고 소개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갑 가 제134호증의 1, 5의 각 기재에 의하면, 감염원을 알 수 없는 경우로 분류된 사람들이란 기존에 알려진 감염경로 즉, 주로 혈액의 접촉 또는 드물게 체액의 접촉이라는 경로와 전혀 다른 경로로 감염된 사람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러한 감염경로에 노출된 과거력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의미로서, 이러한 조사결과를 발표한 학자들도 이는 감염된 사람들에게 주된 감염경로에 해당하는 과거력이 있음에도 기억소실이나 고의적 부정에 의하여 정확한 보고를 하지 아니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아니한 사람의 비율이 적지 아니하다는 사정만으로 기왕에 알려진 감염경로 외의 다른 감염경로가 존재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새로이 감염경로라고 소개되는 내용들 역시 피부를 뚫어 혈액접촉이 야기될 수 있는 경로이므로 앞에서 본 감염경로에 관한 인정과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바) 원료 혈액에 대한 진단방법의 정확도
갑 가 제11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1991. 5.경부터 실시한 anti-HCV 검사는 간접적인 측정법으로 정확도가 떨어지고, 그 후에 개발된 보다 민감한 분자생물학적인 기법인 RT-PCR 검사법과의 오차율이 33.3%에 달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anti-HCV 양성임에도 음성으로 판정될 위음성률이 높은 anti-HCV 검사를 통하여 위 검사에서 음성으로 판정된 혈액을 이 사건 혈액제제의 원료로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HCV에 오염되어 있는 혈액이 원료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사) 앞에서 본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보면, 피고 녹십자가 제조한 이 사건 혈액제제가 HCV에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사건 혈액제제의 투여 전에는 anti-HCV 음성으로 판정되었다가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한 후 양성으로 판정된 위 원고들의 HCV 감염은 위 피고가 제조한 혈액제제의 결함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정된다.
따라서 피고 녹십자는 위 원고들에게 HCV 감염 또는 이로 인한 증상이 발현함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아) 이에 대하여 피고 녹십자는 1989. 6.경 옥타파마(Octapharma)사로부터 TNBP 공법을 도입하여 이를 이 사건 혈액제제의 제조에 적용하였는데, 설령 원료혈장에 HCV에 감염된 혈액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 공법은 HCV를 완벽하게 불활성화하기 때문에 위 원고들이 위 공법을 거쳐 생산된 1991. 5.경 이후의 이 사건 혈액제제에 의하여 HCV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한다.
갑 가 제115호증, 을 가 제1호증, 제13호증, 을 다 제3호증, 제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미국에서 이 사건 혈액제제와 같은 혈액제제를 생산함에 있어 원료혈장에 대한 anti-HCV 검사와 TNBP 공법을 도입한 이후인 1993년 중반부터 1996년 중반까지 사이에 혈우병 환자들이 HCV에 감염된 사례가 없다는 보고가 있었던 사실, 같은 공법을 도입한 이탈리아에서도 혈우병 환자의 anti-HCV 양성률이 83%에서 6%로 감소한 사실, 미국 FDA는 1996년과 1999년경 TNBP 공법으로 HCV가 불활성화된다는 전제에서 이미 제조를 위해 투입된 혈장에 대하여 HCV에 감염된 혈액이 투입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제조공정 보류를 권고하지 않는다고 한 사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장도 2003. 12. 9. 같은 전제에서 풀로 만드는 공정을 거친 후의 혈장 또는 혈장분획제제에 관하여는 HCV 감염 여부 확인 또는 폐기 등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게다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혈우병 환자의 anti-HCV 양성률 통계에 의하더라도 1989. 6.경 TNBP 공법을 도입한 전후의 양성률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보면, TNBP 공법이 HCV의 불활성화에 탁월한 효과를 가지고 있는 공법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공법 자체가 HCV의 불활성화에 탁월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에 의하여 HCV가 불활성화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그 공법이 이 사건 혈액제제의 생산에 적용될 때에도 그 원칙에 맞게 완벽하게 행해졌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을 가 제7호증 내지 제1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 녹십자가 TNBP 공법을 도입한 후 1989. 12.경 독일 옥타파마사의 기술자 3명을 초청하여 제조기술에 관한 지도를 받았고, 1993. 5.경에는 뉴욕혈액센터의 부사장인 소외 2 박사가 방문하여 피고 녹십자가 실시하는 TNBP 공법의 시설과 그 공정에 관한 기록서를 검토한 사실, 국립보건원은 소외 2 박사가 방문한 1993년경 TNBP 공법이 이 사건 혈액제제의 제조에 적합한 공법이라는 내용의 조사보고서를 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위와 같은 기술지도와 방문조사시를 제외하고는 위 피고가 스스로 위 공법의 실시에 관한 자체 감사를 하였을 뿐인데, 이 사건에서는 그 자료조차 제출되지 아니한 점, 위 원고들은 위 감염추정기간 동안 위 피고가 제조한 이 사건 혈액제제만을 투여받았는데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일반인에 비하여 높은 anti-HCV 양성률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며칠 동안의 제조기술 지도, 소외 2 박사에 의한 시설과 기록서 확인 사실만으로 위 공법이 그 전후에 완벽하게 실시되고 있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러므로 결국 위 피고의 위와 같은 증명만으로는 위 (사)항의 추정을 번복시킬 수 없다.
(2) 피고 녹십자의 시효소멸 주장에 관한 판단
(가) 피고 녹십자의 주장
위 피고는, 위 원고들 중 원고 2, 3, 17, 22, 26 내지 29, 34, 41, 44, 54, 59, 60, 76의 경우 각 HCV 감염이 발견된 날로부터 10년이 지난 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위 원고들의 위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이미 시효소멸하였다고 주장한다.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과 관련하여 민법 제766조 제2항 에 의한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이란 가해행위가 있었던 날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손해의 결과가 발생한 날을 의미하는데, 감염의 잠복기가 길거나, 감염 당시에는 장차 병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을 일률적으로 감염일로 보게 되면, 피해자는 감염일 당시에는 장래의 손해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여 청구하지 못하고 장래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청구하지 못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경우에는 감염 자체로 인한 손해 외에 증상의 발현 또는 병의 진행으로 인한 손해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손해는 증상이 발현되거나 병이 진행된 시점에 현실적으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8다16776 판결 참조).
위 원고들은 HCV의 감염으로 인한 손해 외에 이에 기한 증상의 발현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도 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그 감염 확인일 뿐만 아니라 증상의 발현일까지 고려하여 위 원고들의 손해배상채권이 시효소멸하였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나) 위 원고들의 현상태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장의 각 신체감정결과(이하 ‘신체감정결과’라고 한다)와 당심의 위 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위 원고들의 현상태가 다음과 같음을 인정할 수 있다.
○ 원고 2, 5, 17, 28, 60 : HCV 감염 후 항바이러스치료를 받은 바 없음에도 스스로의 면역반응에 의하여 자연적으로 치유되어 현재 활동성 감염이 없는 상태로서 간의 상태도 정상적임.
○ 원고 54, 59 : HCV 감염 후 항바이러스치료를 받아 현재 활동성 감염이 없는 상태로서 간의 상태도 정상적임.
○ 원고 41, 63 : HCV 감염 후 만성간염으로 발전하였지만, 항바이러스치료를 받은 바 없이 자연적으로 치유되어 현재 활동성 감염이 없는 상태이나, 과거의 만성간염에 의하여 간이 손상된 상태임.
○ 원고 3 : HCV 감염 후 만성간염으로 발전하였지만, 항바이러스치료를 받은 상태로서 현재의 간의 상태는 정상적임.
○ 원고 27, 45, 76 : HCV 감염 후 항바이러스치료를 받은 바 없이 만성간염으로 발전하여 현재 만성간질환 또는 간비종대의 증상이 있어 치료가 필요한 상태임.
○ 원고 22, 26, 29, 34, 44, 55 : 현재 상태를 알 수 없음(신체감정을 받지 아니함).
(다) HCV 감염 후의 진행과정
갑 가 제107호증의 2, 제111호증, 을 가 제79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HCV에 감염된 경우 짧게는 15일, 길게는 160일의 잠복기를 거쳐 100% 급성간염의 단계로 진입하게 되는데, 급성간염의 단계가 되면, 우선 미열, 관절통, 피로감, 무기력감 등의 감기 증상과 식욕부진, 오심, 구토 등의 소화기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전황달기를 거치고, 이를 지나 황달기에 이르게 되면, 이러한 증상들이 줄어들다가 1주 내지 6주 후에는 회복기에 이르게 되며, 회복기에는 약간의 피로감 외에 다른 전신증상은 없이 3개월 내지 4개월 내에 임상적으로 완전히 회복되게 되는 사실, 급성간염의 임상증상과 황달은 25% 내지 30%에서 나타날 뿐 특별한 임상증상 없이 그 단계를 거쳐 회복되기도 하는 사실, 그런데 이와 같이 회복되지 아니하고 6개월 이상 간세포 괴사와 염증이 진행하게 되면, 만성간염에 이르게 되는데, 이를 거쳐 간경변의 단계에 접어들 수도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HCV에 감염되어 급성간염 단계를 거친 후 회복되는 사람의 경우 위 단계 이후에는 임상적으로 완전히 회복되는 것으로서 그 단계의 전황달기에 증상이 발현하기 시작한 이후에 다시 어떠한 증상이 나타날 여지가 없고(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후에도 바이러스의 재발에 대비한 진단은 필요할 수 있으나, 이는 증상에 대한 치료는 아니므로 그러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것과 회복은 별개의 문제이다), 이러한 단계는 예외 없이 100% 거치게 된다는 것이므로 실제 임상증상이 나타났는지 여부를 불문하고(이 부분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경우 전황달기에 임상증상이 나타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후에 임상적으로 완전히 회복되어 나중에 증상이 발현할 가능성이 없어지므로 위 시기가 아닌 그 이후의 시기를 증상 발현시기로 잡을 여지가 없다) 급성간염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게 되는 전황달기의 시작 시기(최대 160일인 잠복기가 지난 시기)가 그 증상으로 인한 소멸시효기간 진행의 기산점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만성간염 단계로 진행한 사람의 경우 급성간염 단계에서 임상증상이 나타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시작시기로부터 6개월 이상 지나 만성간염의 단계로 접어든 다음에도 계속하여 간이 손상됨에 따라 실제로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가 있을 것이므로 이에 따른 증상의 발현시기가 소멸시효기간 진행의 기산점이 된다고 할 것이다. 다만, 이미 항바이러스치료를 받은 원고들의 경우 그 치료 즈음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치료를 받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그 치료 시기를 소멸시효기간 진행의 기산점으로 본다.
(라) 이 사건에의 적용
1) 원고 2, 17, 22, 26, 28, 29, 34, 44, 60의 경우 급성간염 단계를 거쳐 회복된 사람에 해당하므로(그 중 신체감정을 받지 아니하여 HCV 감염으로 인한 증상의 진행을 알 수 없는 원고 22, 26, 29, 34, 44는 그 증상에 관한 특별한 주장이 없는 것이므로 급성간염 단계에서 별다른 임상증상 없이 회복된 것으로 보기로 한다) [별지 3] ‘원고들의 감염 관련 내용’ 표의 ‘감염 발견일’란 기재 날짜가 실제 감염일이라고 보고(그 전에 감염되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그로부터 잠복기의 최대치인 160일이 지난 후가 소멸시효기간의 기산점이 되는 것으로 본다.
이러한 기준으로 보면, 원고 17은 2004. 7. 30.에, 원고 22, 28, 29, 34은 각 2004. 8. 31.에, 원고 44, 60은 각 2004. 10. 19.에 각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음은 기록상 분명하고, 위 날짜는 [별지 3] ‘원고들의 감염 관련 내용’ 표의 위 원고들의 ‘감염 발견일’로부터 160일이 지난 때로부터 10년이 지난 후임이 역수상 명백하므로 위 원고들의 손해배상채권은 이미 시효소멸하였다.
한편, 원고 2, 26은 감염 발견일로부터 160일이 지난 때로부터 10년이 지나기 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위 원고들에게 그 이전에 증상이 발현되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2) 원고 3, 54, 59는 모두 항바이러스치료를 받은 사람들인바, 신체감정결과에 의하면, 원고 3은 1999년경, 원고 54는 2002년경, 원고 59는 2003년경 각 항바이러스치료를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그 치료시로부터 소멸시효기간이 기산된다고 할 것인데, 이로부터 이 사건 소제기까지 10년이 도과하지 아니하였음은 역수상 분명하다.
3) 원고 27, 41, 76은 모두 만성간염으로 발전한 사람들이라서 이들의 경우 만성간염 단계에서 실제 간 손상으로 인한 증상이 발현하였을 때 그 소멸시효기간이 진행된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소가 제기된 때로부터 10년 이전에 위 원고들에게 실제 HCV 간염으로 인한 증상이 발현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마) 원고 17, 22, 28, 29, 34, 44, 60의 재항변에 관한 판단
위 원고들은, 피고 녹십자가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한국혈우재단이 HCV 감염 환자들에게 치료비를 지원하는 방법으로 위 피고의 손해배상채무 중 일부 변제하였으므로 이로써 소멸시효의 진행이 중단되었거나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한국혈우재단은 피고 녹십자와 별개의 법인으로서 위 한국혈우재단의 지원을 별개의 법인격을 갖는 위 피고의 변제로 볼 수는 없는 것이고, 위 한국혈우재단의 지원금이 손해배상채무의 변제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위 원고들의 이 부분 재항변은 이유 없다.
위 원고들은 다시, 피고 녹십자가 이 사건 혈액제제로 혈우병 환자들의 HCV 감염이 발생하였다는 내용의 서신을 발송한 대한혈우재활협회 상임이사를 고소한 점, 위 원고들의 HCV 감염경로에 관한 임상의학적, 병리학적 연구결과나 역학조사결과가 없었던 점, 그리하여 위 원고들이 인과관계에 관하여 적절한 주장·입증을 할 수 없었던 점, 피고 녹십자는 이 사건 혈액제제의 문제점에 관한 학자들이나 언론의 언급을 원천봉쇄하려는 태도를 보인 점, 위 원고들이 위 한국혈우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어 위 손해에 관한 권리행사를 하기가 곤란하였던 점, 위 원고들과 위 피고는 소송수행능력에 있어 현격한 차이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위 원고들이 위 피고를 상대로 민법 제766조 제2항 의 기간 내에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한다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에서 위 피고가 소멸시효항변을 하는 것은 신의성실에 반하여 권리를 남용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각 사정만으로 위 피고의 소멸시효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위 원고들의 이 부분 재항변 역시 이유 없다.
(바) 따라서 위 피고의 이 부분 항변 중 원고 17, 22, 28, 29, 34, 44, 60에 대한 부분은 이유 있고,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부분은 이유 없다.
(3)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적극적 손해(치료비)
갑 제112호증의 기재와 신체감정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HCV에 감염된 경우 현재 활동성 감염이 없거나 치료로 바이러스의 활동이 중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염증이 재발되거나 바이러스가 활동성으로 될 우려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그 확인을 위하여 연 2회 간기능검사, RNA PCR, 복부초음파검사를 받는 등 정기적인 진단을 받아야 하고, 현재 활동성 감염이 있는 경우에는 48주 간의 인터페론 치료 등 항바이러스치료를 받은 후 연 2회 위와 같은 정기적인 진단을 받아야 하는 사실,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항바이러스치료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초진비 597,095원과 연간 698,288원이고, 항바이러스치료를 받는 경우에는 초진비가 항바이러스치료비를 합하여 13,878,170원이 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원고 3, 54, 59가 당심 변론 종결일 전에 항바이러스치료를 받은 사실은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 3, 54, 59는 항바이러스치료를 받기 위하여 13,281,075원(초진비와 항바이러스치료비 합계액 13,878,170원 - 초진비 597,095원)을 이미 지출하였을 것이고, 앞으로 원고 2, 3, 5, 26, 41, 54, 55, 59, 63은 항바이러스치료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의 치료비, 원고 27, 45, 76은 항바이러스치료를 받는 경우의 치료비를 지출하여야 하므로 이를 적극적 손해로 인정할 것이다. 그런데, 위 원고들이 당심 변론종결일까지 위 향후치료비를 지출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초진비와 항바이러스치료비는 당심 변론종결일 다음날에, 그 후의 연간 진료비는 그 후 매년 1. 17.에 지출되는 것으로 보고 불법행위일[위 (2)(라)항에서 위 원고들의 실제 손해가 발생한 날로 인정한 날(160일을 계산하여야 할 것이나, 계산의 편의상 감염 발견일로부터 5개월이 지난 달의 마지막일을 증상 발현의 손해발생일로 보았다)을 불법행위일로 보되, 그 증상 발현일을 알 수 없는 만성간염으로 진행한 원고 27, 41, 76의 경우 위 원고들과 마찬가지로 만성간염으로 진행한 원고 3에게 증상이 발생하여 항바이러스치료를 받게 된 것으로 보이는 1999년경(1999. 12. 31.로 본다)에 함께 증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았다] 당시의 현가로 계산한다.
그 계산결과는 [별지 4] 치료비 계산 내역의 기재와 같다.
(나) 소극적 손해(일실수입)
노동능력상실률은 단순한 의학적 신체기능장애율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령, 종전 직업의 성질과 직업경력 및 기능숙련 정도, 신체기능장애 정도 및 유사 직종이나 타 직종으로의 전업가능성과 확률, 기타 사회적·경제적 조건 등을 모두 참작하여 경험칙에 따라 정한 수익상실률로서 법관의 자의가 배제된 합리적이고 객관성 있는 것임을 요한다( 대법원 2012. 4. 13. 선고 2009다77198등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신체감정결과와 당심의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신체감정의는 위 원고들이 면담과 진찰과정에서 호소하는 만성피로감 등의 주관적인 증상과 복수, 부종, 황달 등 만성간질환 징후만을 근거로 위 원고들의 노동능력상실률을 산정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원고들의 피로감과 같은 주관적인 증상은 위 원고들 본인이나 신체감정의의 자의가 배제된 합리적이고 객관성 있는 자료라고 보기 어렵고, 복수, 부종, 황달 등의 징후가 노동능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으므로 신체감정결과만을 근거로 위 원고들의 노동능력상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노동능력상실 정도의 평가기준인 맥브라이드 표나 A.M.A. 표 또는 국가배상법시행령 별표의 노동능력상실률표에는 간염으로 인한 노동능력상실을 평가한 항목이 없고, 이에 유추하여 적용할 만한 항목도 보이지 아니한다.
그 외에 달리 위 원고들이 HCV의 감염으로 인한 현증상에 기하여 노동능력을 상실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위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객관적인 평가의 기준은 없지만, 실제로 간염에 의한 노동능력상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위자료액의 산정을 위한 고려요소로 삼기로 한다.
(다) 위자료(앞에서 위자료 청구 부분의 소가 각하된 원고 26은 제외함)
위 원고들과 피고 녹십자의 관계, 위 원고들이 감염에 이르게 된 경위, HCV 감염에 따른 위 원고들의 현상태, 위 원고들의 감염 발견 당시 나이 등의 사정을 모두 고려하여 위 원고들의 위자료액을 다음과 같이 정하기로 한다(치료받은 바 없이 정상간인 상태는 1,000만 원을, 치료를 받아 활동성 간염이 없는 정상간의 상태는 2,000만 원을, 만성간염으로 발전하여 간이 손상된 사람은 3,000만 원을, 만성간염으로 발전하여 현재 치료가 필요한 증상이 있는 사람은 4,000만 원을 각 기준으로 하되, 감염 당시의 나이가 어린 경우는 500만 원을 증액하기로 한다).
○ 원고 2, 5, 55 : 1,500만 원
○ 원고 3, 59 : 2,000만 원
○ 원고 54 : 2,500만 원
○ 원고 63 : 3,000만 원
○ 원고 41 : 3,500만 원
○ 원고 45 : 4,000만 원
○ 원고 27, 76 : 4,500만 원
(4) 소결론
따라서, 피고 녹십자는 원고 2, 3, 5, 26, 27, 41, 45, 54, 55, 59, 63, 76에게 [별지 2] ‘청구취지 및 인용액’ 표의 ‘인용액 합계’란 기재 금원(원고 26, 55, 59, 76은 위 인용액의 범위 내에서 위 원고들이 구하는 금액임)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위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인 2004. 8. 10.부터 위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13. 2. 13.까지는 민법에 따른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여야 하고, 위 원고들의 위 피고에 대한 나머지 청구와 원고 17, 22, 28, 29, 34, 44, 60의 위 피고에 대한 청구는 각 이유 없다.
다. 피고 적십자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1) 위 원고들의 피고 적십자에 대한 청구는 당초 피고 녹십자에게 오염혈액을 공급하여 이 사건 혈액제제가 HCV에 오염되게 한 잘못에 기한 민법 제760조 제1항 의 공동불법행위자로서의 손해배상청구였는데, 위 원고들은 이 사건 소송이 진행됨에 따라 피고 적십자가 의료기관에 공급하여 위 원고들이 수혈받게 된 혈액이 HCV에 오염된 것이었을 수 있어 위 원고들의 HCV 감염이 피고 녹십자가 제조한 이 사건 혈액제제의 투여에 의한 것인지, 피고 적십자가 공급한 혈액에 의한 것인지 분명하지 아니하므로 민법 제760조 제2항 의 공동불법행위자로서의 손해배상청구를 한다는 취지로 보이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2) 민법 제760조 제1항 의 공동불법행위자로서의 책임 유무
갑 제11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적십자가 1994년부터 2003년경까지 헌혈혈액의 HBV 또는 HCV 항체 판정결과가 양성임에도 음성으로 잘못 표기하거나 양성판정기준을 높게 잘못 입력하여 HCV 양성임에도 이를 폐기하지 않고 출고한 적이 있고, 그와 같이 출고된 혈액 중 149건이 혈장분획제제의 원료로 사용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위 원고들 중 원고 3, 17, 22, 27, 28, 29, 34, 44, 54, 59, 60, 76은 1994년 이전에 HCV 감염 사실이 발견되었으므로 위와 같이 혈장분획제제의 원료로 사용된 오염혈액에 의하여 HCV에 감염되었다고 볼 수 없다(위 피고가 위 시기에 위와 같이 오염된 혈액을 공급한 사실이 있다고 하여 그 전에도 그러한 공급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단할 수도 없다). 그리고 원고 2, 5, 26, 41, 45, 55, 63은 위와 같은 공급 이후에 HCV 감염 사실이 발견되기는 하였으나, 갑 제11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혈장분획제제에는 이 사건 혈액제제 뿐만 아니라, 알부민, 글로블린 등이 더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위와 같이 잘못 공급된 오염혈액이 혈장분획제제에 사용되었다고 하여 이 사건 혈액제제의 원료로 사용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위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민법 제760조 제2항 의 공동불법행위자로서의 책임 유무
민법 제760조 제2항 은 위법·유책하게 손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행위를 한 사람에게 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입증책임을 전환시키는 조항이므로 위 조항을 적용하기 위하여는 불법행위책임을 발생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요건 중 인과관계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모두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위 원고들이 이 부분에서 피고 적십자의 불법행위라고 주장하는 위 원고들에게 오염된 혈액을 공급하여 수혈받게 하였다는 부분에 관하여는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그러므로 위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라.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1) 위 원고들이 이 부분(1991. 5.경 이후의 감염에 관한 부분)과 관련하여 피고 대한민국의 과실로 주장하는 것은, ① 보건복지부장관은 의약품의 안전성과 부작용에 관하여 심사하여 제조를 승인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고, 제조승인 후에도 해당 의약품이 그 효능을 웃도는 유해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명된 경우에는 해당 의약품의 제조승인을 취소하여야 하는바, 혈우병 환자들의 절반 이상이 HCV에 감염되고 있음에도 아무런 실태조사나 승인취소 검토를 하지 않은 채 방치하였다는 것, ② 피고 녹십자의 GMP 준수 여부에 관한 실사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것, ③ 헌혈실명제, 혈액정보관리시스템 등을 뒤늦게 도입하였다는 것, ④ 이 사건 혈액제제의 첨부문서에 올바른 지시·경고가 기재되도록 지도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앞에서 피고 적십자의 책임은 인정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 적십자에 관한 부분은 제외하였다).
(2) ①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의 원고들 전부를 대상으로 계산해 보더라도 위 원고들이 감염된 1991. 5.경 이후에 발견된 감염자 수는 1992년에 감염된 사람이 19명, 1993년, 1994년 각 5명, 1995년, 1996년 각 1명, 1997년 2명, 1998년 0명, 1999년 1명, 2000년 0명, 2001년 2명, 2002년 1명인데, 그 중 1992년에 발견된 감염자들은 한국혈우재단의원에서 혈우병 환자들을 가입시키면서 최초로 실시한 HCV 검사에서 감염 사실이 밝혀진 사람들이 많아 실제로는 HCV 진단법을 갖기 전인 1991. 5.경 이전에 이미 감염되어 있었는데 1992년경에야 그 사실이 밝혀진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위 원고들이 1991. 5.경 이후에 새로이 감염된 사람들의 숫자가 상당히 높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를 제출한 바 없고, 앞에서 본 이 사건의 원고들 중 1991. 5.경 이후에 발견된 감염자들의 수만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그 숫자가 해당 의약품의 제조승인을 취소할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렵다[피고 대한민국이 1991. 5.경 이전에는 HCV 감염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진단법을 갖지 못하였으므로 혈우병 환자들의 상당수가 간질환을 앓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지라도 그 원인되는 바이러스가 동일한 것인지 여부, 그 감염경로가 무엇인지 여부를 알 수는 없었을 것인데, 그 원인을 알 수도 없는 상태에서 혈우병 환자들에게 원인으로 추측할 수 있는 모든 투약 등을 중지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위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나머지 주장에 관한 판단
위 원고들의 ② 주장에 대하여 피고 대한민국은 품목허가와 판매시에 피고 녹십자로부터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의 실시상황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받아 그 실시를 확인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피고 대한민국이 피고 녹십자의 GMP 준수 여부에 관한 실사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그리고 ③ 주장에 대하여는 위 3.다.(3)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 대한민국이 이를 실시할 기술여건을 갖추고도 실시하지 아니한 것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 ④ 주장에 대하여는 위 3.다.(5)항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혈액제제의 첨부문서에 필요한 지시·경고가 기재되지 아니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위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5. 원고 1, 4, 6, 9, 14, 16, 23, 30, 32, 33, 36, 38, 40, 42, 47, 50, 53, 56, 57, 61, 62, 64, 66, 67, 69 내지 71, 75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위 원고들의 감염 시기와 이 부분의 쟁점
위 원고들은 최초 HCV 감염 검사를 할 당시부터 감염 사실이 확인되었으나[원고 66은 1991. 3.경 HCV 음성 판정을 받은 바 있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갑 나 제35호증의 기재에도 1994. 4. 26.의 양성 판정 사실만 나타날 뿐이다], 그 시기가 우리나라에서 anti-HCV 검사를 실시한 1991. 5.경 이후라서 그 감염 시기가 1991. 5.경 이전인지, 그 이후인지 여부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이 부분의 쟁점은, 위 원고들의 경우에도 위 4.항 기재 원고들과 마찬가지로 1991. 5.경 이후에 제조된 이 사건 혈액제제(그 이전에 제조된 이 사건 혈액제제로 인한 감염에 관하여 피고들의 책임을 물을 수 없음은 위 3.항에서 본 바와 같다)로 감염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나. 피고 녹십자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1) 원고 1, 16, 23, 32, 33, 36, 47, 53, 57, 61, 69 내지 71, 75의 경우
위 원고들은 1991. 5.경 이후부터 [별지 3] ‘원고들의 감염 관련 내용’ 표의 ‘감염 발견일’ 이전에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러므로 위 원고들이 이 사건 혈액제제로 HCV에 감염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
(2) 원고 4, 6, 9, 14, 30, 38, 40, 42, 50, 56, 62, 64, 66, 67의 경우
(가) 위 원고들의 투약 경력
위 원고들은 [별지 3] ‘원고들의 감염 관련 내용’ 표의 ‘이 사건 혈액제제의 투여 또는 수혈 내역’에 기재된 바와 같이 1991. 5.경 이후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사실이 인정되나, 한편으로 피고 녹십자가 TNBP 공법을 적용하여 이 사건 혈액제제를 생산하기 시작한 1989. 6.경 이전에 제조된 이 사건 혈액제제도 투여한 사실도 인정된다[① 원고 4의 경우 증거로 제출된 진료기록상으로는 1989. 10. 19. 이후의 혈액제제를 투여한 사실만 나타나지만, 당시 병원에서 월 1회 정도 PPSB를 수령하여(갑 가 제80호증) 혈액제제를 자주 투여한 것으로 보이므로 위 진료기록에 나타난 날짜 이전에도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경력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위 원고가 AHF를 맞았다고 주장하는데 위 진료기록에는 그 사실이 나타나지 않아 이는 그 이전에 투여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위 원고 역시 1989. 6.경 이전부터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② 원고 14의 경우 증거로 제출된 진료기록상으로는 1990. 4. 7. 이후의 주사 경력만 나타나지만, 위 원고가 연 1회 가량 입원하였고, 1989년 개복수술 경력이 있으며, 수입 혈액제제를 사용한 적도 있다고 말한 바 있는 점(을 가 제18호증)에 비추어 보면, 위 원고 역시 1989. 6.경 이전부터 이 사건 혈액제제 또는 외국산 혈액제제를 투여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③ 원고 62의 경우 증거로 제출된 진료기록상으로는 1989. 12. 19. 이후의 투여 경력만 나타나지만, 1년에 2회 내지 4회 가량 자주 투여하였다고 진술한 점(갑 나 제30호증)에 비추어 보면, 그 이전에도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④ 원고 64의 경우 증거로 제출된 진료기록상으로는 1990. 9. 4. 이후의 투여경력만 나타나지만, 매월 1차례 이상 AHF를 투여한 점(갑 나 제32호증)에 비추어 보면, 그 이전에도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나) 인과관계 추정의 가부
위 원고들이 피고 녹십자에게 HCV 감염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하여는 우리나라가 HCV에 관한 진단기술을 갖게 된 1991. 5.경 이후에 제조된 혈액제제에 의하여 위 원고들이 감염되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위 원고들에게 1991. 5.경 이전에 HCV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위 원고들이 1991. 5.경 이후에도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았으며, 그 이후에 HCV 감염 사실이 밝혀진 이상, 일응 위 4.나.항과 같은 인과관계의 추정을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추정에 대하여 제약회사는 자신이 제조한 혈액제제에 아무런 결함이 없다는 등 피해자의 감염원인이 자신이 제조한 혈액제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여 추정을 번복시킬 수 있으나, 단순히 피해자가 감염추정기간 동안 다른 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를 투여받았거나 수혈을 받은 사정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추정이 번복되지 않는다(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8다16776 판결 참조). 위 대법원 판결에서 피해자가 다른 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나 수혈을 받은 사정으로는 인과관계 추정이 번복되지 않는다고 하고 있으나, 이는 인과관계가 추정되는 혈액제제에 의한 감염가능성에 비하여 다른 혈액제제나 수혈에 의한 감염가능성이 같거나 더 낮다고 평가되는 경우에 그러하다는 의미일 뿐, 다른 혈액제제나 수혈에 의한 감염가능성이 월등히 더 높고, 그러한 높은 위험성의 감염원에 장기간 노출되었던 경우까지 다른 혈액제제나 수혈의 투여사실으로는 위 추정을 번복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볼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1991년 혈우병 환자 646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anti-HCV 양성률은 61.5%였는데 반해, 1999년 한국혈우재단에 등록된 1,329명의 혈우병 환자를 조사해 본 결과 혈우병 환자의 0-4세 2.3%, 5-9세 2.4%, 10-19세 63.3%, 20세 이상 65.9%의 양성률을 보여 피고 녹십자가 1989. 6.경 TNBP 공법을 도입한 이후에 제조된 이 사건 혈액제제만을 맞은 사람들의 HCV 양성률은 그 전에 비하여 수십배나 낮은 점, 위 원고들의 감염 발견시의 연령상 TNBP 공법에 의하지 아니한 시기에 제조된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기간이 그 시기 이후에 제조된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기간보다 훨씬 더 긴 점(원고 40, 50의 경우 감염 발견시 연령이 어리기는 하나, 출생 후 1989. 6.경까지의 기간이 그 때로부터 감염 발견시까지의 기간 보다 더 길어 그 감염 발견 당시를 기준으로 보면, TNBP 공법이 적용되지 아니한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기간이 1991. 5.경부터 감염 발견일까지의 기간보다 더 길다), 외국에서는 바이러스 불활성화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혈액제제를 사용한 혈우병 환자는 95% 가량이 HCV에 감염되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점(갑 가 제116호증) 등을 종합해 보면, 위 원고들의 경우 TNBP 공법이 적용되기 이전에 제조되어 TNBP 공법을 적용하여 1991. 5.경 이후에 제조된 혈액제제보다 수십배 높은 감염가능성을 가지고 있던 혈액제제를 투여받음으로써 HCV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므로 이로써 위 원고들이 위 피고가 1991. 5.경 이후에 제조한 이 사건 혈액제제에 의하여 HCV에 감염되게 되었다는 인과관계에 관한 추정은 번복된다. 그럼에도 달리 위 원고들이 1991. 5.경 이후에 제조된 이 사건 혈액제제에 의하여 HCV에 감염된 것이라고 볼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결국 이 부분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3) 소결론
위 원고들이 피고 녹십자가 1991. 5.경 이후에 제조한 이 사건 혈액제제에 의하여 감염되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1991. 5.경 이전에 제조된 이 사건 혈액제제에 의한 감염에 관하여는 위 3.항에서 본 바와 같이 위 피고의 책임을 물을 수 없으므로 결국 위 원고들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다.
다. 피고 적십자,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위 원고들의 위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위 원고들이 1991. 5.경 이전에 감염되었음을 전제로 한 주장 부분에 관하여는 위 3.항에서 본 것과 같은 이유로, 1991. 5.경 이후에 감염되었음을 전제로 한 주장 부분에 관하여는 위 4.다.항과 4.라.항에서 본 것과 같은 이유로 모두 이유 없다.
6. 원고 39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피고 적십자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1) 손해배상책임의 유무
갑 제117호증의 기재와 당심의 질병관리본부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피고 적십자가 1994년부터 2003년경까지 사이에 헌혈혈액이 양성임에도 음성으로 잘못 표기하거나 양성판정기준을 높게 잘못 입력하여 HCV 양성임에도 폐기되지 않고 출고된 혈액이 있는데 그 중 26건이 수혈용으로 사용된 사실, 그 후 질병관리본부 혈액안전감시과는 위와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이를 수혈받은 사람의 감염 여부에 관하여 조사하였는데, 위 원고가 B형 간염 또는 C형 간염의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이 헌혈한 혈액을 2000. 12. 12. 수혈받았음을 확인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위 원고가 2001. 1.경 anti-HCV 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았다가 2001. 6. 18. 양성판정을 받게 되었는데, anti-HCV 검사의 경우 항체미형성기인 2-4주 사이에 있는 항체를 감별하지 못할 수 있는 사실은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원고가 2000. 12. 12.경 HCV에 오염된 혈액을 수혈받아 HCV에 감염되었다고 추인할 수 있다.
피고 적십자는, 질병관리본부가 2004년 이후 조사할 때에 위 원고가 채혈조사 대상자로 선정하였는지 여부나 수혈감염 여부에 관한 판정을 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데, 이는 위 원고가 오염혈액에 의하여 감염되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원고가 수혈감염의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채혈조사 대상자로 선정되지 아니하였다거나 조사 후 수혈감염이 아니라고 판정되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이상, 위 원고에 대한 판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위 원고가 오염혈액에 의한 감염자가 아니라고 인정할 수는 없으므로 위 사정만으로는 앞의 추인을 번복할 수 없다.
그러므로 피고 적십자는 위 원고에게 HCV 감염 또는 이로 인한 증상이 발현함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위 원고는 감염일로부터 이 사건 소 제기일까지 10년이 지나지 아니하였음이 역수상 명백하므로 위 피고의 소멸시효항변에는 위 원고가 포함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2) 손해배상의 범위
(가) 위 원고의 현상태
신체감정결과에 의하면, 위 원고는 HCV 감염 후 만성간염으로 발전하여 현재 지방간과 비장종대의 증상이 있고, 이 때문에 2006년부터 현재까지 치료중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나) 적극적 손해
신체감정결과에 의하면, 위 원고가 2006년경 항바이러스치료를 받은 사실, 앞으로 연 2회 간기능검사, RNA PCR, 복부초음파검사를 받는 등 정기적인 진단을 받아야 하는데,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초진비 597,095원과 연간 진료비 698,288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위 4.나.(3)(가)와 같이 기왕에 지출한 항바이러스치료비로 계산되는 13,281,075원과 향후치료비를 계산하면, 위 원고의 향후치료비는 [별지 4] ‘치료비 계산 내역’의 기재와 같다.
(다) 소극적 손해
위 4.나.(3)(나)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손해를 인정할 수는 없고, 다만 위자료의 수액을 정함에 있어 고려사항으로 삼기로 한다.
(라) 위자료
위 4.나.(3)(다)의 고려사항을 참작하여 이에서 정한 기준에 따르면, 위 원고는 만성간염으로 발전하여 현재 치료가 필요한 증상이 있는 사람에 해당하므로(그러나 신체감정 당시 치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향후치료비가 따로 계산되지 아니하였을 뿐이다) 위 원고의 위자료액은 4,00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3) 소결론
따라서 피고 적십자는 위 원고에게 [별지 2] ‘청구취지 및 인용액’ 표의 ‘인용액 합계’란 기재 금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위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인 2004. 8. 10.부터 위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13. 2. 13.까지는 민법에 따른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여야 하고, 위 원고의 위 피고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다.
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1) 2000. 12. 12.경의 수혈로 감염되었다고 인정된 위 원고가 이 부분에서 피고 대한민국의 과실로 주장하는 것은, ① 피고 적십자의 혈장분획센터가 GMP의 적용을 받지 아니함에도 이를 방기하였다는 것, ② 피고 적십자의 혈액, 신선동결혈장, 냉동침전제 등의 첨부문서와 포장지에 적절한 지시·경고 문구를 기재하도록 지도하지 아니하였다는 것, ③ 헌혈실명제, 혈액정보관리시스템 등을 뒤늦게 도입하였다는 것이다(위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피고 적십자에 대한 것이므로 피고 녹십자에 관한 부분은 제외하였다).
(2) 판단
위 원고의 ① 주장에 대하여는 위 3.다.(4)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적십자가 약사법 시행규칙상의 원료혈장관리기준에 따라 원료혈장을 관리하고 있는 이상, GMP를 적용하고 있지 아니하다는 사정만으로 피고 대한민국이 공정상의 문제를 방기하고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 그리고 위 원고의 ② 주장에 대하여는 위 3.다.(5)항에서 본 바와 같이 위 혈액 등을 공급받는 사람들은 당해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충분히 알고 있는 의료인들이므로 이러한 지시·경고의 불이행으로 위 원고가 HCV에 감염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 또 위 원고의 ③ 주장에 대하여는 위 3.다.(3)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 대한민국이 이를 실시할 기술여건을 갖추고도 실시하지 아니한 것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위 원고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7. 결론
그렇다면, 원고 39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소는 이미 종료되었고, 원고 26, 35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 부분의 소와 원고 1 내지 8, 11 내지 14, 16 내지 18, 20, 21, 23, 25, 27, 28, 30, 32, 33, 36 내지 42, 45, 46, 49 내지 51, 53, 54, 56 내지 58, 60 내지 63, 66, 67, 69, 70, 72, 73이 피고들에 대하여(다만 원고 39는 피고 적십자, 대한민국에 대하여) 당심에서 확장한 청구 중 4,0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구하는 부분의 소는 각 부적법하며, 원고 2, 3, 5, 26, 27, 41, 45, 54, 55, 59, 63, 76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청구와 원고 39의 피고 적십자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에서 이유 있어 이를 각 인용하고, 원고 2, 3, 5, 26, 27, 41, 45, 54, 55, 59, 63, 76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나머지 청구와 피고 적십자, 대한민국에 대한 각 청구, 원고 39의 피고 적십자에 대한 나머지 청구와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 원고 35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나머지 청구와 피고 적십자, 대한민국에 대한 각 청구 및 나머지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고 39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소송이 종료되었음을 선언하고, 원고 1 내지 8, 11 내지 14, 16 내지 18, 20, 21, 23, 25, 27, 28, 30, 32, 33, 36 내지 42, 45, 46, 49 내지 51, 53, 54, 56 내지 58, 60 내지 63, 66, 67, 69, 70, 72, 73의 피고들에 대하여(다만 원고 39는 피고 적십자, 대한민국에 대하여) 당심에서 확장한 청구 중 부적법한 부분을 각하하며, 제1심 판결 중 원고 26, 35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에 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여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위 원고들의 소를 각 각하하고, 제1심 판결 중 원고 26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적극적 손해 청구에 관한 부분과 원고 55, 59, 76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적극적 손해와 위자료 청구에 관한 부분도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위에서 인정한 금원에 해당하는 부분을 각 취소하여 위 피고에게 위 금원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 2, 3, 5, 27, 41, 45, 54, 63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부분과 원고 39의 피고 적십자에 대한 부분 역시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위 원고들의 항소와 당심에서 확장한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 판결 중 원고 2, 3, 5, 27, 41, 45, 54, 63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부분과 원고 39의 피고 적십자에 대한 부분을 위와 같이 변경하기로 하고, 제1심 판결 중 나머지 부분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 26, 35, 55, 59, 76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나머지 항소와 위 원고들의 피고 적십자, 대한민국에 대한 각 항소, 원고 2, 3, 5, 27, 41, 45, 54, 63의 피고 적십자, 대한민국에 대한 각 항소와 나머지 당심에서 확장한 청구, 원고 39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항소와 나머지 당심에서 확장한 청구 및 나머지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각 항소와 그 중 일부 원고들의 나머지 당심에서 확장한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한다.
[별지 생략]